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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게, 도전하는 청년기업가들
[Cover Story]새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13호] 2011년 05월 01일 (일) 김현정 economyinsight@hani.co.kr

김현정 프리랜서·<청년 기업가정신> 저자

1950년대에 태어나 50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와 대화하다 보면 창업 환경의 세대 차이를 느끼곤 한다. 아버지가 20∼30대이던 시대는 부지런함만 갖추면 무엇을 해도 작은 성공을 누릴 수 있는 때였다고 한다. 고물장사를 한 아버지 친구 분께서는 지금 포스코에 납품하는 철강회사 사장님이 되셨다. 기업을 크게 일궈낸 대단한 분으로, 고물을 모아두던 땅이 주거지로 재개발되면서 자본금이 나왔다. 1980년대에 어머니는 슈퍼마켓을 했는데, 그 벌이가 공무원 아버지 월급의 수십 배였다.
1980년대에 태어나 20대를 살아가는 남동생의 처지는 조금 다르다. 풍요 속에 성장해 고물 주우러 다니는 일은 굶을 망정 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열심히 찾아보지만 웬만한 자영업은 적자가 두려워 선뜻 뛰어들지 못한다. 모든 것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돼 자영업자가 설 곳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은 대기업 마트에 눌리고, 커피 가게는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아야 장사가 된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명확하기에 어느 정도 먹고살려면 대기업 편에 속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결국 청년들은 취업에 목을 맨다.
<청년 기업가정신>은 모두가 회사에 들어가려고 발버둥칠 때 버젓이 자신의 회사를 만든 젊은 창업가 29명을 인터뷰해 엮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청년 기업가정신> 집필을 제안했을 때 출간 의도는 청년 기업가의 희소성과 필요성이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데 찾아보기는 힘든 ‘귀하신 몸’이니 한번 만나보자는 것이었다. 같은 청년 무리에서도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한 청년은 이방인이었기에, 외계인을 인터뷰하는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창업가들을 만났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떤 용기로 회사를 시작했을까. 그 답이 ‘청년 기업가정신’일 터였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 강북청년창업센터에서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발언을 하고 있다.

‘의미 있는 세상 변화’ 만들어내는 청년들
이 시대 청년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보기술(IT) 벤처, 온라인 쇼핑몰, 교육사업, 음악·영화·출판 사업, 농수산물 유통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펼치는 청년들은 단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을 키워가고 있었다. 사업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원동력이었고, 현실의 비루함을 딛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마이크임팩트 한동헌(30) 대표는 유행처럼 퍼지는 ‘강연 콘서트’의 창시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잘나가는 컨설턴트이던 한 대표를 누구보다 빠르고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직장인의 길에서 내려와 한없이 낮은 곳에서 다시 출발하도록 이끈 것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정이었다. “20대니까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무모하게나마 이익이 아니라 의미를 좇고 싶었어요. ‘당신의 이야기를 나누어라’(Share Your Story)가 회사 비전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나 통찰을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확신합니다.” 마이크임팩트의 첫 강연 콘서트였던 ‘청춘, 그 냉정과 열정 사이’는 강연자로서 ‘냉정’ 세션에 공병호(인재)·김태원(취업)·유수연(영어)을, ‘열정’ 세션에 신해철(열정)·션(사랑)·노홍철(도전)을 초빙했다. 젊음과 패기를 밑천 삼아 최고의 연사들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최고의 연사들은 자석처럼 학생들을 끌어당겨 2009년 3월 학생 5천 명이 고려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6시간 강연의 입장료는 1만원. “가격이 저렴해 대학생이 많이 참여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강연을 제공할 겁니다.”
인플래닛은 한국방송 <해피 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에서 소름 끼치는 가창력을 선보인 가수 신보경의 소속사다. 염정봉(34) 대표가 창업한 인플래닛에는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국내 다양한 장르음악이 살아 숨쉬어 뮤지션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고, 수요자의 귀가 호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중성 없는 장르음악은 제작할 때마다 적자이지만, 인플래닛은 적자 내는 일에 열광한다. 다른 회사 콘텐츠를 제작해 번 돈으로 인플래닛의 가수를 키우고 음원을 제작한다. 장르음악으로 적자 내는 일은 한국 음악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길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 2004년 좋아하는 일을 하겠노라 창업했지만, 현실은 영화 <올드보이>에나 나올 만한 허름한 사무실이었다. “삼면이 유리였는데, 에어컨도 가동되지 않는 환경이었습니다. 햇빛이 너무 강해 빛을 피하려 유리벽에 포스터를 붙이면, 포스터에 붙인 테이프가 열기를 못 이기고 떨어질 정도였죠. 월매출은 30만원이었습니다. 흑인음악 전문 웹진 <리드머>에서 나오는 광고 수익이었죠. 임대료를 내고 나면 월급은 없는 겁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렇게 지냈나 싶을 정도로 고생했는데, 그때는 힘들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수익 모델이 돈이 아니라 행복이었던 거죠.”

창의성 무기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혼자 옥션에서 물건을 팔다 1등 쇼핑몰을 일궈낸 ‘스타일난다’ 김소희(29) 대표의 꿈은 ‘쇼핑몰계의 자라(ZARA)’가 되어 한국 1등이 아닌 세계 1등이 되는 것이다. 크리베이트 박성연(36) 대표는 혼자 창의성에 관한 블로그를 쓰다 국내 유수 대기업에 창의성을 제공하는 회사를 키워냈다. 서양적 사고가 판치는 세상에서 동양적 사고로 아이디어 컨설팅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모두가 멸치 냄새 나는 일을 싫어할 때 꿋꿋이 건어물 노점으로 시작해 도매업을 일궈낸 청해원 이관규(32) 대표의 목표는 건어물 편의점을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창업은 힘들다고,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자고 일어나면 망하는 것이 회사라고들 하지만 소수의 청년 기업가들은 묵묵히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충실히 도전하고 있다. 비록 대규모 자본·토지·노동력은 없지만 창의성을 무기로 재기 발랄하게 의미 있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청년 기업가들은 시장에서 생존하는 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말과 싸우고 있다. 창업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식이 창업하는 거 좋아하는 부모님은 흔하지 않다”고 한다. 대부분의 청년 기업가들이 겪는 사회적 어려움이 집약돼 있다. 청년 기업가가 적어서 큰일이라고 기업가정신을 고취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잘하는 청년 기업가를 더 많이 칭찬하고 응원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청년 기업가의 위상이 높아질 때 청년 창업의 선순환이 이뤄지리라 믿는다.
hjkim.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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