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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프트노믹스
[편집장 편지]
[170호] 2024년 06월 01일 (토) 김연기 ykkim@hani.co.kr

 
김연기 편집장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를 들어보셨나요? 스위프트와 경제를 합친 것인데요.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콘서트를 열거나 방문하는 곳마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스위프트는 2023년 전세계 순회 콘서트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통해 대중음악 공연 사상 최초로 매출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를 올렸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나서 스위프트의 경제 효과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연준은 경제동향보고서에서 “스위프트 콘서트로 관련 상권 매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공연 매출을 넘어 지역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여행협회는 2023년 ‘디 에라스 투어’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가 100억달러(약 13조6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합니다. 과거 팝스타 비욘세가 콘서트를 열면 주변 상권의 물가가 일시적으로 치솟은 것처럼 스위프트 콘서트가 열린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현상을 투어와 인플레이션을 합쳐 ‘투어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경제 파급효과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졌습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관광산업에서 경기회복의 기회를 찾는 싱가포르는 스위프트노믹스의 최대 수혜자입니다. 2024년 봄 6차례 스위프트 콘서트를 통해 싱가포르는 주변국에서 몰린 팬들로 숙박·항공·쇼핑·외식 등 소비 수요가 30% 증가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공연 기간 인구 600만 명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 30만 명 이상이 몰렸을 정도입니다. 이들이 창출한 경제 효과가 싱가포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린 것과 맞먹는다는 통계까지 나왔습니다.
세계적 아티스트의 공연이 나라 경제를 통째로 뒤흔든 사례는 스위프트만이 아닙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스위프트 공연과 앞서 2024년 1월 열린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 공연이 싱가포르 1분기 GDP에 약 0.25%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2년 방탄소년단(BTS) 공연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회 공연당 최대 1조2207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케이(K)팝의 세계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현상은 분명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케이팝의 영향력과 별개로 국내 공연장 인프라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6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입니다. 자연스럽게 해외 팝스타들은 열악한 공연 시설 인프라를 이유로 아시아권에서 한국을 제쳐둔 채 싱가포르, 일본, 타이 등을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담을 하드웨어가 부족한 탓에 스위프트노믹스도 그저 남의 일로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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