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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성장률도 못 막은 죽음
[Focus]굶어죽는 인도 아이들
[13호] 2011년 05월 01일 (일) 게오르크 블루메 economyinsight@hani.co.kr

게오르크 블루메 Georg Blume <디 차이트> 인도 특파원

로마타의 옷가지가 붉은 돌무더기 위에 놓여 있다. 검은 셔츠와 초록 모자, 속옷이 전부다. 12개월 된 이 아이는 더 이상 가진 옷이 없다. 이 옷가지로 로마타의 무덤을 꾸민다. 그 앞에 서서 로마타의 아버지는 흐느낀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는 살아 있는 딸을 두 팔에 안고 있었다. “설마 딸이 죽을 줄은 몰랐어요.”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 파트니 마을에 사는 농부 춘바드 마와비(25)의 말이다.

죽을 줄 몰랐다고? 로마타는 두 팔이 앙상했고, 배는 불룩 튀어나왔으며, 머리카락은 윤기 없는 뿌연 갈색이었다. 바로 굶주림과 영양실조의 표시다. 아버지는 딸이 사경을 헤매는 것을 진정 몰랐단 말인가, 아니면 로마타의 비참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마치 인도의 비참함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인도 정부처럼….

“거의 모든 인도 지역에서 기아를 퇴치했습니다.”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인도 내무장관이 말했다. 로마타가 죽은 날, 그의 음성이 텔레비전에서 나오고 있었다. 인도 여당 정치인들은 자국의 기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세계은행은 얼마 전 인도가 내년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가 될 거라고 발표했다. 적어도 서구 금융위기 이후 인도는 민주적·시장경제적 성공 모델로 인식됐다. 인도는 4월에 시작되는 경제 동향 조사에 9%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한다. 떠들썩한 성공 소식이다. 그렇다고 인도에서 굶어죽는 어린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인도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
유니세프 보고에 따르면, 매일 어린이 4657명이 로마타처럼 남몰래 조용히 숨을 거두고 있다. 부풀어오른 작은 배와  앙상한 팔다리를 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아의  확실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유아사망률 통계에는 이들의 운명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
인도에서는 아이가 1천 명 태어나면 66명의 어린이가 5살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 독일에서는 사망하는 어린이가 4명이 채 안 된다. 인도는 한 해에 약 2700만 명의 아이가 태어나므로 1년에 170만 명의 어린이가 죽는 셈이다. 개발전문가는 그중 약 90%가 기아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경제학자들과 유니세프, 세계은행 같은 기관에서는 기아로 사망하는 어린이 비율을 훨씬 낮게 추정한다. 감기나 설사, 홍역 또는 이와 유사한 질병을 사망 원인으로 본다. 이런 병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이유는, 그 이전에 아이들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청소년이나 성인도 기아나 영양실조로 많이 죽는다. 나이가 많으면 사망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수치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것뿐이다.

   
인도의 빈곤과 기아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 모습.

인도의 기아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에 속한다. 오늘날 인도는 자국의 어린이를 충분히 먹일 수 있는 부유한 나라다. 선진국이 제공하는 개발원조를 거절할 정도로 부유하고, 2005년 대규모 쓰나미 사태 때는 모든 외국 원조를 거부했다.

그것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특히 그렇다. 경제학자들은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도 출신 경제전문가인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 자그디시 바그와티 교수는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다수 의견을 지지한다.

마디아프라데시 현지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비참한 현실이 지배한다. 이곳처럼 유아사망률이 높고 기아가 심각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에티오피아가 그나마 유사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와는 달리 마디아프라데시의 고통은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곳의 굶주림은 잘 감춰져 있다. 약동하는 주도 보팔의 저편에서 새로 건설한 도로를 따라 수천 년간 이어져온 경치를 감상하며 종일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번창한 도시와 시장을 따라 난 아스팔트 포장 국도를 벗어나 들길을 걷다가 파트니 같은 마을에 들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곳에는 가진 것 없이 극도의 가난 속에서 카스트의 차별을 받는 인도 국민 대부분이 산다. 거기서 마와비는 어린 딸 로마타와 함께 살았다. 진흙 오두막에서 손위 형제 2명과 함께 말이다. 마와비는 형과 함께 1ha 땅에서 농사를 지었다. 두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형의 두 아이는 이미 굶어죽었다. 이제 로마타에게 그 일이 닥친 것이다.

마와비는 오두막 안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는 맨발에 회색 바지, 찢어진 셔츠를 입고 있다. 오두막 안에는 방은 하나뿐이고, 대나무 침상 두 개 외에 가구가 없다. 진흙 화덕 위로 피어오른 연기가 검게 그을린 밀짚 지붕 밖으로 빠져나간다. 마와비는 한 손에는 자그마한 쌀 한 자루, 다른 손에는 그보다 좀더 큰 밀 한 자루를 들고 말한다. “먹을 거라고는 이게 다예요. 콩 종류는 없어요.”

마와비의 말은 그동안 인도가 추진해온 기아 퇴치 노력이 실패했음을 알려준다. 그는 지난 1월 국가가 빈곤층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밀과 쌀 20kg을 받았다. 법대로라면 그는 35kg을 구입할 수 있다. 마을에 있는 아동보건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영양이 풍부한 단백질 식품을 한 달에 750g 한 봉지씩 나눠줬다. 하지만 로마타가 먹는 양만 매주 한 봉지는 필요하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도 마와비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가 가장 최근에 일한 것이 지난해 6월에 고작 20일간이었다. 그러고는 15일치 임금을 받았다. 그 돈은 이미 다 써버렸고, 마와비에게 다른 수입은 없었다.

빈곤층을 위한 정부의 식량 배급은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1970년대에는 마을마다 하나씩, 전국에 아동보건센터 100만 곳이 문을 열었다. 2005년부터는 빈민을 위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최저임금을 안정적으로 받고 1년에 100일까지 공공근로를 할 수 있게 보장했다.

이 세 가지 프로그램 중 단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기능했다면, 오늘날 인도에 굶어죽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국가가 제공하는 구제식량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에 대해 이웃 마을 아미리티의 마을 평의회가 큰 바오바브나무 아래에서 공개 토론을 한다. 이런 모임은 1년에 세 번밖에 열리지 않는다. 인근 지역 농부들이 많이 참석했다. 해진 옷을 입은 그들은 맨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그 한가운데 양복 바지에 셔츠 차림의 한 남자가 서 있다. 아룬 판데이(29)는 주변 도시 사트나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한다. 그는 마을 평의회 회장과 회장 남편에게 항의하려고 오늘 아미리티에 사는 가족을 방문했다. “아미리티의 생활은 가난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평의회의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부패 때문입니다.” 법에 따르면 마을 평의회는 국가에서 주택, 도로, 학교 및 아동 영양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우리 중 누가 마을 평의회 대책으로 혜택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가 질문을 던지자 둘러앉은 농부들이 그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평의회 공개토론은 기아 퇴치 대책 중 최근의 개혁 사례에 속한다. 전에는 지방정부 공무원이 마을 단위로 제공한 모든 식량과 재원을 관리했다. 지금은 마을 평의회에서 많은 것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분배 과정을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아미리티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현재 마을 평의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부유하고 썩어 있습니다.”

기아 문제를 귀찮아하는 관료들
정부 보조 실패에 대해 수도 델리에서 원조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델리 경제대학 교수 진 드레즈는 세기 초에 농촌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그 전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기아와 빈곤 퇴치에 관한 책을 많이 저술했다. 이 책들에는 부분적으로 1998년 센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준 ‘낙관주의’ 테제가 들어 있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기아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드레즈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다름 아닌 델리의 민주주의 엘리트가 기아의 고통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만모한 싱 총리하의 지도부에 기아와 영양실조는 그저 귀찮은 일일 뿐이며,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인도 정부는 자신들이 개발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신뢰를 잃고, 돈낭비라고 생각한다. 드레즈는 “이제 더 이상 공공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이 없고, 공교육과 공공보건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더 나은 공교육과 보건의료 서비스만이 인도의 기아를 끝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디아프라데시에도 빈민정책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기아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구식이거나 사회주의적으로 간주된다.” 보팔의 사회복지활동가 사친 자인은, 전국에 열렬한 추종 세력이 있다. 1990년대부터 그가 사는 지역에서 세계인권선언 3조인 ‘생명권’을 위해 외로운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그는 보팔 지방정부가 기아를 통계적으로 감추기 위해 어떻게 영양섭취를 위한 열량 기준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는지 설명한다. 그는 최대 풍년이던 2010년에도 굶주리는 이들의 처지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곳 주민의 60%가 영양부족 상태다. 이것은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식이 미래에 자신을 부양할 것이라고 생각해, 아이를 많이 낳는다. 마디아프라데시에서 여성 1인당 출산율은 3.1명이다.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인구만 해도 지난 10년간 6천만 명에서 7천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사실이 신생아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마디아프라데시의 상황에 대해 지적하자, 마헨데르 하르디아 보건장관은 “10년마다 우리 국민은 다시 태어난다”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그에게는 세계 최고 유아사망률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있다. 하르디아 보건장관은 기아를 퇴치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는 기아에 맞서 싸울 만한 기질도 아니고, 1년 전 왜 자신이 보팔의 보건장관이 됐어야 하는지를 모른다. “그건 위에서 결정한 일이다.”

보팔에서는 하르디아 보건장관에게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화려한 식민지풍 저택을 제공했다. 그는 금시계를 차고, 두 개의 핑크빛 다이아몬드가 박힌 금반지를 끼고 있다. 어쨌거나 그는 델리의 내무장관과는 달리 기아 문제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빈곤은 두 가지 이유로 고착화된다. ‘불완전한 농지 개혁’과 ‘카스트 제도’다. 몇 년 전 아지트푸르에서 대지주는 사라졌지만 그 뒤 시행한 농지 배분에서 마을의 다수인 불가촉천민에게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카스트 최하층민을 힘들게 하는 낙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불가촉천민의 부인이 샘에서 물을 길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샘터에 높은 카스트 계급에 속하는 사람이 없어야 비로소 물을 길을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여인네들이 그녀가 샘물을 더럽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정부 제공 식량을 배급받을 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불가촉천민은 항상 맨 마지막에 배급을 받는다. 게다가 단 한 번도 충분히 배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불가촉천민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불가촉천민으로 취급당해 맨 뒷줄에 앉아야 하고, 두들겨 맞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 관료들은 기아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1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인도 정상회담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왼쪽 두번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차별하는 유럽
인도의 모든 지역이 그런 것은 아니다.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아마르티아 라히리 경제학과 교수는 1983년 이후 인도 전역에서 불가촉천민이 상당히 진보해왔음을 말한다. “사회적 이동이 가능해졌고, 도시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고, 전보다 나은 교육을 받고 있다.” 인도의 주류인 경제학자와 정치가, 기업인들은 인도의 성장률을 자랑스럽게 언급하며 종국에는 경제성장으로 최빈곤층도 먹을거리를 얻게 되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학자 팔라비 말리는 그 주장을 믿지 않는다. 말리는 유엔과 마디아프라데시 주정부의 위임을 받고 1995년부터 마디아프라데시의 인도적 개발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주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유아사망률은 낮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라히리 교수는 부패에 책임을 돌린다. “필수적인 기아구제 비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패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

이것은 수백만 명의 희생자가 관련된 논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의 소설가 판카지 미슈라는 “마디아프라데시에서 벌어지는 빈곤의 참상은 전쟁으로 파괴된 콩고의 참상에나 비교할 수 있다”고 했다. 바그와티 교수는 미슈라를 “인도의 경제 기적을 깎아내리려는 반개혁주의자”라며 비난했다. 노벨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도 반응을 보였다. “어째서 인도의 기아 문제는 이리도 끈질긴 것인가?” 하며 인도 정부에 “식품 가격이 상승할 때 국민의 배를 채워줄 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근본적으로는 독일도 이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월 델리를 방문한 카를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 전 독일 국방장관은 “인도 국민의 합리적 영양섭취와 관련해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초청한 나라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인도에 유럽의 차세대 전투기 유러파이터를 팔러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문제다. 중국은 서구 국가들로부터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도 인권을 유린하지 않도록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 하지만 인도는 상황이 다르다. 로마타와 다른 수백만 어린이의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국가도, 그리고 어떤 국제단체도 슬퍼하지 않는다.

ⓒ Die Zeit

번역 김지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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