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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요동 국민저항 불러
[집중기획] ‘밀레이 6개월’ 쿠오바디스 아르헨티나 ② 개혁정책의 대가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허우우팅 economyinsight@hani.co.kr

 

허우우팅 後吳婷 <차이신주간> 기자
 

   
▲ 2024년 5월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 중 한 노숙자가 잠을 자고 있다. 밀레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개월간 누적 물가상승률이 117%를 넘어서면서 국민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REUTERS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 첫 달에 대통령 행정권으로 ‘아르헨티나 경제 재건의 기초’라는 이름의 ‘필요성과 긴급성 법령’을 발령해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택과 세관, 토지, 항공, 의료보험, 제약, 관광 등 밀레이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방해한다고 지목한 분야의 기존 법규를 개정하거나 폐지했다. 아르헨티나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긴급한 상황에서 국회를 거치지 않고 긴급법령을 통해 입법과 법률 개정을 할 수 있다. 다만 형사와 세무, 선거, 정당 분야에는 적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밀레이 대통령은 민간의료보험 가격에 대한 정부 규제를 폐지했다. 그가 취임한 후 3개월 만에 아르헨티나의 의료보험비가 평균 165% 인상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민간 보험회사를 변호하면서 “그들이 악의적인 의도로 이렇게 했다고(보험료 인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이스 카푸토 경제부 장관은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보험료를 올린 민간 보험회사가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긴급법령으로 인해 취임 후 45일 만에 대규모 파업이 시작돼 1983년 아르헨티나가 민주주의 체제를 회복한 이후 신기록을 경신했다. 2024년 1월24일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조합단체인 노동총연맹(CGT)의 주도로 전국에서 약 500만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같은 날 약 150만 명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대도시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기득권에 반대한 경제학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이 법률 제재를 받았다. 2024년 1월30일 아르헨티나 국가연방노동항소법원은 밀레이 정부의 노동 관련 개혁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정부가 국회에 개혁 법안을 발의할 수 있었는데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법원은 노동총연맹이 소송을 제기하자 긴급법령 가운데 노동개혁 관련 내용의 시행을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그때 밀레이 대통령은 기업 친화적이고 노동권을 억압하는 개혁 방안을 추진했다. 예를 들어 직원의 수습 기간을 3개월에서 8개월로 늘리고 해고한 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줄이고 여직원의 출산휴가 기간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동총연맹은 이런 행동은 노동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보호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정치 경험이 없고 특권계층에 반대하는 성향이 뚜렷했던 밀레이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들기 전에도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고질적인 문제로 인해 일어서기 힘든 상태였다. 2023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 가정이 식품과 교통, 의복 등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구매하기 위해 월평균 430달러(약 60만원)를 지출했다. 그때 40% 넘는 가구의 월소득이 이 금액 이하였다.
좌절과 분노가 만연한 분위기 속에서 헝클어진 머리에 가죽 재킷을 입고 시끄러운 정치집회에서 록음악을 열창하던 밀레이는 엉뚱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가 기득권에 반대하는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하자 변화를 갈망하던 아르헨티나 국민이 결집했다.
자신의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밀레이 대통령은 성장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거듭된 경제 위기를 겪었다. 그가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됐던 1980년대 말 악성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1989년에는 물가상승률이 3천%까지 치솟았다. 나라가 왜 그 지경이 됐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던 그는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여러 사립고등교육기관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았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경제학자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TV 프로그램에서 인기 있는 평론가였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와 홍콩의 투자은행 HSBC에서 근무했다.
 

   
▲ 2024년 4월2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밀레이 정부 출범 이후 사회 취약층에 대한 지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REUTERS

특권계층과의 분리
2021년 국회의원선거 기간에 밀레이는 자신이 당선되면 추첨 방식으로 국민에게 자기 월급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런 행동으로 자신을 정치권의 ‘특권계층’과 분리했다. 2023년 12월15일, 대통령이 된 밀레이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생방송으로 자신의 마지막 하원의원 월급인 2500달러에 당첨될 사람을 추첨했다.
대통령 관저에 들어간 다음에도 ‘특권을 거부’하는 그의 연출은 계속됐다. 2024년 3월 항공기 두 대와 헬기 세 대를 포함한 대통령 전용기를 군부대로 이관하고 군에서 유지보수와 운영비용을 책임지도록 했다. 좌익이었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2173만달러를 주고 구매했던 보잉 757-256 항공기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 전용기는 승객 39명이 탑승할 수 있고 내부에 시설이 완비된 침실과 손님용 방 두 칸을 갖췄다.
밀레이 대통령이 특권계층에 전쟁을 선포한 정치적 태도는 수많은 개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아르헨티나 국민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대다수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신정부에 공포를 느낀 사람도 많지만, 과거에 겪었던 좌절 때문에 밀레이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세자르는 “일부 아르헨티나 국민의 눈에 밀레이의 모든 행동은 기득권을 차지한 정치인들에 대한 ‘응징’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그가 공공기관을 축소함으로써 큰 충격을 가져왔지만, 공공부문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인원이 근무한다는 문제점이 드러났고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언제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세자르는 반문했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밀레이 대통령은 경제학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세계 최대 공항운영사 코포라시온아메리카에서 근무했다. 아르헨티나의 부호 에두아르도 에우르네키안이 소유한 회사다. 에두아르노 에우르네키안은 밀레이의 지지자가 돼 선거 유세를 지원했다.
2016년 밀레이 대통령은 처음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때부터 아르헨티나 정치 토론에서 체제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고 그들이 부패와 거짓말을 일삼고 국가재산을 훔쳤다고 지적해 유명세를 얻었다.
대통령선거 기간에는 ‘특권계층’(Casta)과 ‘정치 특권계층’(Casta Politica) 등의 단어를 사용해서 그가 도전하는 집단을 공격했다. 스페인어에서 ‘카스타’(Casta)는 인종이나 혈통 등에 근거해 구별한 계급을 뜻한다. 밀레이 대통령이 말하는 ‘카스타’는 다섯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다. 부패한 정치인과 특권을 가진 기업인, 노동자의 이익을 팔아먹는 노조 간부, 뇌물을 받는 언론인, 정치인과 결탁한 전문가다.

충돌과 타협
2021년 7월, 밀레이는 극우정당 자유전진당(La Libertad Avanza)을 창당하고 같은 해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표로 아르헨티나 국회에 입성했다.
2023년 대통령선거 기간에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을 없애고 아르헨티나 경제를 ‘달러화’하겠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을 제시해 당선 전부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경제의 달러화는 밀레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후 달러화와 중앙은행 폐지라는 가장 급진적인 공약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사라졌다. 2024년 2월 밀레이 대통령은 경제의 달러화는 전체 경제개혁의 마지막 항목이며 2024년 안에 실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인정했다.
자유방임주의를 신봉하는 밀레이의 눈에 달러화는 아르헨티나의 악성 인플레이션을 치료할 최적의 처방이다. 달러 대 페소화가 더욱 안정성을 갖게 되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마음대로 달러를 찍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과거 페소화를 초과 발행한 행동을 ‘도둑질’이라고 표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달러화를 추진하는 최종 목적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폐지이고, 그 후 아르헨티나가 달러를 사용할지 페소를 사용할지는 아르헨티나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몇 주 동안 밀레이는 ‘달러화’라는 단어의 사용을 줄이고 대신 ‘화폐의 자유경쟁’이란 개념을 사용해 그의 구상을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의 정책 주장을 ‘달러화’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밀레이의 이런 행동은 아르헨티나 국민이 자발적으로 페소와 달러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경제의 완전한 달러화를 실현하려면 아르헨티나 국민과 기업이 보유한 페소를 달러로 바꾸고 자산과 계약서를 달러화 가격으로 표기해야 한다. 반대편에서는 이 정책이 아르헨티나의 국가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실질적인 기능을 잃게 되며 아르헨티나의 금리 결정권과 화폐 발행권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연준이 정책을 결정할 때 미국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아르헨티나 경제 수요를 기준으로 결정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화폐를 초과 발행한 행동을 ‘도둑질’이라고 비판했고 이런 비판은 국민의 공감을 얻어냈다. 일부 밀레이 지지자는 지난 1940년대와 1950년대에 포퓰리즘 성향의 후안 페론 대통령이 집권한 후 ‘페론주의’ 계승자들이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고 공공지출을 늘려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 급급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화폐를 발행해서 채무위기를 넘겼지만 페소화 가치가 급락했고 법정통화로서의 신뢰를 잃었으며 악성 인플레이션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페론주의’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치국 이념과 정치 유산을 기초로 아르헨티나에서 발전한 정치운동이다. ‘정치주권과 경제독립, 사회정의’를 주장하면서 자본이 민족 경제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복지 확대를 추구하고 노사 화합과 노동자 권익 보호를 주장한다. 페론주의는 오랫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했다. 21세기 들어 선출된 대통령 가운데 잇달아 당선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부 대통령과 밀레이 대통령 이전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페론주의 사상을 계승했다.
극우 노선을 선택한 밀레이 대통령은 기초가 허약한 자유전진당 출신이다. 그가 당선됨으로써 21세기 들어 아르헨티나의 좌우익 세력, 페론주의 정당과 반대파 중 우익연맹이 교대로 정권을 주도하던 아르헨티나 정치권의 구도가 깨졌다.

‘페론주의’와의 결별
아르헨티나 정치권에 ‘지진’을 일으킨 밀레이 대통령은 ‘공공지출 축제’를 끝내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페론주의가 남긴 ‘최악의 정치 유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3~2015년 정권을 차지했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부가 취임 초기에 아르헨티나의 재정흑자와 무역흑자를 과장해서 선전했고, 그들이 12년 동안 집권한 뒤 아르헨티나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7%에 해당하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유산으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환율정책이 ‘사회와 생산의 악몽’을 남겼다고 생각했다. 전임 정부가 외환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바람에 아르헨티나에서 달러 암시장이 성행했고, 암시장에서 페소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공식 환율이 실질적인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런 환율정책으로 인해 금리가 올라가고 경제활동이 위축됐다고 봤다. 또한 정규직 일자리가 줄고 실질임금이 줄었으며 아르헨티나 경제에 과잉 공급된 통화가 과거보다 두 배로 늘었다고 판단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과거 12년 동안 아르헨티나의 1인당 GDP가 15% 줄었지만 누적 물가상승률은 5천%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정부의 지출을 늘리는 경제 조치가 악성 인플레이션의 유산을 남겼고 현 정부의 가장 시급한 임무는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이 90%, 절대 빈곤율이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최대한 막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4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아르헨티나의 외채 총액은 2771억달러로 아르헨티나 GDP의 56.8%에 달했다. 2023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100억달러 넘게 적자인 상황에서 2024년에 상환해야 할 채무가 160억 달러에 이른다.
밀레이 대통령은 페론주의 정부가 남긴 정치적, 경제적 유산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2011~2013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현재 버크넬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마티아스 베르넹고는 “지난 40여 년 동안 좌우익 정부가 번갈아 집권했던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개혁 노선은 사실 신선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밀레이 대통령 이전에도 아르헨티나는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신자유주의 경제 실험을 겪었다.

ⓒ 財新週刊 2024년 제20호
阿根廷:米萊變法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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