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그로세카퇴퍼 Maik Großekathöfer
마르틴 슐라크 Martin Schlak <슈피겔> 기자
 

▲ 독일 기상청 기상분석·모델링국의 물리프로세스 부서 총괄자인 린다 슐레머는 시나리오로 사고하면 일기예보 뿐만 아니라 모든 예측의 정확도가 올라간다고 귀띔한다. 슈피겔

독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SX-오로라 쓰바사’(SX-Aurora Tsubasa)가 미래를 내다보는 데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오펜바흐에 있는 독일 기상청 본부의 한 홀에서 물리학자 린다 슐레머가 캐비닛 벽에 대해 설명한다. 복도는 윙윙거리는 소리로 시끄럽다. 그래서 슐레머의 설명을 이해하려면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
기상청의 홀은 밤낮으로 붐빈다. SX-오로라 쓰바사는 새벽 4시30분에 하루의 첫 예보를 시작해 자정 직전에 마지막 예보를 끝낸다. 이 과정에서 슈퍼컴퓨터는 끊임없이 달리는 사람처럼 달궈진다.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만 슈퍼컴퓨터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슐레머가 날씨 예측을 위해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므로, 슈퍼컴퓨터 SX-오로라 쓰바사는 연산을 엄청나게 많이 해야 한다. 슈퍼예측가들도 특별한 방법으로 예측을 한다. 그들은 미래를 한 번이 아닌 수없이 시뮬레이션한다.
 

▲ 경제학자 니클라스 발마이어와 비즈니스 정보통신(IT) 전문가 티모 비네푀트는 스타트업 아르크디시전스를 공동 설립해 기업과 기관의 예측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슈피겔

일기예보는 예측의 성공 사례
슐레머는 독일 기상청 기상분석·모델링국의 물리프로세스 부서 총괄자다. 그는 독일 기상청 슈퍼컴퓨터 SX-오로라 쓰바사가 향후 7일 정도의 일기예보를 생성하는 데 사용하는 예보 모델을 공동 개발한다. 슐레머의 날씨 예측 데이터는 매일 저녁 뉴스 일기예보에 사용되고, 조종사와 선장들도 참고한다.
날씨와 예보가 서로 맞지 않으면 시민들의 불평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예측 부문에서 가히 성공 사례라고 부를 수 있다. 슐레머는 사무실에서 다채로운 색상의 선들이 그려진 다이어그램을 <슈피겔>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다이어그램에 그려진 선은 모두 위로 향했다. 1980년에는 향후 이틀간의 날씨만 아주 정밀하게 예측 가능했다면, 이제는 정밀 예측이 가능한 일수가 무려 7일로 크게 늘었다.
슐레머는 자신이 하는 업무를 설명하면서, 세 변의 길이가 13㎞인 삼각형을 만들어 보인다. 그는 컴퓨터 안의 세계 지도에 삼각형들을 만드는데, 이를 ‘그리드 컴퓨팅’(다양한 컴퓨팅 기기를 하나의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컴퓨터의 계산능력을 극대화한 차세대 디지털 신경망 서비스)이라고 한다. SX-오로라 쓰바사는 지상 관측소와 기상 풍선, 선박, 위성에서 나온 데이터로 각 삼각형의 꼭지점에서 온도와 기압, 태양 복사 및 기타 변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거대한 방정식 시스템으로 계산한다. 예측 모델에 더 많은 결과가 내장되고 그리드가 촘촘해질수록 SX-오로라 쓰바사는 더 많은 연산을 해야 하고 동시에 예측은 더 정확해진다.
그리고 여기에는 특별한 속임수가 있다. “앙상블 예보(Ensemble forecast, 하나의 수치모델 결과 대신 여러 모델의 예측 결과들을 가중 평균해 예보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일기예보를 생산하는 방법)는 혁명”이라고 슐레머는 말했다. 슈퍼컴퓨터는 향후 며칠 동안의 날씨 예보를 실행할 때마다 한 번이 아닌 40번씩 계산한다.
슈퍼컴퓨터가 연산할 때마다 증발량과 구름 속 얼음 결정이 가라앉는 속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슐레머는 처음에 작았던 편차가 마지막에는 큰 편차로 벌어지는 등 기상 상태가 혼란스럽게 움직인다고 말한다. 그는 앙상블 예보를 통해 혼란을 제어한다. 이런 식으로 강수 확률 30%라는 예보를 도출한다.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과 피에르 페르마가 살아생전 그들의 서신 교류 수준과 비교해 후대에 예측이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했는지 못 보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날씨와 예보가 서로 맞지 않으면 시민들의 불평이 뒤따르지만, 그래도 일기예보는 예측 부문에서 성공 사례라고 부를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기상 전문가들이 허리케인의 이동 경로을 추적하고 있다. REUTERS

시나리오로 사고하라
시나리오로 사고하면 일기예보뿐만 아니라 모든 예측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베를린의 슈퍼예측가 얀은 이를 “가능성의 영역을 여는 것”이라고 부른다. 슐레머는 예측을 할 때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다음에 나의 불확실성은 무엇이며 그것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보라.” 그는 10회, 20회, 100회 등 계속 예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한지 비교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수확률이 정말 30%인지, 그리고 예측 정확도를 개선할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독일 장크트파울리의 레퍼반 구역 끝자락에 황금색 벽이 있는 계단은 공유사무실로 연결된다. 공유사무실에는 빌트인 트레드밀 책상이 있고, 복싱 링에서 회의를 하거나 점심시간에 헬스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 아르크디시전스(Arq Decisions)의 설립자이자 경제학자 니클라스 발마이어와 비즈니스 정보통신(IT) 전문가 티모 비네푀트 공동 설립자가 이 공유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아르크디시전스는 기업과 기관의 예측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발마이어는 “우리는 앞으로 발생하는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도록 사람의 잠재력을 일깨운다는 구상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2년 전 같은 시기에 육아 휴직 중이었던 두 사람은 점심을 함께 하면서 스타트업 설립을 결심했다. 두 사람이 개발한 디지털 예측 플랫폼 구상은 제2의 ‘좋은 판단 프로젝트’ 버전으로 발전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기 예측교육은 장기적으로 예측 정확도를 6~11% 향상시킨다고 비네푀트는 말한다. “예측 성공 여부는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다.”
발마이어가 노트북에서 플랫폼을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통계 기초를 먼저 배우고, 편향 및 기저율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사전교육을 마친 참가자들은 스페이스엑스(SpaceX)가 다음 시험 비행에서 스타십(Starship) 로켓 추진 모듈을 통제된 방식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에서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참가국들이 우승할 가능성이 있을지 등의 질문을 접한다.
참가자 34명이 플랫폼에서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에 관한 질문에 답했고, 확률을 평균 22%로 내다봤다. 발마이어는 이보다 낙관적인 38%를 예상했다. 발마이어는 우승 경험이 없는 국가가 결승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는 약체팀이라도 우승할 확률이 꽤 높다.”
이런 질문은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주면서도 제대로 된 예측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도록 고안됐다. 참가자들은 채팅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고, 자신의 예측에 대한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좋은 판단 프로젝트’는 미래 예측에서 선천적 재능보다 후천적 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피아노 연주를 많이 할수록 피아노 실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예측을 많이 할수록 예측을 더 잘하게 되는 식이다.
스타트업 아르크디시전스가 개발한 예측 플랫폼은 아직 임시 버전만 존재한다. 예측 플랫폼이 상용화된다면, 기업들은 너도나도 슈퍼예측가를 채용해 기업 자체 예측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면 독일에 3명이 아닌 수많은 슈퍼예측가들이 생길 것이다.

전문가들이 틀릴 확률 97%
2024년 2월 어느 저녁, 스위프트센터 소속 슈퍼예측가 브루노 얀이 베를린 자택에서 화상회의에 접속한다. 영국과 미국, 그리고 루마니아와 노르웨이 슈퍼예측가들도 화상회의에 참여한다. 스위프트센터는 약 2년 전 한 슈퍼예측가가 일종의 예보 센터로 설립했다.
스위프트센터의 회원 9명은 한 시간 동안 인도와 중국의 석탄 소비, 가스화력발전소, 핵융합로 및 배터리 저장고에 관해 토론한다. 누군가가 “중국이 석탄을 대대적으로 가스로 대체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어느 정도냐”고 얀이 질문한다. “미세먼지로 중국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넣을 수 있을까?”
이후 며칠 동안 참가자들은 다양한 예측을 내놓았다. 참가자들 모두 국제에너지기구의 예측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봤다. 그들이 보기에 전문가들이 틀릴 확률은 무려 97% 이상이었다. 스위프트센터 슈퍼예측가들의 이런 예측이 맞을지는 2년 반 후에 알게 될 것이다.

ⓒ Der Spiegel 2024년 제28호
Wissen, was kommt
번역 김태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