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과감한 선제적 결단이 침체 막는 길
[FINANCE] 데이터의 함정
[170호] 2024년 06월 01일 (토)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이 2024년 5월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2023년 9월부터 6회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REUTERS


2024년 5월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다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2023년 9월부터 6회 연속 동결이다. 시장은 2024년 1분기 물가, 임금 지표가 전망을 웃돌자, 연준이 ‘매파적’(강경) 입장으로 돌아설 거라 경계했지만 생각보다 ‘비둘기파적’(온건) 행보에 안도했다. 성명서는 “최근 몇 달 동안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해졌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가장 크게 우려했던 금리인상 가능성은 일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외려 2024년 중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것이라 낙관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인플레이션이 더 큰 진전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2024년 3월 소매 판매 데이터는 시장과 연준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년 동월 대비 4%나 올랐다. 1월 0.2%, 2월 1.5% 증가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늘었다. 전월보다도 0.7%나 증가했다. 데이터만 보면 점증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지속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소비했다. 컨센서스보다 0.3% 높았다. 이는 낙관적 성장의 근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분기별로 경기에 관한 조사를 한다. 가장 최근에 한 1월 조사 결과에서는 2025년 침체 확률을 39%에서 29%로 낮췄다. 학계와 기업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그만큼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침체 확률 29%는 2022년 4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왜 연준은 상당한 인플레이션, 강력한 소비 추세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에 선을 긋는 것일까? 누적된 가중평균금리 압박도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에 의존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연준의 태도로 볼 때 당면한 데이터를 무시하는 행보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다는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강력한 소매 판매 데이터의 이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 미국은 전통적으로 핼러윈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신년으로 이어지는 10월~1월이 쇼핑 최적기다. 2023년 12월15일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이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REUTERS

3월 소매 판매의 이면
3월 소매 판매가 왜 강력했는지 이해하려면 이전 추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10월~1월이 강한 쇼핑 시즌이다. 핼러윈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신년으로 이어지는 쇼핑 최적기다. 그런데 유독 이 기간의 소매 판매 데이터는 매우 약했다. 전월 대비 10월 –0.25%, 11월 –0.03%, 12월 0.11%, 1월 –0.87%를 기록했다. 마이너스거나 정체 상태였다. 소비는 2월에 들어서야 0.94% 늘면서 반등했다. 그 추세가 3월까지 이어진 것이다. 추세를 보면 최근 두 달의 소비 강세가 놀랍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쇼핑 시즌에 미뤄놨던 상품과 서비스를 마침내 구매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3월 역시 미국은 소비 시즌이다. 봄방학과 부활절이 있다. 이때 미국인들은 여행과 쇼핑을 많이 한다. 그런데도 3월엔 2월에 견줘 증가폭이 둔화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3월 소매 판매가 지속하리라 보는 건 무리다.
소매 판매와 오일 가격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오일은 대부분의 재화·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가격이 오르면 명목 소매판매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재화와 서비스 소비량이 늘었느냐의 여부다. 양은 늘지 않았는데 소비액만 증가했다면 이를 소비가 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월 소매 판매 데이터는 인플레이션 조정을 한 수치가 아니다. 명목 금액 기준이지 판매된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보통 사람의 일상활동은 출퇴근하고,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가고 외식하고 여행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활동에는 가솔린이 필수적이다. 주유비로 월 30만원을 쓰는 사람은 유가가 10% 오르면 33만원을 쓰게 된다. 3만원을 더 지출했지만 그만큼 주유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3월 소매 판매 데이터는 거듭 말하지만,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치지 않은 명목 금액 기준이다. 소비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소비 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정확한 소매 판매 추이를 알려면 인플레이션 조정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3월 데이터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조정을 거친 데이터가 호조라도 놀랍지 않다. 이전 4개월 동안 감소세를 보인 후 2월에 오른 것이고 3월에 다시 증가한 건 봄방학과 부활절 여파다. 겉으론 강세를 보였지만 오히려 약한 소비를 말해준다.

데이터의 나침반 역할?
특정 데이터만으로 미래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소매 판매 데이터 역시 같다. 특히 침체 시점을 파악하는 데는 쓸모가 없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그런 이유로 소매 판매는 성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명목 소매판매액만으로 향후 성장을 전망하는 건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양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발생한 침체 직전 소매 판매 데이터는 호조를 보였다. 연 2%를 넘었다. 2000년 초반,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침체 모두 그랬다.
성장률 역시 미래 경기의 나침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침체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경제성장률은 2% 이상인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10번의 경기침체 중 7번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 이상이었다. 침체는 조짐 없이 느닷없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어떨까. 이들 역시 향후 경제전망에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앞서 예로 들었던 <월스트리스저널> 경제전망은 틀린 경우가 많았다. 금융위기 직전 조사에서 향후 침체 확률은 30%대였다. 2020년 침체 직전에는 20%대였다.
침체는 보통 예고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인 데이터만으로 그 시점을 추론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상호 간 긴밀히 연결된 현대 경제에서 데이터에 보이지 않던 구멍이나 흠결이 특정 시점에 폭발해 시스템 전체에 옮겨붙는 걸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침체가 곧 닥칠 거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한 달 혹은 몇 달의 데이터만으로 향후 경기가 좋을 거라 말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소매 판매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가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같은 양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출하면 서류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일반 가구는 다른 곳에 지출할 돈이 부족해진다. 실제 12개월 소매 판매 평균치의 연간 변화율은 경기침체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에 가깝다. 무엇보다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다른 방향의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2024년 5월3일 두 개의 데이터가 발표됐다. 고용보고서와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였는데 이들은 모두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4월 고용보고서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둔화를 말하고 있다. 신규고용은 17만5천 개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3월 31만5천 개의 절반 수준이었다. 월가 예상 24만 개를 훨씬 밑돈 수치다. 기존 발표된 2월, 3월 데이터도 2만2천 개가 하향 수정됐다. 물론 이 수치만 보고 미국 고용시장이 파열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뜨거웠던 시장이 식어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일자리 둔화는 임금상승률 둔화로 이어진다.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9% 상승했다. 여전히 상승세지만 3월 0.3%, 4.1%보다 둔화했음을 알 수 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이 4% 이하로 하락한 것은 202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식어가는 고용시장은 소비 수요에 점차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한데 공급관리자협회(ISM) 해당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월 51.4에서 4월 49.4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는 52였는데 이를 밑돈 것이다. 서비스업 PMI가 50 이하 위축 국면으로 떨어진 것은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위축에도 미국 경제를 떠받치던 서비스업마저 둔화세로 전환한 것이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고용지수가 48.5에서 45.9로 급락했다. 고용을 이끌던 서비스업에서 고용 위축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소매 판매 및 수요 둔화 가능성을 높인다. 오랫동안 유지된 높은 금리로 소비자 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다. 그 또한 수요에 부정적이다.
연준은 물가 데이터를 이유로 금리인하를 계속 미루고 있다. 데이터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매파적, 비둘기파적 행보를 왔다 갔다 한다. 이는 자칫 ‘뒷북’을 칠 수 있다. 전망은 가능하면 비관적으로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도 같다. 문제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미래 전망이 아닌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을 보는 게 아니라 백미러를 보면서 운전한다. 경제적 열광은 사실 조심하라는 황색 신호등과 같다. 열광에 취하면 눈이 흐려진다. 파월은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실하다고 말한다. 소매 판매 강세의 이면을 보고 비둘기파적 행보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선제적 과감한 결정만이 침체를 막는 길이다. 그것이 세계경제에도 이롭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6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