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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눈덩이처럼 불어 세수늘려 재정건전 꾀해야
[ANALYSIS] 프랑스, 국가재정에 빨간불
[170호] 2024년 06월 01일 (토)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2023년 프랑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5%를 기록하자 프랑스 정부가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세수 결손이다. 경기둔화로 기업소득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면서 2023년 직접세 수입이 지출보다 빠르게 줄어 2022년에 견줘 GDP 대비 비중이 1.7%포인트 떨어졌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세수를 늘리고 재정건전화를 이뤄내는 길이 있다. 이제는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이 공공 재정건전화를 이뤄낼 확실한 길이라는 데 대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4년 5월13일 파리 베르사유궁전에서 열린 제7차 ‘프랑스 선택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년 프랑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5%를 기록하자 프랑스 정부는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REUTERS


몇 주 전부터 떠돌던 소문이 프랑스 통계청(INSEE) 심판에서 드디어 사실로 확인됐다. 2023년 프랑스 재정적자가 1240억유로(약 183조3천억원)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5% 수준이다. 정부가 예상한 4.9%를 훌쩍 넘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장관에겐 참담한 결과다. 그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줄이기를 최대 국정과제로 내세웠었다. 재정적자가 예상을 벗어난 까닭이 무엇인지, 어떻게 부채를 줄일 수 있는지 살펴본다.
통계가 나오자마자 재정장관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공공지출에서 깎아낼 수 있는 지출을 전부 쳐내는 것이었다. 재정장관은 100억유로 규모의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2024년 4월10일 ‘국가 재정건전화 새 계획’ 발표 이후 100억유로를 추가로 줄이겠다고 했다. 2024년에만 200억유로가 삭감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미 2025년도 예산을 200억유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GDP 대비 공공지출은 2022년과 2021년에 견줘 각각 1.5%포인트, 2.3%포인트 줄어들었다.

과세 반대 이데올로기
통계청은 국가채무를 둘러싼 우려를 두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2023년 GDP에서 국가채무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해 (…) 1.8%를 기록했다.” GDP 대비 장기채무 이자 비율은 2.4%로 그보다 훨씬 높다. 통계청은 “국채 이자가 물가상승률에 연동된 것이 GDP 대비 이자 비중을 줄이는 데 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만큼 부채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2023년 직접세 수입이 지출보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2022년과 견준 GDP 대비 비중이 1.7%포인트 떨어졌다. 이유가 뭘까. 어느 정도는 경제성장률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경기둔화로 기업소득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었다. 부가가치세(VAT) 수입도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더디게 늘었다. 또 고금리 영향으로 대출 건수와 부동산 거래량이 모두 감소했고 관련 세수가 덜 확보됐다.
재정부가 모두 예상했을 일이었다. 그런데도 재정부는 경제활동에 대한 세수탄력성이 낮아진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보통 세수탄력성을 ‘1’이라고 본다. 경제성장률이 1%면 세수도 1% 증가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재정부 자료를 보면 2023년 프랑스 세수탄력성은 0.4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에 비례해 세금을 걷지 못했다는 뜻이다. 만일 세수가 경제성장률에 따라 탄력적으로 늘어났으면 적자가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금이 덜 걷힌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첫째로, 프랑스경제전망연구소(OFCE) 소속 이코노미스트 프랑수아 지롤프는 “GDP 바탕으로 세수를 예측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했다. 세수탄력성을 1로 보는 가정은 다양한 변수를 지워버린다. “세수는 고정 요인이 아니다.”(프랑수아 지롤프) 또 다른 공공재정 전문가인 프랑수아 에칼은 연구에서 세수 변동성을 확인했다. 그의 개인 누리집 ‘피페코’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에 대한 세수탄력성은 해마다 0.4에서 1.6을 오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022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전국적인 파업 현장에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주요 20개국(G20)은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에 기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REUTERS

세금 올리기, 그런데 어떤 세금?
2023년 세수탄력성이 낮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프랑스 경제 싱크탱크 렉세코드의 드니 페랑 대표는 “관련 연구자료가 아직 없지만 일부는 2022년도 추세의 반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때 세수탄력성이 1 이상이었다”고 했다. 중간예납 법인세 산출 방식이 달라진 것이 세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프랑스 감사원은 세수손실 총액에서 3분의 1이 중간예납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면서 생긴 것으로 분석한다.
드니 페랑 대표는 “부가가치세 수입이 적게 증가한 점이 놀랍다. 소비액보다 더디게 늘었다”고 했다. 부가가치세와 부동산거래세의 실제 수입과 예상 수입 사이의 차액이 전체 세수손실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머지 3분의 1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감사원은 “2023년 경제성장률 대비 임금 증가율이 낮았다. 사회보험료와 소득세 수입도 그만큼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임금이 묶이면 세수도 묶인다.
2023년 세수손실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전에 짚어봐야 할 요인이 하나 더 남았다. 생산세(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이 납부하는 세금) 감면과 주민세 최고세율 폐지로 재정수입이 62억유로 줄었다. 모두 재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아니면 반과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진 것일까.
돈 쓸 데는 많다. 정부는 2024년 4월10일 발표한 국가 재정건전화 새 계획에서 2024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5.1%로 내다봤다. 2027년까지 2.9%로 축소하는 것이 목표다. 세금감면 계획도 여전하다. 그렇다면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까.
2023년 GDP 대비 재정적자가 5.5%를 기록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4년 그 비중을 5.1%로 줄이겠다고 했다. 2024년 말까지 0.4%포인트를 줄여야 한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장관이 내놓은 대책은 지출 구조조정이 유일하다. 감사원은 정부가 재정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500억유로(약 73조9천억원)를 줄여야 한다고 내다본다. 무모한 도전이다. 정부가 사회보장제 예산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사회보험공단은 129억유로 흑자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공격적 세금감면 정책이 이어졌다. 이제는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이 공공 재정건전화를 이뤄낼 확실한 길이라는 데 대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프랑스 국회 정치그룹인 민주운동(MoDem)의 장프랑수아 마테이 그룹대표는 주식 거래 때 1% 세금을 부과하자고 했다. 야엘 브론피베 국회의장은 초과이익과 초과배당소득에 매기는 세금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 대다수의 프랑스 국민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세수를 늘리고 재정건전화를 이뤄내길 바라고 있다. 2024년 5월6일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 거리에서 한 노인이 쓰레기더미를 살피고 있다. REUTERS

금융거래와 초과이익
세수를 벌충하는 길은 많다. 두 사람의 제안대로 과세했을 때 잠재 재정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추산해보자. 단 신설한 세금이 납세자와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세율에 따라 재정수입이 어떻게 변하는지 대강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테이 대표 제안을 먼저 살펴보자. 2023년 프랑스 최대 기업 120곳의 주식 거래액은 323억유로를 기록했다. 여기에 세금을 1% 붙이면 수입이 3억2300만유로 늘어난다. 액수가 많지는 않다. 세율을 2~3배 올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현행 금융거래세율(일부 거래에 0.3% 적용)을 인상하면 세수를 조금 더 충당할 수 있다. 재정부 자료를 보면 2022년 금융거래세 수입으로 14억유로가 걷혔다. 현행 세율을 3배 늘리고(약 1%) 그 영향으로 거래 침체가 장기화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경제학자 쿤테르 카펠블랑카르 연구에서 거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밝혀졌다). 그때 추가 수입은 40억유로로 예상된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적자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초과이익 또는 초과배당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도 있다. 관건은 이익과 배당소득이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과도하다고 분류할지다. 그 기준을 적용하는 기간과 세율, 환수 기간도 정해야 한다. 오랫동안 고민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정책의 합리성을 좇다가 때를 놓칠 수 있다.
얼마를 환수하는지도 문제다. 환수액을 결정하는 변수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2년 말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과거에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로 재정수입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고 나와 있다. 국제분쟁이 끝난 직후에는 세율이 특히 높았다. 예컨대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뒤 60%까지 세율을 올렸다. 현재까지 어떤 정당도 세율을 그만큼 높게 제안하지 않았다. 2022년 국민연합(RN)이 제시한 최고 세율은 50%였다. 환경사회새인민연합(NUPES)은 초과이익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20, 25, 33%)을 적용하는 누진세를 제안했다. 그에 따라 추가 세수로 150억유로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하는 마농 오브리(불복하는 프랑스 소속) 후보가 오늘날 추정하는 환수액도 그 정도다. 글로벌 자문회사 딜로이트는 초과이익세로 기대할 수 있는 재정수입이 45억유로라고 추산했다.
또 다른 보완책은 초과이익에 과세하는 것과 반대로 전체 배당소득에 과세하는 것이다. 프랑스 통계청이 공개한 1차 자료를 보면, 2023년 프랑스 기업(금융업·비금융업)이 나눠준 배당금은 총 2430억유로였다. 그 배당소득의 1%를 세금으로 걷으면 재정수입이 24억유로 더 생긴다. 시작으로 나쁘지 않다.

상속세와 재산세
세액공제 제도도 손봐야 한다.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세액 930억유로가 공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에는 955억유로였다. 공제 세액을 1% 줄이면 추가 세수로 9억유로를 확보할 수 있다. 고액상속에 대한 상속세 역시 경제분석위원회가 제안한 수준까지 올리면 재정수입을 100억유로에서 최고 200억유로까지 늘릴 수 있다. 정확한 액수는 얼마나 과감하게 증세하는가에 달렸다. 프랑스 상위 1% 부자만 부담하는 세금이다.
주요 20개국(G20)이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에 기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도 부유세 도입이 거론된다. 유럽은 초고액 자산가의 실질세율이 나머지 납세자에 견줘 낮다. 프랑스 국민이 보유한 자산총액은 GDP의 7배다. 그 가운데 4분의 1은 상위 1% 부자가 소유한다. 초고액 자산에 최저세율 2%로 시작해 누진세를 매기면 추가 세수를 550억~600억유로 확보할 수 있다. 대상 소득의 10~15%는 조세회피 등을 이유로 세금을 못 걷는다고 가정한 결과다. 부유세로 생기는 재정수입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메워야 할 적자액에 맞먹는다.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부유세는 극소수에게 낮은 세율을 매기는 것이 뼈대다.
재정건전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유세를 뺀 나머지 세금은 세율을 1%가 아니라 10%로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현실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각자가 번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납부하는 세액은 달라진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세수를 늘리고 재정건전화를 이뤄내는 길이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5월호(제446호)
Quand le déficit budgétaire dérap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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