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이 화려해졌다. 고급 전자제품과 가구를 갖춘 이동주택, 웰빙 공간, 워터파크를 떠올리게 하는 수영장 등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캠핑장이 프랑스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고급 캠핑장 수요가 늘고 새 이용자가 유입된 영향이다.

엘로디 오프레 Elodie Auffray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급 캠핑장 수요가 늘면서 프랑스의 캠핑장이 화려하게 변신했다. 5성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캠핑장은 이동주택, 웰빙 공간, 워터파크 등을 갖추고 캠핑족을 끌어모으고 있다. 옐로빌라주

2024년 5월 아침, 따스한 햇살 아래 굴착기가 분주하게 땅을 판다. 그곳에 ‘시티 스타드’(도시형 경기장)가 들어설 예정이다. 푸른 해송 무리가 바다를 내려다보는 부지 반대편에는 통나무집처럼 치장한 새 이동주택이 비뚤비뚤하게 늘어서서 설치되기를 기다린다.
발앙드레 지역(프랑스 북서부) 생브리외시의 아담한 해수욕장에 자리한 3성급 시립캠핑장이 새 단장을 시작했다. 2023년 공공이 관리하던 캠핑장의 책임자가 바뀌었다. 고급 야외숙박시설 브랜드인 상다야(Sandaya)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상다야는 낙후된 캠핑장을 근사한 4성급 숙박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66채였던 이동주택이 110채로 늘어난다. 시릴 마사랭 회장은 새로 들인 이동주택을 보여주면서 “신식일 뿐 아니라 품질도 우수해졌다”고 말했다. 그 안에 들어서면 아늑하게 잘 꾸민 아담한 아파트에 온 듯한 인상을 받는다.

‘특권 중산층’ 고객
시대가 바뀌었다. 프랑스의 ‘영광의 30년’ 때처럼 해안가 들판에 텐트를 치거나 카라반을 세우고 캠핑하던 시절은 갔다. 그때 캠핑장에 갖춰진 편의시설이라곤 화장실과 샤워실이 전부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야외숙박시설 브랜드의 고급 캠핑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전자제품과 가구를 필요 이상으로 갖춘 이동주택, 웰빙 공간, 워터파크를 연상시키는 수영장 등 없는 게 없다. 옐로빌라주(Yelloh Village)의 에티엔 파주 회장은 “야외숙박시설 퀄리티가 아주 좋아졌다.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면 10년마다 시설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시설 다음으로 서비스 고급화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옐로빌라주는 2000년에 생긴 4~5성급 캠핑장 브랜드다.
“어떤 캠핑장은 대형 관광 리조트와 다르지 않다. 그런 캠핑장이 새 고객층을 끌어들인다. 여태껏 캠핑장에 크게 관심이 없던 중산층과 구매력을 갖춘 외국인 관광객이 럭셔리 캠핑장에 유입됐다. 4~5성급 캠핑장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4월 경제연구소 제르피(Xerfi)에서 캠핑시장 보고서를 발표한 알릭스 메를르가 설명했다.
10년 전 시작된 캠핑장 고급화 추세가 몇 년 전부터 속도를 높였다. 캠핑이 인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보건위기(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 이후 이용자 수가 최고치를 찍었다. 캠핑장이 인기를 끄는 배경은 여러 가지다. 캠핑장은 대체로 가성비가 좋고 자연과 가까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진 점도 캠핑장 수요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오는 관광객 수도 회복됐다.
캠핑장 고급화를 설명하는 배경이 또 있다. 시장에 새 경제주체와 자본이 유입됐다. 피니스테르 지역(북서부)에 4성급 독립 캠핑장을 소유한 니콜라 다이요 프랑스 전국야외숙박시설연맹(FNHPA) 위원장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캠핑장에서 이동주택을 임대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매출이 오르고 영업기간이 늘어났다. 은행 대출한도가 높아지고 투자가 시작됐다. 캠핑 경제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5성급 캠핑장이 처음 생긴 2010년만 해도 4~5성급 캠핑장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지금은 21%다. (입주형 이동주택이 없고 야영 공간만 있는) 캠핑장으로 한정하면 4~5성급 캠핑장 비중은 43%로 늘어난다. 투숙일수로 따지면 58%가 4~5성급 캠핑장 예약이었다.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캠핑장이 많다. 유럽 캠핑장의 29%가 프랑스에 있다. 하지만 캠핑시설 고급화로 특정 이용자층이 밀려나는 ‘캠핑장 젠트리피케이션’은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니콜라 다이요 위원장은 “유럽 어디서든 보이는 현상이다. 스페인,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북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추세를 주도하는 건 프랑스다. 시장에 새로 진출한 거대 기업이 서로 경쟁하면서 캠핑장 고급화를 부추긴다.
캠핑 문화는 오래전부터 소형 독립 캠핑장이 이끌었다. 그러던 게 고작 몇 년도 안 돼 엄청나게 바뀌었다. 상다야, 옐로빌라주, 토아피(Tohapi)와 같은 그룹이 캠핑장을 사들이거나 프랜차이즈화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캠핑장 프랜차이즈 캄핑파라디(Camping Paradis)를 세운 올리비에 라쉬노는 “캠핑 산업은 호텔 산업과 다르게 브랜드가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TV 드라마 제목에서 이름을 따온 캄핑파라디는 2020년 처음 문을 연 뒤로 빠르게 성장했다. ‘휴먼스케일’(사람이 편하게 느끼는 크기)의 3~4성급 캠핑장이 벌써 90곳이나 된다.
 

▲ 최근 새 단장을 한 프랑스의 4~5성급 캠핑장은 편의시설은 물론 서비스 고급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4~5성급 캠핑장 브랜드인 옐로빌라주의 이동주택 시설. 옐로빌라주

프리미엄급 향한 무서운 질주
캠핑장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다. 노지 캠핑장만 따지면 35%다. 캠핑장 산업 전체 매출액의 3분의 2가 이들 그룹에 쏠려 있다. 오늘날 캠핑장 프랜차이즈 연간 매출액은 40억유로(약 5조9800억원)를 찍었다. 2000년에는 80만유로였다. 알릭스 메를르는 “2010년대 초부터 투자자들이 캠핑장 브랜드에 관심을 보였다. 수영장, 스파 등 값비싼 시설에 투자할 돈이 생긴 것이다. 이후 큰 브랜드가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캠핑장은 이윤이 아주 많이 남는 산업이다. 규모가 크고 이용빈도가 높아 투자금을 회수하기 쉽다. 좋은 시설에 투자하면 요금이 비싸도 손님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리미엄급을 향한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없지 않다고 분석한다. “프리미엄 캠핑장은 이용자층이 넓지 않다. 기존 이용자들이 요금 인상으로 캠핑장을 떠날 우려가 있다.” 알릭스 메를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캠핑장 일주일치 요금이 10년 전에 견줘 평균 30% 올랐다.
업계에서는 캠핑장 고급화가 고객 수요를 반영한 결과라고 반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즈나 제디 옐로빌라주 에르퀴(북서부) 지부장은 “2020년부터 고급 캠핑장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에르퀴 옐로빌라주는 발앙드레 해수욕장 근처 소나무숲이 드리우는 그늘에 사이트가 394개나 있는 대형 캠핑장이다. 거품 욕조를 갖춘 프리미엄 이동주택이 특히 인기가 많다. 우즈나 제디 지부장은 “기업 임원만 오는 게 아니다. 중산층 가족도 많이 온다. 손님들은 비싸더라도 편한 걸 선호한다. 일 년에 휴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니콜라 다이요 위원장은 “중산층과 서민층은 예전부터 캠핑장을 많이 찾았다. 다만 고객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프랑스 전국야외숙박시설연맹이 가장 최근에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성비는 캠핑장을 고를 때 여전히 제일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그다음으로 고객은 편안한 숙박시설을 찾는다. 워터파크, 서비스, 이벤트 여부도 중요하다. 가족수당금고에서 휴가지원을 받는 사람 가운데 80%는 캠핑장에서 휴가를 보낸다. “그중 거의 대다수는 해안가에 있는 3~4성급 이동주택을 고른다.”(니콜라 다이요)

텐트 칠 자리가 사라진다
캠핑장 고급화의 또 다른 문제는 노지 캠핑사이트가 귀해졌다는 점이다. 노지 사이트는 입주형 이동주택이나 텐트에 견줘 채산성이 떨어진다. 2011년 전국 캠핑사이트의 29%를 차지하던 입주형 캠핑사이트가 지금은 49%로 늘어났다. 부지에 온통 이동주택만 지어놓은 캠핑장도 있다. 올리비에 르메르시에는 “지금 추세라면 15년 뒤에 우리가 아는 캠핑장은 사라지고 없다”고 내다봤다. 오트잘프 지역(남동부) 브리앙송시 근방에서 3성급 캠핑장을 운영하는 올리비에 르메르시에는 ‘진짜 캠핑장을 살리자’ 서명운동을 시작한 장본인이다. 그는 캠핑장마다 노지 사이트에 일정 비율을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지 캠핑이 사라져선 안 된다. 가장 싸고 친환경적으로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여전히 노지 캠핑이다.”
카라반 여행자를 위한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는 게나 역시 “기초 휴가인구를 배제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캠핑장 예약 없이 카라반을 타고 언제든 훌쩍 떠나곤 했다. “휴가철이나 연휴에 해안가에서 캠핑할 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노지 사이트가 드물어져서 그렇다.” 브르타뉴 지역(북서부) 토박이인 54살 게나가 보기에 위기에 놓인 건, ‘자유’와 ‘본질 찾기’로 이뤄진 마음가짐이다.
니콜라 다이요 위원장은 노지 사이트 할당제 도입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에겐 캠핑장 고급화에 문제가 없다. 노지 사이트 예약일수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지 사이트 예약일수는 2010년 6100만 건, 2023년에는 6300만 건을 기록했다. 게다가 2023년에는 노지 사이트를 예약하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노지 캠핑을 즐기는 북유럽 여행객이 돌아온 덕택이다.
니콜라 다이요는 노지 캠핑사이트가 줄어드는 게 캠핑장이 사라지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전국 캠핑장 수는 20년 전 9천 곳에서 현재 7400곳으로 줄었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시립 캠핑장이 캠핑카 전용 부지로 바뀌었다. 시립 캠핑장은 소규모 독립 캠핑장으로, 유행에 따라 투자하거나 새 관리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다. 대형 브랜드의 무차별적인 시장 진출에 영업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반가운 변화도 생겼다. 별을 달지 않은 무성급 캠핑장(전체 캠핑장의 7%)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2023년 예약일수 오름폭이 가장 큰 캠핑장은 무성급 캠핑장이었다. 예약일수가 10% 증가했다. 캠핑장 고급화에 대한 소심한 반격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8월호(제449호)
Dans les campings, le haut de gamme tisse sa toile
번역 최혜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