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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에 대한 짧은 생각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71호] 2024년 07월 01일 (월) 조계완 kyewan@hani.co.kr

 
조계완 <한겨레> 선임기자
 

   
▲ 2024년 상반기 국내 자본시장의 핫이슈는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5월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상반기 국내 자본시장의 핫이슈로는 단연 ‘밸류업 프로그램’(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꼽힌다. 요즘 인공지능(AI) 붐을 탄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코스피만 유독 소외되고 있는데, 2024년 6월14일 기준으로 S&P500그룹 주식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는 4.91배, PER(주가수익비율)는 23.62배다. 2024년 5월2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200 기업의 평균 PBR는 1.0배다. PBR는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PBR만 보면 코스피200 종목은 주요 23개 선진국 전체 평균(3.2배)과 24개 신흥국 평균(1.7배)에 견줘 크게 낮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요즘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코스피 시가총액이 미국·일본·유럽·홍콩·대만 등 주요국 주식시장지수 상승 흐름에 견줘 더디거나 지체돼온 요인과 정체를 둘러싸고 여러 논평이 분분하다. 남북 분단체제 같은 지정학적 조건 이외에도 시대 및 환경 변화에 뒤떨어진 기업지배구조, 재벌 일가의 경영승계와 사익편취 같은 한국적 풍토가 배경으로 흔히 지목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지수 상승을 견인할 대형주 수가 미국·일본 등에 비해 적다는 점, 수출주도형 특정 산업·종목의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측면 등 코스피 구성에서 요인을 찾기도 한다.
좀더 학술적으로 접근해, 기업이 조달·투자한 시설·운전자본이 과연 효율적으로 배치·활용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연구도 나온다. 투하된 자본의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순이익/자기자본)와 COE(주주자본비용)를 서로 비교하는 방식이다. COE는 투자한 주주가 해당 기업의 향후 영업현금흐름 관련 시장위험을 감안해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수익률로, COE와 서로 견줘 따져보면 한국 상장기업의 ROE가 매우 낮다는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ROE를 높이려면 순이익을 키우거나 자기자본(자본총계)을 줄여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주주 환원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면 자본총계는 정체되거나 줄어든다.
주주가치 극대화(밸류업)를 광적인 집착 수준으로 밀어붙이는 기업이 전세계 시가총액 1위(2024년 6월13일 기준) 애플이다. 애플은 최근 10년간 벌어들인 순익(총 755조원)을 전부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에 쓰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 이에 영업이익이 자산·자기자본에 전혀 더해지지 않아 세계 최고 수준의 ROE를 만들었다. 자본 배치에서 주주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셈인데, 이 755조원은 새롭고 창의적인 신규 투자와 고용 창출에 사용할 수도 있었을 돈이다. 반면에 “이익금이 발생하면 내부 유보로 쌓지 않은 채 주주환원에 거의 다 쓰고, 신규 투자 자금이 필요하면 은행 대출로 조달하는 회사일수록 경영진이 좀더 책임 있고 신중한 투자를 하게 된다”는 시각도 있다. 나아가, 중후장대 제조업 기반인 한국은 설비투자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 터라 자기자본이 비대하고 결국 ROE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 한국경제에서는 기업·노동·시장 재편 방향을 놓고 ‘주주가치 극대화 논쟁’이 벌어졌다. 성과가 낮은 인력·부서는 매년 10%씩 가차 없이 구조조정하는 잭 웰치(전 GE 경영자) 방식을 통한 ‘주가 극대화’ 추구에 저항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세상이 달라져서인지 지금은 ‘밸류업’이라는 생경한 이름으로 재등장한 주주가치 극대화를 발본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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