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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세, ‘그들만의 거래’ 밝혀낼까
[미디어 비평]
[13호] 2011년 05월 01일 (일) 이봉현 economyinsight@hani.co.kr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장하준 등 53개국 경제학자 1천여 명이 ‘로빈후드세’란 별명이 붙은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에게 건의했다. 이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최근 “위싱턴 컨센서스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 것과 함께, 한 세대를 풍미한 정치·경제적 사조가 퇴조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징표로 읽혔다.
국경을 넘나드는 외환거래를 하는 은행에 일정한 세금을 매기자는 제안을 하면서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는 규제받지 않는 금융의 위험성과 함께 금융 영역이 얼마나 사회와 동떨어져 있었는지 보여줬다”며 “이런 문제를 교정하고 금융 영역을 사회와 통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한겨레> 4월15일치 기사).
이들의 건의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금융 영역을 사회와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근대 이후 경제가 사회의 종속에서 벗어나 통제받지 않으려는 경향성을 지적하며, 이를 ‘자기조정적 시장경제’란 이름으로 불렀다.

론스타, 결코 외롭지 않은 투기자본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세계경제의 주요 패러다임이던 신자유주의는 시장을 확장시키는 대신 사회를 위축시키는 사조였다. 구체적으로는 금융·무역 등 경제의 여러 영역이 전문성, 기술관료주의, 자율성 등의 이름으로 사회에서 유리되는 과정이었다.
금융에 국한해보면 글로벌화한 금융시장, 이 속에서 활동하는 사모·헤지펀드 같은 투자자, 이런 투자를 국내외 정계·관계·재계를 오가며 중개하는 변호사·회계사·투자은행·컨설팅회사 등은 일반 국민의 눈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안면, 평판, 거래 경험 등이 업무의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되는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인다. 유명 로펌이나 컨설팅 회사가 전직 부총리, 장·차관 등 고위 관료를 영입해 활용하고 이들이 다시 관직에 진출하는 ‘회전문’ 현상이 성행하는 것은 이런 네트워크적 속성과 관련이 많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는 하는 일의 전문성, 가격에 민감한 정보를 다룬다는 조심성, 외부와 소통을 꺼리는 배타적 조직문화 등이 결합돼 공적인 감시와 견제가 닿을 수 없는 소수 엘리트들만의 성체가 되는 게 보통이다.
지금까지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을 예로 들어 ‘비밀의 성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자. 외환은행도 매각 작업이 진행될 때는 그 전의 여러 사례, 즉 제일은행(뉴브리지캐피탈), 한미은행(칼라일), SK(소버린의 주요 지분 인수), 진로(골드만삭스) 매각 등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딜 과정과 내용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수가 완료된 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투자수익률(전세계 사모펀드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건당 25% 내외지만, 론스타는 약 1조원을 투자하고 3년도 안 돼 차익만 3조~4조원이 예상됐다), 조세회피지역을 우회한 투자로 세금조차 안 내는 ‘먹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감사원과 검찰이 매각 과정을 조사하고 기소까지 한다. 덕분에 국제적인 투자와 중개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공식 기록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와 검찰의 기소 기록을 토대로 간략히 재구성해보면, ‘프로젝트 나이트’란 이름으로 기획된 딜에서 론스타의 목표는 처음부터 10억달러 이내의 투자로 51% 이상의 지분을 사는 것, 즉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큰 걸림돌은 이른바 ‘자격요건’으로 불린 은행법 규정이었다. 펀드가 시중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은행법대로 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소규모 투자는 할 수 있지만 경영권은 살 수 없다.
론스타가 이 딜의 성패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주무 당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계산한 정황은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고교·대학 동창이 대표로 있는 살로만스미스바니(SSB)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가장 많은 고위 경제관료를 고문으로 거느린 김앤장을 법률자문사로 택한 것도 모자라, 이른바 ‘자격요건’만 풀기 위해 변 국장의 ‘절친’인 하종선 변호사를 별도로 고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론스타는 하 변호사가 ‘핵심적’(Key)이고 ‘가치 있는’(Valuable) 일을 했다고 칭찬했고, 검찰 기소장과 감사원 보고서는 경제관료들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딜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결론 냈다.
특히 이들은 자격요건을 풀기 위해 ‘현재 부실 은행’이 아니라 ‘앞으로 부실해질 것 같은 은행’(이 때문에 1년도 남지 않은 그해 말의 외환은행 예상 자기자본비율은 보고에 따라 5~8%에서 춤을 췄다)도 ‘예외적 승인’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법적 해석을 재경부가 론스타의 법률자문사인 김앤장에서 받는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 일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해외 매각임에도 딜의 진행 과정은 당시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딜은 2002년 12월 시작됐으나 ‘론스타가 외환은행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정도의 단발성 기사가 처음 나온 것은 2003년 4월 초였다. 그때는 이미 경영권 매각이냐 단순 증자냐 하는 중요한 쟁점을 놓고 논의가 한창이었고, 경영권 매각으로 거의 기울었다. 가격은 10억달러 내외로 맞춰져 딜이 막바지로 가던 2003년 6월 론스타와 협력자들은 딜을 무산시킬 수도 있는 자격요건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때였지만, 당시에 어떤 언론도 이를 알아채 보도하지 못했다. 사실상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7월 말 김진표 당시 부총리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기정사실화한 뒤에도, 자격요건 때문에 난항을 겪은 사실은 1년 넘게 알려지지 않았다. 공무원들도 아는 사람만 알았는데, 론스타에 경영권을 넘기는 게 진작 결정됐음에도 재경부 금정국은 같은 부처의 다른 부서에 보내는 공문서에도 막바지까지 매각 대신 ‘증자’라고 썼다.
당시 금융을 담당하던 기자들도 관심은 있었지만 비밀의 네트워크가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펀드, 투자은행, 컨설팅사, 로펌 같은 곳은 공식 언론 창구가 없는 게 보통이다(외환은행을 인수한 뒤에야 론스타는 1명의 언론 담당자를 두었다). 전화를 걸거나 어렵사리 접촉해도 그들이 필요할 때 언론플레이용으로 던져주는 정보 외에는 더 알기는 어렵다. 금융전문매체 <이데일리>의 한 기자는 “연조가 오래된 선배들이 학맥과 인맥을 총동원해 로펌이나 투자은행에 있는 관련자를 알아내, 알고 싶은 것을 ‘예스’냐 ‘노’냐 정도로 확인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을 자주 봤다”며 이런 네트워크는 기자에게 철옹성이라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4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의장국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의 반민주성
그렇다고 이 네트워크의 활동이 자신들만의 리그 안에서 ‘자기 조절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겪었지만, 금융이 가진 공적인 속성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경우에 따라 한 나라나 지역을 초토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 해주는 언론이든, 대표기관인 국회든, 법조계든 이들의 활동을 들여다보고 통제할 수 있을 때 금융이란 중요한 사회적 제도가 공적 영역에서 사라져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로베르토 보비오는 ‘투명성’과 ‘가시성’은 민주주의와 분리할 수 없는 가치이기에 ‘보이지 않는 힘’(Invisible Power)의 부활은 민주주의에 대한 전형적인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역설적인 것은 이런 비밀스러운 힘들이 ‘기술적 전문성’(Technical Experts)과 ‘기술관료주의’(Technocracy)의 이름으로 재등장하는 것이라고 그는 일찌감치 우려했다. ‘금융이 사회에 통합돼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통찰은 늦었지만 이런 문제의식에 답하는 것이다.
bhlee@hani.co.kr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장하준 등 53개국 경제학자 1천여 명이 ‘로빈후드세’란 별명이 붙은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에게 건의했다. 이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최근 “위싱턴 컨센서스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 것과 함께, 한 세대를 풍미한 정치·경제적 사조가 퇴조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징표로 읽혔다.
국경을 넘나드는 외환거래를 하는 은행에 일정한 세금을 매기자는 제안을 하면서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는 규제받지 않는 금융의 위험성과 함께 금융 영역이 얼마나 사회와 동떨어져 있었는지 보여줬다”며 “이런 문제를 교정하고 금융 영역을 사회와 통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한겨레> 4월15일치 기사).
이들의 건의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금융 영역을 사회와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근대 이후 경제가 사회의 종속에서 벗어나 통제받지 않으려는 경향성을 지적하며, 이를 ‘자기조정적 시장경제’란 이름으로 불렀다.

론스타, 결코 외롭지 않은 투기자본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세계경제의 주요 패러다임이던 신자유주의는 시장을 확장시키는 대신 사회를 위축시키는 사조였다. 구체적으로는 금융·무역 등 경제의 여러 영역이 전문성, 기술관료주의, 자율성 등의 이름으로 사회에서 유리되는 과정이었다.
금융에 국한해보면 글로벌화한 금융시장, 이 속에서 활동하는 사모·헤지펀드 같은 투자자, 이런 투자를 국내외 정계·관계·재계를 오가며 중개하는 변호사·회계사·투자은행·컨설팅회사 등은 일반 국민의 눈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안면, 평판, 거래 경험 등이 업무의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되는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인다. 유명 로펌이나 컨설팅 회사가 전직 부총리, 장·차관 등 고위 관료를 영입해 활용하고 이들이 다시 관직에 진출하는 ‘회전문’ 현상이 성행하는 것은 이런 네트워크적 속성과 관련이 많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는 하는 일의 전문성, 가격에 민감한 정보를 다룬다는 조심성, 외부와 소통을 꺼리는 배타적 조직문화 등이 결합돼 공적인 감시와 견제가 닿을 수 없는 소수 엘리트들만의 성체가 되는 게 보통이다.
지금까지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을 예로 들어 ‘비밀의 성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자. 외환은행도 매각 작업이 진행될 때는 그 전의 여러 사례, 즉 제일은행(뉴브리지캐피탈), 한미은행(칼라일), SK(소버린의 주요 지분 인수), 진로(골드만삭스) 매각 등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딜 과정과 내용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수가 완료된 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투자수익률(전세계 사모펀드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건당 25% 내외지만, 론스타는 약 1조원을 투자하고 3년도 안 돼 차익만 3조~4조원이 예상됐다), 조세회피지역을 우회한 투자로 세금조차 안 내는 ‘먹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감사원과 검찰이 매각 과정을 조사하고 기소까지 한다. 덕분에 국제적인 투자와 중개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공식 기록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와 검찰의 기소 기록을 토대로 간략히 재구성해보면, ‘프로젝트 나이트’란 이름으로 기획된 딜에서 론스타의 목표는 처음부터 10억달러 이내의 투자로 51% 이상의 지분을 사는 것, 즉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큰 걸림돌은 이른바 ‘자격요건’으로 불린 은행법 규정이었다. 펀드가 시중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은행법대로 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소규모 투자는 할 수 있지만 경영권은 살 수 없다.
론스타가 이 딜의 성패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주무 당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계산한 정황은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고교·대학 동창이 대표로 있는 살로만스미스바니(SSB)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가장 많은 고위 경제관료를 고문으로 거느린 김앤장을 법률자문사로 택한 것도 모자라, 이른바 ‘자격요건’만 풀기 위해 변 국장의 ‘절친’인 하종선 변호사를 별도로 고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론스타는 하 변호사가 ‘핵심적’(Key)이고 ‘가치 있는’(Valuable) 일을 했다고 칭찬했고, 검찰 기소장과 감사원 보고서는 경제관료들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딜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결론 냈다.
특히 이들은 자격요건을 풀기 위해 ‘현재 부실 은행’이 아니라 ‘앞으로 부실해질 것 같은 은행’(이 때문에 1년도 남지 않은 그해 말의 외환은행 예상 자기자본비율은 보고에 따라 5~8%에서 춤을 췄다)도 ‘예외적 승인’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법적 해석을 재경부가 론스타의 법률자문사인 김앤장에서 받는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 일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해외 매각임에도 딜의 진행 과정은 당시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딜은 2002년 12월 시작됐으나 ‘론스타가 외환은행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정도의 단발성 기사가 처음 나온 것은 2003년 4월 초였다. 그때는 이미 경영권 매각이냐 단순 증자냐 하는 중요한 쟁점을 놓고 논의가 한창이었고, 경영권 매각으로 거의 기울었다. 가격은 10억달러 내외로 맞춰져 딜이 막바지로 가던 2003년 6월 론스타와 협력자들은 딜을 무산시킬 수도 있는 자격요건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때였지만, 당시에 어떤 언론도 이를 알아채 보도하지 못했다. 사실상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7월 말 김진표 당시 부총리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기정사실화한 뒤에도, 자격요건 때문에 난항을 겪은 사실은 1년 넘게 알려지지 않았다. 공무원들도 아는 사람만 알았는데, 론스타에 경영권을 넘기는 게 진작 결정됐음에도 재경부 금정국은 같은 부처의 다른 부서에 보내는 공문서에도 막바지까지 매각 대신 ‘증자’라고 썼다.
당시 금융을 담당하던 기자들도 관심은 있었지만 비밀의 네트워크가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펀드, 투자은행, 컨설팅사, 로펌 같은 곳은 공식 언론 창구가 없는 게 보통이다(외환은행을 인수한 뒤에야 론스타는 1명의 언론 담당자를 두었다). 전화를 걸거나 어렵사리 접촉해도 그들이 필요할 때 언론플레이용으로 던져주는 정보 외에는 더 알기는 어렵다. 금융전문매체 <이데일리>의 한 기자는 “연조가 오래된 선배들이 학맥과 인맥을 총동원해 로펌이나 투자은행에 있는 관련자를 알아내, 알고 싶은 것을 ‘예스’냐 ‘노’냐 정도로 확인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을 자주 봤다”며 이런 네트워크는 기자에게 철옹성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힘’의 반민주성
그렇다고 이 네트워크의 활동이 자신들만의 리그 안에서 ‘자기 조절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겪었지만, 금융이 가진 공적인 속성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경우에 따라 한 나라나 지역을 초토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 해주는 언론이든, 대표기관인 국회든, 법조계든 이들의 활동을 들여다보고 통제할 수 있을 때 금융이란 중요한 사회적 제도가 공적 영역에서 사라져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로베르토 보비오는 ‘투명성’과 ‘가시성’은 민주주의와 분리할 수 없는 가치이기에 ‘보이지 않는 힘’(Invisible Power)의 부활은 민주주의에 대한 전형적인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역설적인 것은 이런 비밀스러운 힘들이 ‘기술적 전문성’(Technical Experts)과 ‘기술관료주의’(Technocracy)의 이름으로 재등장하는 것이라고 그는 일찌감치 우려했다. ‘금융이 사회에 통합돼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통찰은 늦었지만 이런 문제의식에 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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