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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깨야 금감원 산다
[Issue]위기의 금강원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명정선 economyinsight@hani.co.kr

명정선 <뉴스토마토> 경제부 기자

2000년, 상호신용금고 검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한 국장이 동방상호신용금고에 대한 특별검사를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벤처기업 주식을 넘겨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호신용금고는 저축은행의 옛 이름이다. 검사 담당이던 이 국장은 신용관리기금 출신이었는데, 그때부터 금고 업무를 담당하면서 오랫동안 상호신용금고들과 검은 유착관계를 형성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월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우병우 수사기획관이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을 기소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0여 년이 지난 요즘 금감원과 금융회사 간 검은 유착은 없어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감독권을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가졌지만, 10여 년 동안 제대로 된 견제나 쇄신 노력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결과 금감원은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검은 거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2009년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한 국장과 검사반장은 수억원대 금품을 받고 비리를 묵인해준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당시 검사반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자산건전성을 조작한 것과 부동산프로젝트(PF)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대출을 청탁한 혐의로 건설사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는가 하면, 검사를 빌미로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직원도 있다.

갑 중의 갑, 금감원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행태는 더욱 기막히다. 금감원 고위 간부에서 부산저축은행 감사로 간 문평기 전 금감원 증권검사1국장은 감사는커녕 무려 4조5천억원대에 이르는 불법대출에 적극 가담했다. 그동안 금감원과 금융회사 간 검은 유착에 대한 소문과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시장과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1999년 은행감독원과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구가 통합된 뒤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됐지만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어 결국 비리에 취약한 구조가 됐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갑 중의 갑’, 그러니까 ‘슈퍼갑’이다. 슈퍼갑에게 밉보이면 좋을 게 없다. 바로 검사가 들어온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면서 금감원 직원 가운데 아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으면 경쟁력이 된다.” 상품개발을 담당하는 증권사 직원의 말이다.
이렇다 보니 금감원 직원은 금융회사의 감사 영입 대상 1순위이며, 일부 증권사는 낙하산 인사를 스스로 요청한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정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금감원을 퇴직한 임직원 243명 가운데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로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78명이었다. 지난 4월 기준 금융회사 감사로 재직 중인 금감원 출신 인사는 45명인데, 이 가운데 19개 증권사가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두고 있었다. 보험 16곳, 저축은행 14곳, 시중은행 10곳, 캐피털 6곳도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선임했다.
문제는 금융회사에서 둥지를 튼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회사와 금감원 간 검은 커넥션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감원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금융감독 및 검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받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감독 업무를 수행하다가 곧바로 감독 대상인 금융회사로 옮기는 것은 ‘공생’을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의 ‘MB맨’ 전성시대
금감원 쪽 생각은 다르다. 전문적 업무 경험이 금융사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과연 그럴까? 금융회사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면 금감원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금감원 출신의 ‘전문성’과 ‘업무 경험’ 덕분에 이들을 고용한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높아질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금융위원회의 한 과장급 직원조차 “감사는 ‘바지 사장’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회사 경영진이 그 자리에 앉혀준 건데, 감사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도 금감원 출신 감사가 적극 협조한 것은 아니겠지만 방조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의 기형적인 인사 시스템도 저축은행 부실에 한몫했다. 금감원으로 통합됐지만 은행감독원 출신은 은행만, 신용관리기금 출신은 저축은행만 담당하다 보니 비리가 싹틀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금감원 은행서비스국의 한 수석조사역은 “4개 감독기구가 통합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권역별 교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특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대주주가 경영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리 유혹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직에서 인기 영역과 비인기 영역으로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소금융은 금융사고가 비교적 많이 터져 골치 아픈데다, 은행이나 거시감독 쪽에서만 승진이 되다 보니 저축은행의 인력 물갈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승진에서 밀린 저축은행 검사역들이 노후를 염두에 둔다면, 감시 대상인 저축은행과 원만한 관계 유지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과의 유착이 금감원을 썩게 만들었다. 한 전직 금감원 감사실 국장은 “정권에 빌붙은 관료들이 최고위직을 독점하는데 독립성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임명된 금감원장과 수석부원장 4명은 모두 금융위원회 혹은 금융위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출신이다. 권혁세 원장은 재정부 출신으로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최수현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쳤다. 김종창 전 금감원장도 금감위 상임위원을 지냈고, 수출입은행장인 김용환 전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상임위원 출신이다. 권혁세 원장과 김종창 원장은 ‘대구·경북(TK) 지역’ 출신이다. 권 금감원장은 기업은행장, 수출입은행장 등 하마평이 무성했으나 이번 정권이 아니면 금감원장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기업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을 고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부 승진도 마찬가지다. 2009년 김종창 금감원장 취임 당시 김대평 당시 은행담당 부원장은 임기를 2년 남겨둔 상태에서 퇴직한 반면, 임기가 불과 6개월밖에 안 남은 이우철 부원장은 유임됐다. 이 부원장은 현 정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고, 김 부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다. 이런 인사 패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승진한 부원장보들도 TK 출신 아니면 고려대 인맥이 대부분이다. 금감원의 한 국장은 “TK 아니면 승진할 생각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세가 바뀌고 라인이 확 바뀌는 이상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 눈치를 보다 보니 감독 당국의 행동이 신속할 리 없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 때문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지연됐고, 이후 저축은행 PF 부실에도 건설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정책 기조로 선뜻 칼을 댈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독립성을 갖고 금융시장을 감시해야 할 감독 당국이 정권에 밀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임기 동안 문제를 덮고 가려는 보신주의 때문에 저축은행 부실이 ‘소형’에서 ‘대형’으로 커졌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2008년 부실 저축은행 몇 개를 인수하라고 요청했다”며 “금감원 요청대로 다 할 수는 없었고,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금감원은 “강권한 적은 없다”고 발뺌하지만, 금감원의 요청을 거부할 금융회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부산저축은행은 “금감원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면 3년간 검사를 유예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부인했다. 2008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금융정책국장이던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금감원이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기록이 아닌 구두로 약속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를 그냥 덮고 가겠다는 보신주의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부실 자산을 대형 저축은행으로 전이시킨 금감원은, 이제 대형 부실 저축은행을 4대 금융지주로 떠넘기려 한다. 한 기관투자자는 “4대 금융지주가 국책기관도 아닌데 당국 마음대로 부실 자산을 떠안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 당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계속 지분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의 저축은행 매입 얘기가 나올 때마다 외국인들은 항상 주식을 팔았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끝은 어디일까. 서울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내부 모습.

금감원 개혁은 ‘모피아’와의 싸움
국무총리실은 금감원을 개혁하기 위해 최근 ‘민관합동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금감원 개혁의 성공 여부는 무소불위 금융감독권의 견제와 분산에 달려 있다. 금감원이 독점한 감독권 가운데 은행 감독권은 한국은행에 주고, 소비자보호 감독기구를 따로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헌욱 변호사(참여연대 민생본부장)는 “소비자보호 강화 기구를 따로 설립해 권한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실 감독과 유착, 비리가 쉴 새 없이 터져나오자 금감원이 부랴부랴 자체 쇄신 방안을 내놓았다. 문제가 됐던 감사추천제를 폐지하고, 퇴직 이후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이나 회계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하게 외부에 위탁하겠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그러나 태스크포스팀이 금감원의 감독 권한에 메스를 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감독권을 ‘아무 기관’에 줄 수는 없다”며 한국은행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금감원이 도덕적 파산 상태에 있는데도 김 위원장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은 ‘모피아’Tip & Tap의 힘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을 전반적으로 장악한 모피아의 오만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금감원 개혁은 결국 모피아와의 싸움인 셈이다.
이송희 참여연대 간사는 “금감원은 심각하게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정확하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Tip & Tap
모피아는 기획재정부의 옛 이름인 재정경제부(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서, 재무관료 출신이 마피아처럼 거대 세력을 구축해 경제계와 금융계를 장악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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