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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보다 사내 협력이 더 중요
[SPECIAL REPORT] 불붙은 주4일제 논쟁- ③ 접점 찾기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지몬 부크 Simon Book 마르쿠스 브라우크 Markus Brauck
플로리안 디크만 Florian Diekmann
등 〈슈피겔〉 기자
 

   
▲ 일이 유의미한 협력과 인간의 진일보를 의미한다는 시각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 2021년 9월 영국의 직장인들이 런던브리지를 건너 금융지구로 출근하고 있다. REUTERS

하르트무트 로자 독일 예나대학 사회학 교수 는 일의 확고한 옹호자다. 그는 일이 “우리가 전체, 세계 전체의 일부”라고 느끼게 해주며 “내가 포괄적인 현실과 직접 접촉하고 이 현실을 형성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로자 교수는 이를 ‘공명’(Resonance)이라고 부른다. 이상적인 경우 사람들은 일을 통해 “자신이 인류 발전의 일부”가 됨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로자 교수는 어떤 사람일까? 여느 사람처럼 일에 대해 양가감정을 느끼는 로자 교수는 예나대학 연구실에서 자기 직업에 대한 불만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불만사항을 아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다시 새 건물에서 일하고 새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연구실 조명이 끔찍하기 짝이 없다.” 연구실에는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정말 좋아하지만, 관료주의적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좋아하는 일에 손도 대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작성해야 하는 서류는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서류 작성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지루한 동시에 엄청나게 답답하다.”
새 컴퓨터로 화상 연결된 로자 교수는 실제로 다소 슬픈 인상이었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은 평소 그의 활기찬 강의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는 일상의 경험을 사회학 이론 및 통계적 경험주의와 연계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하르트무트 로자 독일 예나대학 사회학 교수는 주4일제가 결과적으로 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냉소주의 확산
로자 교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수백만 명이 “사람을 일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냉소주의의 확산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든, 공장에서 일하든, 혹은 〈슈피겔〉 편집실에서 일하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범위가 전반적으로 작아졌다는 것이다. 규정, 협약 및 규칙은 끊임없이 변한다. 사람은 끊임없이 미묘한 감시와 통제와 압력을 받는다. 더 이상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않고, 특정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옵션 중에서 선택만 하게 된다. “내가 아침에 힘겹게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 일을 하든, 혹은 다른 사람이 하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정말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됐으며, 내 행동은 인류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다.”
반면 경험적으로 볼 때,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을 “기본적으로” 즐긴다고 답하는 것은 놀라운 대목이다. 로자 교수에 따르면 학자나 미화원, 심지어 맥도널드 아르바이트생처럼 일을 즐긴다고 전혀 말할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모두 한결같이 자신의 일을 즐긴다고 답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말로 모든 분야의 사람이 더는 핵심적인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 진료를 좋아하지만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가 없다고 말하고, 농부들은 밭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실제로 밭에 나가는 횟수가 점점 드물어진다고 말한다. 자동차 정비사들은 정비를 즐기지만, 첨단 차량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정비 작업이 거의 필요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수인 나는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지만, 실제로 온종일 하는 일은 지원서와 평가서 작성이다. 정말 미친 짓이다.”
그래서 로자 교수는 주4일제가 실수라고 말한다. “주4일제로 노동은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소외감이 심화하면서 결과적으로 독이 된다.” 이를 통해 일과 삶이 서로 상충하는 현상이 사실상 공고해지며, “내 시간을 누군가에게 팔면 그 시간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기에 다른 곳에서 내 삶을 찾는다”는 자본주의적 임금노동 개념이 극단적으로 실현된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일하는지가 아니고, 얼마나 정확히 일하느냐인데도 말이다.
로자 교수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일이 유의미한 협력과 인간의 진일보를 의미한다는 시각은 무너졌다.” 그는 일의 이러한 측면이 과소평가되면서 진정한 실존적 위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비전이 없는데 어떻게 우리가 일을 통해 이 사회를 의미 있는 미래로 이끌어간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간병인으로 일하는 마이크 프리젠(28)에겐 이런 문제가 없다. 프리젠은 자기 직업을 일종의 소명이자 “내 인생의 일”이라고 여긴다. 환자가 2주 만에 회복하면 그는 행복하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여전히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환자를 최상으로 돌볼 수 없을 때면 기분이 언짢은 채로 퇴근할 때가 많다.
 

   
▲ 하르트무트 로자 독일 예나대학 사회학 교수는 모든 분야의 사람이 더 이상 핵심적인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예시로 첨단 차량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정비 작업이 거의 필요하지 않는 사례를 들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자동차정비센터에서 정비기술자가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다. REUTERS

“퇴근할 때 기분이 더 좋다”
프리젠은 ‘빌레펠트 클리닉’(Bielefeld Clinic)에서 일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클리닉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었다. 독일의 수많은 다른 병원과 마찬가지로 돌봄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업무량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고, 지원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클리닉은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 상황에 대응했다. 자체 직원보다 인건비가 두 배는 높은 파견직 돌봄 인력 12명을 고용한 것이다. 또한 순차적으로 모두 세 개의 병동을 폐쇄했다. 병상이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매출이 떨어지고 파견 직원 한 명당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치명적인 악순환이 시작됐다.
2023년 7월, 클리닉 경영진은 절박한 심정으로 일단 2개 병동에서 6개월 동안 주4일제를 실험적으로 단행했다. 놀라운 점은 주4일제가 시행되는 동안 돌봄 인력은 근무시간 단축 없이 이전과 똑같이 일했다는 것이다. 그 후로 클리닉은 매력적으로 변모했다. 오히려 클리닉은 2023년 수년 만에 처음으로 퇴사자 수보다 더 많은 돌봄 인력 29명을 채용할 수 있었다. 돌봄 책임자 마이크 토레만스는 클리닉 지원자 수가 여전히 많다고 전한다. 폐쇄했던 병동 중 하나가 다시 문을 열어 운영 중이며, 클리닉은 이제 파견 직원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현재 돌봄 직원의 총 업무시간은 7시간30분이 아니라 9시간이 조금 넘는다. 노인 병동에서 치매 환자들을 돌보는 프리젠은 “처음 두 달간은 힘들었다”고 회고하면서도 “그래도 운동처럼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프리젠은 길어진 업무시간에도 적응했다. 주4일제는 유지 중이다. 이제는 직원들이 주중에 관청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치과 및 미용실을 예약하고, 혹은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 모임을 갖는 게 훨씬 쉬워졌다.
프리젠은 주4일제의 결정적인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퇴근할 때면 예전보다 기분이 훨씬 좋다.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과거에는 교대근무가 끝날 때까지 업무를 마치지 못해서 다음 근무자에게 어쩔 수 없이 부담을 줬다. 아니면 업무를 완료할 때까지 추가 근무를 해 야근이 잦았다.
주4일제 체제에서는 각 교대조의 업무시간이 2시간30분간 겹친다. 병동당 총 근무시간은 늘었고, 업무 부담은 줄었다. “이제 야간 교대조로 업무를 시작하면 제게 1시간30분의 여유가 주어져서 그때 문서를 작성하거나 드레싱을 교체할 수 있게 됐다.” 프리젠은 이제 항상 정시에 퇴근하며, 더 일찍 퇴근할 때도 있다. “지금까지 쌓이기만 했던 오버타임을 조금씩 쓰는 중이다.” 그는 다시 자기 직업에 열정을 쏟는다.
물론 변화가 쉽지는 않다. 처음에는 도처에서 적잖은 문제가 발생했다. 때때로 환자들이 음식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물리치료 시작 전까지 환자가 목욕을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간병인은 긴 근무시간을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었고 더는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런 문제가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
돌봄 책임자 마이크 토레만스의 관점에서 보면, 여기에 주4일제의 핵심이 있다. 핵심은 “직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직원들 스스로 주4일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상부에서 직원들에게 어떤 것도 강요할 수 없다.” 이제 병동은 자체적으로 업무시간을 유연하게 결정한다.

직원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
근무 지원자들이 최근 빌레펠트 클리닉에 주목하는 이유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덕분이기도 하지만, 주4일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토레만스는 말한다. 클리닉이 직원들의 요구에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해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도록 배려한 것이 핵심이었다.
직원들의 요구를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나은 해결책일까? 일의 명예를 회복하고 사람이 일을 강요당한다고 느끼지 않는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더 나은 해결책에 해당할까?
루트비히스하펜 경영사회대학의 ‘고용·고용가능성 연구소’의 유타 룸프 소장은 “우리는 일을 강요당해온 사람을 다시 능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시간도 직원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룸프 소장은 인사정책이 직원의 생애주기와 경력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 어린 자녀를 둔 부모, 혹은 은퇴를 앞둔 사람 등 직원마다 필요한 것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와 같은 적절한 수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이런 제도와 컨셉이 아닌 사내 협력이다. “관리자는 직원들이 자신의 상황, 문제,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도록 그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기술에 관한 것이다.”
룸프에 따르면, 주4일제라는 괜찮은 컨셉을 오랫동안 금기시했던 수공업계에서는 사내 협력이 모범적으로 이뤄진다. 수공업계는 직원 10~15명을 둔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이다. “장인은 자신의 숙련공들을 잘 알고 그들을 돌본다. 숙련공 중 한 명이 오후에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하면 장인은 그를 보내주고 이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다.” 한편으로는 숙련공들도 자신이 맡은 일을 완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상호존중이다. 상사는 업무시간을 결정할 때도 직원의 요구사항을 존중한다. 반대급부로 직원은 회사 실적을 중요시한다. 직원과 회사가 각자의 목표를 함께 추구하다보면, 때때로 색다른 해결책이 나오기도 한다.
독일 북부 아펜에 있는 기계제작업체의 올리퍼 그림 대표는 색다른 해결책을 직접 찾아냈다. 그림 대표는 이 해결책을 ‘세탁의 날’이라고 부른다. 2006년부터 기계제작업체를 운영 중인 그는 교대근무를 폐지하고 주4일제를 도입했다. “모두 주4일제에 열광했다. 그런데 주4일제 도입 후 4개월 만에 회사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어쩔 수 없이 주4일제를 폐지했다.” 주4일제를 시행하고 처음 몇 주 동안은 생산량이 3분의 1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동으로 예전 습관으로 되돌아갔다.” 직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서 수다를 떨었고, 커피 브레이크를 갖기 시작했다. “주4일제인데도 마치 주5일 출근하는 것처럼 느슨하게 일한 것이 문제였다.”

‘세탁의 날’
이후 그림 대표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는 출퇴근 표시기 근처에 설치한 화이트보드에 생산량, 병가 일수 및 기계 고장 등 다음주 목표치를 적었다. 수요일마다 그는 각 주간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만약 주간 목표를 달성하면 전체 직원들에게 금요일은 휴무일이 된다. “금요일 휴무 여부가 각 직원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모두가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됐다.”
한 부서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서 직원들도 자기 일처럼 문제 해결에 나섰다. ‘세탁의 날’은 모두를 위한 날인 동시에 누구에게도 해당하지 않는 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는 효과를 발휘했다. 2024년에 단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금요일은 항상 ‘세탁의 날’이었다.

ⓒ Der Spiegel 2024년 제22호
Freitags ist frei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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