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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지연, 손실 눈덩이에도 아무도 손 못 대는 대마불사
[ISSUE] ‘원전 마피아’ 프랑스전력공사
[170호] 2024년 06월 01일 (토) 레오 클림 economyinsight@hani.co.kr

 

잘못된 원자력발전소 건설 작업, 치솟는 비용, 거액의 손실이 원전회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닥쳐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기업은 불가침의 존재다.

레오 클림 Leo Klimm <슈피겔> 기자
 

   
▲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어려움을 겪는 프랑스 원전의 수출 사업 일환으로 프랑스전력공사가 영국에 건설하고 있는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은 애초 2025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빨라야 2029년, 늦으면 2031년에야 인도될 것으로 예상한다. REUTERS

이제 기적만이 뤼크 레몽을 곤경에서 구할 수 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그는 새로운 플라망빌 3호기 원자로에 2024년 3월 말까지 연료봉을 장전하고 “여름에 전력망에 연결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원자력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청(ASN)은 에너지 회사 EDF의 수장을 우롱했다.
ASN은 플라망빌 원자로를 검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 결과 레몽은 자신이 설정한 기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플라망빌 원자로는 노르망디 지방에서 영국해협 쪽으로 튀어나온 코탕탱반도에 있다.
플라망빌 3호기가 언제 전력망에 연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세계 최대 전력 생산업체인 EDF는 건재하다는 것이다. 가압수형 원자로(EPR)인 플라망빌 3호기의 완공은 이미 12년이나 지연됐다. 최소 191억유로(약 28조원)가 들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비 역시 당초 추정치의 6배에 달한다.
파리의 EDF 본사에서 레몽이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는지 볼 수 있다. 그곳에는 목가적 원전의 모습이 벽면에 투영돼 있다. 싱그러운 초록빛 풍경 속에서 저녁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게 수증기를 내뿜는 냉각탑으로 말이다.
짧은 머리에 헐렁한 양복을 입은 레몽은 최고경영자(CEO)로서 1년 넘게 EDF의 선두에 서 있었다. 그의 임무는 EDF를 재건하는 것이다. 이 국영기업은 한때 프랑스의 자랑거리였다. 현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선포한 프랑스 ‘원전 르네상스’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EDF는 무엇보다 실패, 불운, 고장으로 유명해졌다.
 

   
▲ 프랑스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2022년 7월6일 의회 시정연설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 완전 국영화 방침을 밝혔다. REUTERS

12년이나 완공 지연
건설 결함과 자금 부족은 EDF에서 일상이 됐다. 플라망빌에서는 원자로 동체의 잘못된 작업과 엉성한 용접 이음새로 비용이 더 들어갔다. EDF가 영국에 건설하는 ‘힝클리 포인트 C’(Hinkley Point C) 원전의 가동도 수년간 지연됐다. EDF는 이 프로젝트 때문에 129억유로(약 19조원)를 상각해야 한다. 모범적인 원전 프로젝트로 여겼던 사업이 거액의 손실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는 2023년부터 다시 100% 국영기업이 된 이 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자력을 향한 프랑스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경제적 타당성과 관련한 논쟁도 거의 없다. 오히려 마크롱은 EDF에 6기의 가압수형 원자로를 발주할 계획이며, 추가로 8기를 발주할 수도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이에 지지를 표시했다. 프랑스에서 원전은 기후친화적인 국가주권의 보증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돈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 기이한 국가 콤비나트(Kombinat) EDF에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마치 끊임없이 엉뚱한 짓을 하는데도 항상 구출되고 매번 용서받는 응석받이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EDF는 프랑스에서 단순한 기업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원전이 국시이기 때문에 EDF도 국시다”라고 회사 내부를 잘 알지만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 관계자가 말했다. EDF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국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납세자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회사는 오래전에 파산했을 것이다.”
EDF는 국가에 의존하고, 프랑스는 EDF가 운영하는 56기의 원전에 의존한다. EDF는 프랑스 국가 전력 수요의 3분의 2를 공급한다.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 때문에 이 회사는 ‘대마불사’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순부채가 544억유로에 달하는 이 전력회사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야 한다. EDF는 프랑스에만 13만7천여 명의 직원이 있다. EDF가 주도하는 프랑스의 원전산업은 2033년까지 매년 약 1만 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또한 프랑스는 핵무기를 EDF에 의존한다. 2024년 3월 중순에 발표한 바와 같이, 프랑스 서부의 시보(Civaux) 원전은 핵무기 기폭장치에 사용하는 삼중수소 가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마크롱 정부의 경제부 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원전산업이 “국가 안의 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영기업인 EDF의 로비력은 르메르의 정책과 그의 동료들의 정책에도 분명하게 반영돼 있다.
EDF는 먼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됐지만 계속 논란이 돼온 페센하임 (Fessenheim) 원전의 폐쇄를 수년 동안 연기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발전소는 2020년에야 전력망에서 제외됐다. 라인강 상류에 위치한 이 발전소의 폐쇄는 프랑스 녹색당과 독일에 대한 양보로 간주됐다. 그 후 마크롱은 프랑스 전력의 최대 절반까지만 원자력 에너지에서 조달한다는 전임 대통령의 목표를 무효화했다. 원전은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지, 즉 국가가 회사를 통제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내부자들에게도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2023년 6월 프랑스 정부는 2005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매각했던 EDF의 지분 16%를 할인가격으로 환매했다. 사실 민간투자자들은 오래전에 EDF에 등을 돌렸다. 국가의 영향력이 수익률을 억제한 것도 이유였다. 예를 들어 에너지 위기 당시 르메르는 국제 전기거래 가격이 치솟는 와중에 EDF에 요금 상한제를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동시에 기존 원전의 절반이 부식 손상과 유지보수 작업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EDF는 외국에서 비싼 전기를 사와야 했다.
2023년 말, 프랑스 정부는 EDF와 새로운 요금 체계에 합의했다. 이는 EDF에 메가와트시(MWh)당 약 70유로의 원가를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일까?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하는 전기는 이미 원전 전기보다 저렴하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유럽의 전기 도매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면 EDF의 원전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원전 기업 EDF는 지금까지 적어도 프랑스 국내 시장에서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사업을 억제해왔다.
2022년에 조기 교체된 레몽의 전임자는 때때로 프랑스 정부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 비해 레몽은 좀더 고분고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 출신인 레몽은 EDF에 오기 전에 프랑스의 기술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에서 일했다. 프랑스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그는 경제부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비서실장 알렉시 콜레르를 알게 됐다. 파리 정치 잡지 <롭스>(L’Obs)에 따르면 EDF의 통솔자인 레몽은 한 달에 한 번씩 콜레르의 호출을 받아 파리의 엘리제궁을 방문해 보고를 한다.
 

   
▲ 프랑스전력공사가 노르망디 지역의 플라망빌에 짓고 있는 3호기 원자로 완공은 12년이나 지연됐다. 뤼크 레몽은 2024년 여름에 전력망에 연결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자신이 설정한 기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뒤쪽이 플라망빌 3호기 원자로이고, 앞쪽이 1, 2호기 원자로다. REUTERS

정부에 고분고분한 최고경영자
EDF 본사는 개선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날 아침 창문이 없는 회의실에서 레몽은 원자력의 장점을 칭송했다. 플라망빌 3호기는 준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 C’ 원자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면서 EDF의 수장은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수익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 1월 EDF는 또다시 영국 원자로의 공사 지연을 인정해야만 했다. 벌써 세 번째다. 원래 2025년 완공될 예정이었던 이 원자로는 빨라야 2029년, 늦으면 2031년에야 인도될 것이다. 지연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 총비용이 약 530억유로(약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원자력 모험에 따른 재정적 리스크는 EDF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중국 파트너인 공기업 광핵집단유한공사(CGN)는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2016년 ‘힝클리 포인트 C’ 계약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어려움을 겪는 프랑스 원전의 수출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희망에서 추진됐다. 이로 인해 EDF는 현재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영국 정부는 EDF에 원전으로 생산하는 전기의 가격 보장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레몽은 이제 런던과 재협상해야 한다.
전 EDF 최고재무관리자(CFO) 토마 피케말은 힝클리 포인트 사업이 대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16년에 사임했다.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재정적 위험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성공할지 알 수도 없는 기술에 누가 자산의 70%를 투자하겠는가?”라고 당시 피케말은 말했다. 이미 플라망빌 3호기, 핀란드와 중국의 유사한 원자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EDF는 프랑스가 독일의 지멘스와 함께 개발한 가압수형 원자로는 성공 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울 수도 있었다.
이 외에도 실수에서 배울 기회가 많았다. 2016년 가을, 프랑스 원자력 규제당국은 압력용기에서 강철의 결함을 발견했다며 12기의 원자로를 강제로 가동 중단시켰다. 2022년에는 다수의 원자로에서 부식문제가 발생해 EDF에 약 180억유로의 손실을 입혔다. 필요한 수리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약 100명의 전문 용접공을 데려와 투입해야 했다. 2023년 봄, 노르망디에 있는 펜리(Penly) 1호기 원자로의 비상 냉각시스템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견됐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것이 유일한 사례가 아니었다.
국가가 거듭 주머니를 털어 경영 부실의 결과를 보상하는 것을 보면, EDF는 실수에서 배우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불과 10년 사이에 수백억유로의 신규 자금을 EDF와 발전소 건설업체인 아레바(Areva)에 쏟아부었다. 현재 아레바의 대부분은 EDF에 흡수됐다. EDF의 완전한 국유화에는 2023년에 100억유로(약 14조7천억원)가 추가로 들어갔다.
1년 반 전, 프랑스 의회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의원들은 실패의 원인을 여러 가지 언급했다. 숙련된 원전 전문 인력이 부족했고, 원전 유지보수 시간이 너무 길어 원자로가 몇 달씩 가동을 멈췄다는 것이다. 반면에 EDF가 충분히 경제성 있게 운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원들에게 문제되지 않았다. “EDF에서는 항상 위험과 경제성보다 기술과 정치가 더 큰 역할을 한다”라고 회사 전문가는 말한다. 오늘날에도 이 회사에는 여전히 “독점적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다.
1990년대 말 EU 집행위원회가 전력시장 개방을 명령하기 전까지 프랑스는 자국의 독점 기업과 잘 지냈다. 국가보조금을 받는 원자력은 수십 년 동안 프랑스의 경제와 소비를 뒷받침했다.
EDF는 1946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됐으며 처음에는 공산주의자들이 운영했다. 당시 회사는 수력발전소 건설에 주력했다.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원자력 발전소가 뒤를 이었다. 원전은 군용 핵분열의 파생물, 핵폭탄의 민간 부산물이었다. 매년 최대 5기의 원자로가 새로 건설됐다. 오늘날의 경영자들은 꿈에서나 꿀 수 있는 효율성이다.
프랑스 전 환경부 장관이자 녹색당 소속인 프랑수아 드뤼지 등의 비판자들은 EDF가 국시라는 의식과 독점 기업으로서의 사고방식이 수년에 걸쳐 불투명성과 잘못된 경영을 촉진하는 권위주의적 기업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믿는다. 드뤼지는 “그곳의 모든 사람은 나쁜 소식에 책임을 질까봐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인지한다. 혹은 은폐하기도 한다. 2021년 한 관리자는 프랑스 남부의 트리카스탱(Tricastin) 원전에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건을 은폐하고 사소하게 처리했다는 혐의로 회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방사능이 유출된 홍수 사건도 있었다.
소송이 있었음에도 원자력 규제 기관 ASN은 최근 트리카스탱 원전의 수명 연장을 승인했다. 기술적으로 기존 EDF의 원자로는 40년 동안 사용하도록 설계됐지만 이제는 가능한 한 많은 원자로가 50년 혹은 그 이상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면 이것이 마크롱이 선포한 ‘원전 르네상스’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다.

원전 르네상스의 민낯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라아그 재처리 시설도 2100년까지 더 오래 운영될 예정이다. 차세대 원자로, 즉 마크롱이 플라망빌 외에 최소 6기 이상 더 건설하기를 원하는 가압수형 원자로의 핵연료도 이곳에서 재처리돼야 한다. 6기 중 첫 번째 원전은 2035년 영국해협에 면한 펜리에서 전력망에 연결될 예정이다. 2024년 여름, EDF는 원전 건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백악절벽을 제거하려 한다. 레몽은 벌써부터 그의 회사(EDF) 힘만으로는 새로운 가압수형 원자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군불을 지폈다.
그런데 원자로 설계 계획이 늦어지고 있다. 예로부터 유명한 EDF의 지연과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이 다시 시작됐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파리 경제지 <레제코>(Les Echos)에 따르면 6기 신규 원자로의 예상 비용은 현재 EDF 내부적으로 30%가 증가한 670억유로(약 99조원)에 달한다. EDF는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플라망빌 3호기와 힝클리 포인트의 비용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 Der Spiegel 2024년 제9호
Karussell der Lobbyist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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