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은 도서출판 평사리 기획위원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가 연기해 크게 히트한 영화 <황해>의 도입부는 옌볜 청년 하정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지금 연변에는 개병이 돌고 있다.” 이 을씨년스럽고 스산한 대사는 분위기를 잡기 위한 영화적 과장이 절대 아니다. 이 대사야말로 영화 <황해> 전체에서 가장 리얼리틱한 말이다.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치사율이 높은 질병은 암도 뇌출혈도 에이즈도 아니다. 그것은 광견병이다. 공식 통계로 1996년 159명이던 광견병 사망자 수는 2006년 3215명으로 늘어났고, 지금도 매년 꾸준히 24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급증하는 사망자를 막기 위해 2009년 9월 허베이성 친황다오에서는 키 35cm 이상인 개를 모두 총으로 쏘아 죽이는 일까지 있었다.

벌금 못 내 아이 빼앗겨야 하는 농촌 빈민
중국에선 사람 팔자라 해서 개보다 나을 게 없다. 해마다 2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유괴되고, 지난 10년간 찾지 못한 아이가 최소한 60만 명에 달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매년 각종 질병과 사고로 40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2분에 1명, 하루에 786명, 1년에 28만7천 명(2010년 기준)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세계 최악의 매독 발생 국가로서 2009년 32만7433건의 매독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선천성 매독에 걸린 신생아가 적어도 1시간에 1명씩 태어나고 있다. 세계 2위의 국민총생산(GNP), 세계 1위의 수출대국이자 외환보유국이라는 환상을 걷고 냉정히 바라본 중국은 극히 일부의 당 관료와 그 자제, 악덕 기업주와 부동산업자를 제외하고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절망의 제국’이다.
굳이 이런 통계와 수치가 아니더라도 중국 정부의 통제를 뚫고 간간이 보도되는 소식만 보더라도 절망적인 현실을 파악할 수 있다. 후난성은 마오쩌둥의 고향이자, 역사 명승지인 창사와 웨양 그리고 장자제로 유명한 곳이다. 상하이와 광저우 같은 연해 지역의 급속한 발전만은 못해도 빈한한 서부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한겨레> 5월10일치 보도에 의하면, 후난성 사오양시 룽후이현에 2002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담당 공무원들이 ‘한자녀 정책’을 어긴 가정의 갓난아이들을 ‘몰수’해 돈을 받고 외국으로 입양시킨 사건이 폭로됐다. 공무원들은 아이의 성을 고치고 서류를 위조한 뒤, 1천위안을 받고 아이를 고아원에 팔아넘겼다. 고아원은 아이 1명당 3천달러의 입양비를 챙기고 해외로 아이들을 ‘수출’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수출’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엽기적인 사건은 중국의 어두운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인간의 기본권을 깡그리 무시한 강제적인 산아제한 정책, 수천위안의 벌금을 내지 못해 아이를 빼앗겨야 하는 농촌 빈민들의 현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당 관료들의 행태, 완전한 공백 상태에 가까운 사회안전망 등은 중국 미래를 위협하는 무수한 요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오늘날 중국의 휘황찬란한 겉모습에 가려진 위험요소들은 실로 방대하고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중국이 추구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라는 꿈은 현재의 중국 체제로는 달성하기 힘든 ‘백일몽’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면 ‘팍스 시니카’라는 꿈을 꾸게 하는 현재의 급속한 경제발전 자체가 ‘지속 불가능’하며, 폭발을 향한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고 보는 것이 냉정한 진단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환경문제’다. 우리에겐 봄철의 황사로 인식되는 중국의 환경문제는 중국 인민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다. 중국을 대표하는 강인 황허는 강물의 66%가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돼 있다. 3분의 1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5급수 미만의 수질을 기록하는 ‘독물’이다. 2007년 한 해에만 42억t의 폐수가 강으로 방류됐는데, 그중 70%가 공장에서 흘러나온 폐수였다. 이런 상황은 중국의 ‘내륙 개발’ 정책에 따른 연해의 공장지대 이전과, 내몽골과 산시성의 희토류 및 석탄광산의 개발이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황허를 젖줄로 삼은 화베이평원의 지하수 중 50.7%가 비소와 크롬 등 중금속 물질로 오염됐다. 더군다나 심각한 것은 5464km에 이르는 황허에 물을 공급하는 티베트 빙하가 1년에 7%의 속도로 녹고 있으며, 2050년까지 최소한 64%의 빙하가 사라지리라는 점이다. 이미 상류 지역의 공업·농업 용수 사용으로 중·하류 지역의 ‘갈수 현상’이 목격되는 황허가 그 주수원마저 상실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세계 10대 오염도시 중 5개가 중국 도시
강우량이 많고 중국 전체 물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양쯔강은 어떨까? 길이 6300km가 넘는 양쯔강 역시 본류의 10%는 ‘심각한 오염’ 상태이며 60% 이상이 오염돼 있다. 또한 지류의 30%가 ‘심각한 오염’ 상태이며 양쯔강 전체 생태계는 앞으로 10년 안에 완전히 붕괴할 것이다. 해마다 300억t이 넘는 오·폐수가 방류되는 양쯔강의 어족 자원은 50년 전에 비해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황허강과 양쯔강을 포함한 중국 전체 강의 70%가 오염됐지만, 농촌 지역의 96%에는 하수처리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 지역의 지하수 90%가 오염됐고, 중국 전역의 600대 도시 중 400여 개가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세계 10대 오염도시 중 5개가 중국 도시이며, 전 대륙의 40%에 산성비가 내린다.
2009년 기준으로 77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중국은 54억t을 배출한 미국을 따돌리고 지구온난화에 가장 많이 기여했다. 그 대가로 중국 인민 4200만 명이 불소침착증을 앓고 있으며, 약 1억 명이 발병 위험에 처해 있다. 반드시 환경오염 때문은 아니겠지만, 중국 전체 가정의 10%인 3천만 가구가 선천적 기형아를 키우고 있으며, 해마다 100만 명의 아이들이 구개파열·다지증·뇌수종 등 기형을 안고 태어난다.
심각한 ‘환경 재앙’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책은 ‘속수무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에 대한 일종의 ‘초과 착취’에 비유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은 중국의 경제발전 전략 자체에서 배태된 것이기 때문이다. 공해를 유발하고 대규모 에너지 투입이 요구되는 2차 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연해 지역의 저임금 조립산업과 맞물려 중국의 경제성장을 추동하면서, 동시에 자원과 에너지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업 분야의 경우, 13억4천만 명의 인구를 부양하고 해외로 농작물 수출을 하기 위해 해마다 120만t 이상의 농약(세계 1위)과 전세계 비료 소비량의 35%를 사용한다. 그 결과 약 1천만ha의 농지가 오염됐다. 또한 공장 건설과 부동산 개발 등의 여파로 농지 총면적이 식량 조달의 마지노선인 1억1900만ha에 육박하는 1억2천만ha로 축소됐다. 중국은 이미 식량수입국 대열에 올라 있지만, 농지 총면적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식량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에너지 문제 역시 심각하다. 중국의 전력 수요는 2010년 기준으로 약 2천만kW의 공급 부족 현상을 겪었다. 공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석탄화력발전은 부존 석탄 매장량의 감소, 대기 및 수질 오염의 가속화 등으로 더 이상 공급 확대가 불가능하다. 또한 국내 소비량의 65%인 2억4천만t을 수입해야 하는 석유 수급을 위해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유전 개발과 인수·합병을 필사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리비아와 남수단에서 보듯, 서방세계의 견제와 현지의 반발로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13기를 운용하면서 새로 27기를 건설하고 있는 원자력발전 역시 50기(일부 발표로는 110기) 이상 추가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구리·강철·시멘트·알루미늄 등 중국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산업 분야를 유지하기 위한 자원과 에너지 투입이 언제까지나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은 완전한 착각이나 몽상에 가까운 얘기다.

중국 허난성의 농촌에서 한 농민이 메마른 밭에 물을 주기 위해 물통을 나르고 있다.

하루 1달러로 생활하는 빈민 수 1억5천만 명
환경·자원·에너지 문제와 함께 중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는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라는 중국의 ‘계급 모순’이다. 마오쩌둥이 1949년 신중국 건설을 선언할 때 그와 공산당을 뒷받침한 계급이 농민과 빈민층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겠지만, 오늘날 중국의 계급 모순은 내일 당장 혁명과 폭동이 발생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다.
빈부 격차와 사회 안정을 드러내주는 지표인 지니계수의 경우, 2010년 중국은 0.5를 기록해 인도의 0.33이나 미국의 0.41을 능가했다. 1981년 중국의 지니계수가 0.28인 점을 감안하면 빈부 격차가 얼마나 급속히 심화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민 수만 5500만 명(중국 정부 추산)에서 1억5천만 명(세계은행 추산)으로 전 인구의 4~12%를 차지한다. 가장 부유한 가구 10%가 전체 가구 자산의 80%를 소유하고, 가장 빈곤한 10%의 가구는 단 2%만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격차는 지역을 감안하면 더욱 심해진다. 베이징의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이 6천달러 이상인 데 비해 칭하이성은 10분의 1인 6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계층인 농민공은 대략 2억4200만 명으로 추산되며 해마다 130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전 인구의 19%를 차지하는 농민공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심각하고, 그 자녀들은 정규학교의 입학 허가조차 받지 못한다. 제대로 된 노조도, 산업재해 대책도, 심지어 전국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최저임금제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임계점에 이르는 ‘절망의 제국’을 통제하기 위해 8천만 당원을 거느린 중국공산당은 2012년 새로운 주석과 함께 인류 최악의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끝도 없겠지만 다음 통계를 나열하는 것으로 ‘팍스 시니카’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1억 명 이상의 외동아이(전 인구의 8%), 미등록 자녀인 헤이하이쯔(黑孩子·무호적 아이) 1억~4억 명, 독신 남성 3천만~4300만 명, 남녀 성비는 119 대 100(해마다 남자 신생아 10분의 1은 독신을 예약), 1억위안 이상의 부호 3320명 중 91%는 고위 관리 자녀, 산업재해 사망자는 최근 5년간 47만2200명, 60살 이상 인구 1억7천만 명(전 인구의 12.8%이며, 2050년에는 4억3800만 명), 심각한 정신분열증 환자는 800만 명 이상이고 우울증 환자는 최소 2800만 명, 중국 전체에서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은 1억7300만 명 이상.
ludic1905@empas.com

*참고 문헌: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칼 라크루와·데이빗 매리어트 지음, 김승완·황미영 옮김, 도서출판 평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