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너트 빠지고 동체에는 구멍 안전점검 절차 완전히 붕괴
[BUSINESS] 보잉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① 추락사고로 들춰진 민낯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두 번의 추락사고와 더불어 동체 일부분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잉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여러 문서와 내부 정보는 누가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몬 부크 Simon Book 마르코 에베르스 Marco Evers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2024년 1월, 알래스카항공의 신형 보잉 737맥스 기종의 비상구 덮개가 이륙한 지 몇 분 만에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일어났다. 탑승객 177명은 가까스로 재앙을 피할 수 있었지만 보잉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이 고조됐다. REUTERS


미국 시애틀 근처 에버렛에는 보잉의 가장 규모가 큰 공장이 있다. 공장이 있는 건물은 1350만㎥로, 부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이라고 공장 투어 가이드가 설명했다. 롤러 셔터 여러 개에 걸쳐 그려진 777기종 그림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벽화”라고 했다. 직원 3만 명이 3교대로 동시에 항공기 30대를 제작하는 것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보잉은 모든 면에서 선두에 있다는 것이 이날 공장 투어의 메시지였다.
스탠 소셔(74)는 이런 메시지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그는 ‘M8 기둥’에 있는 ‘40-25 홀’의 전망대에 서 있다. 공장의 모든 직원은 이런 좌표를 이용해 거대한 건물 안에서 길을 찾는다고 소셔는 말했다. 그는 보잉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젊은 물리학도였던 그는 처음 취직한 이곳에서 금세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됐다. 노동조합원이기도 했던 소셔는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보잉 직원들은 여전히 그를 찾아와 이야기한다. 그리고 울분을 쏟아놓는다.
 

   
▲ 2019년 3월10일 에티오피아항공 737맥스 기종이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지 6분 만에 추락해 탑승객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보잉은 737맥스 기종에 결함이 있음을 인정했다. REUTERS

좋은 엔지니어링 문화
소셔에게 흘러드는 이야기들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소셔는 중국항공과 싱가포르항공에 보낼 777 화물기 넉 대가 나란히 조립되는 현장을 내려다본다. 항공기 제작 과정은 복잡해 항상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좋은 ‘엔지니어링 문화’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다. 이는 과거 보잉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날에도 이런 문화가 여전히 존재할지 의문”이라고 소셔는 말했다.
2018년과 2019년에 단거리 운항 항공기인 737맥스 두 대가 추락해 346명이 사망했다. 그 뒤 해당 항공기 운항이 금지되고 수십억달러의 소송 비용이 발생했다. 그리고 최고경영자(CEO)인 데니스 뮬런버그가 물러났다. 이 혼란을 수습할 인물로 데이비드 캘훈이 등장했다. 그는 보잉을 예전처럼 신뢰할 수 있는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로 되돌려야 했다.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고 캘훈은 약속했다. “100% 확신할 수 없는 항공기는 하늘에 띄우지 않겠다.”
그러나 나아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2024년 1월, 미국에서 신형 737맥스 기종의 기체 일부(도어 플러그-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갔고, 탑승객 177명은 가까스로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보잉 기술자가 규정대로 부품을 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알래스카항공 항공기는 이륙 몇 분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만일 순항 고도에서 이런 사고가 벌어졌다면, 항공기는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보잉은 2018년과 2019년의 추락 사고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까? 정치인, 규제 당국, 불안에 떠는 고객은 보잉이 그렇게 약속했음에도 왜 안전과 관련된 결함을 통제하지 못했는지 궁금해한다.
최근의 ‘도어 게이트’ 사건 이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보잉이 계획대로 생산을 확대하는 것을 금지했다. 3월 둘째 주에 감독 당국은 후속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잉이 품질 안전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품의 조립과 관리, 심지어 보관까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깐깐하게 안전을 따져야 하는 곳에서 여전히 부주의했고, 아무래도 좋다는 끔찍한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었다. 결함 목록은 수년 동안 계속 늘어났다. 너트가 빠진 경우도 있고, 동체에 구멍을 잘못 낸 경우도 있었다.
 

   
▲ 보잉 노동자들이 2019년 3월 미국 시애틀 근처 렌턴의 보잉 공장에서 737맥스를 조립하고 있다. 1997년 맥도널더글러스와 합병 이후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좋은 ‘엔지니어링 문화’가 보잉에서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REUTERS

‘복점’ 체제 끝나나
FAA와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모두 더 이상 보잉을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보잉 생산 공장이 있는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미국 상원의원이자 상업·과학·교통위원회의 위원장인 마리아 캔트웰은 “보잉이 안전한 비행기를 생산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1월 FAA에 이 사건을 조사하도록 의뢰했고, 곧 상임위원회에서 캘훈을 상대로 ‘문제의 근원’을 찾기 위해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일이 이리 악화했을까? <슈피겔>이 입수한 미공개 문서는 캘훈이 약속한 것과 달리 안전 결함을 향한 경고와 불만을 무시했음을 보여준다.
보잉에는 생존의 문제가 있다. 부채가 막대하다. 2022년에는 50억유로 손실을 봤고, 2023년에도 여전히 20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신규 항공기 수요의 3분의 2는 에어버스가, 3분의 1은 보잉이 담당한다고 추정한다. 보잉의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10년 안에 80 대 20의 비율이 될 수도 있다. 한때 업계의 왕이던 보잉은 틈새 공급업체로 전락할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보잉과 에어버스의 ‘복점’ 체제도 끝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오랜 라이벌인 에어버스가 덕을 볼 것이고, 한때 보잉이 그랬던 것처럼 젊고 야심 찬 엔지니어들을 보유한 브라질의 후발업체인 엠브라에르도 수혜를 입을 것이다.
소셔는 시애틀 인근 보잉 공장에서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작은 해안 마을 머컬티오의 이바르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앞쪽에는 간단한 생선요리를 파는 간이식당이 있고, 뒤쪽에는 만이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레스토랑이 있다. 소셔는 창문에서 멀리 떨어진 테이블로 향했고, 맞은편에는 브라이언 워너가 있었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그는 실명을 공개하기를 꺼렸다. 워너는 40년 이상 보잉에서 일하며 한때 최고경영진까지 올랐고, 최근 보잉이 겪는 위기에도 회사를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일한 회사에 지원군이 되기를 자청했다.
전 노조원인 소셔와 전 경영진인 워너는 입을 모아, 보잉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문화를 바꿔버렸다고 이야기했다. 2019년의 비행기 추락 사건 이후에도 이 문화는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회사의 적자가 커질수록 재정 압박이 심해졌고, 재정 담당자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의 발언권은 점점 줄었다.
4년 전 지휘봉을 잡은 뒤, 캘훈은 2035년까지 더는 새로운 항공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워너는 “엔지니어와 그들의 성과가 중요하지 않다고 명확하게 밝힌 셈”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안전문화를 바꾸겠다는 캘훈의 여러 약속은 항공사 고객, 승객, 당국 및 정치인을 안심시키기 위한 입에 발린 말에 지나지 않았다.
 

   
▲ 보잉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스탠 소셔는 자신에게까지 들려오는 회사 이야기가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슈피겔

품질 결함 보고 방법 없어
FAA 조사관들도 보고서에서 이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보잉 내에서 품질 결함을 보고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결함을 지적할 경우 부정적 결과가 돌아올 것을 두려워했다. 회사의 모든 직급에서 ‘안전 관련 지표’에 관한 인식이 부족했다.
캘훈이 실수를 바로잡는 회사 문화를 새롭게 만드는 데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는 한 내부고발자가 최근 FAA에 한 진술에서 드러났다. 독일 출신인 마르틴 비케뵐러는 1987년부터 시애틀의 보잉에서 근무했다. 이 엔지니어는 <슈피겔>과는 인터뷰하지 않았지만 FAA 및 상원의 상업·과학·교통위원회와는 면담했다.
2024년 1월로 날짜가 적힌 그의 최신 보고서는 62쪽 분량으로 항공 감독 당국에 제출됐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알래스카항공 사고가 발생하기 ‘이미 몇 주 전부터’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9년 이전에 보잉의 문제점을 FAA에 알린 바 있다. 그 뒤 회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느낀 그는 2022년 미국 노동부에 이의신청을 했다.
<슈피겔>은 미국의 정보공개법 덕분에 당국의 문서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 문서에서 비케뵐러는 고용주가 “내부 절차를 위반했고, 많은 경우 위반의 원인을 찾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를 읽으면 2019년 사고 이후 보잉이 아무런 개선도 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엔지니어는 ‘드림라이너’로 불리는 보잉787의 설계와 생산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공급업체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Spirit AeroSystems)에서 공급받은 기체 부품이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케뵐러는 “현재까지도 스피릿은 41번 섹션의 납품이 보잉 규격을 충족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섹션 41은 조종석이 있는 앞쪽 동체 부분을 말한다.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는 이륙 뒤 고도를 높이던 알래스카항공 737맥스 기종에서 떨어져 나간 기체 부분도 제작했다.
항공업계는 비케뵐러가 기술한 내용을 ‘빨간불’로 간주한다. 부품 공급업체들은 납품한 부품이 세세하게 보잉이 규정한 사항들을 충족하는지 반드시 인증서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케뵐러는 승객용 출입문과 ‘배선 하네스’ 등 여러 가지 위반 가능성을 열거했다.
그러나 보잉은 수년 동안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단 한 대의 항공기”에 대해서도 문제 가능성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다. 비케뵐러는 “결함의 규모를 보면 모니터링 절차가 얼마나 완전히 무너졌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상사 중 한 명이 이런 일 때문에 항공기를 해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통쳤다고 기술했다. 결국 이 “끔찍한 십 대 청소년과 같은 비행기”를 만드는 데 6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이 ‘십 대 같은’ 비행기는 초기에 양산에 들어간 드림라이너 모델을 말한다. 한 고위 임원과 법률 고문은 2023년 말 비케뵐러에게 깐깐한 안전문화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회사는 여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FAA는 안전개선 계획 무작정 승인
비케뵐러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FAA는 보잉이 제출한 안전개선 계획을 무작정 승인했고, 그 계획의 실행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상사들이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의 문제점이 시정됐다고 경영진에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잉은 비케뵐러가 지적한 문제들을 “매우 심각하고 엄격하게 조사한다”고 밝혔다. 비판받는 문제들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미 FAA의 감독하에 철저하게 조사되고 제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보잉은 “787 프로그램과 관련해 승인된 구성 관리 요구 사항과 시정 조치를 이행”하고 이런 문제를 정기적으로 FAA에 보고한다고 주장했다. FAA는 비케뵐러가 제출한 자료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상원에서 3월에 열린 상업·과학·교통위원회 청문회에서 캘훈은 알래스카항공 사건 조사와 관련해 “조사관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 Der Spiegel 2024년 제11호
Wie Man Einen Flugzeugriesen Ruiniert
번역 이상익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몬 부크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