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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흐느낌…이색 책 소개 쇼츠 보고 도서 구입 급증
[TREND] 책의 귀환- ① 북톡(BookTok)이 이끈 젊은층 독서 열풍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헤닝 야우어니히 economyinsight@hani.co.kr

 

헤닝 야우어니히 Henning Jauernig <슈피겔> 기자
 

   
▲ 북톡 팬들 사이에서 거물로 통하는 메르세데스는 다양한 감정을 연출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문학에 관한 팁을 올린다. 메르세데스 틱톡 계정 갈무리

메르세데스는 얼마 전 틱톡에서 로맨스 소설책 표지를 카메라에 보이면서 “말이지, 이제 막 <디바인 라이벌>(Divine Rivals)을 읽으려고 해”라며 책 소개를 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화면은 끝났다. 다음 화면에는 젊은 미국 여성이 책을 읽는 모습이 등장한다. “독서 중인 나”라는 자막이 떠 있는 영상에서 이 여성은 “오 마이 갓!” 하며 비명을 지른다. “이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라는 제목과 함께 뜬 마지막 장면은 비명을 지르고 발을 구르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등장인물도 메르세데스다. 그는 “날 이렇게 두고 떠나면 어떡해”라며 흐느낀다.
틱톡 팬들 사이에서 메르세데스는 거물로 통한다. 그의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이 거의 24만5천 명에 이른다. 거의 같은 수의 사람들이 그의 계정 ‘@bookclubwannabe’를 팔로우한다. 그는 ‘#북톡’(#BookTok)이라는 해시태그 아래, 나름의 경쾌한 스타일로 문학에 관한 팁을 올린다.
이제 ‘전-중-후’(Before, During, After)라는 틀은 이른바 ‘북톡 운동’의 일부를 구성하는 장르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비명 지르기, 흐느끼기, 훌쩍이기….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연출하고 촬영해 동영상으로 틱톡에 올린다.
 

   
▲ 북톡 팬들 사이에서 거물로 통하는 메르세데스는 다양한 감정을 연출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문학에 관한 팁을 올린다. 메르세데스 틱톡 계정 갈무리

3천만 개의 북톡 게시물
업로드되는 영상 중에는 전통적 문학평론가들이 ‘서평’이라고 분류하는 것에 좀더 가까운 형식도 있다. 젊은 여성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리즈의 순위를 매기거나 좋아하는 구절을 색색의 스티커로 표시한 책들을 보여주는, 조용한 북톡 비디오들이 그것이다. 책이라는 상품을 이보다 더 감성적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광고 캠페인은 없을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남성 인플루언서는 거의 없다.
틱톡은 젊은층의 집중을 방해하고 시간을 빼앗는 것으로 악명 높은, 짧은 동영상 플랫폼이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틱톡이 공교롭게도 책의 수요를 맹렬히 높이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 소셜미디어 트렌드로 시작됐다가 이제는 대중적 현상으로 발전했다. 현재 이 플랫폼에는 약 3천만 개의 북톡 게시물이 올라왔다. 틱톡은 미디어 에이전시인 미디어컨트롤(Media Control)과 함께 자체 베스트셀러 목록을 발표한다. 독일에서는 2023년 이 목록에 포함된 책들이 12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여성 고객은 일반적으로 서점에서 직접 책을 구입한다. 요즘은 거의 모든 서점이 북톡 매대를 마련해 대체로 계산대 가까운 곳에 비치해둔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후겐두벨(Hugendubel) 서점의 대표인 니나 후겐두벨은 “우리 서점에서는 2, 3년 전부터 이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서적 판매량이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독일 전 지역의 후겐두벨 지점에서 젊은 여성 고객의 서점 방문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후겐두벨의 경쟁사인 탈리아(Thalia)도 비슷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서점의 확실한 종말을 의미한다고들 했다. 젊은이들이 더는 책을 읽지 않을 거라는 말이었다. 독일 증권거래협회가 서점의 몰락을 암시하는 제목의 연구인 ‘도서 구매자, 향후 추세는?’을 발표했던 2018년 여름, 도서 판매량은 수백만 권이나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당시 작가들이 제시했던 해결책을 보면, 서점과 출판사들이 이 연구 결과에 얼마나 당황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제안 중 몇 가지를 열거하자면 서점 옥상을 바닷가처럼 꾸미기, 30대 이상을 위한 파티나 총각 고별 파티 같은 이벤트 개최 등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 중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정말로 변화가 도래한 것은 틱톡 앱이 만들어지고 나서다.
젊은 사용자가 받는 유혹, 혐오발언의 확산이나 중국 앱 운영자들이 만든 함정에 빠질 위험 등으로 정치적 공방이 거세지만 많은 기업이 틱톡에 상당히 집착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바로 위에서 언급한 사실로 충분히 설명될 것이다.
출판사와 서점 입장에서 보면, 북톡에서 더 수준 높은 문학이 좀처럼 논의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톡으로 성취된 아주 중요한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젊은이들이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백 쪽을 한 번에 읽어내는 수준으로 말이다. 출판사와 체인서점들은 ‘북톡 현상’이 독일 도서 시장에 미친 경제적 효과의 수치를 발표하는 데 주저하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지표가 있다.
 

   
▲ 북톡(BookTok)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요즘은 거의 모든 서점이 북톡 코너를 따로 마련해놓고 있다. 2022년 2월 미국 반스앤노블 서점에 북톡 진열대가 놓여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독서 다시 시작한 젊은층
첫 번째 지표는 ‘뉘른베르크 소비자 조사 협회’(GfK)가 ‘독일 출판사·서점 협회’의 의뢰로 현재 진행하는 분석 작업에서 확인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도서 구입 지출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16~19살 사이의 연령층에서 특히 두드러져서 58.9%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연령대는 2017년 연평균 7.5권의 책을 샀는데, 최근 들어서는 12권을 구입했다. 또한 지출액 가운데 거의 5분의 1은 소셜네트워크가 추천한 도서 구입에 사용했다.
뮌헨에 본사를 둔 출판사 데테파우(dtv·독일의 문고판 전문 출판사)는 일찌감치 북톡을 사용해 수익을 낸 기업이다. 그런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전략적 선견지명이 아니라 당시의 유리한 상황 덕분이었다. 이 출판사는 2012년 초, 당시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로맨스 소설 작가인 콜린 후버의 작품을 출판 목록에 추가했다. 미국 텍사스 출신인 그의 소설은 그럭저럭 잘 팔렸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기록적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2021년 가을로 접어들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붐이 일었다”고 dtv의 마케팅 매니저 리타 볼리히는 회상했다. 후버의 작품이 틱톡에서 반복적으로 추천됐다. 해시태그 ‘#colleenhoover’가 달린 동영상은 현재까지 틱톡에서 3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021년 독일에서 19만2천 권이었던 판매 부수가 1년 뒤에는 130만 권으로 뛰어올랐다. 출판된 지 이미 몇 년이 지난 그의 다른 책들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를 잡았다. 후버의 책들은 2022년 ‘미국 내에서 860만 권 판매’라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로써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인 성경을 추월한 기록이 세워졌다고 <뉴욕타임스>는 당시에 보도했다. 볼리히는 “도서 시장에서 단기간에 이런 규모의 엄청난 판매는 거의 처음 경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버의 책들은 현재 독일에서 총 490만 권이 판매됐다.
대형 출판사의 관행인 장시간의 전략회의 대신, 볼리히는 이 업무를 사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직원들에게 일임했다. 한 젊은 신입 직원이 트렌드를 추적한 다음, 틱톡에서 잘 먹힐 만한 콘텐츠를 동료들에게 조언하는 방식이었다.
이제 고객들은 dtv 출판사 계정에서 다양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여성 마케팅 직원들이 좋아하는 책을 껴안거나, 춤을 추면서 신간을 발표하고, 가장 인기 있는 소설의 남자주인공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등을 말이다. 이런 방식으로 출판사는 관리에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광범위한 독자층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 계정은 현재 4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레베카 야로스 작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dtv는 두 번째 성공을 거뒀다. 전직 사회복지사인 그는 판타지 소재와 사랑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낸다. “이 결합이 독자들에게 잘 스며들 것이라 생각했다”고 볼리히는 말했다. 실제로 로맨타지(Romantasy, 로맨스와 판타지적 요소가 섞인 소설)는 현재 북톡에서 매우 인기 있는 장르로 자리잡았다. 야로스의 용 서사기를 그린 <포스 윙>(Fourth Wing)은 히트를 쳤고, dtv에서 인쇄한 야로스의 책은 이미 약 86만 권에 달한다.
 

   
▲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서점이 종말할 것으로 많은 사람이 예측했지만, 젊은층의 독서 열풍으로 반전이 펼쳐지고 있다. 201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북톡은 진정한 성장 동력
북톡으로 창출된 매출 증가 현상은 쾰른에 본사를 둔 바스타이뤼베(Bastei Lübbe) 출판사를 통해 더 자세히 추적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 회사는 판매 수치를 정기적으로 제시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업에 지장을 받을 때도 있다”고 최고경영자(CEO)인 조하일 다스트야리는 말한다. 경쟁사에 어떤 서적과 전략이 특히 효과적인지 시시콜콜 알려주고 싶지 않은 건 인지상정 아닌가.
과거 이 출판사는 켄 폴릿, 댄 브라운 등 몇몇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의존했다. 판매의 성공 여부가 주로 이들 작가의 작품에 달려 있었다. 예측 가능한 분야가 있다면, 기껏해야 신문가판대에서 연간 700만유로(약 104억5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다임 노블(Dime novel, 모험이나 선정적인 이야기를 담은 잡지 형태의 저렴한 서적) 정도였다. 그런데 북톡이 생기면서 출판사는 이제 북톡을 사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다스트야리는 강조했다. “북톡은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진정한 성장 동력이다.”
청년층을 겨냥한 바스타이뤼베의 출판 브랜드 ‘릭스’(Lyx)는 2023년, 전년도에 견줘 20% 성장을 이뤘다. 출판사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이 넘는 3600만유로의 수익을 ‘커뮤니티 주도의 비즈니스 모델’로 창출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발전이 가능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 엄청난 성장은 2023년 봄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핑크빛으로 물든 릭스 가판대 앞에는 10대들이 장사진을 이룬 채 문이 열리기를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출판사는 2024년에는 대기 시간을 45분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릭스 가판대를 더 넓게 확장했던 것이다.
출판사 자체가 최신 브랜드가 됐다는 것은 도서 산업 분야의 새로운 발전이다. 출판사 입장에선 상당한 유인효과라고 다스트야리는 말한다. 출판사는 독자 커뮤니티와 긴밀한 접촉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 최근 출간한, 직접 책의 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바로 그런 사례다.
이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영국 작가 한나 그레이스의 로맨스 소설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다. 그런데 이 성공에는 독일 연방정부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2023년 정부 차원에서 국내 젊은이들에게 1인당 200유로를 주면서 문화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돈으로 구매한 도서들 중에서 이 책은 1등을 차지했다.
 

   
 

‘꿀 주식’된 출판사
사업이 번창하면서 바스타이뤼베 출판사는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2020년 6월 이래 회사의 주가는 3배 이상 상승했다. 바르부르크 은행의 애널리스트 펠릭스 엘만은 바스타이뤼베가 소셜미디어 채널을 계속 성공적으로 사용한다면서 “지극히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엘만은 바스타이뤼베가 앞으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소셜미디어로 창출하면 이 회사 주식을 다른 인터넷 주식과 같은 척도로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인터넷 회사의 기준을 적용해볼 때 바스타이뤼베의 주식은 “대단히 낮게 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기업의 주가가 앞으로 더 상승할 잠재력을 충분히 안고 있다고 강조한다. “1953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따분한 종이제품을 생산하며 돈을 벌어온 출판사가 오늘날 주식시장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꿀 주식’이 되리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이런 추세는 간혹 출판사에 자멸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새 작품을 발굴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고, 여성 작가들에게는 갈수록 더 높은 원고료를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북톡을 사용하더라도 출판 사업은 여전히 큰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틱톡의 알고리즘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에 어떤 책이 ‘대박’ 날지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독일 출판사들이 미국에서 북톡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책들을 사들이고, 그 책들이 독일에서는 판매에 실패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 Der Spiegel 2024년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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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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