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그로세카퇴퍼 Maik Großekathöfer
마르틴 슐라크 Martin Schlak <슈피겔> 기자
 

▲ 부동산 회사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던 브루노 얀은 ‘좋은 판단 프로젝트’ 토너먼트를 거치며 독일에서 3명뿐인 ‘슈퍼예측가’가 됐다. 슈피겔

브루노 얀(42)은 인터넷에 접속한 노트북만 있으면 예측을 할 수 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는 구글이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얀은 ‘좋은 판단 프로젝트’ 출신의 독일 슈퍼예측가 3명 중 1명이다.
얀은 2011년 페이스북에서 좋은 판단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다. 당시 대학에서 이슬람학을 전공하던 얀은 한 부동산 회사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회사 업무가 단조로워 예측 토너먼트 참가를 마음먹게 됐다고 얀은 말했다. “이슬람 학자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목소리를 높일 때가 자주 있다. 이슬람 학자들이 외치는 소리에 물음표를 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약 2년 전 한 슈퍼예측가가 일종의 예보 센터로 스위프트센터를 설립했다. 센터 회원들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세계정치를 예측한다. 스위프트센터 누리집 갈무리

확증편향의 오류
얀은 토너먼트 전 내용을 꼼꼼하게 공부하며 특별한 사고방식을 익혔다. 그는 석유 가격이나 경제성장의 과거 추이에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추세에 반하는 예측을 할 때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얀은 특별한 형태의 편향, 즉 확증편향도 알게 됐다. 이에 따르면 어느 사안에 이미 입장을 가진 사람은 모순되는 정보를 종종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한 얀의 가장 중요한 비결 중 하나는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필요한 사건들의 상대적 빈도를 가리키는 ‘기저율’(Base Rate)이다. 그는 과거의 유사 사례를 통해 거의 모든 사안에서 기저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친구였다가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해 결혼한 부부의 경우, 결혼 생활을 10년간 지속할지 궁금하다면 두 사람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휴가 사진, 부부 싸움, 자가주택 공사 계획 등을 살펴보면 된다. 여기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심리학자인 바버라 멜러스가 ‘노이즈’(무작위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변동)라고 부르는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다. 노이즈는 예측을 잘못된 방향으로 호도하기도 하고, 혹은 예측을 과도하게 부풀릴 수도 있다.
결혼의 기저율은 검색엔진과 연방 인구연구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부부의 15%가 결혼 후 첫 10년 이내에 이혼한다. 슈퍼예측가라면 15%를 출발점으로 삼고, 휴가 사진 혹은 부부 싸움 중 무엇에 얼마큼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이 수치를 다소 조정한다고 브루노 얀은 말한다.
얀은 국제 네트워크인 스위프트센터(Swift Centre) 소속이다. 스위프트센터는 약 2년 전 한 슈퍼예측가가 일종의 예보 센터로 설립한 곳이다. 기업과 기관은 스위프트센터에 예측을 예약할 수 있다. 스위프트센터 회원들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세계정치를 예측한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 직후, 스위프트센터 회원들은 6개월 이내에 2만5천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 예측이 적중할 확률을 61%로 내다봤다. 예상 사망자 수는 머지않아 현실로 드러났다.
사람의 죽음을 확률로 예측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얀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가자지구에 대한 예측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 더는 놀랄 일이 없었다고 말한다. “내가 본 모든 상황은 이미 어느 정도 예측된 것이었다.”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 직후, 스위프트센터 회원들은 6개월 이내에 2만5천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실제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었다. 2024년 7월2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학교를 공습해 폐허가 된 현장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 REUTERS

중국의 에너지 전환 가능성
스위프트센터의 또 다른 관심사는 중국의 에너지 전환이다.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탄소배출량이 많은 중국에서 에너지 전환은 중요한 주제라고 얀은 생각한다. 중국이 석탄·석유·가스 소비량을 이른 시일 내에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스위프트센터는 현재 중국의 2년 후 석탄 소비량을 예측 중이다.
얀은 설명을 마치고 다시 구글을 검색한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 신규 발전소 건설, 재생에너지 확대에 관한 시계열(일정 시간 간격으로 배치된 데이터들의 수열)을 검색하고 웹사이트를 확인할 때마다 점점 비관적인 예측치를 내놓는다. “중국이 원자력 에너지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듣는다”고 그는 말한다. 중국에서 현재 30GW(기가와트) 용량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그렇다면 2023년 상반기 동안 승인된 석탄화력발전소의 용량은 얼마나 될까? 무려 52GW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2년 후 석탄 소비량 예측치를 이미 내놓았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전문가 10여 명이 중국 석탄 소비량 예측치를 공동 작업했다. 중국 석탄 소비량은 2023년에 정점을 찍었고 2024년부터 감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하지만 얀은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불신한다.
예측을 할 때 자신의 희망 사항이나 두려움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얀은 말한다. “나도 중국의 에너지 전환을 지지한다. 하지만 중국의 에너지 전환이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얀은 전문가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하고자 한다. 전문가의 데이터가 없었다면 그는 시계열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의 전문 지식도 귀중하다. 그러나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 분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얀은 지적한다. 에너지 산업 전문가는 시민들의 기후위기 시위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슈퍼예측가의 강점은 다양한 관점을 하나로 모으는 데 있다.”
그의 가장 큰 예측 실수를 묻자 얀은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국제공항의 개항 시점이었다고 답한다. 브란덴부르크공항 건설이 수년간 지연되자 2017년 얀은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공항은 이제 개항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 반 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공항에 승객을 태운 첫 항공기가 착륙했다.
그는 하필 완전히 빗나간 예측으로 방송을 탄 것이 속상하다고 말한다. 얀은 신임 공항 사장이 건설현장 상황을 그렇게 빨리 반전시킬 수 있을 거라고 내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항상 옳은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잘못된 예측을 할 확률을 줄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영국 수학자 키트 예이츠는 자신의 저서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등을 통해 우연의 작용을 이해하면 미래에 펼쳐질 일에 놀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2023년 7월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강연하는 예이츠. 유튜브 갈무리

고압송전선과 백혈병
3일 전 한 비행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내가 오늘 비행기를 타는 것은 얼마나 안전할까? 연구에 사용된 약물이 위약보다 실험 대상자에게 더 큰 효과를 보였다면, 그 약물이 내게도 효과가 있을까? 룰렛에서 ‘빨간색’이 5번 연속으로 나왔다면, 다음 숫자는 분명히 ‘검은색’이 될까?
이 질문 세 개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 세 질문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모두 우연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신비한 힘에 속하는 우연은 항상 예측의 동반자나 다름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연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일정한 패턴이 없는데도 패턴이 있다고 믿기도 한다. 미국인 줄리 람이 그런 경우였다.
‘이것은 우연일 리가 없다!’ 1992년 큰아들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줄리 람은 말했다. 동시에 아들의 백혈병 원인을 반드시 알아내겠다고 다짐했다. 백혈병 진단 직후 람은 텔레비전에서 백혈병 유발 원인을 파헤친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됐다. 바로 고압송전선과 전자기장이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람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보건국에 연락해 이런 내용을 알렸다. 그리고 보건국으로부터 “전자기장 피해 아동들의 이름과 진단명을 정리한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람은 다른 소아암 환아들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고, 다시 이들은 같은 처지의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지도에 소아암 아동의 거주지역과 고압송전선 위치를 표기했다.
소아암 아동이 여럿 거주하는 일부 지역에는 고압송전선이 촘촘히 깔려 있었다. 소아암, 전자기장, 밀집도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한 기자가 람에게 자신의 주장을 확신하는지 물었다. 람은 “확신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람의 주장은 맞지 않았다. 고압송전선이 암을 유발한다는 확실한 통계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고압송전선과 암 사이에 연관성이 입증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 수학자 키트 예이츠는 오마하의 학부모들에게 자신의 신간 저서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How to Expect the Unexpected)를 인용하며 사람들이 우연의 영향을 어떻게 오해하는지를 설명했다.
사람들은 놀이본능을 통해 우연을 지배하는 법칙을 배웠다. 주사위 놀이는 이미 고대부터 존재했다. 처음에 주사위 결과는 인간이 간섭할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17세기 중반 한 도박꾼이 주사위 게임에서 점수가 높은 사람이 최종 이길 확률을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에게 물어봤다. 파스칼은 동료 수학자 피에르 페르마와 이 문제로 편지를 주고받았고, 주사위 게임을 하는 두 명 모두 이길 확률이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두 명이 주사위 게임을 반복하면 둘 중 한 명이 더 자주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주사위 게임에서 특정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우연에도 규칙이 있다
이는 우연에도 규칙이 있다는 획기적인 깨달음이었다. 이후 수세기 동안 수학자들은 확률 이론을 발전시켰다. 수학자들은 기대값과 표준편차를 정의하고 ‘큰수의 법칙’을 확립했으며,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을 분포로 나타냈다. 이런 분포는 프랑스 제창자의 이름을 따 ‘푸아송 분포’(Poisson Distribution, 주어진 시간 안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횟수를 나타내는 이산확률분포)라고 명명했다. 이런 법칙은 인간 직관의 약점을 극복하고 편견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다.
키트 예이츠는 “무작위성(Random-ness, 정형화된 양식이나 패턴이 없고 예측이 불가능한 성질)이 인간의 뇌를 오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대다수 사람은 ‘무작위성’을 ‘균등성’과 동일시해버린다. 동전을 100번 던져 무작위로 나오는 순서를 가정해 적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앞면이나 뒷면을 5번 연속으로 적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무작위 조합에서 앞면이나 뒷면이 5번 연속으로 나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줄리 람은 고압송전선으로 발암 위험성이 생긴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무작위적인 발암 사례가 지도에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발암 사례는 우연히 특정 지역에 모여 있는 것이다. 키트 예이츠에 따르면 우연의 작용을 이해하면 미래에 펼쳐질 일에 놀라지 않는다. 방금 일어난 우연한 일이 내일 다시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Der Spiegel 2024년 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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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태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