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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소금, 코코넛… 열정이 낳은 커피 문화
[세계는 지금] 세계 최대의 로부스타커피 생산국 베트남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김나은 ysjeong@kotra.or.kr

 

김나은 KOTRA 호찌민무역관 과장
 

   
▲ 베트남의 ‘아보카도 커피’. 김나은 제공


과거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은 전세계의 1%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세계 최대의 로부스타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 됐을까?
베트남 커피는 150여 년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명물로 자리잡았다. 1857년 프랑스 가톨릭 선교사들이 베트남에 처음 커피를 전파했다. 이후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에 커피의 재배와 생산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1955년부터 1975년까지 20년간 지속한 베트남전쟁과 통일 이후 연달아 실패한 경제개발 계획은 베트남 경제와 국민의 삶을 매우 힘들게 했다.
베트남은 경제 회복을 위한 최후의 방안으로 1986년 베트남식 개방·개혁 정책 ‘도이모이’(Doi Moi)를 추진한다. 도이모이 정책을 통해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베트남 경제는 지속해서 성장했고, 특히 ‘농업’ 분야에서 가장 빠른 변화가 나타났다. 실질적으로 농민들의 토지 사유화가 가능하도록 토지법을 개정해 베트남의 농업생산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는 당시 전체 인구의 약 70%가 농민이었던 베트남의 경제성장과 도이모이 정책의 성공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 베트남의 ‘에그 커피’. 김나은 제공

 

   
▲ 베트남의 ‘카페 스어다’. 김나은 제공

전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
정부는 커피 생산을 주요 국가 수출 상품으로 장려했으며, 도이모이 정책에 따른 경제개혁 결과 커피 재배와 소비가 재부활하기 시작했다. 이후 커피는 풍부한 자본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사회 전반에 자리잡았고 지역과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1990년대에는 베트남의 커피 농업이 급속 성장해 생산량이 매년 20~30%씩 증가했다.
오늘날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전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며 세계 커피 시장에 약 20%를 공급한다. 커피 재배면적은 세계 6위에 불과하지만 생산성은 브라질보다 1.4배, 콜롬비아보다 2.8배, 인도네시아보다 4.5배로 가장 높다. 베트남의 커피 재배면적은 약 71만ha(헥타르)이며, 이 중 중부 고원의 5개 지방이 전체 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2023년 기준 베트남의 커피 종자 생산량은 약 197만t, 수출량은 약 166만t으로 추정된다.
커피 원두는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종류로 나뉜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브라질 등에서 생산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높은 고도와 서늘한 기온, 특정한 토양 유형 등 까다로운 재배 조건이 요구된다. 반면, 로부스타 원두는 높은 온도와 습도에서도 재배하기 쉬우며 질병에도 강해 수확량이 많은 품종이다. 이 때문에 열대기후인 베트남으로 커피를 처음 도입할 당시, 베트남의 기후와 토양 조건에 적합한 로부스타 품종을 들여와 중부 고원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생산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재배한 커피는 전세계 7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수출되며, 수출 커피의 97%는 로부스타 원두다. 베트남 커피의 최대 수출 시장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이며, 이 외에도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MARD)는 2024년 1분기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농산품으로 ‘커피’를 꼽았다. 베트남은 2024년 1분기에 약 60만t의 커피를 수출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가치 기준 54.2%가 증가한 19억달러(약 2조6천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베트남 관세청의 통계 기준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 베트남의 커피 수도라 불리는 닥락 성의 부온마투옷에 있는 ‘세계 커피 박물관’. 전세계 커피 문명과 관련해 1만1천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쭝응우옌 레전드 누리집

카페 문화 속에 깃든 민족성
글로벌 시장 요인, 기후변화 및 엘니뇨의 악영향 등으로 로부스타 품종 수확량이 전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은 전세계 로부스타커피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2023년 기준 베트남의 커피 수출액은 약 42억달러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46~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커피는 베트남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베트남에 커피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높은 가격 탓에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없는 특산품이었다. 이후 도시 중심부에 유럽식 카페가 등장했으나 여전히 카페는 부유한 엘리트 계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스러움의 상징이었다.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베트남인은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즐긴다. 베트남의 커피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소규모 노점상 카페가 대거 등장했고, 이는 모든 사람이 커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정 계층에서만 즐기던 카페가 새롭게 변형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발전한 것이다.
또한, 베트남의 카페 문화는 집단주의를 선호하는 민족 정체성을 반영한다. 베트남에서는 도시 시골 마을 할 것 없이 어디에서나 수많은 종류의 커피숍을 만나볼 수 있다. 카페는 예술, 음악, 문학 등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자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곳에서 플라스틱 의자와 돗자리를 깔고 앉아 다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베트남식 장기인 ‘꺼뜨엉’을 하기도 하고, 주위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현재의 삶을 음미하기도 한다.
베트남어로 ‘커피’라는 뜻의 단어는 ‘카페’(Cà Phê)다. 하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카페’는 커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베트남에서 ‘카페 가자’(đi cà phê)’라는 문장은 ‘만나자’라는 사회적 의미로 흔하게 사용된다. 베트남에서 카페 문화는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행위 이상을 의미한다. 사람 간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사회적인 모든 활동의 의미를 함께 포함한다. 이런 베트남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는 베트남인의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베트남은 오랜 세월 외부의 영향을 받아들이면서도 고유의 전통을 지키며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이와 같은 베트남 민족의 특성을 커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베트남인은 독특한 커피 제조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혼합하는 것을 즐긴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핀’(Phin)이라는 금속 필터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한다. 손으로 압력을 가하는 에스프레소 기기와 드립커피 메이커가 만난 듯한 이 장치를 커피잔 위에 올려놓은 뒤, 분쇄한 로부스타 원두를 넣고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붓는다. 종이필터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약 5분 동안 천천히 커피를 추출하면 농축된 커피 샷이 생성된다. 로부스타 원두는 맛이 강하고 진하며 쓴 것이 특징이다. 또한 카페인 함량이 높고 가격대가 저렴해 현지에선 로부스타 커피를 다양한 재료와 혼합해 마신다.
열대기후인 베트남에서는 우유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것이 어렵다. 이에 베트남 사람들은 달콤한 연유를 주로 사용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현지에서 가장 선호하는 대표 인기 메뉴 ‘카페 스어다’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 좋아하는 베트남인들의 커피 열정으로 다양한 메뉴가 등장했으며, 커피 문화는 지속해서 성장했다. 달걀노른자와 연유를 섞어 만든 ‘에그 커피’도 대표 인기 메뉴다. 이 외에도 ‘카페 박시우’ ‘코코넛 커피’ ‘소금 커피’ ‘참깨 커피’ ‘아보카도 커피’ 등이 있다. 이런 메뉴들은 한 잔에 평균 3~4만동(약 1600~2100원)의 저렴한 가격대로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 중 하나이며, 인구 1억 명의 베트남은 중위연령이 32살인 젊은 국가다. 이에 지금 베트남의 젊은 소비자 계층을 중심으로 커피 자체의 독특한 맛과 풍부한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떠오른다.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고품질의 베트남 원두도 주목받는다.

새로운 커피 트렌드의 등장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가 승인한 2021~2030년 베트남 스페셜티 커피 개발 프로젝트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는 북부 및 중부의 고원 지방을 중심으로 디엔비엔, 지아라이, 닥락, 닥농 등 8개 성에서 재배될 예정이며, 총 재배 면적은 약 1만9천ha에 이른다. 주요 로컬브랜드들은 베트남 소규모 농장의 농부들과 협업해 아라비카 품종과 고품질의 로부스타 품종을 조합한 베트남 고유의 스페셜티 원두를 재배·판매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커피 농업의 지속가능성 및 윤리적 소싱과 관련된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공정무역 커피를 우선시하고, 지속가능한 농법을 장려하며, 커피 농부의 생태계를 지원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단순한 외국 작물에서 주요 문화로 자리잡기까지 베트남 커피는 수많은 역사를 거쳐왔으며, 이를 통해 베트남인의 변화를 향한 열망을 함께 엿볼 수 있다. 베트남의 커피 재배 산업은 약 200만 명 이상의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만큼 중요한 산업이며, 커피 수출은 경제의 주요 기둥이다. 국제 브랜드와의 협력, 커피 제품의 다양화, 혁신적인 양조 기술 등 베트남의 커피 문화는 앞으로 또 다른 혁신을 보여주며 글로벌 커피 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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