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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외 잡동사니 치우고 SNS로 젊은층 유인 성공
[TREND] 책의 귀환- ② 제임스 돈트, 미국 최대 체인서점 반스앤노블 최고경영자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제임스 돈트(60·James Daunt). 영국 태생으로 금융인이었던 그는 미국 최대의 체인서점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을 부활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그의 전략은 서점에서 잡동사니를 치우고 문학을 들여놓는 것과 틱톡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몬 부크 Simon Book 〈슈피겔〉 기자
 

   
▲ 제임스 돈트 반스앤노블 최고경영자는 파산 직전의 서점을 부활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슈피겔


제임스 돈트를 보면 누구든지 책을 향한 그의 애정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돈트는 미국의 체인서점인 반스앤노블의 사장이다. 그는 지금 뉴욕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사이드(센트럴파크의 서쪽)에 있는 반스앤노블 지점을 둘러보는 중이다.
서점 안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돈트가 매대에 따로 전시된 베스트셀러 서적을 새로 배치한다. 돈트는 눈에 띄지 않게 서점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서서 직원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하는 일을 조용히 설명한다. “저기 젊은 직원은 고객과 큰 소리로 이야기해서 주변 사람도 상황을 알 수 있게 일을 잘하네.” “저기 고객은 그냥 책만 보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는데 저 여직원은 그걸 정확히 알아봤네. 아주 유능하네.”
 

   
▲ 제임스 돈트 최고경영자가 부임하기 전까지 반스앤노블 본사에서는 책이 놓여야 할 위치, 입구 쪽에 놓아야 하는 책 등 모든 결정을 하달했다. 2021년 3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반스앤노블 서점 입구 쪽에 기후변화 서적이 배치돼 있다. REUTERS

연간 10% 성장하는 서점
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미국은 그렇지 않다. 그곳에선 오히려 놀랍게도 “책이 귀환하고” 있다. 2023년 판매된 인쇄 서적은 7억7천만 권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판매량보다 10%나 늘었다. 특히 젊은층에서 다시 책을 많이 찾는다. 18~29살 미국 시민 가운데 4분의 3이 최근 3개월 동안 적어도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설문에 답했다. 65살 이상 독자 중에서 같은 대답을 한 이는 64%에 불과했다.
돈트는 이 놀랄 만한 발전을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미국 내 체인서점 중에서 유일하게 유지되는 반스앤노블은 아직도 60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하며, 최근에 다시 성공하고 있다. 돈트는 2024년 ‘최소한’ 50개 지점을 새로 열 계획이다. 2025년에는 60개 지점이 더해지고, 다음 해에는 70개 지점이 추가될 것이다. 연간 약 10%의 성장률이다.
현재 영업 중인 지점 가운데서도 수십 곳이 새 단장을 하고 있다. “반스앤노블이 언젠가 미국에서 1천 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냐”고 돈트는 반문한다. “수요는 절대적이다. 우리 말고 다른 서점이라곤 없으니 말이다.” 미국에는 현재 서점이 하나도 없는 도시가 상당수다. 그는 “그건 안 될 일”이라고 단언한다. 돈트는 자신의 원칙이 간단하다고 말한다. 다름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기”다. 핵심 사업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의미다.
돈트는 ‘서점 주인은 사업에 실패하고 결국엔 자취를 감춘다’는 외부의 선입관에서 벗어나고 싶다. 서점이 지역, 동네, 도시에 필수 요소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해낼 적임자가 있어야 하고 신뢰도 필요하다. “우리가 아주 좋은 서점 주인을 발견해 지점을 자유롭게 운영하도록 믿고 맡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지점은 아주 좋은 서점이 될 것이다.”
사실 이런 접근 방식은 급진적이다. 돈트는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8개 층을 쓰던 반스앤노블 본부를 폐쇄했다. 그런 후 관리 부서를 근처 유니언스퀘어에 있던 반스앤노블 본점의 위쪽 두 층으로 이동시켰다. 전임 사장들의 세세한 미시적 관리를 불필요한 경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거의 모든 결정이, 심지어 가게 안에 책 매대를 어떻게 배치하는가 같은 사안까지도 위에서 결정을 내려 하달하는 방식이었다. 바티칸에서처럼 말이다. 돈트는 취임 즉시 본부의 구매담당자와 매니저들 가운데 절반을 해고하고 위계질서를 없앴으며, 개별 사무실도 폐쇄했다.
반스앤노블은 이제 대형 방이 있는 두 개 층의 본부에서 운영한다. 큰 방 한가운데에 소파가 있고, 주변에는 전부 책이 자리잡았다. 층층이 쌓인 책들, 옆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책들, 때로는 작은 언덕처럼 더미로 얹혀 있는 책들도 보인다.
이렇게 절약한 급여와 임대료, 보너스는 지점을 위해 훨씬 효과적으로 사용된다고 돈트는 말한다. 책을 발견하고 판매하는 등 ‘진정한 작업’은 사무실이 아니라 서점 안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책은 “출판사에서 팔고 싶은 책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하는 책”이다.
새로운 유행일까. 서점은 결국 망한다는 이야기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언급됐다. 처음에는 인터넷과 아마존이 전통 서점의 사업을 전부 빼앗았다. 그 후에는 서점이 고객들에게 전자책을 권하고 판매해 주 사업을 스스로 파괴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인터넷으로 들어가 제품군을 확장했다. 판매 주 종목인 서적을 외면하고 온갖 잡동사니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서점이었던 그들의 사업장이 잡화점이나 장난감 가게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
돈트는 고객들의 ‘책 읽는 즐거움’에 중점을 둔다. 고객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 곧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독서라는 측면을 공략한 것이다. 그는 매장에 현대적인 가구를 들이고 책 이외의 자잘한 상품을 제거했다. 서점 직원들에게는 확실하게 고객 상담을 하도록 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고안한 ‘책의 귀환’ 전략을 인스타그램, 틱톡, 팟캐스트 등에 올렸다. 북톡(BookTok)에서는 독서 인플루언서들이 소설에 빠져들었던 경험, 최신 실용서를 읽고 내용에 사로잡혔던 경험을 공유한다. 이런 채널을 통해 돈트의 반스앤노블은 현재 매주 500만 명의 시청자에게 소식을 전한다.
 

   
▲ 인터넷과 아마존이 전통 서점들의 사업을 전부 빼앗으면서 반스앤노블도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다. 맨해튼에 있는 반스앤노블 서점. REUTERS

틱톡, 팟캐스트 적극 활용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작가와의 인터뷰를 올리는 45분짜리 팟캐스트가 있는데, 여기에 배우이자 작가인 톰 행크스가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다. 반스앤노블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인터뷰 진행을 맡은 미와 메서는, 돈트가 없었다면 팟캐스트는 물론이고 반스앤노블이라는 회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돈트의 부임은 반스앤노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5년 전, 돈트가 최고경영자(CEO)가 됐을 때 반스앤노블은 파산 일보 직전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는 문을 닫는 전통 서점이 늘고 있었다. 2011년에 이르자, 미국에서 영업하는 서점은 대형서점의 선구자였던 반스앤노블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이 서점도 마지막이 가까이 다가온 듯 보였다.
판매량이 꾸준히 줄었다. 경영진은 10년간 파산을 겨우 막아냈다. 자회사를 매각하고 지점을 폐쇄했으며, 제품을 할인하고 전일제 전문 직원 1800여 명을 해고했다. 그 후로는 최저임금만 받는 시간제 노동자들이 사업을 이끌어갔다. 2018년 말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이 회사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 한 해를 통틀어 적자가 1억달러가 넘었다.
한때 당당한 미국 서점의 아이콘이었지만 그 무렵엔 잔해만 남은 반스앤노블을 미국 투자사 엘리엇(Elliott)이 겨우 4억7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의 새 CEO로 발탁된 사람이 바로 돈트였다. 돈트는 엘리엇에서 일하며 위기에 처한 영국의 체인서점인 워터스톤스(Waterstones)를 살려낸 경력이 있었다. CEO가 된 후 그는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일한다. 대서양 이쪽과 저쪽 직원들은 돈트 사장이 사실은 자기 쪽 사무실에서 계속 일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돈트가 영국에서 이뤄낸 성공담이 미국에서도 반복되는 듯하다. 돈트는 최근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파산 직전이었던 워터스톤스는 최근 상당한 이익을 냈다고 보고했다. 펭귄랜덤하우스 출판사의 영국 지사장 톰 웰던은 “돈트가 체인서점의 구매력을 가진 ‘독립서점들의 집합체’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귀족에 상응하는 신분을 얻은 이 사람은 일처리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고 있지만, 동시에 그는 직원들이 스스로 깨닫기를 원한다. 반스앤노블에서는 모든 것이 오랫동안 상명하달 방식으로 진행돼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원들이 이를 깨달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새 본사로 자리잡은 유니언스퀘어의 반스앤노블 본점에서 이런 사실이 놀랄 만치 분명히 드러났다.
반스앤노블의 플래그십 매장은 이 회사의 간판 역할을 하는 매장이다. 하지만 돈트가 보기엔 여기야말로 지난 몇 년간 이 회사의 경영 과실이 집대성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니언스퀘어는 내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초고난도 과제다.” CEO로서 5년간 노력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은”이라며 세련된 옥스퍼드 영어로 그가 강조했지만 말이다.
모두 4개 층에 자리잡은 플래그십 매장은 시간이 1980년대에 멈춘 것처럼 보인다. 인조 마호가니 책장, 호텔 복도에 깔려 있을 법한 낡은 녹색 카펫, 어둑한 조명 등 신사들의 사교클럽과 교외 쇼핑센터가 혼합된 듯한 분위기다. 아무런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배열해놓은 책, 시디(CD)와 레코드판, 봉제완구, 이불, 사탕, 커피, 모래놀이용 장난감, 레고 세트 같은 판매용 소품들이 곳곳에 있다. 서점 직원들은 손님들을 피하는 듯하다. 손님들도 대부분 생전 처음 이 서점에 왔거나,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방문일 법한 관광객들 같다. 하필이면 돈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매장인 이곳이 들어왔다가 곧 다시 나가고 싶은 장소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도 5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그는 조심스레 말한다. 그러나 똑같은 변화도 어떤 사람에게는 받아들이기 더 어려울 수 있다. 돈트는 자신의 계획을 직원에게 강요하지 않고 제안할 뿐이다. 그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책은 무엇인가. 그저 서점 직원을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 책임’, ‘자유’에 관한 사안이다. 돈트의 계획에 반대하는 것도 직원의 자유라고 그는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 제임스 돈트는 위기에 처한 영국의 체인서점인 워터스톤스(Waterstones)를 살려낸 경력이 있었다. 2023년 1월 영국 해리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를 전시한 런던의 한 워터스톤스 서점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여전히 골치 아픈 플래그십 매장
본점에서 불과 몇 ㎞ 떨어진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의 최신식 매장에서 돈트는 목표를 달성했다. 지점장 제이슨 번스와 직원 85명은 서점 입구에 특별한 탁자를 마련해 〈내 이름은 바브라〉(My Name Is Barbra)를 전시해놓았다. 이 자서전의 저자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지만 “(서점이 있는) 어퍼웨스트사이드 쪽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번스는 말했다. 이 지역 고객들이 <뉴욕타임스>에 난 관련 기사를 읽고 이 책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 지역에는 아직도 종이신문을 사서 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번스는 이 밖에도 다른 사례를 많이 꺼냈다. 뉴욕 출신 로즈 채스트의 새 만화 컬렉션 〈아이 머스트 비 드리밍〉(I Must Be Dreaming),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강의하는 알렉산더 스틸의 〈설리번족〉(The Sullivanians), 주간지 <뉴욕커>의 단편소설 모음 〈레이디스 런치〉(Ladies’ Lunch)를 전시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돈트는 어퍼웨스트사이드에 딱 맞는 발상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그의 칭찬에 자랑스러운 표정이 가득한 지점장 번스가 공을 사장에게 돌렸다.
돈트가 경영을 맡기 전에는 이런 선택이 불가능했다고 번스는 강조했다. 그때는 본사가 모든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책들이 놓여야 할 위치, 급히 재고정리에 들어가야 할 책은 무엇이고 어떤 책을 매장 뒤편으로 밀어놓아야 할지 모두 결정돼 하달됐다. 대형 출판사들과 협상하는 건 반스앤노블 본사의 매니저들이었다. 가장 많이 광고비를 지불한 출판사의 책이 매장 입구 맨 앞쪽에 자리잡았다. “책이 좋은지 나쁜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상품의 절반 이상이 반품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매장이 이전에는 독재 치하였다. 돈트가 새로 경영을 맡은 이후 우리의 통제력을 되찾은 느낌이다.”
 

   
▲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의 반스앤노블 매장에서는 이 지역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자서전 <내 이름은 바브라>(My Name Is Barbra)를 특별 전시했다. 각 지점의 이러한 ‘자율성’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아마존 갈무리

특별한 서가 분류법
이번에는 돈트의 눈에 자랑스러움이 서렸다. 그는 자신의 ‘오래된 비법’을 알려주고 싶다며 위층으로 올라가 역사책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과 달리 그는 책을 저자 이름이 아니라 주제별로 정렬한다. 서가 한 칸에는 조지 워싱턴에 관한 책들, 다른 칸에는 프랑스 대혁명, 또 다른 칸에는 인공지능에 관한 책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시스템이야말로 어떤 면에서는 그의 경력을 가능케 했던 토대다. 대학 공부를 마친 그는 크루즈 유람선에서 일했고, 22살의 나이로 대형 투자은행인 제이피(JP)모건체이스에 입사했다. 빠르게 돈을 벌기에 좋은 시절이었다. 그렇게 단숨에 버는 돈이 그를 먹여 살렸지만 자양분을 공급해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는 그의 직업을 끔찍이도 지루한 일로 여겼다.
그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을 시작한 지 겨우 3년 만에 사표를 내고 영국 런던으로 갔다. 2년 동안 자금 조달자들을 물색해 25만파운드를 모은 후, 매릴본에 있는 유서 깊은 예쁜 건물에 그의 첫 번째 서점을 열었다. 여행자를 위한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이었다. 당시 돈트는 어쩌면 영화 〈노팅힐〉(Notting Hill)에 등장하는 휴 그랜트와 비슷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서점을 경영하며 그는 고객이 여행하면서 원하는 것이 단순히 레스토랑이나 호텔 추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여행지와 연관된 최고의 작가들을 찾아봤다. 미국 지역은 헤밍웨이와 스타인벡, 인도 쪽엔 살만 루슈디 식으로 말이다. 지금과 같은 그의 서가 시스템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신이 고객일 때부터 항상 소망하던 서점, 주제별로 정리된 책이 서가에 꽂혀 있는 서점을 실현해낸 것이다.

ⓒ Der Spiegel 2024년 제17호
Retter des Buchs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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