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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장의 종속변수 아니다
[Special ReportⅠ]녹색경제
[13호] 2011년 05월 01일 (일) 필리프 프레모 economyinsight@hani.co.kr

필리프 프레모 Philippe Fremea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논설위원

많은 이들이 ‘친환경 경제’로 전환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비록 실천은 어려웠을지언정 말이다. 그만큼 친환경 경제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두고 요즘 갑론을박이 뜨겁다.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더라도 ‘지속적 성장’ 목표를 추구해야 할까, 아니면 이번 기회에 아예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포기해야 옳을까?
요즘 성장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성장은 더 이상 개인의 행복을 증진해주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기후변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파괴하고, 최근 일본발 원전 사태처럼 재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더 나은 세계를 갈망하던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함으로써 모든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기를 꿈꿔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반성
최근 수십 년 동안 성장에 대한 비판은, 도덕보다는 ‘공공의 선’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둔 사조가 주류를 이루었다. 사회주의 운동가들은, 금욕주의를 주장하는 도덕론은 빈곤층이 자신의 운명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데 진정한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그 주장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영국의 존 러스킨이나 미국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비롯한 19세기 사상가 가운데 일부는 일찌감치 산업주의에 대한 반성과 함께 행복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는 훗날 간디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한다. 사회주의 사상가 대부분은 산업사회에서 생산된 재화를 만인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영광의 30년’이라 부르는 경제 호황기 동안 생산지상주의를 옹호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소비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대표적인 예가 앙리 르페브르(<일상에 대한 비판>·1947)나 허버트 마르쿠제(<일차원적 인간>·1964) 같은 작가들이다. 바야흐로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텔레비전·냉장고·세탁기·자동차 등 당대 애용품을 소비할 수 있는 중산층 가정이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젊은이를 중심으로 물질 소비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다. ‘지혜의 길’을 찾아 인도로 떠나는 서구 젊은이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소비사회에 대한 반성은 행복뿐 아니라 해방 욕구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미국의 히피 문화나 프랑스의 68혁명, 그 밖의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사회저항운동은 지구상에서 보낼 얼마 되지 않는 소중한 인생을, 생계를 위해 삶을 포기하는 것 외에 더 나은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
그 후 197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한 연구팀이 로마클럽Tip & Tap의 의뢰를 받아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메도스 보고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저술은 세계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의 지속 불가능성을 경고한다. 이로써 또 다른 삶에 대한 해방의 열망이 세대 존속이라는 필연성과 결합한다. 두 요소가 만나 환경운동이 더욱 풍성해진다.
여세를 몰아 다른 여러 작가들도 산업사회에 대한 격렬한 비판 물결에 동참한다. 대표적인 작가가 미셸 보스케(철학자 앙드레 고르의 필명), 이반 일리히, 자크 엘륄 등이다. 이들은 기술 진보나 성장지상주의가 잠재적 해방 능력을 지녔다는 기존 주장을 맹렬히 비난한다. 아직 ‘역성장’(Degrowth)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프랑수아 파르탕 등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개발’이라는 개념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르네 뒤몽은 점차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정치적 비전을 발전시켜나간다.
이 사조는 1974년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실업난이 심화되면서 차츰 힘을 잃는다. 다시금 성장이 완전고용을 위한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에너지 고갈과 식량 부족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면서 환경위험론이 무대 전면에 복귀한다. 그러면서 1990년대 성장에 대한 비판론에 불이 붙는다. 그 전에도 환경운동은 나름대로 활발하게 전개돼왔다. 21세기 들어 비로소 환경의 중요성에 대중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슬로 푸드’는 지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산·소비 방식의 대표적 사례다.

‘슬로 푸드’에서 가능성을 보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성장 비평론이 존재한다. 먼저 역성장을 주장하는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이에게 바람직한 생활양식을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배적 생활양식에 반기를 든 대다수 비평가들은 때에 따라 소비나 생산을 줄이는 일이 있더라도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고민한다. 프랑스의 장 가드레나 영국의 팀 잭슨 등의 작가가 추구하는 비전은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이제는 더 이상 지금의 생활양식을 고수한 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좀더 바람직하면서 꼭 필요한 새로운 생산·소비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식품 분야에 불고 있는 ‘슬로 푸드’ 바람이다. 도시개발 분야에서도 사회적 관계를 중시한 도시 설계 등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 급격한 변화를 위해 먼저 사회적 풍토를 다지는 일이다. 친환경 사회로 전환하자는 요구가, 그저 빈곤층이 그나마 누리던 혜택마저 모두 박탈하려는 의도라는 인식이 계속 존재하는 한, 좀더 책임감 있는 소비사회로의 전환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Tip & Tap
로마클럽
1968년 4월 이탈리아의 사업가 아우렐리오 페체이(1900~83)의 제안으로 서유럽의 정계·재계·학계 지식인들이 로마에 모여 개최한 모임이다. 이후 지구의 유한성에 관련된 연구를 주로 하는 비정부기구로 발전했다.


‘성장지상주의’와 ‘친환경’은 상극

‘녹색성장’과 ‘역성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까? 녹색성장을 주장하는 쪽은 여당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성장을 계속 추구하더라도 경제활동의 내용만 바꾸면 지속 가능한 경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단체 쪽은 역성장을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설파하는 성장지상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바람직한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이냐 역성장이냐의 선택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것이냐, 아니면 자동차 연료 소비를 줄일 것이냐의 문제와 같다. 하지만 철저히 경제적 측면에서만 따져본다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는 더 이상 무의미한 논쟁에 불과하다.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성장은 경제활동의 변화를 고려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성장은 두 시점 사이의 생산 가치 차이를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측정한 결과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성장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장기적 측면에서는 무의미한 개념이 되고 만다. 장기적으로는 생산된 재화나 용역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문제는 장기적 측면에서 경제성장률이 얼마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구상에 사는 전 인류에게 좀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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