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1
     
친환경이 일자리 만든다
[Special ReportⅠ]녹색경제
[13호] 2011년 05월 01일 (일)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과거에도 경고등이 켜진 적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이제는 지금의 생산과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지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한편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려다, 일자리 파괴나 실업 악화 등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요즘 이 성가신 문제가 또다시 유럽연합(EU) 의제로 등장했다. 지난 3월8일 유럽집행위원회는 회원국 심의를 위해 유럽의회와 각료이사회에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중대 법안 2건을 제출했다. 집행위는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2011년 계획안’과 ‘2050년까지 경쟁력 있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로드맵’이라는 2개 법안을 통해,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유럽 27개국이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0%가량 감축하겠다는 2020년 목표는 별 어려움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이미 16%가량 감축했다).

친환경 경제라도 일자리 안 줄어
‘최소 80% 절감’이라는 2050년 목표치는 사실상 실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각 회원국이 현 목표를 상향 조정해 2020년까지 20%가 아닌 25%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면, 이후 2050년 목표 이행은 순조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27개국이 2020년까지 유럽 경제 에너지 집약도를 1990년 대비 20%(현재 목표는 10% 감축)까지 축소한다면, 앞서 말한 온실가스 25% 감축 목표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장기 목표를 달성하려면 EU는 지금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약 2700억유로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향후 4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말이다. 핵심 투자 대상으로는 건축물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기존 주택단지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단열공사, 전기시설 개선 등), 교통 부문 연료 절감(직장과 가정 사이의 차량 이동 거리 축소, 자동차 연비 개선 등), 재생에너지 개발 등이 꼽힌다. 투자에 의한 에너지 절감 효과는 매년 1750억~2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장기적 측면에서 투자 채산성이 보장되는 셈이다.
한편 에너지 소비를 줄여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려는 목표가 고용이나 성장 등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절대 그렇지 않다. 유럽집행위원회에 따르면, 그와 같은 투자에 나설 경우 2020년 EU는 지금보다 150만 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 이는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을 때와 엇비슷한 추이다.
GDP 증가율은 투자에 나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격차가 0.1% 수준으로 미미했다. 반면 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한 연구조사에서, 유럽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20% 절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향후 2050년까지 80%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단기간에 집중적인 투자가 경제에 부담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럽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가 제3국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경우가 아니라, 유럽 안에서 직접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규제 조처를 더 강화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무한 경쟁이 지배하는 세계화 경제 체제에서 앞으로 미국이나 중국에서 추가 감축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유럽 혼자 충분히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유럽집행위원회가 발표한 로드맵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한다. 2050년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2020년까지 25%가 아닌, 무려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월 발표한 독일 환경부 의뢰로 실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30%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0년 18.4%에 불과한 유럽 투자율을 2020년 GDP의 22.4%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경제위기 전과 비교해 불과 1%포인트 높은 수치일 뿐이다. 게다가 오늘날 유럽과 평균 생활수준이 엇비슷한 한국(26%) 등의 나라보다 더 낮은 목표치다.
GDP의 22.4%까지 투자율을 끌어올리면, 2010∼2020년 경제성장률은 투자하지 않을 경우인 2.2%에서 2.8%로 증가한다. 성장률이 증가하면 2020년 600만 명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뿐만 아니라, 실업자 수도 투자하지 않을 경우인 1900만 명(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7.6%)에서 1300만 명(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5.3%)으로 줄어들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투자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진은 2005년 지구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 모습.

없어진 일자리 곧 만회될 것
온실가스 절감 노력이 긍정적 효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유럽은 화석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화석연료 이용을 줄이기 위한 투자에 나선다면 그만큼 국부를 절약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한 예로 프랑스는 지난해 화석에너지 수입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460억유로에 달했다. 100만 개 일자리에 대한 임금 비용과 맞먹는 액수다. 한편 독일 환경부 연구 결과만큼 낙관적이지 않지만 지방이나 개별 국가, EU, 심지어 세계적 차원에서 실시된 여러 연구 결과도 엇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실시한 친환경 경제에 관한 연구조사는 기후변화 문제만이 아니라 생태계 보호 문제까지 폭넓게 고려해 흥미롭다.
이 연구 보고서들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공급 및 자동차 부문의 일자리 파괴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건축 단열 및 태양광 전력 등 노동 집약적 분야에서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를 통해 충분히 상쇄할 수 있으리라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 모형들은 앞으로 일자리 희비로 발생할 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리 고도의 계량경제 모형을 이용한 결과라 해도, 가정에 불과할 뿐 결코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다른 모형을 활용해 반대의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12월 재무부가 발표한 ‘환경 그르넬(환경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장기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프랑스 민관 환경협의체) 법안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다.
재무부가 발표한 이 부정적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기간별로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재무부는 향후 10년에 걸쳐 투입되는 4500억유로 상당의 투자비가 고용 및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2021년까지는 긍정적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부정적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기후 전문 경제학자인 올리비에 고다르는 “이 연구 조사는 환경 그르넬 프로젝트가 끝나는 2020년 이후 이를 대체할 투자 계획이 없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결과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 GDP의 2%를 친환경 경제 전환을 위해 투자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고용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그렇다고 투자를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제모델을 채택하느냐는, 향후 고용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투자 재원 마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녹색성장에 GDP의 2%를 투자해야 할 때 프랑스는 매년 투자비로 400억유로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프랑스의 국가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환경 투자 책임을 고스란히 각 가계에 떠넘길 우려가 있다. 이를테면 기존 제도적 장치를 강화 또는 강제함으로써 각 가정이 연료, 중형차 및 기타 물질재 소비를 줄이기 위한 집단 노력에 동참하거나, 알아서 이중창 설치, 전기차 구매 등 친환경 투자에 나서게  한다.
규제를 통해 스페인의 경우처럼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강화하거나, 노후 주택을 대상으로 단열공사를 의무화하거나, 산업체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허가량을 축소하는 방법도 있다. 사고 유무에 따른 보험료 인하 또는 할증제, 친환경 설비공사에 대한 보조금 지원,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공급된 전기의 거래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낮을 때 그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 에너지 감축실적 인증제(에너지 생산에서 효율성 향상 부분을 인증하고 이에 대한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 등 유인책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조세제도를 통해 에너지 절감에 나설 수 있다.
각 가계에 대한 에너지 규제를 강화하려면 무엇보다 재분배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 이를테면 에너지 소비세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도시 외곽에 거주하며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평사원이냐, 파리에 살며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회사 중역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재분배에 신경 쓰고 극빈층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더라도, 친환경 경제 전환을 위한 재원을 가계소득에서 충당하는 방법은 사회·정치적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투자가 저조한 수준에 머물 위험이 있다.

친환경, 나쁜 습관 버리는 것
일각에서는 국가재정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공공채무를 늘려 환경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을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최근 환경단체인 니콜라 위블로 재단은 ‘유럽 국가들도 유럽중앙은행에서 무이자 대출을 받을 권리를 누려야 한다’며 균형재정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마디로 친환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내자’는 주장이다.
이 환경단체는 마스트리히트 조약 체결 이후 유로존 국가에서는 이 방법이 금지돼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 영국, 미국 등 경제대국의 사정은 다르다고 했다. 특히 미국의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 방법을 널리 이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예로 미국 연준은 지난해 11월 6천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해 경제 부양에 나섰다.
니콜라 위블로 재단은 ‘화폐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은 소비가 아닌 친환경 투자에 국한해야 한다’고 했다. 발행 규모를 제한하고, 발행과 관련한 모든 결정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중하게 사용한다면 이 조처는 유럽 시민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주고, 친환경 경제 실현으로 일자리 창출 또는 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가 이 방법을 활용하든 활용하지 않든, 앞으로 유럽 국민은 생활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이 크로마뇽인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동안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일 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친환경 관심 가지면 모두가 ‘초록색’
‘녹색 일자리’는 친환경 경제 전환 대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다른 일자리와 구분짓기가 애매한 개념이다. 녹색 일자리에는 정확히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를 정확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테면 청정기술을 보유한 풍력시설 설치업자는 수많은 녹색 인력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자원 소비를 줄이거나 무탄소 에너지를 제공하거나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면 회계사, 세일즈맨, 엔지니어, 주물 생산자, 전기공학자, 배관공, 기와공, 현장 감독자 등 누구나 녹색 인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업종별로 녹색 일자리가 무엇인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재생에너지 부문 일자리 300만 개 가운데 150만 개는 바이오연료와 관련된 직업이지만 최근 들어 이 직종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더욱이 지속 가능한 경제와 관련 없는 분야와 일자리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유치원 교사에서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교육자만 살펴봐도, 학생에게 친환경 경제 실현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거나 올바른 태도를 심어주는 데 기여한다. 은행가도 지속 가능한 경제에 대한 민간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데 일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녹색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를 구분해 수치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자리가 친환경적 성격을 띠도록 만드는 데 있다.
   
 


 노동시간 줄고, 자원봉사 늘고
단기적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문제는, 친환경 경제 전환이 실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비용과 이익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담하는지다. 고용자 수는 노동시간 변화 등에 따라 급격하게 변동한다. 그런데 기대수명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오늘날 노동생애 기간에서 총노동시간은 1990년에 비해 3배 줄어들었다.
친환경 경제 전환은 불가피하게 특정 업종의 생산량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 생산량이 감소하면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한편으로 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자신이나 타인을 돌볼 수 있는 시간, 또는 무급 성격을 띠지만 사회적으로 유익한 자원봉사 활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사회복지나 체육, 문화, 교육 등의 부문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가 1400명을 넘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친환경 경제 전환이 고용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는 여러 복합적 요소에 좌우될 것이다. 이를테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이 얼마나 원활한지, 유급노동과 가사 및 무상노동 사이의 경계에 대해 사회가 어떤 식으로 합의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친환경 경제 전환에 반대하는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지속 가능한 경제 실현은 에너지나 물질 소비를 억지로 줄여야 하는 징벌적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 시스템의 목적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이때 세 가지 사항이 고려된다. 첫째, 우리 생활방식이 만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지속 가능한 특성을 지녀야 한다. 둘째, 개인이 저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충분한 소득을 보장받아야 한다. 셋째, 우리 삶에서 유급노동이 차지하는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필리프 프레모 Philippe Fremea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논설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앙투안 드 라비냥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