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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불편하게 한 ‘칸의 IMF 개혁’
[Cover Story]스트로스칸 총재, 신흥국 위상 강화, 완화된 지원 조건 제시 노력… 선진국 이익과 충돌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부편집장
 
“국제통화기금(IMF)을 알아보지 못하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 IMF는 변했다.” 지난 2월20일 국영TV <프랑스2>에 출연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가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IMF는 더 이상 과거의 IMF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이제 IMF는 어떤 나라가 예산 적자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있어도, “그래도 계속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경제 노선에서도 “더 이상 정통 자유주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정말 IMF가 변했을까? IMF가 환골탈태했는지를 알아보려면, 그보다 먼저 IMF가 그간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땅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리더십 부재와 정당성 논란, 이념 모델 붕괴, 조직의 경직성, 금융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 등의 문제를 IMF는 그동안 어떻게 극복해왔을까?

   
세계은행과 IMF 봄 총회가 열린 2009년 4월26일 시위대들이 ‘구제금융 반대’ 등 반 IMF 펼침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쓰러져가던 조직 물려받은 칸
2007년 11월1일로 잠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당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IMF의 10번째 총재로 부임하며 다 쓰러져가던 조직을 물려받는다. IMF의 대출 프로그램은 거의 유명무실했다. 더 이상 자금지원이 필요한 위기 국가가 없을뿐더러, 그나마 IMF 금융지원을 받아오던 신흥국마저 IMF의 감독 체제를 치욕으로 여기며 만기일이 채 돌아오기도 전에 일찌감치 대출금을 상환해버렸다. 신흥국 대출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으로 기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있던 IMF는 결국 영업손실이 115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
그 상황에서 새로 부임한 총재의 첫 번째 임무는 IMF 조직을 위한 긴축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이사회는 직원 380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무려 591명의 퇴직 신청자가 쇄도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남아달라고 만류해야 할 정도였다. 직원들은 어떻게든 난파 직전의 IMF호를 탈출하기 위해 아우성이었다.
그보다 수개월 전인 2007년 8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위기가 시작된다. 2009년 9월 마침내 리먼브러더스사가 파산하면서 세계 금융과 경제가 대혼란에 휩싸인다. IMF는 ‘할렐루야’를 외쳤다. IMF는 이 역사적인 사건을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9년 4월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은 IMF의 가용 재원을 7500억유로로 3배가량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IMF에 금융 감독 권한이 쥐어줬다. 감독 대상에는 그동안 IMF의 개입을 거부해오던 미국이 포함됐다. 대출 조건이 한층 완화된 신용공여제도도 도입했다. 회담장을 나오면서 스트로스칸 총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비로소 IMF가 현장으로 복귀했다”며 쾌재를 불렀다. 프랑스 리오넬 조스팽 정부에서 재정부 장관을 지낸 스트로스칸 총재는 절묘한 시간에, 아주 기막힌 자리에 앉아 있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IMF가 국제무대의 중앙에 복귀하도록 전력을 기울였다. 그사이 그는 세계를 여러 차례 놀라게 했다. 2008년 1월, 다보스 회의장을 방문한 스트로스칸 총재의 발언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세계경제가 단순히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붕괴되리라고 예견했다. 각국 정부에 여력이 된다면 예산 적자는 그냥 내버려두라는 훈수까지 했다. 도무지 IMF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몇 달 뒤,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IMF 소속 전문가들이 금융위기로 인한 잠재적 손실 규모를 1조달러로 전망한 것이다. 일반적인 예상액을 훨씬 웃돌았다. IMF 발표에 각국 재정부 장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난색을 표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안달이 난 IMF가 수치를 과장했다며 발끈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IMF의 전망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마침내 IMF는 명실상부한 위기관리 기구로 거듭난다.
 
브릭스 4개국, 2012년 10대 주주에
G20은 리더십 발휘를 통해 IMF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온전한 권력을 행사하는 데 무엇보다 정당성 회복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런데 IMF는 2006년부터 세계경제 변화를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과 투표권을 새롭게 재분배하기 위한 장기간의 개혁에 나선 상태였다. 2008년 첫 권력 이양이 시작됐고, 2009년 합의된 두 번째 쿼터 분배안은 지금부터 2012년 봄 사이 이행에 옮길 계획이었다.
선진국이 신흥국의 위상을 인정하는 데만 2006~2012년, 자그마치 6년이란 시간이 걸릴 예정인 셈이다. 어쨌든 개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가 선언한 바와 같이, “2012년 초에는 IMF의 10대 주주 자리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개 국가인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 브릭스 4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돌아갈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CCFD-테르 솔리테르’(프랑스가톨릭사회운동단체)의 마틸드 뒤프레의 생각은 다르다. “IMF 쿼터 개혁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투표권 변화를 겪은 나라의 절반 이상이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아르헨티나와 같은 힘이 약한 개도국이다. 게다가 IMF는 보통 경제 전망 때는 선진국으로 분류하던 싱가포르와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하며 신흥국 쿼터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유럽은 IMF 지배구조 개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투표권이 축소되고 이사회직 2석을 잃었다. 협상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한다. “미국은 전혀 융통성 있는 협상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다. 모든 화살은 유럽 쪽으로만 돌렸다. 반면 미국은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넘겨주지도, 현재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과 IMF의 본사 소재지를 다른 지역에 양보하지도, 거부권을 내놓지도 않았다.”
IMF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내려지려면 85%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2012년 초 지분이 16.5%로 줄어들더라도 미국은 1944년 IMF 창설 때 부여받은 거부권을 계속 누리게 된다. 마틸드 뒤프레는 “이는 완전히 시대착오적이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녀는 신흥국의 태도에도 유감을 표시했다. “신흥국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서로 의기투합해 의결 저지권(Blocking Minority)을 얻어내는 대신, 미국의 거부권이나 85%라는 의결 종족 기준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이에 덧붙여, 아프리카가 쿼터 전쟁에서 투표권의 몇십 분의 1을 잃고 말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총재직에 오르기 전 선거운동 과정에서 스토로스칸은 의결수와 국가 및 이사직 수를 기준으로 하는 ‘이중 다수결제’(Double Majority)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선진국이 반발했다. 저개발국에 힘을 너무 많이 실어준다는 이유였다. 최악의 경우 지원국보다 채무국의 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IMF는 모든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잃고, 그저 금융·정치 패권의 각축 무대로 남고 만다.

   
 
   
 
자유주의경제학과 거리 두는 IMF
IMF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문 가운데 하나로 IMF가 경제이념 논쟁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다. 지난 30년간 급진적 자유주의를 추앙해온 IMF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IMF가 표방하는 경제 노선에 대한 불신감이었다. IMF 산하기관이지만 IMF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부여받는 기관인 독립평가국(IEO)이 최근, 2007년이 될 때까지 IMF 전문가가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유를 주제로 연구한 한 보고서의 내용만 봐도 이런 현실이 잘 나타난다.
2004~2007년 작성된 공개자료 및 기밀자료를 토대로 조사된 이 보고서는 IMF의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시경제학자의 집합소인 IMF 내부에는 시장 규율 및 자기조정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금융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더 심각한 사실은 IMF 내부의 경제학자들은 위기 발생에 대해 우려하더라도, 대체로 주류 의견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IMF의 일부 지도층과 직원은 이견을 내놓는 것은 경력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요컨대 IMF가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이유는 권위주의적 급진 자유주의 법칙이 조직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인 셈이다.
최근 IMF는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나온 ‘직원 회의록’(Staff Discussion Notes)만 봐도 그렇다. 여기에는 IMF 보고서 특유의 자유주의적 발언과는 사뭇 대조적이고, 기술적 용어로 진실을 은폐하지 않는 솔직한 분석이 들어 있다. 이를테면 자본 통제는 좀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든지, 금융감독기관은 민영은행에 더 강도 높게 개입하거나 사전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IMF 프로그램 실시로 인해 인력 손실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문제나, 일부 은행에 금융거래세를 적용해보는 방안에도 의견이 개진돼 있다.
상황이 개선되는 예는 또 있다. 지난 3월7~8일, IMF가 금융위기 이후 경제정책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었다. 논쟁의 핵심은 스트로스칸 총재가 채용한 신입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블랑샤르와 두 동료 학자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 연구논문 내용이었다. 그들은 보고서에서 주류 거시경제 이론의 비참한 현실을 지적했다. 먼저 주류 거시경제 이론의 통화정책의 경우, 금융 불안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산정책의 경우에는, 경기침체를 해결할 목적으로 국가가 어떤 정책적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금융 문제에서는 금융 자유화의 미덕을 옹호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모두 반성이 필요하다. 블랑샤르는 3월8일 토론회를 마감하면서 “우리도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경제 사조의 변화를 호소했다. 또한 오늘날 “국가와 시장 사이에 놓여 있던 균형추가 좀더 국가 쪽으로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IMF가 자유주의 찬양을 포기했다고 신케인스주의 탄생의 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절 긴축예산을 옹호한 전문가 일부가 여전히 IMF에 남아 있고, IMF 지원 프로그램의 노선에도 계속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IMF 내 주류 경제 이론에 대한 반성이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블랑샤르가 2008년 8월 ‘거시경제 사조의 상황은 괜찮다’는 결론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해보자. 결국 거시경제 사조의 핵심 옹호 세력이던 그에게서 획기적인 노선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과거 실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진 못해

   
주요 IMF 회원국이 참여하는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가 지난 4월16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IMF 본부에서 열리고 있다.

IMF가 진짜 변화했는지 가늠하려면, IMF가 금융지원을 요청한 국가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13개 저개발국에 대한 IMF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연구한 비정부기구 유럽개발·부채네트워크(EURODAD)와 ‘제3세계 네트워크’(Third World Network)에 따르면, IMF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 IMF는 여전히 경제정책 수립에서 과거에 중시하던 가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2007년 1월 이후 실시된 금융지원 프로그램에도 IMF의 구습이 남아 있을까? 미국 비정부기구 ‘주빌리 USA 네트워크’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41개 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31개의 경우 IMF는 성장 억제책을 권하고 있다. 재정 적자를 그냥 놔둬도 되는 국가에도 일찌감치 재정지출 축소를 주문했다. 위기 초기에는 사회보장비용에 손을 대지 않던 IMF가 복지비 축소를 조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48개 프로그램 가운데 29개 프로그램은 공무원 임금 감축이나 전기비 등 기본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금 축소와 민영화를 요구했다.
IMF는 과거 실수로부터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일까? 하지만 수잔 루츠와 마티아스 크랑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베를린 자유대학 소속 경제학자인 이들은 라트비아와 헝가리, 루마니아에 대한 IMF의 활동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이들 지역에 대해 IMF가 ‘더 완화된 조건’을 적용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필요조건을 완화하고, 지원 프로그램이 미칠 사회적 여파를 고려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IMF 조직 내에 의견이 분분했던 만큼, 무엇보다 스트로스칸 총재의 공이 컸다고 평가한다.
두 연구자는 유럽에서 IMF가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집행위원회 및 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활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적인 개혁 처방이나 자유주의적이면서도 복지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적은 정책은 모두 유럽기구의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IMF는 라트비아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게 화폐 절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이 반대했다. 유로 가입 희망국이 환율 조정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라트비아 화폐 절상으로 인해 자국 금융계가 투자 손해를 입는 것을 원치 않던 스웨덴 정부도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반대운동에 동참했다.
IMF는 다른 부분에도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물론이다. 아테네 경제산업연구재단의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이사장은 “모든 영역에서 볼 때, 유럽집행위원회는 IMF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다. 내가 오늘 만난 IMF는 과거의 IMF가 더 이상 아니다. IMF는 그리스 경제를 훤히 꿰뚫고 있다. 더 이상 모든 나라에 똑같은 모델을 적용하려 들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아일랜드다. 더블린 경제사회연구소 소속 경제학자 존 피츠제럴드에 따르면, 유럽 기구와 IMF는 국제사회 지원에 필요한 긴축 프로그램 조건을 정하는 데 아일랜드 정부보다 자기들끼리 더 오랜 시간 협상을 벌였다.

   
IMF의 가혹한 구제금융 정책에 항의하는 세계 각국 사람들. 그리스 아테네(2010년 10월, 왼쪽), 아일랜드 더블린(2010년 11월, 오른쪽).
   
 루마니아 부쿠레슈티(2010년 5월).
달라지던 IMF… 스트로스칸 이후의 노선은?
협상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아일랜드 국민과 외국 투자자 가운데 누구에게 더 금융위기에 대한 부담을 지워야 하는가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상 참가자가 당시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해외 투자자가 아일랜드 대형 은행이 발행한 부실 채권 40억유로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은행이 이 돈을 환불할 수 있게 정부가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를 늘려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아니면 투자가가 손실을 부담하도록 그냥 둬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IMF는 투자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이 반대했고, 결국 유럽중앙은행의 의견이 관철됐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예도 있었다. “유럽중앙은행은 아일랜드 은행에 1천억유로에 가까운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하지만 조속히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이 은행들에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도록 강요하려 했다. 다행히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IMF가 반대한 덕분이었다. 그 경우 아일랜드 정부가 은행이 손실 보전을 위해 재자본화(Recapitalization)를 할 수 있게 비용을 부담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국가 채무 규모가 더욱 늘어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이유였다.”
IMF와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을 벌인 아일랜드노동조합연맹(ICTU)의 폴 스위니 경제자문관은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는 최저임금 12% 감축안에 대해 IMF의 의향을 물었다. 하지만 IMF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IMF는 유럽집행위보다 훨씬 더 우리와 말이 잘 통했다. 유럽집행위는 현실은 안중에도 없이 신자유주의 이론이나 더듬더듬 들먹일 뿐이었다.” 그는 또 “IMF가 변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라고 했다. 좀처럼 좌파 조합원의 입을 통해서는 듣기 힘든 말이었다. 반대로 유럽은 실수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폴 스위니는 “유럽집행위원회야말로 가장 우파적이고 반동적인 기구다. 우리 조합은 과거 유럽통합주의를 표방했다. 하지만 그 결과 씁쓸함만 맛보았다. 이제는 유럽 통합을 지지하기 전에 반드시 다시 한번 숙고할 것이다”라고 했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국제 금융감독기관이 되어 귀환한 IMF는 분명 과거의 IMF가 아니다. 좀더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경제 사조 면에서도 개방된 자세를 보여준다. 특히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요청국에 무조건 똑같은 모델만 적용하는 대신 각국의 상황이나 위기로 인한 사회적 여파까지 고려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IMF의 개혁 성공을 점칠 수는 없다. 한 발자국씩 앞으로 전진한다고 하지만, IMF 같은 거대 조직에서 늘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걸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IMF의 미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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