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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학술회의·여행 급감 전문가 사라지나 우려 커져
[FOCUS] 중국-EU 관계 갈림길- ② 코로나 끝났어도 인적 교류는 바닥
[170호] 2024년 06월 01일 (토) 옌스 뮐링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정부가 기나긴 ‘코로나 제로’ 시대를 뒤로하고 자국의 문을 재개방하려 한다. 하지만 중국을 향한 전세계의 관심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옌스 뮐링 Jens Mühling <차이트> 기자
 

   
▲ 팬데믹 이전에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중국 상하이는 최근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보기가 쉽지 않다. 2024년 춘절 첫날 상하이 예원 풍경. REUTERS

만약 중국과 세계의 관계를 보여주는 온도 센서가 존재한다면, 중고 생활용품을 사고파는 온라인 중고가게 영어 앱 ‘모빈’(Movin)일 것이다. 외국인 엔지니어나 컨설턴트, 영어 교사, 테니스 코치 등 중국에 새로 정착한 외국인들은 모빈 앱에서 유아 침대, 이케아 옷장, 자전거, 중고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뒤 중국 체류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재판매한다. 현재 모빈에 올라온 광고를 살펴보면 판매자가 더 많은지 아니면 구매 희망자가 더 많은지 쉽게 알 수 있다. “판매 사유: 중국 출국” 등의 문구를 모빈에서 훨씬 많이 볼 수 있다.

문 닫는 국제유치원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2년, 중국 지도부가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전체를 몇 주 동안 봉쇄하자 외국인 수만 명이 중국을 빠져나갔다. 외국인들의 중국 탈출 행렬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중국 대도시 등지에서 지금처럼 서양인을 보기 힘들어진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전에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중국 상하이의 옛 프랑스 조계지에서 이제는 외국인끼리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소심하게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외국인의 파티 주요 화제는 외국인 어린이의 감소로 어떤 국제유치원이 다음 차례로 문을 닫을까이다. 팬데믹 동안 유치원 교사들이 제일 먼저 그만뒀고, 이어 부모와 함께 아이들이 중국을 빠져나가면서 국제유치원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물론 지금 중국으로 향하는 외국인도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024년 4월 중순 장관 세 명과 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숄츠 총리가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22년 11월이었다. 당시 ‘코로나 제로’ 정책의 막바지 단계에 있던 중국은 흡사 봉쇄된 분쟁지역을 방불케 했다. 숄츠 총리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표면적으로는 일상으로 되돌아간 중국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팬데믹 이전의 일상이 아니다. 경제, 정치, 시민사회, 관광 분야에서도 중국과 전세계와의 관계는 단절돼버렸다. 코로나 장벽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중국이 전세계를 향해 세운 장벽은 그대로다.
몇 가지 통계치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잘 드러난다. 팬데믹 발생 직전 해인 2019년에는 1억 명의 외국인이 중국에 입국했다. 반면 2023년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는 약 3500만 명으로, 무려 3분의 2가량 급감했다. 2019년 중국에 착륙한 국제 항공편은 약 7만5천 편이었다. 2023년에는 약 3만 건으로 60%가량 급감했다.
중국은 2019년 국제회의 539건을 개최해 전세계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제회의컨벤션협회(ICCA)가 최근 발표한 랭킹에서 중국은 브라질에 이어 26위에 그쳤다. 2019년 중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은 5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비영리 교육기관인 미국국제교육원(IIE)의 통계치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만 명 수준으로, 2019년 대비 무려 60%나 줄었다.
중국 지도부는 외국인 엑소더스 문제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코로나 제로 정책에 부수적으로 파생하는 경제적 피해와 이미지 실추에 비교적 무관심했던 중국 정부가 이제는 정책 전환의 조짐을 보인다. 2024년 3월24일 폐막한, 중국의 다보스포럼에 해당하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중국 정부 대표들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2월에는 중국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외국인 투자를 완화하는 조치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중국 외교부는 연초에 독일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의 중국 단기 여행 비자 의무를 느닷없이 해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매력 공세’에도 외국인이 중국으로 다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감염병 통제조치처럼 입국하는 외국인 숫자도 원하면 언제든지 늘렸다가 줄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중국인과 대화를 나눠보면, 최근 중국의 국격이 떨어졌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중국의 웨이우얼(위구르)족 박해,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서구가 경악하는 것 등 중국은 무엇 하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에서 40년 가까이 중국 여행사를 운영 중인 중국 관광시장 전문가 하인리히 크리베트는 “중국인은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중국이 다시 개방만 하면 관광객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중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왼쪽에서 셋째) 독일 총리가 리창(오른쪽에서 셋째) 중국 국무원 총리와 함께 2024년 4월16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독일 경제자문위원회’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REUTERS


패키지여행도 20% 수준
크리베트는 중국 자전거 횡단이나 히말라야 자동차 투어 등 ‘아주 특별한 여행자들’을 위한 맞춤 자유여행을 전문으로 한다. 이런 개별 여행은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도 영향받지 않는 틈새시장이라고 여기지만 중국 패키지 여행시장은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 크리베트가 들은 바에 따르면, 중국 패키지 여행시장은 팬데믹 이전의 20%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크리베트는 독일인이 현재 중국 관광을 주저하는 요인에 공감하지 않는다. “독일인의 중국 이미지는 오래전부터 단 한 번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독일의 중국 이미지는 순진무구한 열광과 맹목적인 비난 사이를 널뛰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독일은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로 없다. 양국이 이렇게 서로를 향한 지식과 열정이 전무하다시피 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시민사회 교류도 유사한 상황이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독일과 중국 간의 교류 플랫폼 80여 개가 팬데믹 동안 열리지 않았으며, 대부분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독일과 중국 지자체 간의 파트너십도 마찬가지다. 수년 동안 세일링 경기를 성공적으로 협력했던 해안 도시 킬과 칭다오의 관계가 얼어붙은 것이 대표 사례다. 오랜 코로나 봉쇄 이후 국외 지자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자 칭다오는 2023년 초 퇴임하는 한스베르너 토바어(사민당)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킬 시장에게 두 지자체 간의 공식 자매결연을 제안했다. 토바어 시장은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그런데 야당 및 킬의 시민단체들이 반대 시위를 열자, 사민당도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양 도시 간의 공식 자매결연 계획은 무위로 돌아갔다.
양국 간 학술 분야 협력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코로나 제로 정책이 한창일 때 중국 내 독일 유학생 수는 수십 명으로 급감했다. 코로나 제로 정책 이전의 8천 명 수준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돌아가기란 힘들어 보인다.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의 중국 베이징 사무소장인 올레 엥겔하르트는 현재 양국 간의 연구 협력을 “어려운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한다.
독일 대학은 중국과의 모든 연구 프로젝트마다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독일고등교육진흥원 사무소가 추천한 일부 중국인 장학금 후보자는 거부되거나, 장학금 승인이 오래 지연돼 당사자들이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중국 내 독일 영사관들이 팬데믹 동안 퇴사한 직원들 충원을 지연하면서 비자 발급이 오래 걸리자 독일 유학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최근 독일고등교육진흥원의 독일 장학생 모집 인원보다 신청자가 더 적었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또한 중국과의 학술 교류를 향한 독일의 관심도 크게 줄었다. 독일 본대학의 공자연구소 하네스 예데크 소장은 독일의 수많은 공자학 연구소의 중국어 강의가 수년째 수강생을 채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수강생이 급감한 곳도 있다.” 중국에서의 연구 체류가 경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평판에 손해만 끼치는 것으로 여기는 독일 인문학자들도 있다. 독일고등교육진흥원은 최근 지원자 부족으로 중국 대학에서 독일인 강사 충원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탈동조화, 디리스킹, 다각화 등 어떠한 키워드로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든, 중국과의 정치적 분리는 착착 진행되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지점에서는 중국과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독일과 중국 사회는 서로 계속 멀어지고 있지만, 중국을 향한 독일의 경제적 의존은 여전하다.

교류 중단 여파 커
중국을 파트너, 경쟁자, 혹은 구조적 라이벌 등 무엇으로 보든, 적어도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교류 부진이 독일의 중국을 향한 이해를 넓히는 데는 나쁜 소식임이 틀림없다. 주중 독일상공회의소 막시밀리안 부테크 이사는 양국 간 지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부테 이사는 “독일의 중국 전문가 중 상당수는 중국 유학생 시절 습득한 지식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양국 간 교류가 수년 동안 중단되면 그 여파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몇 년 안에 중국 전문가 세대가 통째로 사라질 것이다.”
숄츠 독일 총리의 4월 중순 중국 방문에서 이 주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숄츠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요 의제는 양국 간의 경제관계, 중국 정부의 자동차 제조업체 보조금, 유럽연합의 보호관세 계획 등이었다. 시 주석은 숄츠 총리에게 미국의 무역제재를, 숄츠 총리는 시 주석에게 푸틴의 핵 위협을 불만으로 제기했다. 중국과 독일 정부 대표단은 정상회담에 양쪽 고문단을 배석시켰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상회담에 배석할 고문단 인재풀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 Die Zeit 2024년 제16호
Wo sind denn all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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