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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좌파, 신자유주의 대안 될까?
[Special ReportⅠ]중국 사회 대표 지식인 지도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장영희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발전' 외치는 다른 색깔 지식인들
효율이냐 평등이냐... 경제 변화 이끌 지식인들과 그들의 주장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를 볼 때, 중국이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임을 믿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오히려 중국 내에서는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정책이 현재와 같은 효율과 시장을 중시하는 쪽으로 갈 때, 끝내는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는 지적이 갈수록 세를 얻어가고 있다. 세계가 탄성을 지르는 상황에서 왜 중국 지식인들의 비판적 목소리는 높아지는 것일까?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중국의 지식인들이 어떤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졌고, 그들이 각각 내세우는 시각이 어떤지 살펴봤다.

장영희 국립대만대 국가발전연구소 박사과정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 모습. 톈안먼 사건은 중국 경제 논쟁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든 이후로 지금까지, 중국의 지식계는 발전 노선에 관한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남의 집안 싸움에 관심 가질 일이 뭐 있으랴마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그들의 논쟁에 무심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그 여파가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의 예를 들면, 중국 사회에서 신좌파 지식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중국 지도부가 그들의 견해에 귀기울이게 되면서 노동법을 중심으로 한 노동정책에 변화가 생겼다. 지방정부에서 외국 기업에 요구하는 환경 기준도 더 엄격해졌다. 결국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달라진 중국의 기업환경을 더욱 깊이 고려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중국 지식인들의 논쟁은 대략 △구좌파 △신권위주의 △자유주의 △신좌파의 네 진영으로 나눌 수 있다. 평등과 효율성 중에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국가와 시장의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경제 및 정치 영역에서 개혁 속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은 그 뼈대가 되는 쟁점이다.
중국 지식계의 논쟁은 참여정부 때 분배냐 성장이냐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우리나라 논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의 논쟁은 이미 산업화를 이뤄놓은 뒤 뒤늦은 반추에 가깝다면, 그들의 논쟁은 산업화 과정에서 자신의 길이 옳은지를 계산하면서 가겠다는 즉시성을 갖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냉전의 굴레로 인해 우리에게는 ‘현대화’가 곧 ‘서구화’이자 ‘미국화’의 동의어처럼 간주됐다면, 중국 지식계에는 서구식의 현대화를 부정할 수 있는 사상적 자신감이 엿보인다.

‘평등’과 ‘국가 개입’이 지식인 나누는 잣대
어떤 발전 노선을 선택할지의 문제로 중국 지식계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정도 논쟁을 벌였다. 첫 번째 논쟁은 1980∼89년 톈안먼 사건이 발생하는 시기까지로, 구좌파와 신권위주의 진영 사이에서 평등이냐 효율성이냐의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두 번째는 톈안먼 사건 이후부터 1992년까지 덩샤오핑이 남순강화(南巡講話·덩샤오핑이 1992년 선전, 상하이 등 남쪽 개방 지역을 시찰하고 담화를 발표한 일. 이 일을 계기로 중국 개혁·개방 속도가 붙었다)를 발표하는 시기까지로, 신권위주의와 신좌파 사이의 논쟁이다. 당시 쟁점은 평등과 효율성 사이의 우선순위 문제 외에,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의 논쟁이 포함됐다. 세 번째는 199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신좌파와 자유주의 진영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이다.
개혁·개방기 중국 지식계의 사상 지형은 대비되는 두 프레임을 기준으로 한다. 첫 번째는 개혁·개방의 목적과 관련해 평등을 추구할 것이냐 효율을 추구할 것이냐의 문제다. 구좌파와 신좌파는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신권위주의와 자유주의 그룹 지식인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두 번째는 개혁·개방의 방법론적 측면에서 국가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것이냐 간접적으로 간섭할 것이냐의 문제다. 구좌파와 신권위주의는 국가가 시장에 직접 간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신좌파와 자유주의 진영은 국가가 시장을 조정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구좌파와 신좌파’ 같은 뿌리, 다른 대응
전통적인 구좌파 세력은 주로 중국 공산당의 원로와 고위 관료를 중심으로 한다. 연령대도 대부분 노령에 속하는 그룹이다. 반면 신좌파는 청장년층으로 구좌파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다. 칭화대의 왕후이와 추이즈위안, 후안강, 홍콩중문대의 왕샤오광과 랑셴핑, 홍콩대의 간양, 그리고 인민대의 원톄쥔 등이 있다. ‘신좌파’라는 말은 1990년대 중반 베이징과 홍콩의 언론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구좌파’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사용됐다. 구좌파는 공산당 내 보수파를 의미하고, 신좌파는 젊은 지식인 위주의 그룹이다. 구좌파가 자신들의 담론에 전통적 마르크스레닌주의식 언어를 주로 사용한다면, 신좌파는 서구의 인문사회과학적 언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의 신좌파 지식인 중에 해귀파(海歸派)들이 많다는 것이다. 해귀파는 서구, 주로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젊은 지식인을 뜻한다. 그렇다면 왜 서구에서 교육받고 돌아온 젊은 지식인 중에 좌파적 입장을 지닌 지식인이 많은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신좌파 지식인은 기본적으로 전통적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주의 교육을 받았다. 그들이 유학 생활을 통해 서구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더 깊은 인식을 하게 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지식계의 담론을 관측하면서 주의할 점은, 중국 지식계에서 불리는 ‘신좌파’와 서구에서 호칭되는 ‘신좌파’가 같은 함의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구의 신좌파 그룹은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적 사상이 결합된 산물이다. 즉, ‘리버럴’ 좌파다. 반면 중국의 신좌파는 마오쩌둥 시기의 지배적 담론이던 구좌파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새로운’ 좌파를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손’ 중시하는 자유주의파
중국의 자유주의파와 신좌파 지식인들은 1990년대 이후 개혁과 경제발전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부패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두 진영은 부패의 원인과 해법에서 첨예하게 대립한다. 자유주의자는 이런 문제가 경제발전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진통이며, 진정한 문제는 권력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고 주장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는 발’에 의해 교란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중국이 직면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그들의 진단이다. 유일한 해법은 전면적으로 시장화를 추진하고,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실현하며, 국가권력을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유주의의 이상인 기회 균등과 절차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사유재산권 문제는 중국 자유주의파의 핵심 의제다. 자유주의파는 주류 경제학자, 신자유주의 지식인, 고위 관료의 조합이다. 우징롄과 장웨이잉은 이 그룹의 대표적 인물이다. 장웨이잉은 “공공부문을 제외하고 국가의 기능이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으로만 제한되는 수준까지 축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징롄은 미국의 중국 경제 전문가인 니컬러스 라디에게서 ‘중국 경제 개혁 시기의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가진 여러 차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국유기업을 사유화하고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국제문제 전문가 마크 레너드는 장웨이잉·우징롄 등 자유주의파 경제학자들과 관련해,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그룹’이라고 평한다.

시장경제의 ‘자동조절 기능’ 부정하는 신좌파
신좌파는 경제개혁과 사회자원의 재분배 과정에서 소수의 권력을 쥔 자들만 이익을 누리고 있고, 일반 민중은 착취당하는 희생양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극도로 불공정한 국유자산의 약탈이 ‘자유경제’와 ‘사유재산권’이라는 허울 아래 벌어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이론은 소수의 기득권층이 국유자산을 나눠먹기 위해 벌이는 약탈 행위에 대한 합법적 구실에 부여하는 기제에 불과하다. ‘자동조절 기능을 갖춘 시장경제’라는 개념은 허구적 신화일 뿐이고, 자본주의의 본질은 결국 자본에 의한 시장 독점으로 흐르게 돼 있고, 시장에서의 기회 균등이란 실질적 불평등을 은폐하는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그들은 사회의 공정성이 사회민주와 경제민주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신좌파의 기원은 주로 서구의 대학에서 공부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은 추이즈위안, 후안강 등 학계 인물에게서 시작된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중국에 돌아오는데, 중국이 직면한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가 자본주의의 폐단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하다.
신좌파의 대표적 인물인 왕후이는 중국의 발전이 더 평등하고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만 고려해서는 안 되고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문제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신좌파 경제학자인 한더창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세계화 정책에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관점과 다르게 중국이 WTO에 가입함과 동시에, 외국자본이 국유기업 이윤에 큰 영향을 줄 것이고 고실업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론 중국 내 시장을 보호하고, 신생기업의 합병을 통해 초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국이 WTO에 가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2003년, 외국 기업은 중국 제조업 총생산의 31%를 장악했다. 1992년의 9.5%에 비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수치다. 이는 국유기업에 큰 압박을 가했고, 그 여파로 4천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신좌파 담론, 중국 이끌 새 목소리로 ‘부상’
중국 지식인들의 사상 논쟁에는 그런 논쟁을 촉발한 몇 차례의 분기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구좌파 진영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이 가져온 극단적 폐해를 경험한 지식인들이 신권위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시기다. 자오쯔양을 대표로 하는 신권위주의 진영의 지식인들은 1989년 톈안먼 사건을 계기로 사상 지형에서 자취를 감춘다. 최고권력자인 덩샤오핑과 당 원로들이 정치적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면서 신권위주의 진영은 몰락한다. 이들의 기본 입장은, 기술관료 그룹을 중심으로 시장경제와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정치적으로는 제한적 개혁을 용인하는 것으로, 민주화 등의 의제에서도 점진적 개혁을 지지하는 세력이었다. 두 번째 분기점은 톈안먼 사건이 진압된 이후부터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가 발표되는 시기까지다. 이 기간에는 좌파 진영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남순강화 이후에는 정권의 힘을 업고 자유주의파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리고 시장개혁이 탄력을 받아 급진적으로 이뤄진다. 반면 1990년대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개혁정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신좌파 담론이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중국 지식인 담론, 한국에 막대한 영향 가능성
앞으로 한국 사회는 중국 지식계의 논쟁이 중국의 진로와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해야 한다. 13억 인구로 구성된 중국의 문제는 곧 세계의 문제이자 우리 문제가 된다. 그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내놓는 대안은 우리 생각에도 영향을 주고, 우리나라의 상황에 큰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1949년 이후 6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왕후이는 이 60년의 역사를 전기 30년, 후기 30년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1949년 신중국의 성립 이후 문화대혁명이 종결되는 1976년까지 구좌파의 사상이 지배적이었다면,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부터 지금까지는 주로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사상이 지배적으로 작용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자유주의 지식인 진영이 둘로 쪼개지면서 신좌파 진영이 형성됐다. 앞으로는 신좌파의 담론이 중국 사회에서 주도적 사상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이 직면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구 관측가들 중에는 중국 신좌파 지식인들의 담론이 중국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을 예측하면서 그것이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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