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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공유 않는 국가라도 경제관계는 유지해야 한다
[INTERVIEW] 카트리나 클라스뮐호이저 독일동부유럽경제관계위원회 신임 위원장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베냐민 비더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동부유럽경제관계위원회(Ost-Ausschusses der Deutschen Wirtschaft) 신임 위원장 카트리나 클라스뮐호이저(48·Cathrina Claas-Mühlhäuser)는 왜 기업들에 러시아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지, 그리고 어째서 우크라이나가 빨리 유럽연합(EU)에 가입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베냐민 비더 Benjamin Bidder <슈피겔> 기자
 

   
▲ 카트리나 클라스뮐호이저 독일동부유럽경제관계위원회 신임 위원장은 대러시아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기업 때문이 아니라 상당수 국가가 제재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독일동부유럽경제관계위원회 누리집


독일동부유럽경제관계위원회(이하 위원회) 사무실은 베를린 시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직원 27명이 이곳에서 동유럽에 진출한 독일 기업의 사업 확장을 위해 일한다. 오랫동안 이 위원회는 러시아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이유로 ‘러시아 위원회’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것은 왜곡된 이미지라고 카트리나 클라스뮐호이저는 말한다. 그는 협회 70년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2023년 위원장에 취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위원회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었나.
러시아 정부와의 대화를 중단했다. 지역 행정부와도 더는 접촉하지 않는다. 물론 러시아 투자나 신규 프로젝트도 더 이상 홍보하지 않는다. 그와 관련한 수요도 없다.
독일 기업에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에서 아직 활동하는 독일 기업은 제재를 전부 준수하면서 사업해야 한다. 이 제재는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특정 산업에 맞게 조정한 것으로,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나올 수 없는 기업도 있다. 이들이 러시아에서 나오려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직접 허가받거나 러시아 정부 관련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러시아 사업체를 시장가치보다 최소 50% 낮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 출국세도 납부해야 한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기업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 농기계 공장이 있는 독일 농기계 기업 클라스는 제재를 우회한다는 보도가 나와 곤욕을 치렀다. 클라스의 트랙터. 클라스 누리집

제재 문제의 진짜 핵심
러시아의 독일 기업이 납부하는 세금도 간접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되고 있다.
러시아 기업도 세금을 납부한다. 글로벌 기업은 적어도 수익 일부를 국외로 이전한다. 모든 수익이 러시아와 중국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떤 이득이 있겠는가.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력과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지지한다. 하지만 제재 체제의 핵심 문제는 러시아에 아직도 독일 기업이 남아 있다는 점이 아니다.
무엇이 핵심 문제인가.
전세계 190개국 중 약 3분의 1만이 제재에 동참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를 향한 압박이 커질 것이다. 나는 러시아에서 제재를 준수하며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을 향해 공개적으로 낙인찍는 것을 거부한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어떤 기업도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
당신은 ‘러시아 위원회’라는 이미지에 분노한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오랫동안 위원회의 업무가 그늘에 가려졌다.
러시아는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국가였다. 하지만 위원회는 중앙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폴란드나 체코 같은 국가는 수년 동안 러시아보다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국가였다. 하지만 항상 러시아에서의 활동만 보도됐다. 이는 우리 업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러시아와 위원회의 관계는 2022년까지 상대적으로 가까웠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른 눈으로 보게 됐는가.
우리가 상대를 너무 믿었다고 비판받는 일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끔찍한 전쟁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계는 독일이나 유럽연합(EU)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우리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과도 경제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위원회는 1952년 바로 이런 긴장관계에 다리를 놓기 위해 설립됐다. 독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이를 수행한다.
러시아 정부는 2012년 이래 대내외적으로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위원회가 더 일찍 이 문제를 다뤄야 하지 않았을까.
반대로 묻고 싶다. 우리가 이제는 정말 ‘완벽한 민주주의국가’에서만 에너지를 수입하는가? 위원회는 항상 실용주의 노선을 취했고, 나는 그 입장을 고수한다. 경제적 리스크를 예상해 기업들이 더 일찍 철수해야 했다는 주장은 논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까? 오늘날 독일 기업들은 어느 나라에서 철수해야 할까? 중국에서? 지나치게 기업활동을 제한할 위험도 있다. 러시아와 모든 관계를 조기에 끊었다면 2022년 우리가 러시아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당신의 회사 클라스(Claas)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 농기계 공장이 있다. 2022년 그곳에서 제재를 우회했으리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는 즉시 포괄적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었다. 관세청 감사에서도 확인됐다. 제재는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클라스에도 적용된다.
크라스노다르에서 콤바인 수확기를 생산했다. 아직도 그곳에서 생산하는가.
클라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뒤 공장을 폐쇄했다. 현재 그곳에서는 콤바인 수확기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 1989년 6월13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독일동부유럽경제관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위원회와 러시아의 관계는 긴밀하다. 독일동부유럽경제관계위원회 누리집/ 촬영 올릭슐레거

러시아를 북한처럼 만들 수 있다?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다시 확대할 수 있는가.
전쟁이 끝나야 한다. 전쟁이 끝나도 내일 당장 새로운 투자가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다. 긴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인 1억4천만 명을 영구 고립시켜 또 하나의 북한으로 만든다는 상상도 거부감이 든다. 유럽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위원회는 우크라이나와 서부 발칸반도를 포함해 동쪽으로 EU를 확장하기 위한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많은 독일 시민이 이미 EU가 거의 기능하지 않는 상황에서, EU 확대에 따른 비용을 두려워한다. 당신은 지는 싸움을 하는 것 아닌가.
최근 EU 동부 국가의 대사들과 이야기했다. 20년 전 EU 확대가 없었다면 그들 국가의 경제발전이 크게 지연됐으리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독일도 큰 혜택을 받았다. 2003년 이후 가입한 8개 동유럽 회원국과의 독일 대외무역만 해도 현재 4180억유로로, 가입 당시보다 4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보수가 좋은 일자리가 독일에서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들 국가의 번영도 빠르게 일어났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가 성장했다. 독일 기업은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기업이 차지했을 수도 있던 시장을 점유했다. 유감스럽게도 일반인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돈과 일자리가 고정돼 있어 이를 두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아니다. 폴란드를 보자. 폴란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 이후 3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독일의 대폴란드 수출은 4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EU 가입해야
우크라이나는 제2의 폴란드가 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고 EU에 가입하지 않았음에도 2023년에 경제가 5% 이상 성장했다. 우크라이나인의 인내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많은 독일 기업과 직원도 끈기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유럽 대륙에서 가난하고 부패가 만연한 국가로 인식된다.
물론 아직 할 일이 많다. EU 표준을 이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이 EU산 식품을 구매할 때는 그것이 안전하고 EU 기준에 부합함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패 척결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정식으로 EU에 가입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투자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EU가 확대될 수 있도록 EU도 변화해야 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최근 독일 정치계 의사결정권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렇게 되려면 벨기에 브뤼셀에 EU 집행위원직을 더 신설해야 한다. 만일 서발칸 국가들도 가입한다면 EU 집행위원 30명 이상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EU 집행위원회의 구조가 올바른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정도다.
많은 시민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비용이 최대 1900억유로(약 276조원)에 이를 거라는 사실에 겁먹고 있다.
경제 관점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는 인구가 약 3500만 명에 이르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우크라이나는 교육 수준이 높고, 우수한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이 많으며, 바로 이웃에 있는 나라다. 이 요인들은 우크라이나도 폴란드와 비슷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번영하는 폴란드와 호황을 누리는 체코를 상상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최우선 과제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은 전쟁으로 파괴됐다. 위원회는 재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전쟁이 일어난 직후 우크라이나 대응팀을 설치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활동 중이거나 우크라이나에 관심 있는 기업을 위한 연락 창구 구실을 했다. 처음에는 난민 수송을 포함한 원조물자 수송 문제가 주를 이뤘다. 회사들은 직원들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버스를 보냈다. 현재 우크라이나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대부분 지역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이제 기업들은 다시 투자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가. 2023년 독일 정부가 민간투자를 보증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의 규모는 여전히 매우 낮았다.
먼저 말해야 할 것이 있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자 보증을 전쟁 위험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해 많은 도움을 줬다. 이는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보증은 독일에서 투자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우크라이나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현지에 재투자하려는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을 낮게 평가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를 위한 은행 자금 조달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를 준비 중인, 아이디어 있는 회사가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기업들을 우크라이나 정부 부처와 연결해주고 입지를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
베를린 주재 우크라이나대사관은 당신이 러시아에 있는 독일 기업들에 계속 조언해주고 있어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위원회는 동유럽에 350개 이상의 회원사와 29개 대상 국가를 보유하고 있다. 29개국에 있는 모든 독일 기업은 우리 지원을 받는다. 여기에는 러시아도 포함된다. 이런 문제를 우크라이나 당국과 논의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전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인프라부 장관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와 활발히 교류했다. 2024년 6월 베를린에서 열리는 대규모 재건 회의도 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재건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 Der Spiegel 2024년 제11호
Ich lehne es ab, Unternehmen an den Pranger zu stell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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