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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빠진 프랑스 건설경기 성장모델 바꿔야 살아난다
[PROSPECT] 프랑스 건설업계의 한숨
[170호] 2024년 06월 01일 (토)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건설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신축 부동산 시장이 특히 어렵다. 2023년 부동산 착공 면적(m²)은 14% 감소해 198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은 그 내림세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건설업계가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을 살펴본다.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건설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신축 부동산 시장이 특히 어려움에 빠졌다. 파리의 한 주택 신축 현장. REUTERS

‘건설이 잘되면 만사가 잘된다.’ 프랑스 격언이다. 건설업이 어려우면 국가 경제도 어려워질까? 2023년 큰 위기를 맞은 프랑스 건설경기가 2024년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축 부동산 시장이 특히 어렵다. 주거용 건물의 경우 신축 착공 건수가 2023년 22% 감소해 30년 만에 바닥을 찍었다. 비주거용 건물도 사정이 비슷하다. 사무실, 상가, 창고 할 것 없이 착공 건수가 줄어들었다. 2023년 부동산 착공 면적(m²)은 14% 감소해 198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은 그 내림세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건축연맹 등 업계 단체는 경종을 울린다. 주거 위기만 심해지는 게 아니다. 암울한 경기 전망이 일자리 시장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 단체는 2025년까지 건설업 일자리 총 150만 개 가운데 15만 개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라지는 일자리 수는 부동산 개발업자, 건축가, 법무사 등 건설업 관련 일자리를 모두 더하면 30만 개로 늘어난다.

지출은 늘고 소득은 줄고
건설업이 맥을 못 추는 데는 긴축 통화정책 탓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2년 7월부터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렸다. 2022년 여름 0%였던 기준금리가 2023년 2월까지 3%로 올랐다. 같은 해 9월에는 4.5%까지 뛰었다. 지난 수십 년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금리가 올랐다. 그 결과 부동산 대출 비용이 치솟고 가계 부동산 구매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건설 시장이 소비자의 지불능력 문제에 부딪혔다. 가계와 회사는 소비를 줄이려고 원래 살던 집이나 사무실에 머문다. 금리인상의 여파는 구축 부동산 시장에서도 드러난다. 거래량이 최근 뚝 떨어졌다. 건설경기는 돌고 돈다. 통화정책에 따라 시차를 두고 좋았다 나빴다 한다. 통화정책 영향만 받는 게 아니다. 2022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사비가 인상 압박을 받았다. 지금 원자재 가격 인상률이 그때만큼 심하지는 않아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공급 비용이 늘어나는데 수요자 구매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가위 효과’(Scissors Effect)다. 건설업이 그 희생양이 됐다.
신축 부동산 시장이 유독 큰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건축연맹(FFB)의 로익 샤포 경제부장은 “2년 만에 신축 주택 거래량이 60% 가까이 떨어졌다”며 “그 영향으로 신축 착공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건설업 전체를 보면 경기가 몹시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2024년 성장률은 -5%로 전망된다. 업계에서 신축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45%)로 그다지 크지 않다. 나머지 절반은 건축물 보수·보강 공사에서 나오는 매출이다. 이 시장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2023년 성장률은 3%를 기록했다. 2024년 성장률도 전년도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가 늘어난 것이 플러스 성장률 기록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는 전체 보수·보강 공사에서 3분의 1가량 차지한다. 이 시장이 부동산 위기의 타격을 받지 않은 건 아니다. 구축 거래 물량이 대폭 줄어서다. 부동산을 매입하고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래량이 떨어지면서 공사 건수가 자연히 하락했다.
신축 전문 시공사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보강 시공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전망이 밝은 리모델링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노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쪽 경기도 건설업계 전체를 살릴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까지는 신축 부동산 시장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이 생산 사슬 가장 앞쪽에서 불황 충격을 흡수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대표적 예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부지를 사서 공사를 지휘하고 건축물을 묶어서 판매하는 업체다. 빈치부동산(공공 건설공사 분야 대기업 빈치그룹의 자회사)은 2024년 1월 고용보호계획(사회적 충격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해고 노동자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월 말에는 프랑스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넥시티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23년 신규 주택 분양률이 19% 떨어지는 등 영업이익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이그부동산도 4월 초 225명 감원 계획을 밝혔다. 이는 회사 전체 인력의 20%에 해당한다.
 

   
 

‘토지 인공화 넷제로’(ZAN)
통화정책에 따라 본래 부침이 많은 건설시장에 위기가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단기 요인만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시장 흐름이 바뀌었다. 건설업계 성장모델이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됐다. 우선 신축 부지가 귀해졌다. ‘토지 인공화 넷제로’(ZAN) 계획이 시행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토지 인공화 넷제로는 2021년 ‘기후·회복법’에서 정한 계획으로 2050년까지 전국 개발토지 순면적을 0m²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계획에 따라, 미개발 토지에 아스팔트를 깔려면 기존 개발토지를 자연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중간목표로 2030년까지 개발토지 순면적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도시경제 자문업체 이비시티의 설립자인 이자벨 바로세르파티는 “지금껏 신축 부동산 시장이 값이 얼마 안 나가는 농지를 주택으로 개발해서 비싼 값에 파는 식으로 성장했다. 사업에 참여한 주체가 전부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 올리비에 오를레는 말했다. “우리가 갖출 것이 다 갖춰진 성숙한 사회를 살고 있다. 전후 수십 년간 주택을 많이 지어야 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그런데 건설업계 대부분이 아직도 포드주의(Fordism)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한으로 도시를 확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부동산 건설 부지를 찾으려면 도시 외곽이나 빈 사무실, 브라운필드(Brownfield·산업시설로 오염된 땅), 유휴공간(개발토지 사이 공간), 저밀도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부동산 경제학자 마리 로랑트는 “도시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은 개발 밀도가 높을수록 올라간다. 고밀도 지역에 가까워질수록 부동산값이 비싸진다”고 덧붙였다. 농지는 1m²당 몇십유로(몇만원)에 거래된다. 하지만 빈 사무용 건물은 아무리 오래되고 낡아도 1m²당 가격이 몇천 유로까지 오른다. 더욱이 토지 인공화 넷제로 계획으로 토지 가격은 앞으로 더 비싸질 전망이다. 마리 로랑트는 “토지 인공화 넷제로 목표가 토지 개발 최소화를 향해 있다. 미개발 토지가 줄어들면서 기존 개발토지로 관심이 쏠릴 것이다. 미개발 토지를 개발하고 기존 개발토지를 자연상태로 되돌리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이미 개발된 토지의 가격 상승 압박이 높은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모델 바꿔야
이제는 부동산 개발 사업 예산을 짜고 사업에 참여한 이들 간에 개발이익을 나누는 일이 까다로워졌다. 크리스티앙 드 케랑갈 부동산토지연구소장은 “개발업자가 부동산이 세워진 땅을 매입하려면 재정부담이 크다. 사업 시작부터 이미 큰돈을 써야 한다.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자본 단위가 커졌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부동산 개발업자는 사업을 시작도 못하고 막혀 있다. 프랑스에서 신축 부동산은 대부분 선분양 제도로 지어진다. 선분양 제도는 개발업자가 주택 물량의 일부(40%가량)를 완공 전에 팔아서 공사 자금을 벌게 하는 제도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주택 매입자에게 매각대금을 받는다. 그래서 자본 구조가 탄탄하지 않아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땅값이 쌀 땐 그랬다. 크리스티앙 드 케랑갈 부장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앞으로 기관(보험사, 금고, 은행 등) 투자자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개발이 협력 사업으로 진행될 것이다. 개발업체와 투자회사가 합쳐진 새로운 형식의 사업자가 생겨날 수도 있다.”
땅값뿐 아니라 공사비도 오를 전망이다. 로익 샤포는 “고밀도 지역이나 건물이 올라간 땅은 공사에 제약이 많다. 이미 짜놓은 배관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그 밖에도 주차, 소음 문제 등 해결할 것이 많다. 개발 밀도가 높을수록 건설 예산이 많이 든다”고 했다.
여러모로 부동산 신축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가 매입자 지불능력 문제를 해결하고 새 흐름에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익 샤포는 “도시에 도시를 새로 만들고, 마을에 마을을 새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는 그 목표를 이룰 경제모델이 부재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건설업계가 그동안 착공 건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건축 비용을 줄이는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공장 생산이다. 외벽, 뼈대, 지붕, 타일·바닥재 시공 등 일부 건축 소재를 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제조한 뒤 이를 현장에 옮겨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그렇게 하면 공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마리 로랑트는 말했다. “비용 균형을 맞추려면 생산 사슬의 시작(땅값)과 끝(부동산 가격)을 모두 조정해야 한다. 땅 소유와 부동산 소유를 분리하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토지 개발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야 한다. 지자체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토지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테면 도시개발계획을 짤 때 가용 토지의 개발 목적을 지정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 땅값이 오른 탓이 크다. 개발토지를 줄이기로 했으니, 땅값을 잡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5월호(제446호)
Derrière la crise du bâtiment, un changement de modèl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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