> 뉴스 > 특집 > 특집 2010
     
누가 유럽을 구출할 것인가?
[Special Report]유럽, 시장과의 전쟁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 economyinsight@hani.co.kr

헬무트 슈미트 Helmut Schmidt 전 독일 총리 <차이트> 공동편집인

   
 
국제통화기금(IMF)은 2009년 겨울에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감지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늦어도 2010년 1월 이전에 이 사실을 보고받았을 것이다. 2월부터는 다른 기관들, 특히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관계자에게도 그리스 재정위기가 알려졌을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그리스 사태를 투기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국가부도 상태에 빠지면 유로화 통용국가(유로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메르켈 총리의 언급과는 별개로, 그리스에 대한 금융지원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는 IMF 자금을 적절히 활용하려 했으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IMF 자금이 지원되는 것에 반대했다. 3월에야 비로소 합의안이 마련됐다.
 
EU 지도력 부재로 위기 확산
그러는 사이, 그리스뿐 아니라 일부 다른 유럽 국가의 재정적자 수준도 심각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기관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일부 은행이 그리스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해당 유럽 국가에 대한 비관론에 순식간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렇게 불과 몇 주 사이에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유로화의 위기로 전환돼버렸다. 유럽이 직면한 이러한 위기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선물거래나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는 단 한 번도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위기는 무엇보다 EU의 지도력 부재 때문에 초래됐다. 1992년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과 독일의 콜 총리가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유로화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을 때만 해도 불과 12개의 회원국이 있었으며, 그 가운데 2개국은 유로화를 통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EU 회원국이 많을수록 좋다는 잘못된 생각이 만연하면서 유로화 통용국가는 현재 16개국으로 늘어났으며, EU 회원국은 무려 27개국에 이르고 있다. 모든 회원국이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EU 집행위 또한 수많은 회원국 대표로 구성됐다. 그래서 그리스 정부는 EU 집행위의 눈을 속이고 심각한 재정적자 상태를 감출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얼마 전 결정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반드시 수반돼야 할 조치들이 있다. 누가 그 구제금융 조치를 실행해야 하는 것일까?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집행위? 아니면 EU 집행위원장? 경제 및 통화 담당 집행위원? 유로화 통용국가 협의체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현재까지는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를 중심으로 한 유럽중앙은행만이 대과 없이 업무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경우 유럽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상실하게 돼 있다. 그렇다면 EU 지도력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뉴욕과 런던의 투기에 단호히 맞서야
유로화는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으로 낳은 자식과도 같다. 국제결제 통화로서 높은 안정성을 가진 유로화의 운명에 대해 영국과 미국의 언론매체가 회의적인 견해를 쏟아내고, 이를 빌미로 런던과 뉴욕의 투기 세력이 유로화 가치 하락에 일제히 베팅하는 상황이 오면 유럽인은 신중하고도 단호하게 우리 공동의 자식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로화 보호의 일차적인 과제가 프랑스와 독일에 주어져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유럽 통합이 프랑스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긴밀히 연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고, 프랑스와 독일 양국의 연대의식은 프랑스가 스스로 독일과 보조를 맞추는 노력을 지속할 때 비로소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비단 유로화 문제뿐 아니라 EU의 향후 발전이 프랑스와 독일 양국의 이런 협력 여하에 달려 있다.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 총리가 긴밀히 협력할 때, 거기에 양국 재무장관이 실무적으로 보좌할 때, 유럽중앙은행 트리셰 총재와 IMF 스트로스칸 총재, 그리고 유로화 통용국가 협의체 의장인 융커의 자문이 반영될 때 비로소 현재의 위기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프랑스와 독일이 자국 이기주의에 빠지거나 정당 이데올로기적 태도를 앞세운다면 유럽의 국민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 Die Zeit
번역 한귀용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