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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도 세지고 소통 부족 초래
[SPECIAL REPORT] 불붙은 주4일제 논쟁- ② 반대론자의 논리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지몬 부크 Simon Book 마르쿠스 브라우크 Markus Brauck
플로리안 디크만 Florian Diekmann
등 〈슈피겔〉 기자
 

   
▲ 독일에서 힘든 노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독일 건설노동자들이 2021년 10월 베를린에서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독일적십자사의 장어하우젠 지부를 책임지는 안드레아스 클라우스 대표도 주4일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 클라우스 대표는 스스로를 사회복지 분야의 ‘진정한 주4일제 선구자’로 여긴다. 2017년 장어하우젠 지부에 부임한 그는 외래 환자 돌봄 직원들과 요양원 돌봄 직원들에게 근무조건 중 개선사항을 물어봤다. 직원들은 급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개인 시간 부족이라고 답했다. “돌봄 직원들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수입이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덧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클라우스 대표는 2024년 초 주당 근무시간을 39.5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면서, 급여를 그대로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상했다. “급여 체계가 그렇게 설계됐기 때문에, 급여 인상 외에 다른 방도는 없었다.” 게다가 주당 36시간 근무는 주5일제보다 주4일제가 더 적합했다.
장어하우젠 지부의 업무체계는 유연하다. “살다보면 일하고 싶은 양이 달라진다. 자녀가 어릴 때는 업무시간을 줄여야 할 필요가 커진다. 시간이 지나면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더 긴 시간 일하고 싶어 한다.” 이곳에서는 더 오래 일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주36시간을 초과해 연간 최대 100시간까지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 교대근무 할 경우 근무시간은 최소 3시간에서 최대 9시간이다. 분기마다 직원들은 근무시간을 새로 선택할 수 있다. 업무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최대 25시간까지 다음달로 이월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 컴퓨터 하드웨어 판매회사인 프랑스의 LDLC는 비교적 일찍 주4일제 근무를 도입해 주목 받았다. 프랑스 생캉탱팔라비에에 있는 LDLC의 물류창고. REUTERS


규모 작은 회사는 힘들어
놀라운 점은 직원 수가 거의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업무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클라우스 대표는 말했다. 대부분의 직원이 시간제 형태로 근무하고 주4일제 근무로 병가율이 감소하는 ‘경향’ 덕분에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는 않다. 직원들은 번아웃을 겪지 않으며,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더 공감하고, 일하면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마그데부르크 슈텐달대학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 학자들이 클라우스 대표의 업무시스템을 모니터링한다. 클라우스는 자신의 업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중”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구직 지원서를 받는다. “어떤 업체든 주4일제를 통해 효과를 볼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4일제로 곤란해질 곳은 규모가 작은 회사뿐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주4일제를 시행하려면 어느 정도 최소한의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없다.”
주4일제가 정말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
최근 몇 년 동안 주4일제를 실험한 여러 파일럿 프로젝트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22년 6월 기업 61곳과 직원 2900여 명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에서 시작한 파일럿 프로젝트만 보면 기존 급여를 지급하면서 실시한 주4일제는 바람직하고 인상적인 사례처럼 다가온다. 주4일제에서 수많은 직원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병가율도 훨씬 줄었으며, 기업 실적도 여전히 좋았다. 매출과 직원 수는 대체적으로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 퇴사 직원이 줄면서 신입 직원 채용과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도 줄었다.
이런 긍정적 수치는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윈윈처럼 보였다. 행복하고 건강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직원은 생산성이 크게 향상돼 동일 업무를 기존 업무시간의 80% 만에 해낸 것이다. 주4일제 지지자들은 주4일제를 사회 전반으로 도입해도 국가는 기존의 부를 잃지 않는다는 근거를 바로 이 대목에서 찾는다.
하지만 이는 오류일 수 있다. 독일 고용연구소(IAB) ‘예측 및 거시경제 분석’ 연구부서의 책임자 엔초 베버는 “영국의 파일럿 프로젝트 결과를 주4일제 효과로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부적합하다”고 우려한다. 일단 참여 기업들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 대부분은 소규모 업체였고 비정부기구(NGO)와 서비스업체, 혹은 광고업체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산업, 돌봄, 건설, 학교 및 대기업의 참여는 저조했다. 주4일제가 가능한 기업만 지원해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해당 프로젝트는 대표성을 갖기 힘들다.
게다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6개월간의 매출액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대표성이 떨어진다. 의미 있는 수치를 도출하기에 6개월은 너무 짧은 기간이라고 베버는 지적한다. “주4일제에 대한 초기 열풍으로 성과가 향상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하지만 이후 일상적 수준으로 다시 안정화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이 회의시간과 휴식시간을 단축해 시간을 절약했다고 전하는 기업도 있었다. 베버에 따르면 이는 업무량을 증가시켜 직원의 스트레스를 가중하기도 한다. 또한 직원들 간의 소통 부족은 창의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베를린고용연구소(IAB) ‘예측 및 거시경제 분석’ 연구부서의 책임자 엔초 베버는 주4일제가 업무강도를 높여 스트레스를 더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근무시간 짧으면 생산성 효과 없어
물론 근무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학계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베버는 50시간 등의 매우 긴 근무시간을 40시간 정도로 단축하는 경우에만 일반적으로 생산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근무시간이 훨씬 짧은 경우에는 생산성 증대 효과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영국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생산성이 실제로 크게 늘었다면, 이는 근무시간 단축 자체가 아니라 간소화된 프로세스나 신기술 덕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요지다. 광고대행사나 잡지 편집부에서는 업무시간 단축이 가능하겠지만, 유치원 교사들이나 베이커리 카운터 직원들은 업무시간을 단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는 베를린에 본사를 둔 경영컨설팅 회사 인트라프레뇌르(Intraprenör)가 2024년 2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 45곳이 참여하는데, 여기서도 소규모 기업과 창의적 학술 부문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
이러한 파일럿 프로젝트가 대표성은 없더라도 주4일제 실시를 통해 전반적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신기술을 사용하거나 문화를 바꾸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베버는 설명한다. 독일은 주4일제 후발 주자로 아직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고용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 유연근무는 일반적으로 직원이 자신의 업무와 회사에 더 많이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베버는 지적한다. 그는 주4일제만 고수하는 대신, 개인의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과 출근 일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 직원들의 만족감이 늘어나고 직원들 스스로 지속적인 협업을 도모하면서 회사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주에게 소속된 상시 근무자’라는 기존 모델과의 작별을 의미한다.
지금 기업들에는 주4일제 도입이 아닌 다른 걱정거리가 있지 않을까? 동독 최대 가족기업인이자 명확한 메시지를 선호하는 억만장자 홀거 로클라이어(73)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세계지도 앞에서 분노에 휩싸인 채 혼잣말한다. 지도에는 그가 소유한 오라폴(Orafol)그룹의 중국,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및 독일 지사가 점으로 표시돼 있다. 로클라이어는 “독일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리한 입지 조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화학 박사 출신인 로클라이어는 통일 후 동독 국영 기업을 인수해 접착필름 대기업으로 발전시켰다. 그의 업체는 고속도로 표지판, 반사 번호판, 여권 코팅, 경찰차 및 항공기의 필름 등 빛나게 하는 접착물이라면 무엇이든 생산한다. 오라폴은 전세계 시장의 상당 부분을 공급한다. 2022년 수익률이 10% 미만이었던 오라폴그룹은 현재 매출액 10억유로를 목표로 한다. 로클라이어는 현재 실적에 만족하기보다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브란덴부르크주 오라니엔부르크에 위치한 오라폴그룹 본사는 그의 분명한 걱정거리다. 그는 오라폴그룹에 모두 7억유로를 투자했고 일자리 1300개를 창출했으며, 법인세로만 1억유로를 납부했다. 그런데 그는 무엇이 걱정일까? 지난 3년간 ‘일부 공무원’이 1억6천만유로 규모에 이르는 건설 프로젝트의 승인 절차를 막고 있다. 로클라이어는 브란덴부르크주가 테슬라 열풍(공장 유치 및 건설)에 휩싸여 구조개혁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주4일제 논의할 시점인가?”
반면 미국 보스턴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에서는 한 달 만에 신규 공장 건설을 승인했다. 로클라이어는 “미국에서는 불과 4주 만에 건설 허가를 받았다”고 외쳤다. “그나마도 몇 가지 개선 사항이 아니었다면, 아마 더 빨리 건설 허가가 나왔을 것이다.” 그는 자기 나라인 독일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머리를 내저었다.
정치권의 업무시간 단축과 주4일제 논의 시점이 아주 좋지 않다고 로클라이어는 단언했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추락하고 있는 독일에서 주4일제가 정치적 의제로 계속 거론되는 것은 참으로 황당하다. 어떻게 지금 주4일제를 진지하게 제안할 수 있다는 말인가? 주4일제 논의는 독일에 피해를 주며,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로클라이어가 주4일제를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직원들은 업무시간을 다섯 개 모델 중에서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생산부서는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교대 근무 방식을 선택한다. 야간 근무와 주말 근무가 없는 근무시간 모델도 있다. 로클라이어는 주4일제 논쟁이 정치권의 무력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는 이유를 살펴보면, 거기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도이체반(독일철도)에서처럼 단축된 주당 업무시간을 바탕으로 한 단체임금협약은 고용주들에게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도이체반은 수십억유로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결국 세금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도이체반과 같은 회사들과 노동력을 놓고 경쟁 중이다.”
로클라이어는 주7일 출근한다. 일요일에는 3시간30분 동안 전체 생산구역을 둘러보는 ‘그랜드 투어’를 진행한다. 그는 주4일제 논쟁을 “전반적으로 노동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태도로 평가한다. 그는 “독일에서는 일을 즐기고 전적으로 헌신하는 사람이 점점 이상한 시선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이 지점은 문제의 핵심인 우리와 일의 복잡다단한 관계로 다시 연결된다. 일을 향한 우리의 생각은 축복과 저주 사이를 지속적으로 오간다. 지난 수십, 수백 년 동안 일의 중요성은 점점 커졌다. 이제 게으름을 찬양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겼던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로 우리는 다시 돌아간 걸까? 반대로 우리가 일에 너무 중독돼 일이 유일한 활동이 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함께 물어야 할까? 그렇다면 일이 없는 삶이란 과연 무의미할까?

ⓒ Der Spiegel 2024년 제22호
Freitags ist frei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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