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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피로, 브레인포그… ‘면역오작동 탓’ 증거 늘어
[LIFE] 끝나지 않은 코로나 후유증
[170호] 2024년 06월 01일 (토) 하로 알브레히트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병이 나은 뒤에도 이유 모를 통증과 머릿속이 몽롱해지는 증상에 시달린다. 이 현상의 원인은 정신에 있을까, 아니면 몸에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에 관한 논란도 계속된다.


하로 알브레히트 Harro Albrecht <차이트> 기자
 

   
▲ 2023년 1월, 포스트코비드증후군에 관한 장기적인 생의학적 연구의 확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앞에 캠핑용 침대를 진열해놓았다. REUTERS


화창한 날에는 전기휠체어로 집 밖에서 이동해 다닐 수 있다고 미아 디코브(37)는 말한다. 하지만 “오늘은 집에 누워 지내면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화장실에 가는 게 전부다”라고 전했다. 아침 일찌감치, 대부분 그날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맥박 수가 최대 130을 넘지 않도록 안정을 유지하며 침대에 누워 산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다. 온몸에 힘이라곤 하나도 없다.” 의학에서는 이 상태를 ‘운동 후의 급격한 피로감’(Post-Exertional Malaise)이라고 부른다. “일단 그렇게 피로를 느끼면 심한 근육통이 생기고, 잠도 잘 수 없다. 그야말로 고통투성이다.”
그가 처음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건 4년 전의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자신의 몸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혔다는 사실을 디코브는 분명히 알고 있다. 샤리테병원(독일 베를린대학의 의대 병원) 전문가들이 그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러나 유사한 증상을 가진 다른 환자들은 항상 정신적 원인에서 비롯된 신체 통증일 거라는 의심을 받고 산다.
 

   
▲ 헬름홀츠감염연구센터의 연구원이자 인지신경과학자인 마르틴 코르테는 “모든 포스트코비드 증상의 70%는 뇌, 또는 뇌혈관에서 염증이 진행되면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헬름홀츠 감염연구센터’ 누리집

포스트코비드증후군
포스트코비드증후군(Post-Covid Syndrom)은 코로나19 감염 뒤 석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증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심장이나 폐에서 확인되는 신체기관의 손상이 이 증상에 포함된다. 그뿐만 아니라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근육 약화 증상이나 근육통, ‘브레인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불리는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현상도 이 증후군의 일환이다. 포스트코비드 증상을 겪는 사람의 수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초기에는 감염자의 최대 15%까지로 추산했는데, 현재는 4% 미만의 수치가 이야기된다.
디코브는 더빙 성우이자 가수인데, 아직 직업생활을 재개하지 못했다. 온라인 자조 단체인 ‘독일 롱코비드’에서 활동하는 그는 “라이선스 수입으로 생활할 수 있는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연금공단에서 이 증상을 인정받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것만으로도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을 확실하게 진단해낼 수 있는 정형화된 측정 기준, 이른바 생체표지자(Biomarker·생물학적으로 정상인 과정과 병리적 과정을 객관적으로 측정 평가하는 지표)가 개발되기를 많은 환자가 간절히 바라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디코브와 다른 피해자들은 포스트코비드도 다발성경화증에서와 같은 발전이 있기를 희망한다. 다발성경화증도 전에는 ‘히스테리’로 오진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50년대 들어 명확한 신경체액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나오면서 만성적인 염증성 질환임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포스트코비드증후군과 관련해 면역시스템이 오작동하면서 혈관을 손상시키고, 이것이 브레인포그와 같은 고약한 증상으로 이어진다는 가정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리고 몇 달 전부터 이 방향의 가정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점점 늘고 있다.
2023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연구에서는 미세한 혈전이 인지능력 손상의 부분적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환자 1800명을 대상으로 검사했는데, 집중력과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서는 혈액 응고 인자인 피브리노겐(Fibrinogen) 수치가 뚜렷하게 증가했음이 관찰됐다. 이는 곧 혈액 응고율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환자가 2022년 2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병원에서 진찰받고 있다. REUTERS

바이러스로 뇌 안의 혈관 손상
2024년 2월 스위스 취리히대학병원에서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1년이 지난 환자 40명의 경우 면역과 응고 시스템에서 색다른 패턴이 보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치료 면역학 및 감염병 연구소’의 연구자들도 환자 55명에게서 과도한 면역시스템을 시사하는 증상을 발견했다. 포스트코비드 환자들은 지속해서 높은 감마 인터페론(면역 인터페론으로 미토겐이나 특이 항원에 의한 면역학적 자극을 받아 활성화된 림프구가 생산하는 물질) 수치를 보였다. 이 전달 물질은 피로, 근육통 및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롱코비드) 환자들은 조사대상 60%에서 이 수치가 감소하면서 동시에 증상도 완화됐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연구그룹은 2020년에 코로나19 감염자 76명에게서 혈액을 채취했는데, 이 가운데 브레인포그 증상을 호소한 환자들에게서는 S100-Beta(혈액-뇌 장벽의 이상을 나타내는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져 있음을 발견했다. 바이러스가 혈관을 심각하게 손상해 병원균과 독소, 염증 물질이 뇌 조직으로 스며들었던 게 분명하다. 포스트코비드 환자들이 뇌에 안개가 낀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의학 전문지에는 요즘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이 신체의 질병임을 증명하는 연구결과가 매주 발표된다. 인지신경과학자 마르틴 코르테는 감염과 염증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헬름홀츠 감염연구센터’의 연구원이다. 그는 “모든 포스트코비드증후군 증상의 70%는 뇌, 또는 뇌혈관에 염증이 생기면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는 또한 포스트코비드증후군 현상을 미심쩍어하던 의사들이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서 새로운 견해를 갖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의 병을 의사들이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환자들의 편지가 옛날과 다름없이 지금도 여전히 쇄도한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디코브는 요즘 들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새 의사들에게 가면 그들은 더는 모든 증상을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이라는 말로 뭉뚱그리려 하지 않는다. 검사결과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디코브는 정신적 부담이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병을 유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몸의 병과 마음의 병 증상이 비슷한 사례도 있기에 두 가지를 혼동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차이를 구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둘을 선명하게 구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디코브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앉거나 일어설 때 심장박동수가 크게 증가하는 증상에 시달린다. 이른바 ‘기립성빈맥증후군’(POTS)이다. “환자들이 심장박동수의 증가를 불안장애의 징후로 해석하거나 의사들이 그런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POTS는 간단한 테스트로도 확인되는 증상인데도 말이다.” 이어서 디코브는 자신은 이 증상 외에도 여러 면역 수치가 높아졌었다고 덧붙였다.
독일 에센대학병원의 신경학자인 크리스토프 클라인슈니츠는 새로 발표되는 연구결과가 “학문적으로 확실히 흥미롭다”며 “연구결과라는 건 추후 다른 연구들로 재현될 경우에만 타당성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또한 특정 혈액값과 증상 간의 연관성이 있다고 해도 이는 소규모 하위 그룹에만 해당하는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실을 확인하려면 진단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할 텐데 어느 병원도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 포스트코비드증후군 증상을 겪는 사람의 수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현재는 4% 미만의 수치가 주로 이야기된다. 2021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REUTERS

“심인성 질환” 반론도
클라인슈니츠는 최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액 농도가 낮은 것이 포스트코비드증후군 진단의 적합한 생체표지자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 연구결과는 포스트코비드증후군 증상이 신체기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신적 문제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결론내렸다. 클라인슈니츠의 연구에 대해서는 실험참가자 부족, 테스트 그룹 규모의 불균일함 등 여러 논란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 포스트코비드의 생체표지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그 질병을 곧장 심인성질환(환경·심리적 요인으로 생기는 정신장애 및 신체장애)으로 간주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클라인슈니츠는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을 뿐 아니라 심하게 공격하는 동료들에게 논쟁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견해를 수정할 준비도 돼 있다. “물론 신체적인 원인으로 이런 증상이 발생함을 잘 증명하는 논문이 연이어 나오고, 결국 내가 완전히 틀렸다는 게 드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결론이 과연 효과적인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지다.”
그렇게 될 때까지는 그는 자신의 임상관찰 결과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포스트코비드 환자들이 실험실 검사와 MRI 촬영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은 지난 25년간 의사로 일하며 종종 봤던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기능성 질환과 비슷한 증상이다.
 

   
▲ 코로나19 감염 뒤 통증, 인지장애, 피로 등 긴 목록의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엔야 그로딘이 2022년 12월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수면 상태 점검을 위해 누워 있다. REUTERS

환자들은 기다릴 수 없다
“오래전에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는데 검사에서 나온 신체기능 수치는 늘 정상이었다.” 대신 그 환자들에게는 우울증, 불안장애 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과거 이력이 있었다. 따라서 포스트코비드 환자를 진찰할 때도 그 환자가 코로나19 감염 전에 갖고 있던 신경정신질환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옳다고 그는 말한다. 클라인슈니츠는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을 얘기하는 많은 이가 훌륭한 기초과학자들인 건 분명하지만 환자를 직접 치료한 경험이 없는 의사들 아니냐며 사족을 달기도 했다.
의사 안드레아스 슈탈마흐는 독일 예나대학병원에서 일한다. 의료팀과 함께 지금까지 3천 명 이상의 포스트코비드 환자를 치료한 슈탈마흐는 최근 상황이 변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제는 백신을 맞았거나 감염된 사람의 수가 많이 늘었고, 오미크론 변이도 증상이 가벼워졌다. 그 결과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훨씬 적어졌다는 것이다. 복도가 전부 텅텅 비었나. 그건 아니라고 한다. 현재 병원에서는 오래전부터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을 앓는 장기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다. 지금 입원을 신청하는 사람에게는 일러야 2024년 가을 혹은 겨울이 돼서야 차례가 올 것이다.
슈탈마흐도 확실한 생체표지자가 딱히 없는 상황에서 다수 동료가 포스트코비드증후군 진단을 여전히 미심쩍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숫자 중심 사회”이니 말이다. 물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직업을 잃은 30대들이 절망하거나 우울증에 걸릴 수는 있다. 그럼에도 슈탈마흐는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을 ‘신체 질병’으로 파악했다. “누군가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가 겪는 질병이 가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도대체 어떤 상호관계를 이루고 있는 걸까. 발표되는 연구마다 포스트코비드증후군 증상과 신체적 변화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눈에 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의사들이 보기에는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원인을 똑 부러지게 판별해낼 수 있는 실험실 수치가 여전히 전무하다.
인지신경과학자 마르틴 코르테는 이에 대해 “오히려 특이성이 없는 생체표지자”가 해답일 수 있다고 본다. 그가 보기에 혈액 수치는 다른 감염증에서도 발생하는 일반적 반응이다. 따라서 차라리 ‘포스트바이러스 질환’이라는 보편 개념으로 생각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질병들이 코로나19 감염 후에 더 심한 상태로, 더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혈관의 내피와 혈압 조절 기능을 직접 공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포스트코비드증후군과 관련한 명확한 증거가 나올 것이라는 의견에 슈탈마흐는 동의하지 않는다. 생체표지자의 일차적 가치는 바로 ‘차별화된 치료와 연구의 주요 도구’라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스트코비드증후군 증상과 고혈압에 시달리는 사람이 약물을 복용하고 그 결과 증상이 호전되면 어쨌든 방향은 바로잡힌 것 아닌가.
디코브도 같은 바람이다. “생체표지자가 발견될 때까지 진단과 치료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일단 치료해야 한다.” 포스트코비드증후군은 위궤양과는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위궤양에 심리치료법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이 병의 근저에 박테리아가 자리잡고 있어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궤양 통증은 자취를 감췄다.
반면 통증을 다른 방향에서 치료하는 모범 사례도 있다. 통증치료다. 옛날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만성통증에 약물을 사용했고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약물을 투여했다. ‘통증은 단순히 신체의 병으로 취급해 제거한다’는 치료모델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통증치료의 교훈
오늘날에는 시각이 달라져서 만성통증에는 신체적 원인뿐 아니라 환자의 사회·정신적 상황도 고려하는 것을 치료의 정석으로 삼는다. 이 사람에게는 이 요소를, 저 사람에게는 저 요소를 더 많이 적용하는 식이다. 다중요법 통증치료에서는 통증치료제, 물리치료 및 심리치료를 함께 사용한다. 이런 발전이 환자들에게는 포스트코비드증후군 증상을 겪으면서 전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걸음이 될 것이다.

*추가 정보: 영국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후 몇 달이 지난 사람 가운데 0.5%의 체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 환자들이 포스트코비드증후군에 걸릴 위험은 다른 환자들보다 높았다.

ⓒ Die Zeit 2024년 제15호
“Das ist pure Qual” Was Post-Covid im Körper macht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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