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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무원 로비스트 채용 서류 공세로 업무마비 유도
[ISSUE] 독점 우려에도 대기업 M&A 무사통과 이유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미하엘 자우가 economyinsight@hani.co.kr

 
합병을 감시하는 고위공무원이 감시하던 회사로 이직한다. 스캔들 아닌가?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감독관인 공무원과 민간기업의 컨설턴트가 활발하게 서로 자리를 바꾼다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는다.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 반독점 활동가들이 2018년 5월 독일 본에서 거대 독일 화학회사 바이엘의 미국 몬샌토(Monsanto)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합병을 결정한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독일의 거대 화학회사인 바이엘은 6년 전 6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제조업체인 미국의 몬샌토(Monsanto) 인수로 500억유로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그 이후 회사 가치는 3분의 2까지 떨어졌다. 당시 이 거래를 간절히 원했던 바이엘의 최고경영자(CEO) 베르너 바우만의 책임이 컸다. 그리고 농작물을 보호하는 제품이라는 몬샌토의 글리포세이트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던 감독위원회 위원장 베르너 베닝도 있었다.
이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컴파스렉시콘(Compass Lexecon)이라는 컨설팅 회사도 눈에 띄지 않게 이 거래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당시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의 많은 사람은 독일-미국계 거대 화학 기업이 된 바이엘이 시장을 장악하고 가격 상승과 혁신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바이엘이 합병 대가로 종자 사업의 상당 부분을 독일 경쟁업체인 바스프(BASF)에 매각하면 대부분의 시장에서 여전히 충분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컴파스렉시콘의 전문가가 실시한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둔 주장이었다. 이는 아마도 반독점 당국이 조건부로 거대 합병을 최종 승인하는 데 결정적인 논거가 됐을 것이다. 경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권익을 위하는 결정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 페이스북은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플랫폼을 인수해 소셜네트워크 시장에서 준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우려한다. REUTERS

바이엘-몬샌토 합병의 의문
5년이 지난 후, 로비컨트롤(Lobby-control)과 ‘유럽기업감시’(Corporate Europe Observatory)라는 단체는 이 거래에 따른 다른 수혜자가 있는지를 의심했다. BASF의 의뢰를 받아 연구를 수행한 컴파스렉시콘뿐이 아니었다. 두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합병 과정에 참여하고,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컴파스렉시콘의 경영진에 합류한 EU 집행위원회(집행위) 관계자가 최소 한 명이 있었다. 이것이 합병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까? 로비컨트롤 소속 전문가 막스 방크는 “우리는 바이엘과 몬샌토의 합병에 EU 반독점 기관의 이해관계 충돌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RBB이코노믹스(RBB Economics), 찰스리버어소시에이츠(Charles River Associates), 옥세라(Oxera), 컴파스렉시콘과 같은 회사의 소수 정예 그룹이 주도하는 수십억유로 규모의 인수합병 시장이 번창했다. 이들은 런던, 워싱턴 또는 브뤼셀의 최고급 입지에 사무실을 내고, 고도로 훈련된 변호사와 경제학자 부대를 동원해 국가의 반독점 기관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데 집중한다. 혹은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반독점 기관의 업무를 마비시킨다. 글로벌 대기업과 소속 변호사를 대신해 당국에 수많은 자료와 민원을 제출하고, 주요 고위 관리들을 빼내거나, 폐쇄적인 세미나와 워크숍에 초대해 인수합병은 소비자와 경쟁에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한다.
그들의 연구는 비밀이며, 침묵은 사업 원칙이다. 이들은 수백만달러의 보수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만 주목받는다. 2년 전 뉴욕의 펜트하우스를 2100만달러에 할리우드 배우 휴 잭맨에게 매각한 컴파스렉시콘의 장수 CEO 대니얼 피셸이나, 항상 프린스턴대학 앞의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하던 작고한 이 회사 창립자 보비 윌리그처럼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시간당 최소 1500달러인 그의 수임료에 비하면 그냥 주차 위반 벌금을 내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정보통신(IT) 기업은 최근 많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컨설팅 사업을 활성화했다. 모두가 반독점 기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컨설턴트가 처리해준다. 로비컨트롤 소속 전문가 방크는 “이러한 은밀한 로비 작업이 기술 기업을 더욱 크고 강력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학술지에서는 기업이 당국의 “제한된 행정 능력을 소진해 감독의 효율성을 약화하는” ‘새로운 전략’의 등장을 토론한다.
규제 당국은 각 행정절차에 제한된 수의 공무원만 배정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모든 진술을 양심적으로 면밀히 조사할 의무가 있다. 컨설팅 회사는 이 점을 악용한다. 컨설턴트가 더 많은 연구 결과와 자료를 제출할수록 법정에서 반독점 감독기구 공무원들의 실수를 입증하기 쉬워진다. 이는 ‘규제 기관에 스팸 보내기’라는 전략으로, 2023년 국제연구팀이 EU 집행위의 통계 수치를 사용해 밝혀낸 교활한 메커니즘이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합병 참여 컨설팅 회사가 제출한 의견 진술 자료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합병 건당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동시에 진술의 질은 하락했다. 그 결과 컨설턴트들은 당국에 정보 제공이 아니라 과도한 부담을 줘서 “합병 문제에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다”고 보고서 저자들은 말한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EU에서 일한 이탈리아계 영국인 경제학자 토마소 발레티만큼 기업의 이런 행태를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EU 반독점 당국의 수석경제학자였던 그는 거대 화학 기업인 다우와 듀폰의 합병과 같은 대형 거래를 심사하면서 컨설턴트들의 압박을 직접 느껴봤다. 그는 퇴임 후 반독점을 다루는 한 뉴스레터에서 회고했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자료 폭격을 가한다. 그들의 주장이 실제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당국으로서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것은 더러운 게임이다.”
발레티는 이 비즈니스가 보여주는 달콤한 유혹도 잘 알고 있다. 관료와 컨설턴트 사이에는 수많은 비공식적인 만남이 있고, 브뤼셀에서는 공동 워크숍이나 점심시간 세미나가 개최된다. 영국 옥스퍼드나 이탈리아 코모 호수 기슭의 휴양지에서 소수를 대상으로 폐쇄적인 최고급 콘퍼런스가 열리기도 한다. 2023년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런 콘퍼런스에 참가하는 관료들의 비행기값과 호텔 비용은 기업이 부담한다고 보도했다.
 

   
▲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들어 있는 몬샌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이 2017년 11월 벨기에 브뤼셀의 한 가든숍에 전시돼 있다. 미국의 라운드업 사용자 수천 명은 화학물질로 암에 걸렸다며 몬샌토를 고소했고, 바이엘은 몬샌토를 인수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REUTERS

공무원-컨설턴트, 회전목마식 이동
“데이터를 보면 시장집중도(시장지배율)가 높아졌고 가격과 이윤이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발레티는 말했다. 그러나 콘퍼런스에서는 ‘규모는 큰 것이 좋으며, 시장집중은 득이 된다’는 논리가 확산한다. EU 집행위와 컨설팅 회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활발한 인력교류도 기업에 도움이 된다. EU 반독점 당국의 수석이코노미스트 29명 중 13명이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로비컨트롤은 2023년 초 분석했다. 반대로, 컨설팅 회사들은 자사의 전문가팀이 대부분 반독점 감시당국 출신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자랑한다.
전직 공무원들은 당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여론 주도층이 누구인지, 어떤 전략이 성공을 보장하는지 등 귀중한 정보를 컨설팅 업체에 제공한다. 예를 들어, 컨설팅 회사인 옥세라는 관료 출신을 스카우트하는 데 성공한 후, 이런 전문가들은 “우리 고객이 특히 높이 평가하는 형태의 경험”을 가져다준다고 환호했다.
반면에 국가 반독점 당국은 EU 옴부즈맨이 경고했듯이 활발한 인력 교환이라는 회전목마식 이동으로 “EU 행정부의 청렴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본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국은 컨설턴트들과의 힘겨루기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을 두려워한다. 컨설팅 회사의 네트워크가 너무 크고 광범위해져서, 규제 당국이 유능하고 독립적인 전문가를 충분히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EU 반독점 감시국은 2023년 미국 예일대학 교수인 피오나 스콧 모턴을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고용하려 했다. EU 관료들은 이 학자가 교수인 동시에 애플과 아마존을 고객으로 둔 컨설팅 회사 찰스리버어소시에이츠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했다. EU 의회 의원과 집행위원들로 구성된 광범위한 그룹이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제기하자 스콧 모턴은 사퇴했다. 이 자리는 현재까지도 공석으로 남아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컨설팅 회사 RBB이코노믹스에 EU 합병 통제의 성공에 관한 연구를 의뢰하려던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이 회사는 이전에 논란의 여지가 있던 구글의 몇 가지 인수가 규제 당국 심사를 통과하도록 도운 적이 있었다. 반로비 단체 활동가들은 베스타게르가 닭장의 통제권을 여우에게 넘겨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베스타게르는 연구 의뢰를 취소했다.
EU 반독점 당국은 이제 민간 쪽 상대방(기업 및 컨설팅 회사)에 비해 수세에 몰려 있다. 사실 경제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쟁 감시 당국이 민간 부문에 패배했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는 기술기업과 컨설턴트들이 합병 통제와 관련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주요 기술기업이 진행한 거의 1천여 건에 달하는 인수합병에서 반독점 당국이 조사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몇몇은 조건부로 허가됐고, 인수합병이 아예 금지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전문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뤄진 대형 기술기업의 인수합병 중 상당수가 승인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페이스북은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플랫폼을 인수해 소셜네트워크 시장에서 준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구글은 30억달러에 미국 데이터 대기업 더블클릭(Doubleclick)을 인수해 온라인광고 사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독일경제연구소의 경쟁 전문가인 토마소 두소는 이렇게 분석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의 기업합병 규제가 너무 느슨했다. 거대 IT 기업들이 나중에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허용됐다. 이로 인해 그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됐다.”
로비컨트롤의 전문가들은 컨설턴트와 당국 간의 밀접한 관계도 이러한 의심스러운 합병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앞으로 컨설팅 회사를 이익단체처럼 취급해야 하며, (컨설팅 회사와 EU 당국) 관계자들의 ‘자리바꿈’을 더 잘 통제하라고 요구한다.
 

   
▲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컨설팅 회사 RBB이코노믹스에 EU 합병 통제의 성공에 관한 연구를 의뢰하려다 포기했다. 2024년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베스타게르 집행위원. REUTERS

합병 통제 기준 재검토해야
비슷한 견해를 취하는 정치인도 점점 많아진다. 녹색당 소속의 EU 의회 의원 다니엘 프로인트는 캐나다 모델을 기반으로 한 규제를 요구한다. “경쟁 감시 당국의 고위 관료들은 기본적으로 민간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그의 동료인 사회민주당(SPD) 소속 EU 의원 레네 레파지는 합병 통제 기준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한다. “합병 효과에 관한 많은 경제적 분석은 신뢰할 수 없고 결함이 입증됐다. 앞으로는 시장지배력이나 기업 규모와 같은 기준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EU 집행위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슈피겔>에 보내온 입장표명을 보면, 여행·호텔 비용 규정은 2023년에 이미 강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기업으로 이직하는 공무원에게는 엄격한 조건을 적용한다. 이직 직전의 3년간 공무원 생활에서 다룬 사건과 관련해서는 향후 1년 동안 새로운 고용주를 위해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바이엘, 몬샌토 혹은 BASF의 합병 검토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심사 과정에서 “규정된 모든 규칙과 절차를 준수했다”고 주장한다. 컴파스렉시콘은 <슈피겔>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합병 결정에 누가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주장을 펼쳤는지, 그리고 컨설턴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로비컨트롤이 최근 관련서류를 조사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경쟁법의 효과적인 집행”과 “기업의 사업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 Der Spiegel 2024년 제9호
Karussell der Lobbyist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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