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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정신 이수 땐 연봉도 27% ‘업’
[Cover Story]새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13호] 2011년 05월 01일 (일) 김학수 economyinsight@hani.co.kr

김학수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 머릿속에 솔개는 날카로운 발톱과 예리한 부리가 있고, 멋진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 높이 떠 있는 강인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모습과 달리 약 80년을 사는 솔개는 태어난 지 40년쯤 되면 부리와 발톱은 무뎌지고, 깃털은 세파에 찌들고 때 묻어 사냥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져 볼품없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을 무력하게 받아들일지, 아니면 새롭게 태어나는 고통을 견뎌내고 새로운 40년을 살지 결단하는 순간에서 솔개는 4개월이 넘는 인고의 자기혁신 과정을 선택한다.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솔개는 이 기간에 먼저 무뎌진 부리를 바위에 쪼아 예리한 부리가 새로 돋아나게 하고, 지난 40년간 무뎌진 발톱과 무거워진 깃털을 뽑아버리고 예리한 발톱과 가벼운 새 깃털을 갖게 된다.

   
2008년 11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회 기업가 정신 국제컨퍼런스에서 지미 웨일스 위키피디아 사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기업가정신 외면해온 주류 경제학
미래의 새로운 영광을 위해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기간을 과감히 선택하고 견뎌낸다는 솔개의 이야기는, 나이가 들면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개인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의 발전 과정을 거치며 정체 상태에 있는 기존 기업들에 주는 교훈이 매우 크다. 정보기술(IT)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 또는 지식’을 경쟁적으로 사업화하면서 급성장하고,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등과 같은 혁신적 기업들을 접하면서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학문적으로 기업가정신의 개념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30년대 슘페터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기업가정신에 의해 발현되는 ‘창조적 파괴’ 과정이라고 역설하면서부터로 볼 수 있다. 이후 신오스트리아학파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인간행동> 이론을 토대로 도출된 인간의 보편적 속성으로서 기업가정신을 계승해 1973년 커즈너가 현대적 의미의 기업가정신을 정립했다.
이스라엘 커즈너는 기업가정신의 본질을 수익성 있는 신사업기회에 대한 궁극적 지식을 가지고 기민하게 사업화하는 데서 찾는다. 불확실한 미래임에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부단히 탐색하고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탐색한 사업기회를 실현하는 기업가의 행동이, 기업가정신의 요체이며, 기업 및 경제의 성장 동인인 것이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에서 기업가정신은 오랫동안 경제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1990년대 초반 내생적 성장 이론이 대두되면서 연구·개발, 창조적 파괴, 창의적 아이디어 등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지식이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기업 또는 국가경제 전체에 축적된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며 미지의 사업기회를 실현하는 기업가정신은 1990년대 후반에야 물적 자본, 노동, 신지식에 이어 제4의 주요 성장 동인으로 인식됐다.
창업 활동은 기업가정신의 대표적 발현 양상으로 간주된다. 창업 활동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한 개인 또는 기존 기업들이 그 사업기회를 실현하는 기업가적 행동임이 틀림없다. 또한 혁신적 기업이 많이 설립되면 경제의 미래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창업 활동만 기업가정신의 발현으로 이해하는 요즘 경향은 매우 잘못됐다. 혁신적 신생기업이 왕성하게 탄생하는 것보다는 신생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오랫동안 존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현재 가동 중인 법인 수는 약 40만 개에 달하지만, 3년 미만의 업령(業齡)을 가진 신생기업은 10만 개(전체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신고 현황을 보면, 10년 이상의 업령을 가진 법인 수가 전체의 25% 수준이지만 이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전체 법인세의 75%에 달한다. 전체 법인 수의 약 1%에 불과한 30년 이상의 업령을 가진 오래된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전체의 40%를 넘는다. 이런 법인세 신고 현황은 오래된 기업일수록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한 기존 기업들의 지속적 혁신을 통한 기업가정신 제고가 창업 활동보다 더욱 중요하게 인식돼야 함을 뜻한다.
기업들이 처한 국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기업경영 환경 속에서 기존 기업들의 핵심 사업부문의 한계적 수익성 제고만으로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어렵다. 기존 기업들은 좀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실현하려는 체계적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흔히 ‘혁신’이라고 일컫는다.

혁신, 혁신 또 혁신
일반적으로 기존 기업의 혁신은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의 개발로 이해되지만, 엄밀히 말해 기존 기업들의 혁신은 모든 경영자원을 활용해 고객 발굴에서 유통구조 개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경영 전반에 걸친 혁신 과정을 일컫는다. 이를 ‘사내 기업가정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스타벅스의 성공 사례는 기업의 혁신이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의 개발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4천원 안팎의 커피값을 지급하게 하는 데 뭔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지는 않았다. 스타벅스의 비교우위는 스타벅스가 독특하게 제공하고 있는 집과 직장 이외의 ‘제3의 장소=스탁버스’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기업 혁신을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의 개발로 국한해 생각한다면 새로운 사업기회를 충분히 발굴하지 못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기존 기업의 기업가정신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최고경영진의 혁신 지향적 리더십이다. 기존 기업의 혁신은 단순히 신제품과 신기술의 개발 및 도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과감한 ‘혁신’ 과정이 기업 내부 조직에 뿌리 내리는 것에 있다. 여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경영 선포에서, 이건희 회장이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100년 지속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멀트 회장은 과거 코넬대학 강연에서 “혁신만이 기업 성공의 핵심이며, 미래에 투자할 유일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븐 발머는 “고객을 계속 행복하게 만족시키고 경쟁자를 물리치는 유일한 길이 혁신”이라고 말했다.
혁신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는 최고경영진이 혁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조직 구성원에게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필요에 따라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무기력하고 타성에 젖은 기존 조직이 깨어나고 유기적 성장의 원동력인 기존 기업의 기업가정신이 제고될 수 있다. 항간에는 이건희 회장이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는 언급을 삼성 내부에서 수만 번 반복했다는 말도 있다. 기존 조직의 혁신에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2009년 10월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제2회 기업가정신 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 이수자일수록 성과 높아
비록 기존 기업들의 CEO가 혁신 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하려 하더라도, 조직 구성원들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면 조직은 쉽게 변화하기 어렵다. 대학이 기업가정신과 혁신에 대한 교육 기회 확대를 통해 젊은 학생들의 혁신 지향적 성향을 일깨우고 더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한다면, 기존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은 더 왕성히 발현될 것이다. 그러나 “부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은 교육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의 목표는 각종 고시와 공무원 시험에 매몰된 학생들의 성향을 좀더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바꾸는 데 있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끈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과 같은 기업가로 양성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업가정신을 교육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미국에서 있었다. 미국의 기업가정신 교육의 성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한 우려나 회의적 시각은 쉽게 불식될 수 있다. 한 예가 기업가정신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카우프만 기업가적 리더십센터’에서 분석한 결과다. 한 대학의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평가한 이 분석에 따르면, 졸업생들의 여러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이 이수하지 않은 졸업생보다 25% 더 많이 새로운 벤처를 형성하는 데 관계했고, 11% 더 많이 자신의 사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이 그렇지 않은 졸업생보다 재산을 62% 이상 더 보유했고, 연봉도 27%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정신 교육 이수자들이 소유한 종업원 100명 미만의 신생기업, 나아가 기업가정신 교육 이수자를 고용한 소규모 기업의 매출 성장 속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5배 빠른 것으로 보고됐다. 기업가정신 교육 이수자들이 신제품 개발에도 더 많이 종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놀라운 결과는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1500여 개 미국 대학 중 하나의 프로그램을 평가한 것이므로, 모든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의 성과로 확대해석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결과는 여전히 매력적인데, 기업가정신은 교육할 수 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교육은 막 태동기에 접어들었다. 일부 대학에서 하고 있는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더 많은 대학으로 확산시키고, 대학원 중심에서 벗어나 학부 과정으로 잘 구성해 보완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특히 ‘기업가정신개론’ 같은 기초과목을 학부 전공과 상관없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과목으로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과 창업에 관련된 기초적인 내용을 접할 계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 교과과정의 변화는 새로운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성과 개선에 긍정적이고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banzip@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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