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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부족에 발목 잡힌 유럽의 생성형 AI 업계
[ANALYSIS] 유럽 생성형 AI의 한계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토마 레스타벨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나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과 견줄 만큼 잠재력이 풍부하다. 특히 기술력만큼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미국과 달리 AI 분야에 대한 투자 환경이 척박한 탓에 유럽 AI 기업들은 성장에 발목을 잡혔다.


토마 레스타벨 Thomas Lestave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4년 2월15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구글 프랑스 본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분야를 전담하는 프랑스의 새로운 AI 허브 출범식에서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UTERS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AI가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세계 선두 주자인 미국 오픈AI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픈AI는 대화형 AI 챗지피티(ChatGPT)의 개발사다. 2024년 2월 말 미스트랄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스트랄AI는 자체 개발한 가상머신(VM)인 미스트랄라지(Large)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컴퓨팅(한 디지털 기기에서 처리한 데이터를 네트워크 서버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 다른 기기에서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으로 배포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랑스 신생기업에 투자도 약속했다. 두 회사의 파트너십 체결로 미스트랄AI가 오픈AI와 동등한 지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판매하는 서비스로 배포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최대 지분투자자이기도 하다.
미스트랄AI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기까지는 회사를 세우고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보다 몇 개월 전 미스트랄AI는 투자금 모집에서 3억8500만유로(약 5590억원)를 모았다. 반도체 개발업체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세일즈포스, 프랑스 해운업체 세엠아세제엠(CMA CGM),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 세계적 기업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미스트랄AI가 받은 투자금은 총 4억9천만유로에 달한다. 프랑스 역대 최고액이다.
 

   
▲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AI는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세계 선두 주자인 미국 오픈AI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스트랄AI의 설립자 티모테 라크루아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Meta) 소속 연구원이었다. REUTERS

미국 빅테크 기업의 공격적 투자
미스트랄AI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세 젊은 엔지니어가 설립한 회사다. 아르튀르 멘슈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이 소유한 AI 연구기관인 딥마인드에서 일했다. 기욤 랑플, 티모테 라크루아 두 공동설립자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Meta)의 연구원이었다. 아르튀르 멘슈는 메타의 생성형 AI인 라마(LLaMA·거대언어모델 메타AI)를 개발한 개발자이기도 하다. 세 사람은 유럽 선두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프랑스로 돌아와 미스트랄AI를 세웠다. 회사는 첫 투자자 모집에서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의 관심을 끌었다.
오늘날 AI 시장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은 기술개발에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붓는다. 메타는 2024년 말까지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듈인 ‘H100’을 35만 개 주문하겠다고 밝혔다. 매입 가격이 90억달러(약 12조1800억원)가 넘는다. 미스트랄AI 탄생 이후 지금까지 모은 자금 총액의 20배 가까이 된다.
이제 막 시장에 발을 들인 미스트랄AI를 자본금 규모로 미국 빅테크 기업과 비할 수는 없다. 그래도 회사가 내세울 만한 강점이 있다. 미스트랄AI는 개발자용 생성형 AI와 캡제미니(Capgemini) 등 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그에 이어 2월 말에는 AI 챗봇 르챗(Le Chat)을 출시해 챗지피티와 정면 경쟁에 나섰다.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미스트랄7B’는 구글과 오픈AI의 일부 제품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
뤽 쥘리아에 따르면 7B는 매개변수(파라미터)가 70억 개로 메타 모델과 성능이 비슷하다. 메타 모델의 매개변수는 그보다 두 배 많다. 애플 음성인식 AI 비서 시리의 개발에 참여한 뤽 쥘리아는 현재 완성차업체 르노그룹에서 과학부장으로 일한다. AI 모델은 개발과 활용에 에너지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에너지효율이 좋다는 건 그만큼 이점이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디지털 전문가 쥘리앙 말도나토는 “미스트랄AI가 AI 모델의 정보처리 방식을 간소화하는 기술을 찾음으로써 게임판을 뒤집어놓았다. (미스트랄AI와 미국 빅테크 기업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다.
미스트랄AI는 자사 AI 모델의 소스를 공개하는 범위에서도 남달랐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기 전만 해도 오픈소스 방침을 유지했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미스트랄AI 모델은 코드를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래도 이번 파트너십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고성능 GPU를 쓸 수 있게 됐다. GPU에 대한 투자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미스트랄AI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프랑스 신생기업이 많다. OVH클라우드는 엔비디아 GPU 구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OVH클라우드는 AI 모델의 데이터를 추출·청소·활용하는 종합서비스를 개발한 회사다. 통신업체 일리아드의 자회사인 스케일웨이는 2023년 10월 나부코도노소르라는 이름의 AI 슈퍼컴퓨터에 투자했다. 그자비에 니엘 일리아드 회장은 2024년 1월 말 경제금융 기자 총회에서 “몇몇 나라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나부코도노소르의 성능을 세계 5위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 밖에도 라이트온, 글라디아, 허깅페이스 같은 회사가 있다.
 

   
▲ 2023년 11월27일 프랑스 파리의 인터스텔라 연구소에서 바바라 벨비시 인테스텔라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AI) 첨단 온실인 바이오팟을 소개하고 있다. REUTERS

프랑스의 AI 기술력
이자벨 릴 ‘프레리 컨소시엄’ 대표는 “물론 프랑스 기업이 오픈AI에 대적할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프랑스가 그전과 달리 기술 혁명에서 미국보다 덜 뒤처졌다. 프랑스의 AI 연구개발은 최고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프레리 컨소시엄은 국립컴퓨터공학연구소(INRIA),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 프랑스 대표 연구소가 모여 만든 AI 연구개발 협력기구다. 독일이 자국 챔피언 기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 알레프 알파는 2023년 11월 투자금으로 5억유로(약 7260억원)를 모집했다. 오픈AI가 휘어잡은 경기에서 주자로 뛰는 것이 목표다.
유럽은 정말로 생성형 AI를 개발할 능력이 있을까? 관건은 규모다. 세계 AI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한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2020년과 2022년 사이 14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3배 가까이 커졌다. 연구소는 그 크기가 앞으로 10년 안에 1조3천억달러(약 1759조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 온라인광고 시장과 비교해보면 그게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은 지금껏 온라인광고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런 시장의 규모가 현재 기준 약 6천억달러다. 생성형 AI가 ‘경제성장의 거대한 보고(寶庫)’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생성형 AI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회사는 이 기술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이자벨 릴은 “AI가 기업을 변화시키는 주요 동력이 됐다. AI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건강, 금융, 의료, 비디오게임 등 여기저기에 뻗어 있다. 유럽은 AI 산업에서 유망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아니면 외국 회사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 주권 문제는 GPU를 얼마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GPU 시장 독점 지위를 누리는 엔비디아는 제품 가격을 자유롭게 정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 이 미국 회사가 특정 거래처를 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릴은 “그 같은 위험을 유럽 정부가 모르는 게 아니다.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몇 년간 구대륙(유럽)에서 탄생한 GPU 생산업체가 하나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유럽에 있는 기술장비 생산업체로는 네덜란드의 에이에스엠엘(ASML)과 에이에스엠아이(ASMI), 비세미컨덕터(BESI)가 유일하다.
 

   
▲ 프랑스 인공지능(AI) 기업 미스트랄AI는 반도체 개발업체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세일즈포스 등 세계적 기업에게서 약 5억유로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REUTERS

뛰어난 수학능력
유럽이 단지 경제를 이유로 생성형 AI 분야에서 주권을 찾으려는 건 아니다. 이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쥘리앙 말도나토는 “미국 AI 모델이 미국식 세계관을 퍼트린다. AI는 문화패권주의를 지키는 또 다른 도구”라고 본다.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영상(가짜 영상)이 번지는 양상을 보면 AI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뤽 쥘리아는 “생성형 AI로 사고 체계를 바꿀 수 있다. 생성형 AI는 사고 방향을 조정하는 기계다. 유럽 데이터로 훈련하고 우리 문화를 반영하는 AI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는 생성형 AI 경주에서 강점을 가지고 출발선에 섰다. 수학계 노벨상으로 알려진 필즈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한 수학 강국이다. 뤽 쥘리아는 말했다. “AI는 결국 수학이다. 수학은 프랑스가 세계 최고다.” 프랑스 과학자에게 AI 부서를 맡긴 빅테크 기업이 여럿이다. 메타의 얀 르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리스 시마르는 모두 프랑스인이다. 구글은 2024년 2월 중순 파리에 AI 연구소를 차리고 연구원 300명을 고용했다. 페이스북도 일찌감치 파리에 연구소를 뒀다. 에콜 폴리테크니크(EP) 교육과정과 파리고등사범학교(ENS) 수학, MVA(수학·비전·러닝) 석사과정은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자비에 니엘은 “이들 학교의 졸업생 대다수가 빅테크 기업에 취업한다. 초임 연봉이 50만달러(약 6억7600만원)가 넘는다. 프랑스의 10배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스트랄AI 사례를 보면 이제 프랑스에서 기술기업 창업 문화가 꽃 피우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자벨 릴은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 박사학위를 딴 청년은 학계에 남거나 ‘가팜’(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으로 빠졌다. 혁신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도전하는 청년이 늘었다”고 했다.
프랑스의 AI 기술력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데이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데이터는 자원이다. AI는 데이터를 많이 학습할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몇 년 전부터 데이터 모으기에 열중한 까닭이다. 프랑스 기업은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 양을 따라갈 수 없다. 게다가 인구 3억3천만 명이 한 언어를 쓰는 미국은 그 자체로 완전한 시장이다. 사용자가 쓰는 말이 같으면 챗지피티 같은 AI 도구가 데이터를 배우기가 쉽다. 그와 달리 유럽 AI가 유럽 대륙 곳곳에서 성장하려면 10개 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쥘리앙 말도나토는 유럽이 “미국에 견줘 소비자 보호에 엄격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한다. “유럽의 그 같은 방침은 데이터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유럽 AI 모델의 훈련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 예가 2024년 2월 초 유럽연합이 제정한 ‘인공지능법’이다. 유럽 인공지능법에는 저작권 보호 규정이 있다.

턱없이 부족한 투자
민감한 돈 문제가 남았다. AI 기술 개발에 수십억달러씩 쓰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3년 6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 AI 산업에 약속한 예산은 5억유로(약 7255억원)다. 필요 액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럽은 미국처럼 한 번에 큰 액수를 투자하거나,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문화가 아니다. 뤽 쥘리아는 “아르노, 피노 같은 재산가가 AI 투자기금을 만들어야 한다. 또, 공기업은 외국 기업이 아니라 미스트랄과 OVH클라우드 등 프랑스 기업과 거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간도 두 팔 걷고 나섰다. 그자비에 니엘(프리), 로돌프 사데(CMA CGM), 에릭 슈미트(구글 전 회장)가 2023년 11월 3억유로를 투자해 연구소 큐타이를 차렸다. 민간이 펼치는 총력전에 또 다른 미스트랄AI가 부화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도 미스트랄AI가 미국 회사로 넘어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4월호(제445호)
IA générative : l’Europe a des talents, pas les moyen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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