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페슈 Thierry Pech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편집국장

프랑스 중산층이 방황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경제 변화에 잔뜩 주눅이 든 중산층이 계급 추락에 대한 공포로 시름하고 있다. 중산층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계층을 의미하는가? 이는 난해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 중산층에 속한 사람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빈곤층과 상류층을 뺀 수적으로 가장 많은 사회계층을 중산층으로 이해한다. 실제로 사회에는 소득수준이나 학력, 생산체제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의 측면에서 서민층이나 상류층과 구분되는 중간계층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이라고 하면 서민층(공장노동자·사무원 등)과 상류층(경영자·사회지도층 등)의 중간 단계에 분포하는 사회계층을 의미한다. 프랑스통계청(INSEE)이 분류한 사회·직업적 범주에 따르면, 다수의 ‘중간직업군’(회사의 중간관리자층과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직군)과 일부 ‘간부급 직원’이 중산층에 속한다. 이를테면 교사, 기술자, 의료·복지 부문 종사자, 중소기업의 중간관리자 등이 중산층인 셈이다. 하지만 수공업자나 상인 등 비임금근로자나 자유직 일부도 중산층에 포함된다.

1960년대부터 ‘사회 표준’으로 인식
전체 인구의 40~50%를 차지하는 중간계층은 두 축을 기준으로 분포돼 있다. 먼저 독립자영업자(비임금근로자)냐 임금근로자냐를 기준으로 나누는 축이 있다. 전자가 자기만의 고유한 경제적 자본을 보유한 집단이라면, 후자는 교육 자본을 주 무기로 하는 집단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과거에는 전자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최근 임금근로자가 일반화됨에 따라 독립자영업 종사자 수가 현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두 번째 축은 중위소득자냐 상위소득자냐를 기준으로 나뉜다. 소득 중앙값(세후 1인당 월 1500유로)에서 고소득층(상위 10% 부유층)의 소득값이 시작되는 점(3천유로)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두 축을 토대로 중산층의 분포 현황(<그림> 참조)을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중산층은 크게 네 종류로 분류된다. 상위소득을 받는 임금근로자로 구성된 중산층(회사 간부사원이나 고소득 두뇌직 일부), 중위소득을 받는 임금근로자로 구성된 중산층(기술자·간호사 등), 상위소득을 받는 독립자영업자로 구성된 중산층(자유직·의사·변호사 등), 중위소득을 받는 독립자영업자로 구성된 중산층(영세상인·수공업자 등)이다.
하지만 이 분포도만을 가지고 중산층을 통합적으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중산층은 광범위한 사회·직업적 범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일까? 그렇지 않다. 중산층이라는 말엔 ‘표준’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함께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산층은 단순히 중간 사회계층만을 의미하지 않고 한 사회의 표준이나 규범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소득이나 자녀교육, 라이프 스타일 등에서 표준이 되는 계층이 중산층이다.
중산층이 한 사회의 표준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다. 당시 임금근로자가 확산되고 교육수준이 개선되는 한편, 직장 내 간부급 비율이 늘어나고 공무원 종사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평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중간계층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소비를 많이 하고, 어느 정도 저축 능력을 지닌, 능력우선주의의 가치와 학력의 중요성, 그리고 사회 발전에 대한 믿음을 지닌 계층이었다.

파리 소르본대학 근처 만남의 광장이 젊은이와 시민들로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핵심혁신집단이 느끼는 새로운 불안감
이 계층은 나머지 계층(특히 대다수의 서민층)이 닮고 싶어하는 표준을 상징했다. 동시에 혁신의 원동력을 의미하기도 했다. 사회학자 앙리 망드라스가 말한 ‘핵심혁신집단’(Core Innovator)이 이 계층에 속했다. 핵심혁신집단이란 교사나 의료·복지 부문 종사자처럼 당시 급증세에 있던 신흥 직업 종사자를 뜻하는 것으로, 대졸 청년층이 대거 이 집단에 포함됐다. 이 집단은 1970년대 말 이후 사회적 관계를 변혁하거나, 국가의 미래에 함께 참여하기를 갈망하는 수많은 지역의원과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이처럼 영광의 30년 후반기에 중산층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회계층의 변화와 관련돼 있었다. 공장근로자 비율(1962년 전체 활동인구의 40%를 차지한 공장근로자 비율이 2002년 25%로 감소)이 지속적으로 준 반면, 중간직업군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가 이른바 ‘중산층화’될 수 있던 원인은 중간직업군의 정치적 영향력이 점차 노동자 운동의 영향력을 대체하면서, 사회 곳곳에 혁신의 원동력이 고루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당시 노동자 이익 추구 외의 또 다른 대의(여성해방, 환경보호, 학생운동 등)를 추구하는 ‘새로운 종류의 사회운동’이 증가한 현상이 이와 맥을 같이한다.
최근 프랑스에서 ‘중산층의 위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던 계층 간 균형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산체제에서 중간직업군에 해당하던 수많은 일자리가 파괴됐다. 과거 고학력자가 담당하던 기술 업무와 행정 업무는 오늘날 대부분 컴퓨터가 대신한다. 이것이 이른바 ‘모래시계 효과’(Hourglass Effect) 이론이다. 자본주의의 변화로 인해, 마치 모래시계 모양처럼 사회의 하류층(특히 회사 근로자 증가가 원인)과 상류층(특히 고소득층 증가가 원인)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중간층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모래시계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30년 전부터 전 사회계층과 직업군을 대상으로 실업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용불안의 표적이 되는 것은 저숙련직이지 결코 중간계층이 아니다. 더욱이 현재 대대적인 기술 변화와 더불어 중간직업군이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보학이나 자동업무처리 분야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그 결과 30년 전부터 공공부문과 민영부문의 간부직 및 중간직업군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오늘날 중간계층에 진입하거나, 중간계층에 계속 머물러 있기 위해 필요한 학력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산층이 새로운 종류의 공포에 시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학력에 턱없이 못 미치는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부모 세대보다 계급이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서민층에 준하는 계층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중산층은 늘 전전긍긍한다.

파리 에펠탑(왼쪽)과 소르본대학 내 사진전 모습.

30년 전 비해 중산층 추락 사례 늘어나
그렇다면 중산층이 계급 추락을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일까? 통계학적으로 볼 때, 세대 간 계급 추락(부모에 비해 자녀의 사회·직업적 위상이 낮은 경우)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 카미유 푀니가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날 계급 추락 사례가 30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계급 추락보다는 계급 상승 비율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업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로 대학졸업장과 학벌이 이토록 중요하게 요구되던 시대도 없었다. 요컨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는 데 장기간에 걸친 고등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20~30년 전과 비교해 동일한 학벌이 여전히 동일한 장점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는 대학에만 입학해도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동안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온 중산층이지만 이제는 계급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자리 구조가 변화하고 성장이 침체되면서 오늘날 회사 내 간부직 자리가 과거 세대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자신의 학력에 못 미치는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