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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빵·소시지 등 값싼 ‘짝퉁제품’ 대량생산
[FOCUS] 생산자로 나선 독일 대형 할인마트- ① 거대한 공장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요하나 위르겐스 economyinsight@hani.co.kr

 
리들(Lidl)과 같은 독일의 대형 할인마트는 이제 직접 거대한 공장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식료품을 생산한다. 이를 통해 대형 업체들은 더 강력해지며 이런 현상은 놀라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요하나 위르겐스 Johanna Jürgens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차하리아스 차하라키스 Zacharias Zacharakis
<차이트> 기자
 

   
▲ 독일 위바흐팔렌베르크에 있는 리들의 아이스크림 공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아이스크림 공장 중 하나다. 매그넘 아이스크림의 모방 제품이지만 싼 가격 때문에 기존 업체를 따돌리고 있다. ‘슈바르츠 프로덕션’ 누리집


잠깐, (아이스크림의 대명사) 매그넘과 코네토는 달콤함과 가벼움, 그리고 시원한 여름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이 약속은 영화관 매표소에서도, 야외수영장에서도, 슈퍼마켓에서도 이어지지 않았나? 해가 좋은 날이면, 랑네제 아이스크림은 당연히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었다. 수없이 많은 광고를 접하며 우리는 적어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랑네제 아이스크림을 제조해온 영국의 다국적 식품·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Unilever)는 앞으로 ‘우수한 브랜드’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아이스크림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생산은 별도의 회사에 아웃소싱할 계획이다. 별것 아닌 것으로 들리지만 사실 나쁜 징조다. 순조로웠던 매그넘과 코네토의 시절은 가고 이제 상황은 어려워졌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위바흐팔렌베르크에서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들판과 풍력발전기들 사이에 아이스크림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공장은 할인마트 리들의 소유다. 내부 공기는 시원하고 컨베이어벨트는 도로만큼 넓다. 기계가 파이프에서 흰색 크림을 밀어낸다. 바닐라 향이 난다. 기계는 빠른 속도로 나무 막대기를 일정하게 나뉜 덩어리에 밀어 넣는다. 그 아래 벨트에서는 얇은 바닐라 조각이 아몬드 조각과 함께 액체 초콜릿에 담긴다. 이렇게 완성된 것은 매그넘 아이스크림처럼 생겼다. 아이스크림 공장 직원들은 이를 노골적으로 ‘매그넘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리들은 기존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발명하지도 않았고 광고로 성장시킨 것도 아니면서 지금 대량으로 모방하고 있다. 매일, 하루에 백만 번씩 말이다.
 

   
▲ 독일 위바흐팔렌베르크에 있는 리들의 공장에선 아이스크림, 초콜릿, 빵 등 ‘거의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한다. ‘슈바르츠 프로덕션’ 누리집

악용 위험 커져
유니레버와 달리 리들에서는 아이스크림 위기의 징후가 없다. 이 아이스크림 공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공장 중 하나다. 인터넷에서 리들은 “우리보다 더 멋진 곳은 없다”고 아무런 부끄럼 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이스크림은 힘의 구도 변화를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오랫동안 독일 국내 최대의 식품 소매업체 중 하나였던 리들과 같은 회사가 점점 더 많은 식품을 직접 생산하면서 경제 구조가 바뀌고 있다. 이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힘을 악용할 위험도 커진다. 유니레버와 같은 기존 공급업체가 갑자기 등장한 경쟁자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에게 접근하기 어려워지면 농부들은 자신의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없고 따라서 생산자인 농부는 유통업자가 제시하는 어떤 가격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2024년 연초에 농민들이 생계를 걱정하며 시위를 벌였을 때, 로버트 하베크 경제부 장관(녹색당)은 연방의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수요 쪽의 힘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라며 소매업체들을 비난했다. 이 말은 소매업체가 점점 더 강력해지면 특별 할인 판매로 고객을 유인하고, 농부와 같은 공급업체에는 낮은 가격을 강요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리들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하지만 리들은 슈바르츠그룹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매장일 뿐이다. 슈바르츠그룹은 카우플란트(Kaufland) 체인 매장을 포함해 30개국에서 모두 1만4천여 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57만5천 명 이상의 직원들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네카르줄름에 본사를 둔 이 거대한 할인매장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 일한다.
그 결과는 이제 쇼핑할 때마다 카트에 담기는 아이스크림, 초콜릿, 커피, 파스타, 빵 등 다양한 제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리들은 독일에서 가장 큰 식품 생산업체 중 하나가 됐다. 아마도 1위를 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할인매장들의 사업 성과 수치를 보면, 2022년 식품 생산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던 외트커(Oetker)그룹을 리들이 추월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들은 이제 스스로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식품업계에서 힘의 구도 변화에 리들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독일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는 ‘할인매장의 진화’라는 현상이 있다. 1960년대에 일관성 있게 비용을 절감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것은 할인업체 알디(Aldi)의 창립자인 카를과 테오 알브레히트 형제였다. 이런 발전의 결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 업체 4곳, 즉 리들, 알디, 레베(Rewe), 그리고 에데카(Edeka)와 그 할인 자회사인 페니(Penny) 및 네토(Netto)가 남게 됐다. 오늘날 이 ‘빅4’는 독일 식품 거래의 약 80%를 점유한다.
 

   
▲ 아이스크림, 초콜릿, 빵 등을 자체 생산하면서 독일의 대표적인 대형 할인마트 리들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리들 매장의 모습. REUTERS

‘빅4’가 식품 거래 80% 차지
최근 몇 년 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저렴한 가격을 찾는 경향은 강화됐다. 독일 소비연구협회(GfK)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돈을 절약한 독일인 2명 중 1명은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을 할인점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매그넘’ 대신 ‘매그넘 스타일’ 말이다. 누가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겠는가?
GfK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가장 충성도가 높은 슈퍼마켓 고객조차도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자신이 주로 다니던 레베, 에데카 같은 할인매장 외에 또 다른 할인매장을 방문하는 이른바 ‘스위치 쇼퍼’가 됐다. 파티와 샴페인의 달인 12월의 경우, 한 달간 할인매장들이 도달한 매출액 상승은 그 어느 때보다 일반 슈퍼마켓을 훨씬 상회했다.
리들보다 팬데믹 시기가 주는 기회를 더 잘 포착한 기업은 거의 없다. 2022년 인플레이션 해에 슈바르츠그룹의 글로벌 매출은 14% 증가해 1540억유로를 기록했다. 그룹은 전세계에 400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2023년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1970년대 초 루트비히스하펜에 첫 번째 리들 매장을 열었던 회사 설립자 디터 슈바르츠(84)는 그가 지닌 기업가적 감각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그의 이러한 경력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슈바르츠는 서신으로 “인터뷰는 있을 수 없다”며 요청을 거절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 회사가 2024년 봄 <차이트>에 위바흐팔렌베르크에 위치한 새로운 힘(리들)의 중심(자체 생산공장)에 취재 기회를 제공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이 공장은 슈바르츠그룹에서 ‘슈바르츠 프로덕션’이라 부르는 파트의 가장 큰 공장으로, 매그넘 모방 제품뿐 아니라 독일의 식료품 창고에 속하는 거의 모든 것을 생산라인에서 생산한다. 비상시 독일 인구의 대다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곳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이곳일 것이다.
아이스크림 공장 바로 옆에서 초콜릿을 생산한다. 회사에서 공표한 바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인 공장” 중 하나라고 한다. 매일 8대의 트럭에 실린 액체 코코아 덩어리가 판 초콜릿 형태로 압착된다. 바로 옆에서는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포장하고 있으며, 곧 연간 4만7천t을 생산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거대한 규모의 제빵 공장이 있다. 리들에서는 시간당 1만3천 개의 빵을 굽는다.
 

   
▲ 2020년 3월 프랑스 니스에 있는 리들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REUTERS

없는 게 없는 생산공장
다니엘 모나바리가 문을 열자 은빛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가 성당 기둥처럼 우뚝 솟은 홀이 나온다. “이곳은 우리의 성소”라고 공장의 수석제빵사가 농담을 건넨다. 흰 가운을 입은 그는 반죽 수천㎏이 발효 중인 탱크를 따라 걸었다. 그는 반죽을 떠내어 한 컵을 채웠다. 모나바리가 숟가락을 넣어 “맛보세요”라며 내밀었다. 살짝 사과 맛이 났다. 거의 요구르트와 비슷하며 약간 신맛이다.
모든 것이 제빵 기술자가 수작업으로 하는 것과 똑같다. 단지 규모가 훨씬 클 뿐이다. 모나바리는 공장 투어를 하는 동안 “수작업과 똑같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모두 자동화·기계화를 했음에도 ‘수작업과 똑같다’는 말은 제빵 공장에서 일하는 제빵 기술자(장인), 식품 공학자, 상무이사에게 중요한 잣대다. 이곳에서 생산과정은 사람의 손을 거의 거치지 않는다. 몇 층에 걸쳐 13개의 고도로 자동화된 제빵 제품 생산라인이 있는 공장 홀에는 그저 직원 몇 명만이 눈에 띈다. 빵, 롤, 크루아상, 도넛, 베를린도넛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동시에 다음과 같은 통계도 있다. 독일 ‘제빵 기술자 중앙협회’에 따르면 2022년 독일 내 제빵 기술자(장인)가 경영하는 제빵소 780개가 폐업했다. 더 최근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제빵 기술자의 매출은 9.4% 감소했다.
빵·과자류뿐이 아니다. 독일 최대 규모의 파스타 공장도 리들의 소유이며 에르푸르트에 있다. 또한 리들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도시 라이네에서 커피를 볶는가 하면, 생수 및 기타 음료를 병에 담는 곳도 5곳이 있다. 자체 재활용 공장, 자체 운송 회사를 운영한다. 자체 제지 공장도 보유해 매주 특별 할인 행사를 홍보하는 브로슈어를 제작한다.
다른 식품 소매업 할인매장들도 생산자로 활발히 활동한다. 레베와 할인 자회사인 페니는 자체 정육점을 운영한다. 6곳에서 3천 명의 직원이 ‘빌헬름 브란덴부르크’ 상표를 단 소시지 및 육류 제품을 생산하며 연간 8억5천만유로의 매출을 올린다. 에데카는 자체 소시지 공장(구트플라이슈·Gutfleisch)과 생수 병입 공장, 과일주스 생산을 위한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알디는 작년에 생수 공장인 ‘알트뮐탈러 미네랄브루넨’(Altmühltaler Mineralbrunnen)을 인수했다. 그 외 다른 소매업체들도 리들과 같은 행보를 보인다. 단지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자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데 리들만큼 일관성을 보이지 않을 뿐이다.
비즈니스 용어로 이 전략을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이라고 한다. 이 전략은 직접적인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지 않을 때 효과가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리들과 같은 회사가 시장점유율과 수익 측면에서 알디, 레베, 에데카에 비해 더 이상 많은 것을 얻을 수 없다면 자체 공급망을 만들어 수직적으로 성장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공급업체와 하청업체는 희생된다. 공급업체와 하청업체는 공장이 있지만 자체 매장이 없다. 리들처럼 고객에게 직접 접근할 길이 없는 것이다.

수직적 통합
2021년과 2022년에 진행된 광고 캠페인 “You have the choice”(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다)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줬다. 이 광고에서 리들은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과 자체 브랜드 제품을 대조했다. 제조업체 제품은 검은색으로, 자체 브랜드 제품은 흰색으로 강조했다. 고객은 어떤 제품을 구매하게 될까?
1.39유로의 오리지널 골든 토스트인가 혹은 79센트의 리들이 만든 모방 제품인가?
89센트의 오리지널 코카콜라인가 또는 39센트의 리들이 만든 모방 제품인가?
3.69유로의 매그넘 아이스크림 오리지널 6개 팩인가 또는 1.99유로의 리들이 만든 모방 제품인가?
독일 식품산업연방협회의 사무차장 피터 펠러는 대형 할인업체의 수직적 통합이 업계로서는 “큰 도전”이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기존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과 할인매장 및 슈퍼마켓의 자체 생산 제품 간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 Die Zeit 2024년 제23호
Im Reich der Unersättlichen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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