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김기민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
　  
임금과 생산성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경제학의 오랜 숙제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에게 많은 임금이 주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반드시 높은 임금이 높은 생산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태만(Shirking) 욕구가 있기에 많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반드시 열심히 일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경영)은 노동자의 태만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사용한다. 컨베이어 벨트 같은 기계의 흐름에 인간 노동을 종속시키든지, 개수임금제나 성과급같이 성과와 임금을 직접적으로 연동시켜 태만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전해 생산과정이 복잡해지고, 팀 작업 같은 결합노동이 일상화되면서 성과를 바로 임금과 결합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때 태만을 방지하는 또 다른 방법은 대략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효율임금’이라 불리는, 시장임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제공해 더 높은 근로노력(Work Effort)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조직 내 임금 격차의 크기를 벌려 근로노력을 고양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존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에서 인센티브 폭을 확대해나감으로써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조직 내에서 임금 격차가 커지면 근로의욕이 고취되고 조직의 성과가 나아질까?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상반되는 이론적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08년 6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토너먼트인가, 응집성인가?
하나는, 임금 격차를 크게 하면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므로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러지어(Lazear)와 로젠(Rosen)의 ‘토너먼트 이론’(1981)에 따르면, 개별노동자의 임금수준을 그들의 절대적 생산성이 아니라 상대적 생산성 순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된다. 임금 격차 크기가 근로노력을 끌어내는 유인(Incentive)으로 작동하므로, 승자와 패자의 보상 간에 차이가 클수록 경쟁자들은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이론(응집성 이론, 공정임금 이론, 상대적 박탈감 이론 등)에 따르면, 임금 격차가 너무 커지면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노동자 사이의 화합과 단결이 깨져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레빈(Levine)의 ‘응집성(Cohesiveness) 이론’(1991)에 따르면, 조직 내 임금 격차가 너무 커지면 팀의 협력이 와해돼 결국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반면, 임금 격차가 줄어들면 팀의 협동성이 높아져 효과적인 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상호의존성이 높은 작업이 많은 기업은 응집력을 유지하기 위해 좀더 압축된 임금구조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애커로프(Akerlof)와 옐런(Yellen)은 노동자의 실제 임금이 그들이 상정하는 ‘공정임금’(Fair Wage)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에 비례적으로 근로노력을 철회한다고 보았다. 헨더슨(Henderson)과 프레드릭(Fredrick)의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 이론’에 따르면, 노동자는 그들의 임금과 다른 집단의 임금을 비교한 뒤 그들의 임금이 적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임금 격차가 너무 커지면 그들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직장을 떠나거나 결근·파업·태업 등의 행동을 통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임금 격차와 조직 성과 간 관계를 둘러싼 이론적 대립은 임금 격차 크기가 클수록 전체적인 조직 성과가 나아진다는 토너먼트 이론과 임금 격차가 너무 커지면 오히려 조직 성과가 나빠진다는 다른 이론들 간의 대립으로 진행돼왔고, 이론적 주장의 검증은 실증분석 영역으로 귀결됐다.
조직 내 임금 격차와 성과 간 관계를 실증분석하려면 해당 조직(사업체 혹은 기업)의 성과와 해당 조직 구성원들의 특성 및 임금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은 비교적 동질적이어야 하고, 생산과정이 비교적 단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조직과 조직 구성원을 찾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실제적인 노동시장 데이터는 하나의 팀을 객관적으로 정의하기 어렵고, 팀 구성원을 파악하기도 힘들며, 그들의 임금 및 성과와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모두 포괄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때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이 스포츠와 관련된 데이터다. 특히 프로스포츠는 조직(팀)의 성과와 개별 노동자(선수)의 정보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그 정보는 결측치나 측정오차 없이 자세하고 정확하게 제공된다. 따라서 프로스포츠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임금 격차와 조직 성과 간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프로스포츠 자료를 이용해 여러 가지 노동경제학 이론을 검증해왔다. 특히 실증경제학적 학풍이 굳건하고 프로스포츠의 산업적 인프라가 갖춰진 미국에서 선도해왔다. 농구·풋볼·아이스하키 등 여러 프로스포츠 중에서 특히 야구는 미국의 ‘국민적 오락거리’(National Pastime)라 불릴 만큼 미국인들의 생활과 밀접하며, 산업적 규모도 가장 크다. 야구는 던지고, 치고, 달리는 선수들의 거의 모든 행위가 성과 척도로 기록돼 임금 결정에 반영되는 스포츠로서, 일명 ‘통계의 스포츠’라고 할 정도로 엄격한 통계 관리가 특징적이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거가 되면 선수들은 (여러 부가적 혜택을 포함해) 연봉 등에서 마이너리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대우를 받게 된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마치 정글과 같은 네 단계(루키-싱글A-더블A-트리플A)의 마이너리그를 통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선수만이 메이저리거가 되며, 그들은 극단적인 승자독식(토너먼트)형 경쟁에서 승리한 결실을 누리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극단적 경쟁을 뚫고 올라온 선수들만이 설 수 있는 메이저리그 역시 극단적 경쟁과 임금 격차의 인센티브 구조로 작동된다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에 연고를 둔(Big Market) 구단과 중소도시에 연고를 둔(Small Market) 구단 간의 총연봉(Payroll) 격차 및 같은 구단 내 고연봉 선수와 저연봉 선수 간의 임금 격차는 적지 않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팀 성과와 팀 연봉은 플러스 관계
메이저리그 구단의 자료를 분석해 팀 내 임금 격차와 팀 성과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다수 있다. 흥미롭게도 그 연구들이 일관되게 제시하는 결론은 팀 성과(시즌 승률)는 팀의 연봉 수준과 정(+)의 관계를 갖고, 팀 내 임금 격차의 크기와는 부(-)의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평균연봉 총액이 높은 구단일수록, 그리고 팀 내 임금 격차가 적은 구단일수록 높은 승률을 거둔다. 이는 토너먼트 이론의 주장, 즉 팀 내 임금 격차가 클수록 조직 성과가 나아진다는 것과 반대된다.
이 결과가 한국 프로야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관련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았다.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는 한국 프로야구의 1998~2009년 12년간 8개 구단의 것이다. 이 기간에 일부 팀은 스폰서 기업이나 지역 연고의 변화가 있었지만, 구단이 인수·창단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선수를 승계했으므로 이를 같은 팀으로 정의하고 균형패널 자료를 구축해 분석했다. 팀 성과는 팀 승률로 살펴보았고, 팀 내 임금 격차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수로는 지니(Gini)계수 등을 사용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지수로서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진다. 대개 지수의 값이 0.4 이상이 되면 소득 불평등이 시작되고 0.6 이상이면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다.
메이저리그 데이터를 통한 분석 모형과 마찬가지로 우선 평균임금(연봉) 수준이 팀 성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림>에 나타나듯이, 대체로 평균임금(연봉) 수준이 높은 구단이 높은 성과를 냈다. 해당 기간(1998∼2009)에 한국 프로야구 리그의 대표적 부자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가 평균임금과 평균 팀 승률이 가장 높았고,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을 듣는 롯데 자이언츠가 가장 낮았다. 물론 비슷한 평균임금에도 불구하고 1할 가까운 승률 차이를 보인 넥센 히어로즈(현대 유니콘스)와 LG 트윈스의 예나, 롯데 다음으로 낮은 평균연봉임에도 비교적 높은 평균승률을 보인 두산 베어스의 예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그다음으로 검증해야 할 것은 팀 내 임금 격차와 팀 성과의 관계다. 실제 분석 모형에서는 평균 팀 연봉과 팀 내 임금 격차 지수 외에, 단결력·협동력과 관련된 변수(시즌 중 감독 교체 여부, 실책 비율)와 감독의 능력과 관련된 변수(감독 수행 경력, 감독의 누적 승률)를 모두 포함했다. 분석 결과, 팀 내 임금 격차는 팀 승률과 선형 부(-)의 관계를 보여준 미국 메이저리그 연구 결과와는 다르게 ‘역U자형’ 비선형 관계를 보였다. 이는 어느 정도까지의 임금 격차는 선수들에게 열심히 하려는 동기로 작용해 팀 승률을 높이는 쪽으로 작동한다. 임금 격차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까지 벌어지면 선수들 간의 비협조나 태업으로 인해 스포츠에서 중시되는 응집력과 협력이 와해돼 팀 승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센티브 격차, 팀 성적 향상 보장 못해
한국 프로야구 데이터를 사용한 분석 결과가 미국 메이저리그 경우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장 규모 차이를 지적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시장 규모는 메이저리그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작고, 선수들의 절대적 연봉 수준도 낮다. 따라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 간 임금 격차도 메이저리그에 비해 작은 편이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은 명시적으로 ‘샐러리 캡’(Salary Cap·팀 연봉 상한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구조적 제약(임금 인상 제한)이 존재하며, 선수들의 구단 간 이동이 미국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구단에서 선수들의 연봉을 책정할 때 어느 정도 연공서열적 요소를 인정한다는 사실도 스몰마켓으로서 한국 프로야구의 특징이다.
한국 프로야구과 미국 메이저리그 사이의 산업적 규모 차이와 제도적 제약, 그리고 자료의 한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재해석은 추가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인센티브 격차를 무조건 늘리는 것이 성과 향상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특히 노동자 간 협력과 응집력이 중요한 팀 작업이 일반적인 기업에는, 급진적 인센티브의 도입은 오히려 팀 성과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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