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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변신 ‘꽁지머리’… 만년적자 잡나
[김창금의 스포츠 비즈니스] 김병지 강원FC 대표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김창금 kimck@hani.co.kr

 

김창금 <한겨레> 선임기자
 

   
▲ 김병지 강원FC 대표가 구단 운영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겨레 김창금 선임기자


어떻게 재정을 확보할 것인가? 프로축구 40여 년 역사의 화두다. 정치권 등 외부의 힘으로 출범한 프로축구가 자립적 기반을 확립하는 것은 이 기간 내내 지상 과제였다.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이 영역에 새 바람이 분다. 최근 10년간 프로축구연맹의 마케팅 전략, 구단 임직원 교육, 비디오판독 시스템 도입 등 장기 전략이 토대를 강화했다면, 후반전부터는 구단들이 호응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김병지 대표가 이끄는 강원FC다. 금발의 꽁지머리 등 톡톡 튀는 머리 스타일처럼, 그는 경영 전선에서도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강원FC가 2023년 준프로 계약한 고교생 골잡이 양민혁은 2024년 시즌 프로축구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고교생 프로선수가 주요 경기에서 골을 터트리고, 충천한 자신감으로 팀의 연승 행진을 돕고 있다. 김 대표는 월봉 100만원의 선수가 수백만달러의 이적료를 보장할 수 있는 스타로 떴다고 말한다.

현장에 진주가 있다
재능을 알아보는 눈은 확실히 선수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강점이다. 김 대표는 “현장에 가면 흙 속의 진주가 있다.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이지, 원석의 재질을 갖춘 선수가 많다. 국내에 선수가 없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 대표가 제2, 제3의 양민혁을 찾기 위해 틈만 나면 고교 축구 현장을 찾는 이유다.
수입을 늘리는 것은 비용 절감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강원FC는 고연봉 선수들을 트레이드했다. 반면, 낮은 몸값의 잠재력 큰 선수나 2부 리거를 대폭 영입했다. 강원의 주포가 된 이상헌과 김이석은 이적료 없이 자유계약 선수로 데려왔고, 김강국과 박청효는 2부에서 올라온 선수들이다. 소속팀에서 뛰는 시간이 적은 선수를 임대하는 방법도 적극 활용한다.
선수단을 조련하는 감독과의 의사소통과 의기투합은 중요하다. 2023년 강등권의 팀을 1부에 잔류시킨 윤정환 감독은 김 대표의 구단 경영 방침에 보조를 맞춘다. 윤 감독의 선수 감식안이 뛰어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수비 아니면 공격이다. 둘 다 에너지를 쏟을 수 없다면, 팬들이 좋아하는 공격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 김병지 대표의 이런 철학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강원FC 축구에 공격적 색깔을 입혔다.
성적까지 더해지면서 그라운드 안팎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관중 동원력이 떨어졌던 강원FC는 이번 시즌 가파른 상승 행보를 보였고, 춘천 홈구장인 송암스포츠포센터에는 2018년 유료관중 집계 이후 처음으로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예민한 촉수와 빠른 판단력, 전략적인 접근은 산전수전 다 겪은 김 대표의 선수 시절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골키퍼는 관중과 벤치의 사령탑을 제외하면 나머지 21명의 선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공은 한쪽에서 흐르지만 골키퍼는 전체 판을 읽고 대응하고 결정한다. 그것이 몸에 배었다”고 했다.
한순간 방심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0년 말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뒤에도 그는 여전히 넘버원 골키퍼였다. 하지만 2001년 홍콩 칼스버그컵 대회 때 드리블을 하며 페널티 지역 밖으로 벗어났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이 됐다. ‘2002 한일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벤치를 지켜야 했던 그는 “사람 관계를 많이 배웠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시·도민 구단은 국내 프로축구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K리그1 12개 팀의 절반이 시·도민 구단이고, K리그2(13개 팀)에서는 비중이 더 커진다. 모기업의 절대적 지원 없이 홀로서기가 어려운 기업구단을 포함해 한국 프로구단은 시장 확대라는 절박한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조광래 대구FC 대표가 외곽의 경기장을 도심으로 옮기도록 지자체를 설득했고, 대구DGB파크라는 하드웨어를 통해 경기의 즐거움을 알린 것은 시민구단이 팬과 긴밀하게 결합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기업구단인 포항 스틸러스는 최초의 축구전용구장 건립과 ‘스틸러스 웨이’ 등으로 포항 특유의 구단 경영 문화를 만들었다. FC서울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팬 흡인 전략으로 2023년 40만 명이 넘는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였다.
김병지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프로구단의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생태계 구축은 그 가운데 하나다. 10배 늘어난 중계권료, K리그1 18개 팀 확장, 1~2부 전체의 자체 방송 플랫폼 등의 아이디어는 실현가능성이나 반발 논란을 떠나 생각해볼 거리를 준다.
그는 “자체 플랫폼이 있으면 할 게 많다. 중계권을 더 받을 수 있고, 회원제로 운영하면 회비 수입도 발생한다. 전 구단 공동상품 판매로 파생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대신 구단은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2027년 도입될 K리그 1~4부 승강제는 10억원 정도의 운영비로도 리그(4부) 우승팀이 나올 가능성을 예고한다고 본다.
김병지 대표는 현역 시절인 20대에 부동산 등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고, 통장도 여러 개 보유했다고 한다. 인풋과 아웃풋, 레버리지 등 기초적인 경제 용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의 비즈니스 촉각은 남다른 데가 있다. 상무 복무 때 시작한 독서는 습관이 됐고, 요즘도 틈나는 대로 책을 주문하는데 대상 범위는 경제·경영에서 정신분석까지 폭이 넓다.

팬 친화적인 경영
경영은 축구 현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는 ‘꿩 잡는 매’처럼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직원들의 다양한 사업 제안 등 집단의 지혜를 모으기도 한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팀 성적 향상에 따른 입장 수입과 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선수단 훈련을 공개하는 이벤트나 가족 관람객을 위한 공연 등 팬 친화적인 정책은 ‘강원은 내 팀’이라는 연고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김병지 대표의 자신감은 미래에도 투사돼 있다. 그는 “실패한 사람은 여러 이유가 있고, 성공한 사람은 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든다”고 했다. 마치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일단 김 대표 체제의 강원FC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시·도민 축구단의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 1993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했고, 1999년부터 스포츠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스포츠저널리즘 연구로 한국체육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저서 <한국 스포츠 미디어 담론구조의 변화>(글누림)는 2022년 세종도서로 선정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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