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97년 경쟁사와 합병 뒤 기술보다 이윤 극대화로
[BUSINESS] 보잉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② 확 바뀐 기업문화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지몬 부크 Simon Book 마르코 에베르스 Marco Evers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보잉은 회사의 중요한 부문을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는데, 동체 제작을 신설 회사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에 넘기면서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에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가 제작한 보잉 737맥스 동체가 보관돼 있다. REUTERS


보잉에서 오래 일한 스탠 소셔와 브라이언 워너에게 보잉이 언제부터 기울었는지 물었다. 그들은 ‘1997년 소규모 경쟁사인 맥도널더글러스(McDonnell Douglas)와 합병했을 때부터’라고 답했다. 당시 맥도널더글러스의 사장이던 해리 스톤사이퍼가 보잉의 새 사장이 됐다. 스톤사이퍼는 잭 웰치에게 경영을 배웠다. 제너럴일렉트릭의 전설적 수장인 웰치는 이윤 추구와 냉혹한 인사 정책 탓에 ‘중성자탄 잭’이라고도 불렸다. 웰치는 월스트리트를 만족시키는 데 온 힘을 다했다.
보잉의 관리자들도 돈을 많이 벌었다. 그들의 보너스는 주가와 연동돼 있었다. 그들은 제품의 품질보다 회사의 재정 성과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2001년 회사의 본사와 경영진은 시애틀에서 시카고로, 이후에는 워싱턴 근교로 이전했다. 수도에서 정치인이나 감독기관과 더 가까워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진과 현장 직원들의 지리적 거리가 멀어졌을 뿐 아니라 사이도 소원해졌다. 회사의 중요한 부문을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예를 들어 동체 제작은 신설 회사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에 넘겼다. FAA 감사관들은 현재 시애틀 공장의 기술적 전문성과 안전 관련 역량이 “쇠퇴했다”고 평가한다.
 

   
▲ 2020년 1월 보잉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데이비드 캘훈은 작업현장을 방문하거나 비행기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의 말을 듣는 성격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다. REUTERS

재앙으로 이어진 짜깁기
스톤사이퍼가 회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소셔는 말했다. “문화를 파괴하는 데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문화를 되돌려놓는 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737맥스 사고만큼 극명하게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워너는 “중대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2010년 경쟁사인 에어버스가 A320 모델을 현대화하기로 결정했을 때, 보잉은 베스트셀러인 737의 미래를 걱정했다. 보잉은 많은 돈을 들여 새롭고 우수한 모델을 만드는 대신, 구형 디자인에 기술적으로 요령을 부려 손보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소름 돋도록 무분별하게 프로그래밍된 조종 소프트웨어가 도입됐다. 이는 재앙으로 이어졌다.
2018년 10월29일, 인도네시아의 라이온에어(Lion Air)가 운항하던 신형 737맥스가 자카르타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했다. 2019년 3월10일에는 에티오피아항공 737맥스 기종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셔와 워너는 당장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0년 1월 이사회 의장인 데이비드 캘훈(66)이 CEO로 임명됐다.
캘훈은 투자펀드인 블랙스톤에서 일했고, 2009년부터 보잉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작업현장을 방문하거나 비행기를 만드는 이들의 말을 듣는 성격이 아니다. 캘훈은 사업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뉴햄프셔주의 서나피 호수 근처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호화로운 주택 두 채를 가지고 있다. 그는 두 집과 사무실 사이를 개인 제트기로 이동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캘훈의 개인 비행기가 집 근처에 있는 공항 두 곳으로 약 400회 운행했다고 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자 캘훈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일자리 약 2만8천 개를 줄이도록 지시했다. 2023년 한 해에만 추가로 1만5천 명이 자진해서 보잉을 떠났다. 2020년 이후 경쟁사인 에어버스는 약 1만1천 명의 직원만 줄였다.
팬데믹이 끝나 제트기 수요가 다시 급격히 늘면서 보잉은 신규 인력 수만 명이 급히 필요했다. 해고된 직원 중 상당수가 근처의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취직한 뒤였다. 그 공백은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메워야 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보잉이 737맥스를 만드는 시애틀 인근 렌턴의 항공기 제작 공장에는 6년 이상 경력을 지닌 인력이 50% 이상이었다. 이제 베테랑 직원의 비율은 25% 미만으로 떨어졌다.
아웃소싱도 타격받고 있다. 맥도널더글러스와의 합병 이후 족히 5만 명이 넘는 숙련된 노동자가 아웃소싱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보잉은 ‘성공을 위한 파트너십’이라는 파렴치한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공급업체에 인색한 계약을 강요했고, 비용 절감 요구는 품질 문제로 이어졌다. 이는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보잉에 동체를 납품할 때마다 손실을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변호사들은 직원들이 보낸 전자우편을 인용했다. 2022년 3월 한 직원은 이렇게 썼다. “저는 우리 회사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 전자우편은 우리 원칙을 이토록 파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의 마지막 외침입니다.” 이 내용은 납품되는 제품을 보잉의 어느 누구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캘훈에 대해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캘훈이 온 뒤 보잉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는 캘훈이 무엇이 중요한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2023년 말, 캘훈은 새 기술을 초기에 검토하는 중앙 전략 부서를 폐쇄했다. 이 부서가 없으면 회사는 ‘뇌사상태’가 될 것이다. 아불라피아는 “이런 사장이 있는 상황에서 누가 보잉을 지켜내는가?”라고 물었다.
보잉에서 오래 일한 소셔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다시 본사를 시애틀로 이전하고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십억달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캘훈은 원래 520억달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2024년 737맥스의 생산량을 늘리려 했지만 이 계획은 저지당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문제없다고 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보잉이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셔는 말했다. 전 경영진 워너는 2010년대에만 보잉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600억달러를 썼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그 돈으로 멋진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 Der Spiegel 2024년 제11호
Wie man einen Flugzeugriesen ruiniert
번역 이상익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몬 부크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