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덕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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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합병에 성공하면 주가는 대체로 공모가 대비 50~100%가량 오른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현재 합병을 탐색 중인 스팩은 80개나 된다. 어떤 스팩을 골라야 합병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
스팩은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비상장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공모 전에 자본을 투자한 인수·합병 전문가들이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해 합병에 적합한 기업을 물색한다. 합병은 공모 뒤 3년 안에 마쳐야 한다. 2년7개월 내 합병 신고서를 내지 못하는 스팩은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23년간 325개 스팩 상장
최근 한국거래소의 합병 심사를 통과해 거래가 재개된 스팩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디지털 광고업체 차이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이 승인된 한국제11호스팩은 거래 재개 첫날(2024년 5월31일) 주가가 급등해 402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2000원)에 견주면 100%가 넘는 상승률이다. 방위산업업체 알에프시스템즈와 합병하는 교보12호스팩 주가도 거래 재개 첫날(6월27일) 3160원으로 공모가 대비 58% 올랐다.
스팩 제도는 지난 2009년 국내에 도입돼 이듬해 대우증권스팩이 증시에 처음으로 상장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를 통해 2010년 이후부터 2024년 현재(7월12일 기준)까지 상장된 스팩을 전수조사한 결과, 합병 성공 확률은 67.8%로 집계됐다.
지난 23년 동안 증시에 상장된 스팩은 모두 325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합병 상장에 성공한 스팩(심사승인 단계 4곳 포함)은 160개, 기한 내 합병에 실패해 상장폐지된 종목은 76개로 조사됐다. 스팩 셋 중 두 개꼴로 합병에 성공한 것이다. 나머지 89개는 합병 전 스팩 상태로 상장돼 있고 이 중 9개는 합병 심사를 청구해 거래소의 승인 여부가 발표될 때까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스팩에 투자할 때는 무엇보다 합병 대상 기업을 탐색하는 발기인과 증권사의 과거 스팩 합병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스팩을 한 개라도 발행한 적이 있는 국내 증권사 26곳을 조사한 결과, 합병 성공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하나증권으로 18건(심사승인 1건 포함)에 이르렀다. 비상장사 18곳이 이 증권사가 설립한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것이다.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각각 17건의 스팩 합병을 이뤄내 선두를 바짝 추격했다. KB증권(15건), 대신증권(12건), 교보증권(11건)도 10건이 넘는 합병을 성사시켰다. 반면 일반 기업공개(IPO)의 강자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7건)과 한국투자증권(6건)은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부문에서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합병 건수가 많은 증권사의 스팩을 선택하는 게 최선일까? 합병을 많이 성공시켰지만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면 이 증권사의 합병 성공 확률은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합병 건수 4위인 KB증권은 합병 무산으로 청산된 스팩도 7건에 달해 합병 성공률(68.2%)은 전체 증권사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청산해도 원리금 보장
반면 성공 확률이 높더라도 합병 건수 자체가 적다면 해당 증권사의 합병 역량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적어도 5건 이상의 합병 실적이 쌓인 14개 증권사로 압축해 합병 성공 확률을 따져봤더니, 신영증권이 10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모두 7건의 합병을 성사시켰고 합병을 못해 청산된 스팩은 한 건도 없었다. 이어 교보증권의 스팩 합병 성공 확률이 91.7%로 높았다. 11개의 스팩을 합병시켰고 청산된 스팩은 1건에 그쳤다. 대신증권(합병 12건, 청산 2건), IBK투자증권(합병 17건, 청산 3건), 하나증권(합병 18건, 청산 4건)은 합병 성공률이 80%를 웃돌았다. NH투자증권의 합병 성공률은 77.3%(합병 17건, 청산 5건)로 그 뒤를 이었다.
개인이 스팩에 투자하려면 공모에 참여하거나 이미 상장된 스팩을 사는 방법이 있다. 합병 뒤 주가가 되레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 일부 스팩 투자자들은 손실을 제한할 수 있는 안전판이 있다. 합병 신청 공시가 나기 전에 스팩을 매수한 주주에 한해 합병 결의를 위한 주주총회에 반대 의사를 증권사를 통해 전달하고, 이후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 ‘내 스팩 주식을 회사가 되사달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청구권 가격은 공모가보다 소폭 높게 결정되기 때문에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는 손실을 입지 않는다.
스팩이 합병에 실패해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투자자는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스팩은 ‘돼지저금통’이다. 투자자들에게 모은 자금을 고스란히 은행이나 한국증권금융에 맡겨놓았다. 여기서 발생한 이자를 청산 때 원금과 함께 돌려준다. 다만 시장에서 이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인 투자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스팩 투자는 합병 뒤 어느 정도 가격에 매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합병 대상 기업의 실적을 파악하지 못하면 ‘깜깜이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합병비율이 적정한지 살펴봐야 한다. 합병 상대 기업의 가치를 고평가해 합병비율을 매겨놓으면 스팩 보유자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 한겨레에서 금융시장과 씨름하다 반백이 됐다. 친구 따라 언론대학원을 갔다가 수업은 경제대학원에서 많이 들었다. <Risk On Risk Off, 경제신호등을 지켜라>, 제목은 길지만 부피는 얇은 책을 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