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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후 50여국 파산상태 1억6500만 명 빈곤층 전락
[FOCUS] 국가부도 스리랑카- ② ‘글로벌 사우스’ 동병상련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슈테판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슈테판 슐츠 Stefan Schultz <슈피겔> 기자
 

   
▲ 2022년 7월9일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도망치자, 스리랑카 국민이 대통령궁을 점령한 뒤 환호하고 있다. REUTERS

2022년 여름, 스리랑카의 물가상승률은 60% 이상 치솟았다. 한 노인이 주유소에서 5일 동안 차 안에서 휘발유를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콜롬보에서 동쪽으로 약 140㎞ 떨어진 와루나가마 마을에서는 절망에 빠진 세 아이의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다누쉬가 사는 마을에서는 모든 축제가 사라졌다. 더 많은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로 일하러 중동에 갔고, 일부는 학대를 당하고 성적으로 유린당했다. 약간의 이익에도 이웃들은 서로를 시기하는가 하면, 동시에 할 수 있는 한 서로를 돕기도 했다.
다누쉬 아버지의 사업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아버지는 기껏 벌은 얼마 안 되는 돈을 술로 탕진하는 일이 잦았다. 가끔 술에 취하면 다누쉬의 누나 우데니를 때렸는데, 그때마다 다누쉬가 소리를 지르며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루 세끼 대신 보통 두 끼만 먹었다. 밥과 채소만 먹었고 고기, 생선,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우데니의 딸 오샤다는 때때로 배고픔에 울었고 우데니는 그를 일찍 잠자리에 들게 했다. 빨리 잠들어서 더 이상 허기를 느끼지 말라고. “나는 실패한 사람 같다. 어떤 엄마가 자식을 굶게 놔둔단 말인가.”
7월9일, 성난 군중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궁전을 습격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시위대 영상이 전세계로 퍼졌다. 라자팍사는 몰디브로 도피했다. 아마도 비밀 터널을 통해 탈출했을 것이다. 이제 국가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세력이 정부를 장악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자신들이 글로벌 권력투쟁의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국제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진작에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REUTERS

글로벌 권력투쟁의 장난감
스리랑카 중앙은행 15층에서는 2022년 7월 시위대가 습격했던 대통령궁이 내려다보인다. 15층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난달랄 위라싱게 중앙은행 총재가 커다란 책상에 앉아 국제금융 관련 신문을 훑어보고 있다. “1년 전에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그랬다면 위기로 인한 사회적 결과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국가파산 이후를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표현한다. 채권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경험이 없었다고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사람은 지적한다. 그래서 영국의 로펌 클리포드찬스(Clifford Chance)와 미국의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의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그러나 보유하던 달러가 소진돼 그들에게 사례비도 줄 수 없었다. 협상은 어려웠다. 국가부채는 다자 기구, 민간 기부자, 중국, 기타 21개국 등 수십 곳의 채권자 혹은 채권 기관에 흩어져 있었다. 잠비아, 차드, 에티오피아에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부채 카지노의 어두운 면이 드러났다. 위라싱게 중앙은행 총재와 직원들은 수십 명의 채권자와 만났다. 그들 중 아무도 먼저 도움을 제공하려 하지 않았다. 그럴 경우 다른 모든 채권자를 간접적으로 돕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지정학적 권력 다툼도 있었다. 경제학자 볼츠는 “국가파산에 관한 규칙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부유한 채권국과 IMF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부채 감면을 거부했다. 대신 스리랑카에 대출금을 상환할 시간을 더 주고자 했다. 협상은 1년 반 동안 진전이 없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채권단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부가가치세를 인상했다. 하지만 이는 특히 가난한 시민들의 생활비를 더 비싸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휘발유와 전기 보조금을 삭감했다. 우데니는 전기요금이 두 배 이상 올랐다고 했다. 그 이후로 그들은 집에서 거의 불을 켜지 않고 지냈다.
 

   
▲ 다누쉬와 우데니 남매가 사는 집은 자나우다나가마라는 마을의 변두리 진흙길 가장자리에 있다. 우데니는 집을 페인트칠하고 싶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슈피겔

5살 미만 43%가 영양실조
스리랑카는 계속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2022년 초부터 약 9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5살 미만 아동의 약 43%가 영양실조 상태다. 2023년 7월, 정부는 세계은행과 함께 최빈곤층 230만 명을 위한 사회정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누쉬와 우데니는 아직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위라싱게 중앙은행 총재는 개혁이 복잡하다고 한다. 부채 감축, 공공재정 개혁, 새로운 경제 부문의 개발, 사회 위기와의 싸움 등 모든 것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개선되려면 앞으로 2~3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왜 정부가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는지 묻는다. 정부가 왜 은행과 민간 투자자를 싸고도는지, 인구가 2200만 명밖에 안되는 나라가 공무원은 150만 명이나 될 정도로 비대한 정부 기관을 운영하는지 역시 의문을 제기한다. 스리랑카 콜롬보대학의 명예 정치학자인 자야데바 우양고다는 “이 위기에 직면해 엘리트층이 지불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국가는 시민의 권리를 제한한다. 정부 논리에 따르면 “모든 시위가 실제로 테러 행위로 규정될” 수 있고, 소셜미디어의 거의 모든 비판적인 댓글이 사람을 체포할 구실이 될 수 있다. “이 위기는 또한 이 나라를 더욱 독재적으로 만들었다.”
외국에서 받는 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 스리랑카는 2023년 10월 말부터 일부 채권자들과 합의를 도출했으나, 부채 감축에 관한 전반적인 구상은 없다. 특히 민간 대출기관과의 협상은 더디게 진행된다. 다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도 희망이 거의 없다. 회담,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서구와 중국, 민간투자자들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에 관한 작동 가능한 절차도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부채 경제학자 울리히 볼츠에 따르면, 크레디스위스(CS)처럼 어려움을 겪는 은행에는 심지어 며칠 사이에 수십억달러의 지원이 동원되지만, 개발도상국은 수년 동안 파산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나라의 정치인들은, 이 현상이 세계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채위기는 더욱 심화한다. 2023년 말, 가난한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15%에 가까운 금액을 만기가 다가오는 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지출해야 했다. 이 수치는 2024년과 2025년에 더 증가할 것이다. 이때 만기가 되는 외국 대출 건수가 특히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산하는 국가가 더 있을 수 있다. 그 결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위험이 있다. 세계은행 경제학자 클레멘스 그라프 폰 룩크너의 분석에 따르면, 파산 상태의 국가에서는 기대수명이 감소한다. 파산이 3년 이상 지속하면 유아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속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부채 감면을 하는 경우에도 감면액이 국가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재편할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인 경우는 드물다. 많은 국가는 이미 오랫동안 한 원조 프로그램에서 다른 원조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며 버틴다. 비평가들은 이를 ‘깡통 걷어차기’라고 부른다. 녹슨 깡통이 방해되면 도로 다른 곳으로 차버리는 것처럼 수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국가도 같은 취급을 당한다는 말이다. 스리랑카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몇 달 전 우데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사도우미를 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이모에게 어머니가 더 이상 연락을 원치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몇 주 전, 법원은 아버지에게 20만루피(약 85만원)의 손해배상을 선고했다. 그 이후에 그는 잠적했다.
우데니는 동생과 함께 외국으로 떠나고 싶다. 오샤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에서 멀리 떠나고 싶다. 다누쉬에겐 때때로 아버지를 닮은 모습이 보인다. 물론 절대로 그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지만 말이다. 그는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속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 Der Spiegel 2024년 제12호
Dhanush und die Staatspleite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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