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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익숙함, 적절히 조합해야
[Special Report] 히트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② 비슷한 듯 다른 듯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스텔라 샬라몬 economyinsight@hani.co.kr

 

스텔라 샬라몬 Stella Schalamon <차이트> 기자
 

   
▲ 뉴진스가 2024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열린 ‘2024 빌보드 위민 인 뮤직 어워즈’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36년 미국 잡지 <빌보드>는 최초로 음반사의 판매 순위를 발표했다. REUTERS


어떤 음악이 성공을 거둘까? 이 질문은 음악만큼이나, 적어도 음반산업만큼이나 오래됐다. 1936년 미국 잡지 <빌보드>가 최초로 음반사의 판매 순위를 발표했다. 당시 빌보드 1위는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조 베누티의 ‘멈추고, 보고, 듣고’(Stop, Look and Listen)였다. 음반사 판매 순위 도입 이후 사람들이 좋아하는 최신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주크박스와 라디오방송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도 포함됐다.
현재 독일에서는 GfK 엔터테인먼트가 독일 공식 음악 차트를 집계한다. GfK 엔터테인먼트는 곡들이 라디오방송을 얼마나 자주 타고, 스포티파이 및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얼마나 자주 재생되는지 파악하고, 대형 전자제품 매장과 온라인 상점뿐만 아니라 소규모 음반 매장의 음반 판매량도 집계한다. 이를 통해 어떤 노래가 히트곡인지 정확하게 파악한다. 어떤 곡이 히트곡이 될까?
몇 년 전 신경과학자들이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이들은 롤링스톤스의 ‘홍키 통크 우먼’(Honky Tonk Women), 아바의 ‘페르난도’(Fernando), 티나터너의 ‘왓츠 러브 갓 투 두 위드 잇’(What’s love got to do with it) 같은 히트곡뿐만 아니라, 지금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플로이드 크레이머의 ‘매직 맨’(Magic Man)이나 ‘라스트 데이트’(Last Date) 등 1958~1991년 발표된 팝송 745곡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리고 피실험자 39명에게 팝송을 들려주면서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이들의 뇌를 스캔했다.
 

   
▲ 워너뮤직은 자사 최고의 가수들을 위한 라이브 공연과 인터뷰, 마케팅을 기획한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워너뮤직 중부유럽 본부. 워너뮤직 중부유럽 본부 누리집

반복 많은 화음·가사 있어야
음악을 들으면서 인간의 뇌는 항상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한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 확인됐다. 피실험자들은 다음 음을 예측하지 못할 경우, 익숙한 화음이 나오면 좋아했다. 반면 다음에 어떤 음이 이어질지 확신이 서면 조금 변주를 줬다. 모든 히트곡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의 적절한 조합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히트곡들은 모두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은 틀리지 않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변방에 머무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을 히트곡 비결로 보는 것도 틀리지 않다. 혁신과 익숙함 중에서 한쪽이 너무 지나치면 안 되는 법이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음악학자 폴크스마르 크라마르츠의 분석과 일치한다. 크라마르츠는 역대 가장 성공한 팝송 30곡을 분석해 일종의 비밀공식, 즉 히트곡 공식을 도출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음악은 많이 변했지만, 히트곡의 비밀공식은 1960년대는 물론 1990년대와 현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히트곡 비밀공식에 따르면, 사랑과 관계에 관한 이해하기 쉬운 가사, 분당 120~145비트의 춤을 출 수 있는 템포, A단조, F장조, C장조, G장조로 이어지는 검증된 코드 순서, 가급적 1분 내에 나오는 후렴구와 반복이 많은 가사와 화음이 있어야 한다. 또한 완벽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진정성 있는 노래, 최상의 녹음 품질과 탁월한 마케팅 등도 히트곡의 필요조건이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차트 상위권에 오를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다고 해도 반드시 히트곡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는 레너드 코헨과 그의 노래 ‘할렐루야’(Hallelujah)가 오랫동안 실패를 거듭했던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1980년대 코헨은 ‘할렐루야’를 만들면서 수첩을 몇 개나 썼다고 했다. 가사 초안을 180개나 적었다고 한다. 다윗 왕에 대한 종교적 암시, 코헨과 그의 연인과의 관계에 대한 후회 등의 가사 초안도 있었다. 그는 가사를 몇 번이나 수정했다. 곡은 발표됐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대로 묻혀버렸다.
코헨의 곡은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고서야 빛을 봤다. 코헨이 사망한 즈음인 2016년에야 해당 곡은 차트에 올랐는데, 마치 그가 자신의 부고를 직접 노래한 것처럼 보였다. 적절한 음반 발매 타이밍도 확실히 히트곡 공식 중의 하나로 보인다.
치안이 육중한 녹음실 문을 닫는다. 후렴구를 부를 시간이다. 치안이 마이크 스탠드를 잡고 눈을 감는다. 메트로놈이 딸깍딸깍 소리를 낸다. 치안은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음악 프로듀서 니콜라스 렙셔가 연주하는 건반 코드를 듣는다. 렙셔는 “1,2,3”을 센다. 치안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렙셔는 “입을 좀더 크게 벌리고 불러도 괜찮다”고 말한다. 치안은 해당 구절을 다시 부른다. 시간은 벌써 오후 1시 반을 가리킨다. 치안은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른다. 렙셔는 수많은 녹음 중에서 가장 좋은 버전을 골라내 해당 녹음을 반복해 듣는다. 그는 전자기타를 다시 손에 쥐고 컴퓨터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행진하는 박수를 추가한다. 이 속도로 진행한다면 저녁 무렵에는 노래 초안을 완성할 것 같다.
함부르크 창고지구에 있는 벽돌 건물에 워너뮤직 독일 본사가 있다. 쉽게 말하면 워너뮤직은 렙셔 같은 사람이 제작하고 녹음한 음악을 마케팅해 돈을 번다. 입구의 대형 스크린에서 워너뮤직과 계약 중인 우도 린덴버그와 에드 시런 영상이 흘러나온다.

과거는 ‘헤비 로테이션’
워너뮤직 중부유럽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카롤리네 슈타이니크크를 대형 스피커와 회색 음향 장치 여러 대가 비치된 회의실에서 만났다. 슈타이니크크는 노래를 좋아하려면 일단 노래를 알아야 하고, 노래가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야 한다는 음악업계의 계명을 들려주었다. “이것이 음악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치안 등 아티스트와 음반 계약을 체결하면 워너뮤직은 가수와 곡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과거에는 이런 전략이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에만 국한돼 있었다. 따라서 음악평론가들과 음악방송 제작자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과거 수많은 히트곡은 라디오방송국과 음악방송국 제작자들이 음악방송에서 반복해 틀어주었기에 히트곡이 될 수 있었다. 이를 ‘헤비 로테이션’(Heavy Rotation)이라고 한다.
1995년 당시 무명 밴드였던 풀스 가든 매니저는 신곡을 독일 알렌시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라디오방송국에 보냈다. 라디오방송국의 음악방송 프로듀서가 이 곡을 마음에 들어 했고, 청취자 히트 퍼레이드에서 1위에 올랐다. 덕택에 콘서트 후 풀스 가든은 중요한 방송국 <남서독방송 3채널>(SWF3)의 한 음악방송 진행자를 설득해 신곡이 라디오방송을 탈 수 있었다.
이 곡이 방송을 단 한 번 타자마자 방송국으로 곡명이 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곡명은 ‘레몬 트리’(Lemon Tree)였다. ‘레몬 트리’는 50만 장 이상 판매량을 기록한 플래티넘 앨범, 독일 차트 36주 진입, 그중 4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풀스 가든은 지금도 ‘레몬 트리’ 저자권료를 받는다. 이 모든 것이 라디오방송국 음악방송 제작자 덕택이다.
워너뮤직의 스타이닉 마케팅팀은 지금도 신곡을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 신문사에 보낸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신곡을 청취자들에게 전달할 경로가 다양해졌다. 스타이닉의 마케팅팀은 인플루언서와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인스타그램, 틱톡과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도 신곡을 보낸다. 워너뮤직의 데이터분석가들은 신곡이 전세계 각국에서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검토한다.
워너뮤직은 자사 최고의 가수들을 위한 라이브 공연과 인터뷰를 기획한다. 스타이닉은 “우리는 신곡을 적절한 타이밍에 발표하기 위해 신곡에 대한 분위기와 기대감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항상 음악하는 사람과 음악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단순히 소리만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전체 제품’을 세상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치안은 자신의 곡 ‘황무지’(Wasteland) 뮤직비디오에서 신비에 싸인 어두운 실루엣으로만 주로 등장한다. 짧은 수염과 슬픈 눈동자 등 그의 얼굴 윤곽만 인식할 수 있다. 그는 ‘황무지’에서 어머니에게 삶의 기쁨을 되찾아주려는 노력을 노래한다.
신곡이 호평을 얻고 마케팅 전략이 효과가 있으면, 스트리밍 횟수와 청취자 수가 늘어난다. “이후 성장 가능성만큼 우리는 때로는 몇 달 동안 한 곡에 올인한다.” 그래서 워너뮤직은 해당 가수의 언론 인터뷰 일정을 더 많이 잡고, 소셜미디어에 동영상도 더 많이 올린다. 최대치까지 신곡을 홍보했다면, 해당 가수의 다음 신곡을 발표하는 식이다.

신인 발굴 아주 중요
스타이닉 옆에는 워너뮤직에서 신인 발굴을 총괄하는 잠 비트너가 앉아 있다. 음악산업에서 신인 발굴은 아주 중요하다. 음악 마케팅은 초콜릿이나 맥주 등의 다른 제품 마케팅과 어떤 면에서는 유사하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기업은 새로운 초콜릿이나 맥주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재료는 어디에나 충분히 있다. 반면 워너뮤직 등의 음반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음악을 하고, 노래하고,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사람을 일단 발굴해내야 한다.
인재 스카우트를 총괄하는 비트너는 매일 최소 12시간 음악을 듣는다. 가수들이 워너뮤직에 보낸 데모 파일을 듣는다. 스마트폰으로 녹음된 아마추어 수준의 것도 있고, 전문가 수준의 데모 파일도 있다.
비트너는 틱톡과 인스타그램도 샅샅이 뒤진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을 찾는다. 미국 출신의 빌리 아일리시 같은 가수는 신인 발굴로 잭팟을 터뜨린 사례다. 아일리시가 ‘오션 아이스’(Ocean Eyes) 등의 노래를 댄스 선생님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사운드클라우드 플랫폼에 업로드한 것이 13살 때다. 아일리시가 유명세를 타려고 곡을 업로드한 것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아일리시는 음반 100만 장 판매로 플래티넘 음반의 영예를 안았다.

ⓒ Die Zeit 2024년 제12호
Wie entsteht ein Hi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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