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전쟁 탓 신차생산 중단에 중국산 중고차 인기 폭발
[BUSINESS] 러시아 장악한 중국 자동차- ① 점유율 확대 비결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

 

안리민 安麗敏 <차이신주간>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러시아에서 신차 생산이 중단되면서 중국산 자동차가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23년 10월15일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주차장에 중국산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 REUTERS


2024년 4월5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훠얼궈쓰 국경출입구에는 통관을 기다리는 ‘0㎞ 중고차’가 크게 줄었다. “초기에는 수십㎞ 떨어진 카자흐스탄 마을까지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기만 하면 운전기사가 2천위안(약 37만
6천원)도 넘게 벌었다. 지금은 한 번 다녀올 때마다 500위안으로 줄었다.” 세관에서 만난 현지의 한 무역상은 ‘자동차 평행수출’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탄했다.
자동차 평행수출이란 무역상이 국내에서 신차를 매입한뒤 중고차로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를 ‘0㎞ 중고차’라고 한다. 평행수출입 무역은 자동차 가격 격차가 큰 시장 사이에서 나타난다. 과거에는 일부 무역상이 평행무역 방식으로 자동차를 수입했다. 주로 국내에 공급이 부족하거나 가격을 높여 팔아도 되는 차종이었고 무역상은 거래 차액을 챙겼다.
중국은 2019년 4월부터 중고차 수출을 허용해 10개 시범지역을 개방했고 2020년 20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구차오강 중국차량수출입유한공사(이하 퉁융기술중국차량) 총경리는 “진짜 중고차 수출 사업은 본격적으로 성장하지 않았고 2019년과 2020년 수출 물량이 각각 3천 대와 4300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2021년 일부 기업이 평행수출의 이익률이 더 높은 것을 발견했고 물량을 늘려서 그해 중고차 수출량이 1만5천 대로 늘었다. 퉁융기술중국차량은 중국퉁융기술주식유한책임공사 소속으로 40년 전에 설립됐고 주로 자동차 수출입 사업을 한다.
 

   
▲ 러시아 정부는 2024년 2월1일부터 중국에서 수입한 전기자동차에 대해 제품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2023년 2월3일 중국 상하이의 한 자동차 대리점에 비야디(BYD)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REUTERS


러-우크라 전쟁 이후의 변화
변화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작됐다. 대다수 다국적 자동차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고 러시아 정부도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도요타 등 자동차 기업의 러시아 공장을 몰수해 현지 자동차 수급에 큰 구멍이 생겼다. 리펑 러시아중국총상회 부사무국장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21년 러시아의 신차 판매량은 166만7천 대였는데 2022년 68만7천 대로 급감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자동차 평행수출 기회가 찾아왔다. 왕쉬밍 시안 평행수입자동차무역유한공사 회장은 “그때 마침 중국으로 수입한 자동차가 변경된 국내 배기가스 기준에 맞지 않아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톈진항에 쌓여 있었고 무역상은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2022년 6월 즈음에 일부 평행수입업체가 러시아의 수요를 발견하고 이들 차량을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로 판매했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은 중국에서 신에너지자동차를 구매해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거쳐 러시아에 판매하면 러시아에 직접 수출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EEU 회원국이고 나머지 3개 국가는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다. 연맹 규정에 따라 회원국에 합법적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연맹 내에서 차량 번호판을 발급받아 운행할 수 있다.
EEU의 5개 회원국은 세제가 다르고 규제도 다르다. 리펑 부사무국장은 “키르기스스탄은 수입 신에너지자동차에 관세 15%를 징수하고 다른 비용은 없으며 가격을 낮춰서 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4만달러(약 55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1만달러나 그 이하 가격으로 신고해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신에너지자동차란 전기자동차와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뜻한다.
리펑 부사무국장은 중국 내에서 4만4천달러에 판매하는 자동차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평행수출 방법을 활용하면 다른 나라를 거치더라도 러시아로 직접 수출하는 것보다 적어도 200만루블(약 3천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의 세율도 키르기스스탄과 비슷하다.
2022년과 2023년 중국의 중고차 수출 물량이 각각 7만 대와 30만 대로 늘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훠얼궈쓰와 카스 등의 중국 국경출입구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EEU 회원국과 인접해 수많은 무역상이 집결했다. 후라이제 훠얼궈쓰 국경출입구 관리국 국장은 “2023년 전까지 이곳에 등록한 자동차무역 기업은 100개 미만이었는데 2023년에 400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많을 때는 하루 1천 대 넘는 자동차가 국경을 통과했고 한 해 동안 총 13만1천 대를 처리했다. 카스 국경출입구도 자동차 수출 물량이 훠얼궈쓰와 비슷했고 평행수출 승용차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 2023년 3월2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자동차 판매대리점에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치루이(Chery)자동차가 생산한 엑시드가 전시돼 있다. REUTERS


러시아 정책에 따른 분수령
2024년 1분기 훠얼궈쓰 국경출입구를 통과한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0% 늘어난 3만4천 대를 기록했다. 앞서 소개한 무역상은 2024년 춘절 이후 “자동차가 무더기로 나갔다”고 말했다. 무역상들은 차량을 대량 매입해 정책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러시아로 수출했다.
2024년 2월13일 러시아 정부는 제152호 법령을 발표해 중앙아시아 국가로 우회해서 통관비용을 절감하는 기회를 차단했다. 제3국을 거쳐 수출한 경우 관세를 추가 납부해야 합법적으로 자동차를 등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러시아 세관은 상품 가격을 낮춰서 신고하는 행위를 불허하고 자동차의 실제 가격으로 신고하도록 요구했다. 법령은 2024년 4월1일부터 발효됐다.
그전에도 러시아는 계속 법령을 발표해 중국 자동차의 평행수출을 제한했지만 제152호 법령이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변화를 감지했다. 리펑 부사무국장은 러시아로의 자동차 수출이 황금기가 끝나고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판단했다.
여우처이허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쉬천화는 2024년 1월 모스크바에 다녀왔다. 그때 본 거리 풍경을 떠올리던 그는 “시장에 수요가 있고 이익률이 높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고 말했다. “상업의 힘은 대단하다. 여러 나라가 러시아에 제재를 시행하고 있지만 러시아인은 원하는 모든 브랜드 제품을 다 살 수 있다.”
여우처이허우는 자동차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자동차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투자한 처샤오펑은 자동차 공급망 기업으로 주로 신차를 매입해서 지방의 현(縣) 단위 판매사에 도매로 매도한다. 신차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방식으로 국내와 해외에 직접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업무도 한다. 자동차 평행수출은 투기 성격이 있고 무역은 리스크를 통제하기 어렵지만 쉬천화 CEO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무역업체를 경영하는 지인은 2023년에 자동차 평행수출로 7천만위안을 벌었다고 알려왔다. 주변의 권유에 따라 처샤오펑은 신차를 매입할 수 있는 강점을 발휘해 평행수출을 시작했다. 쉬천화는 2023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직원 한 명이 실적 수당으로만 100만위안 넘게 가져갔다고 말했다.
쉬천화 CEO처럼 내수에서 수출로 전향한 자동차 무역상과 판매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2023년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끝나자 중국 내에서는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작됐고, 자동차 기업과 대리점은 심각한 압박을 받아 ‘해외 진출’이 유일한 돌파구로 떠올랐다.
자동차 평행수출은 절차가 간단하고 복잡한 제품인증을 할 필요가 없어서 국내에 쌓인 재고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구차오강 총경리는 “중국 자동차는 지난 몇 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거쳤고 가성비가 충분히 높은 수준이고 신에너지자동차의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서 무역상이 중국 내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자동차를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자동차 ID.시리즈는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자동차의 판매가격이 독일에서 생산한 것보다 10만위안 이상 저렴해서 2022년부터 평행수출의 주력 제품이었다. 2023년에는 더 많은 중국 신에너지자동차 브랜드가 평행수출에 가세했고 무역상은 자동차를 러시아로 보내기만 하면 15%에서 20%에 이르는 이윤을 챙겼다.

‘금’을 캐러 몰리는 사람들
그러자 자동차 평행수출을 둘러싼 가치사슬이 빠르게 형성됐다. 무역상은 국내와 국외 국경출입구에 창고를 만들어 자동차를 전시했고 그들에게 임시 번호판과 보험을 처리해주는 업체가 생겼다. 전문가들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내비게이션 등 차량 내 전자 편의 사양)를 러시아어로 바꿨고 탁송업체는 운전기사를 모집해 참신한 중고차를 중국에서 내보냈다. 후라이제 국장은 “훠얼궈쓰 국경출입구에 등록된 자동차 통관을 처리하는 운전기사가 3천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마이하오처는 자동차무역 및 공급망 플랫폼이다. 왕충이 마이하오처 수출입사업부 총경리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가 평행수출 자동차의 집산지가 됐고 일부 무역상은 현지에 상가를 임대해서 차량을 전시해 러시아 고객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2년 사이 훠얼궈쓰는 중국 최대의 자동차 육로 수출 관문이 됐다. 2023년 3월 부임한 후라이제 국장은 지난 1년 동안 자동차 통관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일련의 개선 노력을 통해 2024년에는 하루 통관 자동차 수량을 2천 대로 늘려 항구에 있는 국경출입소와의 격차를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국 각지에서 금을 캐기 위해 사람들이 훠얼궈쓰로 몰렸다. 참여자가 늘자 점차 이익이 줄었고 정책 변경이 최대 변수가 됐다.
2023년 5월31일 러시아는 자동차 수입 정책을 바꿔 ‘우호국’과 ‘비우호국’을 구분해 정책을 적용했고 중국은 우호국에 해당했다. 해당 정책에 따라 2023년 10월1일부터 중국산 내연기관자동차는 평행수출 방식으로 러시아로 직접 수출하지 못하고 판매사는 제조사의 허가를 받고 제품의 관련 인증을 받아야 했다. 비우호국 자동차 기업은 공식적인 운영을 할 수 없었고 평행수입도 2027년까지로 제한됐다.
2024년 1월31일 러시아는 제76호 법령을 발표하고 2월1일부터 중국을 비롯한 우호국에서 수입한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도 제품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자 평행수출 방식으로 러시아로 직접 수출할 수 없게 됐다. 2월13일 가장 엄격한 내용의 제152호 법령이 나온 뒤 정책의 차이와 우회 방식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평행수출의 두 갈래 길
자동차 평행수출 무역상에게는 두 가지 길이 남았다.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비용을 투입해 제품인증을 받거나 우회를 통한 평행수출을 계속하되 러시아의 기준대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무역상이 실력을 갖춰야 감당할 수 있다.
왕충이 총경리는 무역상이 판매가격이 100만위안(약 1억9천만원)인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하기 위해 총 130만위안을 지출했고 길어야 한 달이면 자금을 회수했는데 제152호 법령을 시행하면 무역상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170만위안으로 늘고 2~3개월이 지나야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왕쉬밍 회장도 “중소형 무역상은 수출 물량이 적어 비용을 상쇄하기 어렵고 결국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하기 위한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펑 부사무국장은 일부 중소형 무역회사나 개인은 업계를 떠나고 평행수출무역이 고속 성장 단계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현지 상황에 맞게 개조하거나 부품 공급을 보장하는 등 소비자에게 더욱 훌륭한 사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부 무역상은 중동지역과 미얀마,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등 다른 시장으로 방향을 돌렸고 대형 무역상은 남았다. 쉬천화 CEO는 “무역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지만 다른 시장은 분산되어 있고 규모도 작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한때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200만 대에 근접했던 시장이므로 무역상이 제품을 적절하게 선택하면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왕충이 총경리는 “자동차 평행수출은 반응속도가 빨라서 당분간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평행수출은 한계가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평행수출의 진짜 경쟁자는 자동차 기업이고 자동차 기업의 수출을 보완하는 것이지 시장의 주류가 될 순 없다. 러시아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예외가 아니다.

ⓒ 財新週刊 2024년 제17호
中國車商淘金俄羅斯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리민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