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비더 Benjamin Bidder
루카스 홈리히 Lukas Homrich <슈피겔> 기자
 

▲ 페터 하켄베르크는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기와를 발명해 건축미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다. 슈피겔

페터 하켄베르크(61)는 독일 쾰른에 있는 포드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오랫동안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발명은 사회를 위해, 인간을 위해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기와를 발명했다. 개인주택 지붕에 자리잡은 기존 태양광 패널은 그의 눈에 아주 흉해 보였다. 게다가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이전 태양광 패널과는 달리, 하켄베르크의 기와는 지붕의 골재 위에 직접 얹도록 돼 있다. 그의 태양광 기와는 안정성이 매우 높아서 고전적인 기와와 똑같이 바람과 비, 우박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한다. 햇빛에서는 전기를 얻는다. 기존 패널과 달리 열도 모아들인다. 시중의 태양광 모듈은 효율이 23%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만든 기와는 모두 63%의 효율을 낸다고 하켄베르크는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기존 지붕 위에 다시 태양광 패널을 얹는 방식은 기이한 건축 형태다. 실수처럼 보이는 그 방식이 몇 년 안에 자취를 감추기만을 그는 바란다. 하켄베르크는 베를린에서 이미 유명 고객을 확보했다. 독일 대통령의 관저인 벨뷔 궁의 태양광 입찰을 따낸 것이다. 주문을 받는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하켄베르크는 발명을 산 위의 성을 공략하는 행위에 비교했다. 성안 어딘가에 자기가 찾고 있는 그것, 다시 말해 어떤 문제의 기술적 해법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태양광 기와(솔라 루프) 구상을 발표한 바 있지만 입심 좋게 발표한 것과 달리, 구체적으로 나온 성과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테슬라의 솔라 루프 홍보 화면 갈무리

어려운 국면 여러 번 극복해야
물론 어려운 국면도 여러 번 극복해야 한다. 그가 찾아낸 해법이 기술적으로 너무 복잡하거나 혹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그는 몇 번이고 맨 처음으로 돌아가 문제와 직접 마주한다. 매번 다른 지점에서 여러 변형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이를 그는 “공격 지점”이라고 부른다. 그 말을 듣고 있자면 마치 그가 정말로 산성의 성문을 박차고 들어가거나 대포로 성벽 틈새에 포탄을 쏘아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45년 전부터 그는 ‘발명하기에 완벽한 조건’의 비밀을 찾으려 애썼다. 그에게는 무엇이 창조력을 갉아먹는 적일까? 시간의 압박과 배고픔, 목마름이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된다. 골똘히 생각하는 중에 방해를 받으면 그는 매우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그의 회사에는 직원 20명가량이 근무한다. 하켄베르크는 발명이 ‘공동작업’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지금 새 아이디어를 떠올려 구체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일 때면, 직원들이 이를 알아차리고 그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집중하는 건 하켄베르크가 발명을 위해 꼭 필요로 하는 조건 중 하나다.
또 다른 조건은 탐구 작업이다. 그의 작업장 한구석에는 태양광 장치와 배터리 충전 케이블, 그 밖에 각종 기구가 즐비하다. 그중 적잖은 기구들이 마치 한바탕 도끼 세례를 받은 듯한 형상이다. 하켄베르크가 앵글 그라인더로 절단해 해체해놓은 것이다. 어떤 기술을 철저하게 근본적으로 파악하려면,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직접 시도해봐야 똑똑해진다.” 설사 그로 인해 부상을 입더라도 말이다.
그가 기술에 관한 아이디어를 처음 갖게 된 것은 여섯 살 때였다. 자기 케트카(페달과 체인으로 추진되는 어린이용 소형 자동차 브랜드)를 살펴보니, 안전장치 링에 잠금나사가 달려 있었다. 잠금나사 같은 건 없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그는 나사를 조이지 않은 채로 케트카를 타고 언덕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결과는 철조망과의 정면충돌이었다. 안전 링에 왜 잠금나사가 달려 있는지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하켄베르크는 얘기했다. 기발한 생각이 열이면 열 다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도 당시 사고로 배웠다고 그는 덧붙였다.
 

▲ 아나 외스트라이히는 2023년 ‘똑똑한 룸 가방’으로 디자인상을 받았다. 어깨에 걸치는 이 가방은 주인이 짐을 싸면서 잊어버리고 넣지 않은 물건이 있으면 신호를 보내 알린다. 슈피겔

잠자는 동안 돌파구 떠올라
그의 경우, 문제 해결의 돌파구는 책상에 앉아 있을 때 나오지 않는다. 발견은 자는 동안 떠오른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생각하면서 잠에 들고, 해결책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난다. 가끔 그런 일이 한밤중에 일어나 아내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잠이 깨면 하켄베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선 연필과 종이를 찾는다. 머리에 떠올랐던 설계도를 종이에 그리는 것이다. 태양광 기와 아이디어는 새벽 2시에 그를 찾아왔는데, 다섯 시에는 이미 기와의 설계도가 완성돼 있었고, 설계도를 작업팀에게 이메일로 보내 “그 일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태양광 기와(솔라 루프)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머스크가 그 프로젝트를 공표했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하켄베르크는 회상했다. 하지만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났다. 하켄베르크는 이제 저 유명한 경쟁자의 태양광 기와를 더 이상 위협으로 여기지 않는다. 입심 좋게 발표했지만, 그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으로 나온 성과는 아직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제품화 과정에서 부딪힌 어려움과 씨름 중이라고 한다. “머스크는 실제로 일어날 많은 문제를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독일에 자리잡은 이 혁신적 작업장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말일까? “독일에서 새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은 당장에 이러쿵저러쿵하는 온갖 회의적인 말을 마주한다. 그런 말을 다 들으면서도 마음에 두지 않고 심리적으로 견뎌내려면 정말 어마어마한 여과 기능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발명 여건은 더욱 나쁘다. 재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기가 낸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던 적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개발 부서들은 질투심에 차서 각자 자기 지식독점권을 방어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가 하면 경영자의 최대 관심은 빠른 시일 내에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새 아이디어다. 하켄베르크는 포드에 근무하던 시절, 그런 개혁안으로 5만유로씩 두 번, 총 10만유로의 포상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명은 당장에 경비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이런 의견은 과학적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 결과는 대기업이 기술 발전에 좋은 곳이 아님을 보여준다. 대기업이 신생기업이나 대학교를 졸업한 아주 창의적인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목적은 새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른바 ‘전략적 고용’(Strategic Hiring) 현상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발명에 관한 권리를 놓고 벌어지는 투쟁이다. ‘해당 시점에서 이미 달성된 수준의 기술’이 아니라고 판명이 나야 그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있다. 판명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만, 특허청 관계자가 유튜브 영상이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신청서의 발명과 동일한 내용을 단 한 건이라도 확인하는 순간, 특허 신청은 불허된다. 그래서 발명품의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는 극도로 입조심을 해야 한다고 하켄베르크는 충고한다.

개인에게 높은 특허의 벽
특허청 담당자는 직업의 특성상 모든 것을 일단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특허를 신청하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소요되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특허 한 건을 신청하려면 7천유로(약 1천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많은 대기업에 그 정도는 땅콩값에 불과하지만, 사업체가 없는 개인 발명가에게 이 금액은 넘기 어려운 걸림돌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특허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대기업을 상대해야 하는 개인 발명가는 특허 전문 변호사를 고용할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검사들이 개인 발명가를 곤경에 빠뜨리는 일도 빈번하다. 특허 문제는 민사소송으로 분류되므로 검사들은 특허 사건의 처리를 거부할 수 있고 실제로 그들은 자주 그렇게 한다.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명분을 들면서 말이다.
독일 뮌스터 외곽에는 전문대학 건물이 있다. 캠퍼스의 이름은 ‘레오나르도’, 학생 식당은 ‘다 빈치’로 불린다. 캠퍼스 한가운데에는 디자인스쿨이 자리잡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10m 길이의 긴 탁자가 보인다.
이 전문대학의 목표는 아이디어와 실제를 통합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학교로 가져온다. 이렇게 모인 풍성한 아이디어는 디자인스쿨의 수많은 작업실에서 구체화 과정을 거친다. 어떤 학생이 제안한 설계를 실제 제작하게 되면 목수와 공구 제작자들이 작업을 돕는다. 이 협력자들은 가끔 “디자인한 학생들은 너도나도 둥그런 형태를 원하기만 하고, 정작 그걸 구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전혀 모른다”며 불평하기도 한다.
아나 외스트라이히(28)는 이 학교의 학생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많이 그렸다. 유리와 코르크로 노인들이 화상 위험 없이 손쉽게 찻물을 따를 수 있는 찻주전자도 발명했다. 2023년에는 ‘똑똑한 룸(loom) 가방’으로 디자인상을 받았다. 어깨에 걸치는 이 가방은 주인이 짐을 싸면서 잊어버리고 넣지 않은 물건이 있으면 신호를 보내 알린다. 휴대폰은 챙겼는지, 혹시 지갑이 아직 부엌 조리대에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짐을 빠트리면, 룸의 엘이디(LED) 전등이 붉은빛으로 반짝인다. 알림 방식은 불빛 대신 삐익 소리, 나지막하게 윙 하는 울림, 또는 내장된 진동으로도 설정이 가능하다.
외스트라이히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갖게 됐을까? 단순히 자신만을 위해 궁리하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바깥으로 나가서 사람들 속에 있을 때,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관찰한다. 그러면 곧장 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룸 가방도 그렇게 해서 얻은 아이디어라고 한다. 외스트라이히는 인지 능력이 저하된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그때, 동료 디자이너 패트릭이 가방을 다 싸놓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것을 봤다. 그러고도 결국 그는 휴대폰을 잊어버리고 가방에 넣지 않았다. “그러자 패트릭은 매우 불안해했다.”
무언가를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다는 것은 인지 능력이 저하된 사람들에게 불안과 수치심을 동반하는 경험이다. “잃어버린 버스 정기 승차권이나 신분증을 새로 신청하려면 그들은 늘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야 한다. 누군가가 일정을 잡아주고, 약속된 시간에 함께 가줘야 한다.”

배려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외스트라이히는 룸 가방을 맨 처음 설계하는 단계에 장애를 가진 동료 디자이너 네 명을 불렀다. 중고 가게에서 낡은 가방을 구매해 부분으로 오려서 갈라놓았다. 그런 다음, 동료 디자이너들에게 그 조각들을 자유롭게, 각자 자기 필요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조합하도록 했다. 등이 아닌 가슴에 메는 룸 가방이 탄생한 것은 바로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에서 가방을 도난당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이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작업장에서 제작할 수 있도록 외스트라이히는 가방의 본을 가능한 한 단순한 형태로 디자인했다. 가방에 사용한 전기용품도 이 실험실에서 직접 기획한 것이다. 최초로 완성한 가방의 제작비는 70유로(약 10만원)였다.
룸 가방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외스트라이히는 현재 사업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이 가방을 멋지다고 느끼고,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전자와 정보기술(IT) 분야에 전문적 능력을 가진” 회사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디자인상의 상금을 이 제품의 개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외스트라이히는 발명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경험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오랫동안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뒤, 어느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서로 조화롭게 맞아떨어지는 듯 보일 때 느끼는 쾌감과 낯선 사람이 자기 발명품을 시험해보고서 “이거 참 좋은데요” 하고 말할 때 느끼는 기쁨. “그보다 더 멋진 순간은 없을 것”이라며 그는 말을 맺었다.

ⓒ Der Spiegel 2024년 제23호
Das Geheimnis der letzten Erfinder
번역 장현숙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