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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늘 정치·외교적이었다”
[COVER STORY] 올림픽과 경제, 그 불편한 진실- ④ 올림픽의 의미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제롬 라타 economyinsight@hani.co.kr

 
올림픽 경기장은 올림픽 참가국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력 요충지다. 환호와 눈물이 섞인 지구촌 스포츠 드라마 이면에는 IOC의 치밀한 정치·외교적 계산이 자리한다. 카롤 고메즈, 핌 베르쉬렌 두 정치·외교학자에게 올림픽의 의미를 물었다.

제롬 라타 Jérôme Latta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지구촌 최대 스포츠 제전의 이면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치밀한 정치·외교적 계산이 자리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024년 3월19일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하우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REUTERS

올림픽 모델이 위기를 맞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2024 파리올림픽은 역대 올림픽과 다른가?
카롤 고메즈 이번 파리올림픽은 올림픽의 새 시작을 알린다. ‘어젠다 2020’에 따라 조직한 첫 올림픽이다. 2014년 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조직·운영 방식을 새롭게 하고자 ‘유산’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어젠다 2020’을 채택했다. 2017년에 2024년 개최도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보스턴, 로마, 함부르크, 부다페스트가 입찰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남은 후보도시인 파리와 로스앤젤레스가 2024년과 2028년 차례로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가 줄어드는 추세다. 여름, 겨울 올림픽 모두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IOC는 개최지 선정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전까지는 선정 과정에서 후보도시 간 공약 경쟁이 심했다. 이를 예방하고자 후보지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파리올림픽에서 또 크게 달라진 점은 패럴림픽과 올림픽의 차이를 좁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올림픽에서 같은 로고를 쓴다.
핌 베르쉬렌 파리올림픽만큼 지속가능성 논의가 많았던 적이 없다. 2010년 초부터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올림픽 모델은 점점 더 다양한 의제에 부딪힌다. 2024년 파리올림픽은 새 모델(어젠다 2020)에서 정한 것보다 더 포괄적으로 의제를 반영한다. 파리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가 올림픽 파급효과를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IOC가 제시한 조건이 노력의 여지를 극도로 제한했다. IOC 조건은 현실의 지속가능성과 상충한다. 올림픽 원정대가 밀라노, 로스앤젤레스, 브리즈번에서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터무니없는 일정을 맞추며 과잉소비 체제에 갇힌 채 말이다.
 

   
▲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포츠의 정치화를 비판하지만 스스로가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 REUTERS

커지는 IOC 비판 목소리
2024 파리올림픽에서 사업비와 환경비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가.
핌 베르쉬렌 2014 소치겨울올림픽은 문제가 많았다. 불과 2년 전에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도 크게 다르지 않다. IOC는 올림픽 시설을 새로 짓지 말라고 권고만 할 뿐 강제하지 않는다. 종목과 경기 수를 줄이면 관련 스포츠연맹에서 심하게 반발할 것이다. 상업 수익이 쪼그라드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관중 수, 국외 입국 제한 등 깊은 변화가 일어나려면 아직 멀었다.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관람객이 모이는 한 올림픽은 지속가능한 행사가 될 수 없다. 한편, 올림픽은 전 인류를 한곳에 모으는 특성 덕에 궁극의 축제이자 보편적·지구적 축제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 적어도 스포츠나 경제, 정치 분야의 엘리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유행으로 2021년에 원격으로 즐겨야 했다. 하지만 그 덕에 탄소배출량이 상당히 적었다. 그때 올림픽 모델은 위태롭지 않았다. IOC 어젠다에 그런 내용은 아예 빠져 있다.
카롤 고메즈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업비와 환경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올림픽을 개최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IOC가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선 과잉투자를 예방하고자 일부 건설사업 승인을 철회하는 등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라고 했다. 다만, 그 결정은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것이었다. IOC가 적극적으로 나선 게 아니다. 등 떠밀린 거였다. IOC는 황금알 낳는 거위(올림픽 수익)가 죽을까봐 두려워했다.
IOC 영향력이 약해졌나. 최근 IOC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핌 베르쉬렌 IOC가 올림픽 어젠다를 강제할 힘은 약해지지 않았다. 외려 그 반대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 절차를 새로 정하면서 2015년부터 후보도시를 선별하고 각 후보도시와 사업계획서를 같이 세운다. 그러면서 비리 위험이 줄고 IOC가 정통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IOC는 수많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정통성 위기에 빠졌었다. 그러다 탁월한 전략적 선택으로 2010년 후보도시 위기를 극복하고 그 수를 회복할 수 있었다. IOC는 아직도 ‘왕을 만드는 자’ 구실을 한다. 2030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스위스가 아니라 프랑스를 선택한 건 IOC다. 지금도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정부와 정치인이 있다. 로랑 보키에, 르노 뮈즐리에(2030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역의 두 주지사)는 세계 어느 대륙에나 있다.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후보도시가 줄어들면서 IOC가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독재정부로 방향을 틀었다. IOC가 그런 선택에 어떻게 책임지고 있나.
핌 베르쉬렌 IOC는 독재주의보다 민주주의와 일하길 바란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처럼 위원회와 올림픽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체제는 우리가 가진 인권과 민주주의의 표준을 거스른다. 또 한편으로 독재 체제는 (점차 관심이 높아지는) 안보와 재정 문제를 손쉽게 해결한다는 이점이 있다. IOC는 여러 대륙에 돌아가며 유치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올림픽이 전세계적 행사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IOC가 제시하는 개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아프리카 대륙은 사실상 올림픽을 유치하기 어렵다. IOC의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다.
카롤 고메즈 IOC는 2032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그러한 이중성을 보여줬다. 도하와 브리즈번 사이에서 결국 브리즈번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인도와는 가까워졌다. 인도는 지금까지 스포츠계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그런 인도가 2036년 올림픽 유치 후보가 됐다. 새 시장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인도는 정치와 외교 상황만 해도 관리가 쉽지 않은 시장이다.
 

   
▲ 2023년 3월22일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독일 에센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2024 파리올림픽 참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REUTERS

새로운 사회·환경·외교 과제
정치·외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024년 파리올림픽이 스포츠와 주요 스포츠행사의 정치성과 외교성을 확인시키는 것 아닌가.
카롤 고메즈 그럴 수 있다. 올림픽은 (상황은 달라도) 항상 정치적이고 외교적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 특성이 최근 들어 많이 드러나는 것뿐이다. 2주 동안 전세계가 올림픽 경기를 지켜보고 출전 선수와 정부 수장이 자국을 대표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올림픽조직위원회 206곳이 한자리에 모이면 긴장감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경기에서 국가 간에 진행 중인 갈등이 드러나기도, 풀리기도 한다. 2021년 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는 유럽 전역의 도시 11곳에서 치러졌다. 그때 외교적 긴장을 높이는 구실이 늘어났다. “스포츠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흔히들 얘기한다. 그건 매우 평면적인 생각이다. 스포츠는 사회를 왜곡해서 보여준다. 어떤 점은 확대하고 어떤 점은 축소한다. 올림픽과 IOC는 새로운 사회, 환경, 외교 과제에 끊임없이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런 과제에 내재된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올림픽이 표방하는 탈정치성은 아직 유효한가.
카롤 고메즈 IOC가 올림픽이 탈정치적이라고 말할 때는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그런 입장을 지키기가 어려워졌다. IOC도 정치를 한다. 러시아 선수들을 중립 대표단 소속으로 출전하게 하고, 출전권을 딴 팔레스타인 선수가 없어도 팔레스타인을 참가국으로 인정한 것 모두 정치적 결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스포츠와 정치를 혼동해선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올림픽 난민 선수단을 출전시켰다. 포용과 관용을 역설하면서 말이다. 그런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위원장이 러시아와 이스라엘에 관한 질문 폭격에 대응할 때도 마찬가지다. IOC의 그런 양면적 연설은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 올림픽은 세계 여러 나라를 한곳에 모으는 평화의 무대다. 국제 연합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IOC는 올림픽이 그렇게 특별한 행사라고 자부할 수 없게 됐다. 올림픽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IOC는 스포츠의 정치화를 보이는 대로 비판한다. 그러나 스스로 정치화하는 것은 보지 못한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예전보다 시민의 책무를 더 많이 짊어지려고 하는 것 같다.
카롤 고메즈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해 견해를 이야기하지 못하게 돼 있다. 최근 들어 그런 규정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선수가 늘었다. 선수들 의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강한 전파력을 일으키고 전보다 대중에게 더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올림픽헌장 제50조가 많이 유연해졌다. 도쿄올림픽에서 ‘평화’ ‘존중’ ‘연대’ ‘포용’ ‘평등’의 메시지가 허용됐다.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IOC가 연대 발언을 다시 허락하는 위험을 감수할지 모르겠다.

독특한 올림픽 거버넌스 모델
주요 스포츠 기관의 권력은 거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왜 그런가.
핌 베르쉬렌 2002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솔트레이크시티) 선정을 둘러싼 비리 사건과 사이클 도핑 스캔들 이후 각국 정부가 스포츠 거버넌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 배경에서 세계반도핑기구가 출범했다. 2010년대 FIFA의 부패 스캔들로 전세계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스포츠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다. 아직도 IOC나 각종 국제 스포츠연맹과 같은 민간 기구의 손에 스포츠 거버넌스가 맡겨진다. 지금 각국 정부에는 그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쌓여 있다. 다자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것도 한계다. 그런 현실에서 스포츠 거버넌스와 스포츠 규정의 새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카롤 고메즈 시민 사회가 국제 스포츠 권력을 바꾸려 애쓰고 있다. 정보 미디어와 탐사조사 같은 수단으로 정부가 사법 절차나 범죄 수사에 나서도록 촉구할 수 있다.
스포츠 가치와 스포츠를 정치 수단이나 상품으로 삼는 게 양립할 수 있나.
카롤 고메즈 스포츠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나!(웃음)
핌 베르쉬렌 올림픽의 거버넌스 모델은 독특하다. IOC가 대회와 대회 이미지, 대회 상징을 전부 소유한다. 개최 조건이 무척 까다롭고 개최 도시와 국가마다 조직위가 하나씩 있다. 그런 모델은 비판에서 빠져나오기가 쉽다. 바통을 이어받은 새 조직위가 새 규범으로 올림픽 역사를 다시 쓰기 때문이다. 그때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인류·대중의 열렬한 관심, 안녕(安寧), 탈정치와 같은 것이다. 고메즈가 말한 대로 스포츠나 올림피즘의 가치는 정의할 수 없다. 그래도 그것이 지닌 가치는 계속 이어진다. 프랑스에서 올림픽 성화가 지나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올림픽경기는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끌어모은다. 그와 맞물려서 광고, 스폰서십, 파트너십으로 엄청난 수익이 들어온다. 현재까지는 그 아슬아슬한 균형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6월호(제447호)
Les Jeux ont toujours été politiques et géopolitiqu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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