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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건, 세계의 길을 바꾸다
[Cover Story]전세계, 스트로스칸 사퇴 뒤 IMF 장래에 대한 논의 쏟아내... 프랑스 대선도 관심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게로 폰 란도우, 마르크 시리츠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경제 소방수 IMF의 다음 발걸음은?

   
 
지난 5월14일 뉴욕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사건과 관련해서는 음모론도 끊이지 않는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IMF 개혁이 미국의 눈 밖에 났기 때문에 사건이 확대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는 미국과 유럽이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심을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롭게 성장한 아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 가용자금이 무려 1조달러에 이르는 세계경제의 큰손 IMF의 장래는 우리 삶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_편집자

게로 폰 란도우 Gero Von Randow <디 차이트> 편집위원
마르크 시리츠 Mark Schieritz <디 차이트> 경제담당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수갑을 차고 있다. 미국 검찰은 성폭행 미수에 대해 유죄를 주장한다. 지난 5월16일 월요일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지방법원의 멜리사 C. 잭슨 판사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최소 5월20일 금요일까지 구속하도록 지시했다. 거의 모든 방송사가 이 장면을 보도하고, 세계는 숨죽이며 이를 지켜봤다.
최근 세계경제는 여러 차례 위험한 고비를 겪었다. 위기가 닥쳤지만 지금까지 대란으로 발전하지 않은 것은 한 개인의 결정 덕분이었다. 스트로스칸은 그런 중요한 인물이다.

세계경제 대란을 막은 IMF 총재
미국에서 은행이 붕괴하자 스트로스칸은 IMF의 전통을 깨고 경기부양책과 은행구제 프로그램의 도입을 제안했다. 유럽의 모든 국가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는 기금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현재 IMF는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돕기 위한 긴급구조팀에 속해 있다. 스트로스칸이 지휘하는 IMF 사람들은 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그것을 잘 지키는지 감시한다. 오는 11월 프랑스 칸에서 주요 20개국(G20)의 정부 수장들에게 제안할 국제통화 시스템의 새로운 규칙도 손질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스트로스칸은 이스트리버 하구에 위치한 한 섬의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가 보석으로 겨우 풀려났다. 그리고 IMF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국제금융기구는 수장 없이 일하게 되었고, 프랑스는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을 스캔들에 휩싸였으며, 유럽 정치인들은 각국 수도에서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논의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각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지난 5월16일 월요일 오후, 베를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반원 형태로 둘러앉은 사람들 틈에 앉아 있다. 총리 왼쪽에는 필리프 뢰슬러 신임 경제장관이, 오른쪽에는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전 이사가, 그 옆에는 자동차산업 수석대표가 앉아 있다. 스트로스칸에 대한 질문을 받은 메르켈 총리는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일단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면서도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면 유럽에도 훌륭한 후보자가 많으리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독일 총리실과 재무부는 오랜 시간 동안 발표할 내용을 다듬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다. IMF 총재직을 유럽이 맡기를 원한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무죄라고 추정하지만, 유죄가 인정될 때도 대비하는 것이다.
같은 날, 프랑스는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힌 것이다. 하층민 출신의 불행한 사내처럼 수염이 덥수룩하고 초췌한 몰골을 한 이 초로의 사내가, 지하 유치장에서 판사 앞으로 끌려나온 바로 이 사람이, 프랑스인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세계적 정치인 스트로스칸이란 말인가?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다음날 격앙된 형태의 반미 감정이 국가적 분노로 터져나왔다. 전세계가 스트로스칸의 수갑 찬 모습을 보았을지라도 프랑스 법에서는 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금지됐다. 이런 문제와 관련된 오래된 반응이 다시 작동했다. 프랑스에서는 세계화가 적용되지 않고, 변호인에게 많은 권리를 인정하고 프랑스에서보다 빨리 판결이 나는 미국식 정의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보통 사람과는 거의 상관없는 일이다. 프랑스와 미국 간에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는 것도 일반인과는 거의 관계 없다. 만약 뉴욕 경찰이 파리행 비행기가 이륙하기 10분 전에 스트로스칸을 체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보라. 이에 대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했을까?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5월15일 밤 호텔 객실 청소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스트로스칸과는 한방에 단둘이 있지 마라”
격앙된 반미 감정은 감정 배출에 도움이 된다. 이 사건은 길거리 노동자에서부터 고위 공직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랑스인에게 모욕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프랑스인들도 몇몇 측근을 제외하면 스트로스칸이 그런 행위를 했다고 믿는 분위기다. 스트로스칸이 무죄로 밝혀지더라도 그의 정치적 ‘컴백’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파리 사교계는 ‘다들 알고 있었어요’라는 분위기다. 스트로스칸과 직업적으로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 그가 호색한이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육체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남용했다며 그의 재무·경제·산업 장관 시절 얘기를 다시 끄집어낸다. 한 사회당 여성의원은 스트로스칸과 단둘이 한방에 남겨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했다고 전한다.
스트로스칸이 2007년 IMF 총재에 취임하기 전, 그의 친구들과 사르코지는 미국에서는 성에 대해 더 엄격히 판단하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2008년 10월, 세계금융 위기의 한가운데서 그는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음을 시인해야 했다. IMF가 조사했지만, 그 여직원의 진술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스트로스칸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제는 프랑스의 앵커 출신 작가 트리스탄 바농도 성폭행 미수 혐의로 스트로스칸을 고소하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회당 출신 정치인인 바농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도록 설득했다. 이런 사례는 그런 범죄행위에 대해 왜 10년이라는 긴 공소시효가 필요한지 잘 알 수 있게 한다.

측근들, 여전히 “칸은 무죄” 주장
   
 
프랑스는 일요일인 5월15일 오전부터 갖가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이제 방송 진행자는 더 이상 ‘어쨌든 저돌적이고 도발적인 호색한이 있기 마련이죠’ 등의 멘트는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사적인 성생활과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의 공공재 간 상관관계에 대해 전에 없이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건도 재논의하게 될지 모른다. 타이로 섹스관광을 다녀온 사실을 고백하고, 튀니지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프레데리크 미테랑 문화부 장관의 사례 같은 것 말이다. 언론은 지금 일반 백성보다 권력자에게 더 관대했던 궁정문화의 유산을 어느 정도 벗어던졌는지 묻고 있다.
이 사건은 어떤 파괴력을 지니게 될까? 스트로스칸이 금융과 공평함, 돈과 정의, 신뢰와 사회주의를 결합할 희망이던 만큼 전세계의 충격은 더 크다. 어쩌면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제외한다면 스트로스칸이 사회주의 프로그램에 전혀 기여한 게 없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프랑스 사회당 좌파는 스트로스칸이 연금 지급 개시 나이를 60살로 고수하는 것을 비판한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적 자유주의자로 인식했다. 스트로스칸의 이런 비판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시장급진주의자가 아닌 스트로스칸 같은 인물이 마침내 IMF 수장이 되었을 때 모두가 기뻐했다.
스트로스칸은 IMF를 오늘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돕기 위해 1946년 설립된 IMF는 지금까지 줄곧 유럽인이 수장을 맡아왔다. 1980년대에는 여러 아프리카 나라들에 국민경제에 높은 사회비용을 초래하는 엄격한 긴축정책을 강요했고, 1990년대에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휘청이는 국가들에 마찬가지의 처방을 내놓았다. 반면 미국은 두려워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이에 상응하게 IMF는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 미움을 받았다. 스트로스칸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IMF 프로그램을 짤 때도 사회적 사안을 고려했다. 신흥공업국들은 갑자기 IMF에서 결정을 내리는 여러 위원회 안에서 발언권이 강해졌다. 유럽인에게도 스트로스칸은 행운이었다. 그는 독일어와 영어에 능통했고, 유럽대륙 각 수도에 최고의 인맥을 가졌으며, 유럽연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는 IMF의 규정 완화를 감수하면서 IMF가 유럽 구제금융에 참여하도록 관철했다.
스트로스칸은 IMF 수장에 오르면서 국제적 지명도를 얻었다. 이것은 늘 세계 속에서 자국의 지위를 염려하던 프랑스인의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프랑스인은 스트로스칸의 두 가지 지위, 즉 IMF의 수장으로서 실질적 지위와 2012년 대선의 잠재적 후보 지위라는 정치적 역할을 호의적으로 지켜보았다.
모든 설문조사에서 스트로스칸은 1차 투표에서 니콜라 사르코지를 이길 수 있는 사회당의 유력한 후보로 예상됐다. 그렇게 된다면 결선투표에서 극우주의 후보 마린 르펜을 큰 표 차이로 이길 수 있다.
사회당은 오는 10월까지 프랑스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고, 7월 중순까지는 후보등록을 해야 한다. 스트로스칸은 IMF 수장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입후보 의사를 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구원자로서 파리에 입성할 것’이라는 그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았다. 당내 좌파들조차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스트로스칸은 유력한 대권 후보였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펜. 스트로스칸의 퇴장으로 가장 이득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르코지와 르펜, 표정관리 나서
그런데 이제 사회당은 에이스를 잃어버렸다. 불과 일주일 전 사회당은 프랑수아 미테랑의 대선 승리 30주년을 호들갑스럽게 기념했는데 이제는 긴급 회동과 성급한 설명, 세계 언론으로부터 곧바로 외면당해버린 월요일 오전 기자회견 등 신경과민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스트로스칸의 최측근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스트로스칸이 무죄를 선고받을 것이고, 다시 국민에게 사랑받을 것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경선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 지도부에 경선 일정을 좀 미뤄줄 수 없는지 요청했다. 하지만 친애하는 당원들이 그렇게까지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여러 후보들이 행보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명의 이름이 거론된다. 우선 스트로스칸과 서로 경쟁하지 않기로 협약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르틴 오브리 당대표가 있다. 이제 오브리에게 길이 활짝 열린 셈이지만, 과연 그녀가 합당한 인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당내 역할은 잘하지만 대중을 열광시키는 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카리스마가 부족해 역시 스트라우스칸의 지지자들을 위해 위치를 양보했던 프랑수아 홀란드 전 사회당 대표가 있다. 그는 노련함으로 이런 결점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홀란드는 패배한 대권 주자로서가 아니라 이성적인 대권 후보로서 등장하고 있다. 많은 프랑스인이 정부 수장으로 다시 깐깐한 인물을 그리워할 수도 있지 않은가?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한 사람이 남았는데, 사회당에서 유일하게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다. 바로 로랑 파비위스 전 프랑스 총리다. 약삭빠른 책략가이자 오만함의 화신이지만 버락 오바마 같은 사람 곁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을 인물이다.

   
지난해 10월21일 스트로스칸 당시 IMF 총재(왼쪽)가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스트로스칸 대체할 유럽 쪽 후보는 누구일까
스트로스칸을 대체할 후보군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리 화려하지 않다. 스트로스칸 사건에 대해 사르코지 쪽에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사르코지 쪽에서는 스트로스칸이 인기가 있지만 결정적 순간에 그의 약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지난 2주간 언론계에 자리잡은 잘 조직된 우파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스트로스칸이 하필이면 자신의 커뮤니케이션고문이 소유한 포르셰에 승차하려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한 장이 떠돌더니, 다음에는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질시 어린 시선과 함께 비싼 양복값이 회자됐다. 엘리제궁의 선거전 준비단은 이미 스트로스칸을 공격할 무기고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밖에 그들은 어떤 사르코지 지지자가 생각해낸 협박 수단을 가지고 있고 사진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제 이 모든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가톨릭계를 움직이기 위해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이자 이탈리아 출신 가수이자 모델인 카를라 브루니의 임신을 스트로스칸이라는 난봉꾼에 대한 대항 무기로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프랑수아 홀란드 같은 평범한 인물에게는 아기가 태어난다 한들 아무런 대항 무기가 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호텔 여종업원이 돈을 노리고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여종업원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스트로스칸의 낙마가 좌파에게도 우파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득을 본단 말인가? 바로 마린 르펜이다. 그녀의 선동에 따르면, 사르코지나 스트로스칸이나 똑같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세계주의자고 유럽의 친구이며 자유주의자인데다 부자다. 르펜은 스트로스칸을 공공연히 맹비난한 유일한 인물이고, 이로써 다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시금 표현했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은 르펜과는 달리 이 사건을 넋놓고 주시하고 있으며, 2012년 대선까지 모든 것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프랑스에 스트로스칸이 없다는 것은 균형을 상실했다는 뜻이고, 전체 시스템이 다시 새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세계경제는 현재의 불안정성 견뎌낼까
   
 

그러나 세계경제는 지금 같은 불안정한 상태를 견딜 수 없다. 너무 많은 것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5월16일 월요일 베를린에서뿐 아니라 브뤼셀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화제였다. 스트로스칸의 후임자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애초에 유럽은 차기 IMF 총재직은 사양하려고 했다. 스트로스칸이 임명된 뒤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스트로스칸이 적잖은 기간 동안 IMF를 이끌 총재직을 맡는 마지막 유럽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번에는 신흥국 순서가 될 것이다. 신흥국은 세계경제에서 엄청난 기세로 밀고 올라오고 있다.
오늘날 이 약속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총재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독일과 그리스, 유럽연합은 유럽의 구제금융이 덜 중요하게 다뤄질까 염려한다. 이미 몇 주 전부터 신흥국에서는 점점 더 많은 돈이 점점 더 느슨한 조건으로 유럽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유럽인은 자신이 배출할 수 있는 후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최우선 후보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반면 독일은 국제기구 수장직을 맡을 만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악셀 베버 전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자격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도망치듯 퇴임한 뒤 베를린에서 좀처럼 지지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페어 슈타인브뤼크 전 재무장관이나 토마스 미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 외르크 아스무센 독일 재무차관 등은 여러 기민당 정치인들이 껄끄러워하는 사민당 당적을 갖고 있다.
신흥국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이 요구사항을 제기했다. 지난 5월17일 중국 외교부는 IMF 총재 후임은 능력에 기반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유럽의 절대적 지배권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아구스킨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나 케말 데비스 터키 전 재무장관 등이 언급된다. 유럽은 이들이 단일 후보로 합의하지 못하고 서로 경쟁해 세력이 분산되기만을 바란다. 최종적으로는 지금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 미국이 결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나 벨기에에서도, 독일이나 미국에서도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트로스칸이 물러난 지금 일순간 방향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같은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나라는 물론이고 프랑스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자문할 것이다.
가장 성공적 인물 중 하나이던 스트로스칸은 뉴욕에서 수년간의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고, 가족들은 스트로스칸의 명예 실추를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성폭행당할 뻔한 브롱크스 출신 호텔 종업원과 관련해 프랑스 언론에서는 아마 돈에 눈멀어 스트로스칸을 신고했을 거라고 떠들어댄다. 스트로스칸 사건은 숨겨진 많은 것을 폭로한다.
ⓒ Die Zeit·번역 김지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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