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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뭐든 결제 ‘법정화폐로 만들자’ 열기
[SPOT] ‘비트코인 페스티벌’ 열린 마데이라제도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옌스 퇴네스만 economyinsight@hani.co.kr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마데이라제도를 암호화폐의 선도적 지역으로 만들려 한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 시작을 알리는 대규모 페스티벌을 <차이트>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봤다.


옌스 퇴네스만 Jens Tönnesmann <차이트> 기자
 

   
▲ 안드레 로자는 마데이라를 ‘유로화의 지배에서 해방’시키고 마데이라 현지에 비트코인 유관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마데이라 지역경제교육포럼’(F.R.E.E.Madeira)을 설립했다. F.R.E.E. Madeira 누리집


유로화는 우습게 알고 비트코인은 적극 지지하는 전세계인과 사흘을 보낸 뒤 안드레 로자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마데이라제도(모로코 서쪽 대서양에 있는 포르투갈령 섬들·이하 마데이라)의 마리티모 스타디움에서 로자의 등장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다음은 물리학 법칙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분의 순서입니다!”
북대서양 마데이라 위로 햇살이 퍼지고, 보슬비가 햇빛에 반사돼 반짝인다. 무대에 오른 로자가 뭉클한 듯 손을 가슴 위에 올려놓는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그는 자녀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다. “티아고, 엔리케, 테레사, 호아퀴나!” 우렁찬 박수갈채를 보내며 참가자들은 휘파람을 불고 환호한다. “저는 여러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로자는 자신의 아이들과 마데이라주민 전체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며 야심만만한 계획을 들려준다. 마데이라를 누구나 비트코인만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일종의 비트코인 실험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세계 비트코인 지지자들과 기업이 마데이에 정착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로자는 마데이라 최대 도시 푼샬의 마리티모 스타디움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만들고자 홍보하는 페스티벌 ‘비트코인 아틀란티스’(Bitcoin Atlantis)를 주최했다.
 

   
▲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만들고자 홍보하는 페스티벌 ‘비트코인 아틀란티스’의 포스터. 행사 누리집

유명인사 앞다퉈 참석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립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금융결제기업 스퀘어 설립자 겸 CEO,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크의 잭 맬러스 CEO, 비트코인 제안자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 유명 매크로 전략투자자 린 올던 등 전세계 비트코인 업계의 유명 인사가 마데이라 페스티벌에 앞다퉈 참석했다.
물론 비트코인이 낯선 사람들에게는 이들 유명 인사는 완전히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레무, 영국의 데스티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시 등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저명한 기업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이 페스티벌에 대거 참석한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15년 전 비트코인 창시자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믿음, 또한 현재 역대 최고 가치를 경신하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향한 굳건한 믿음이다. 비트코인 가치는 현재 6만유로를 넘는데, 불과 5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0배나 폭등한 것이다.
넬리와 루크는 지금까지 유튜브로만 접하던 제프 부스를 만나기 위해 미국 몬태나주에서 마데이라를 찾았다. 둘은 부스의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긴 줄에 섰다. ‘상승세’(Bullish)라는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은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티셔츠 문구대로 비트코인 상승세를 체감 중이며, 기존 화폐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넬리와 루크는 부스가 ‘엄청난 절도’라고 지칭한 것을 현재 미국에서 체감한다. 즉, 달러의 구매 가치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 넬리와 루크는 신규 부채를 계속 늘려가는 국가, 돈줄을 임의로 잠그는 중앙은행, 기존 화폐 체제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미국에서 모든 것이 비싸지고 사람들은 가난해지며, 신기술 덕분에 생산성은 계속 높아지는데도 근로소득은 점점 줄어든다.
부스는 넬리와 루크 커플을 비롯한 세미나 참석자 모두에게 비트코인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자신의 관점을 설명한다. 첫째, 비트코인 총발행량은 정해져 있어 아무리 중앙은행이라도 어찌할 수 없고 비트코인의 가치도 임의로 손댈 수 없다. 둘째, 비트코인이 정식 법정화폐가 되면 기술의 진보는 결국 물가 하락을 가져올 것이다. 비트코인 투자 펀드로 큰돈을 버는 부스는 물가 하락이 풍요로움과 세계평화, 그리고 조화로움을 가져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순조롭게 진행 중인 페스티벌에서는 모든 것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그래도 이스라엘 출신의 니브는 굳이 ‘열등한’ 유로화로 커피값을 낸다. 니브는 암호화폐 장기투자자를 일컫는 ‘호들러’(Hodler)다. 호들러는 영어 단어 ‘hold’의 철자를 잘못 쓴 데서 유래했는데, ‘죽을 때까지 팔지 않고 버틴다’라는 뜻이다. 야구모자와 티셔츠에 비트코인 로고 색상인 오렌지색으로 인쇄된 ‘Hodl’ 문구는 비트코인 업계의 일종의 ‘러닝 개그’(Running Gag·반복 사용되는 우스운 문구)에 해당한다. 한 천막 안에서는 옹기종기 앉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향후 용돈을 비트코인으로 받아야 하는 이유에 관한 강의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페스티벌 티셔츠를 아직 사지 못한 참가자들은 ‘찰리’라는 남성에게서 티셔츠를 구매할 수 있다. 많은 참가자가 그의 성을 말하기를 주저한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에게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 그리고 적잖은 참가자가 언론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 출신 찰리는 이미 고국에서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휴지 조각이 돼버린 현지 화폐 볼리바르보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모아왔다. 그러다가 찰리는 비트코인을 챙겨 베네수엘라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 마데이라에서 열린 비트코인 페스티벌에서는 모든 것을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다.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갈무리

지구환경에 해악 없다?
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출입국 관계자를 비롯한 누구도 그의 비트코인을 발각하거나 그에게서 비트코인을 뺏어가지 못했다고 찰리는 말한다. 이것이 비트코인의 특장점이란다. 비트코인 보유자는 암호코드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비트코인 계좌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찰리는 비트코인으로 모은 예금을 챙겨 마데이라까지 올 수 있었다.
여기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전세계 인권 증진을 모토로 삼은 국제적 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의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최고전략책임자가 볼리비아 출신의 한 여성 운동가, 최근 의문사한 러시아 야당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재단의 한 여직원,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정보기술(IT) 기업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IT 기업을 설립한 바 있고, 현재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교육에 힘쓰는 로야 마부브 경영자는 개인 자산을 침해하는 국가로부터 자산을 지키는 데 비트코인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들려준다. “비트코인은 위험하고 지구환경에 해악이 된다고 서구사회는 흔히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비트코인은 놀라울 정도로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마데이라를 찾은 하랄트 라우터가 앉은 소파 위로 대나무 지붕이 그늘을 드리우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고 있다. 생화학 박사인 라우터는 유럽비트코인에너지협회(European Bitcoin Energy Association)에서 활동 중이다. 암호화폐 반대파는 비트코인 채굴기의 에너지 소비량이 상당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하는 반면, 라우터는 비트코인이 심지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 채굴기는 전력이 저렴하고 풍부한 곳에서 주로 가동된다고 라우터는 설명한다. 태양열에너지의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주로 가동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비트코인 채굴기 운영업체들은 전력 수요가 전무한 곳에서 전력을 구매한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채굴기 운영업체들은 전력 판매 수입이 전무했을 곳에서 전력수입을 발생시켜 재생에너지 확충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라우터는 이를 “경제적으로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높이 평가한다.
마데이라는 1년 내내 해가 뜨는 인기 휴양지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200만 명에 이른다. 더군다나 관광객이 마데이라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면 편리할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안드레 로자의 비전이기도 하다.
로자는 마데이라를 ‘유로화의 지배에서 해방’시키고 마데이라 현지에 비트코인 유관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마데이라 지역경제교육포럼’(F.R.E.E. Madeira)을 설립했다. 로자의 목표는 마데이라 주민에게 비트코인 메커니즘을 홍보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서 마데이라 주민은 다른 페스티벌 참가자들처럼 입장료를 300유로(약 44만원)가 아닌 42유로만 내면 되고, 그중 절반인 21유로는 비트코인으로 즉각 돌려받는다.
푼샬의 10대 청소년 시망, 길례르미, 호드리구는 페스티벌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셋은 페스티벌의 한 워크숍에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루트비히 폰 미제스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이들 자유주의 선구자는 비트코인 지지자 사이에서 컬트적 인물이다.
이 세 청소년은 자신과 달리 가족은 비트코인에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길례르미는 친척도 자신처럼 비트코인에 관심 갖도록 하고 싶다. 워크숍 강사는 길례르미에게 “친척들과 대화를 나눌 것”을 권했다. “가족 휴가 중에 비트코인에 관해 친척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야. 길례르미 너야말로 친척들이 신뢰하는 사람이니까!”
 

   
▲ 마데이라에서 열린 ‘비트코인 아틀란티스’에서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가가 강연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곤경 처한 마데이라 대표
페스티벌은 비트코인에 한결같이 열광적인 분위기다. 중앙은행이나 소비자보호단체 관계자들은 페스티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페스티벌이 열리는 스타디움 밖에서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대립이 수개월째 진행 중이다. 대립의 한쪽에 보수적인 사회민주당(PSD)의 미겔 알부케르크(62)가 선봉에 서 있다. 알부케르크는 2015년부터 마데이라 자치정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2022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2’에 깜짝 참석해 비트코인으로 사업하는 기업인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마데이라에서는 비트코인 수익에 과세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저는 미래를 믿으며, 비트코인을 믿습니다.”
비트코인 수익에 과세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데이라에서 모두가 이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자유주의 정당 ‘국민과함께’(JPP)는 알부케르크 대표의 과도한 국외 출장비를 비판하는 한편, 그가 마데이라의 비트코인 도입과 관련한 외부 용역에 10만유로나 썼다고 발표했다. JPP는 차라리 보건 분야에 10만유로를 집행하는 편이 훨씬 의미 있었을 것이라고 알부케르크 대표를 비판했다.
현재 알부케르크 대표는 이와는 별개의 불법 혐의로 수세에 몰려 있다. 2024년 1월 말 검찰은 건축업자와 유착 혐의를 받는 알부케르크 대표를 부패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진작 사퇴하려 했지만, 여전히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마데이라에서 5월에 조기 자치정부 대표 선거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JPP는 시장의 혐의를 놓고도 비트코인을 반대한다. 비트코인이 불법 사업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의 부패 혐의로 비트코인의 악용 우려는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알부케르크 대표가 자신의 불법 활동에 비트코인을 사용했다고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
알부케르크는 <차이트> 취재진의 문의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고, 3월10일 일요일에 예정됐던 페스티벌 무대에 서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온 만프레드 판 도른(67)은 알부케르크 대표에게 물어보려던 것을 질문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그는 대표가 포르투갈에서 독립하고 유럽연합을 떠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만들 계획인지 꼭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당장 짐을 챙겨 네덜란드를 떠나 ‘비트코인 천국’ 마데이라에 눌러앉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 Die Zeit 2024년 제11호
Ein Schatz für die Insel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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