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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짧아지고 조회수 전쟁 가열
[Special Report] 히트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③ 스포티파이 등장
[169호] 2024년 05월 01일 (수) 스텔라 샬라몬 economyinsight@hani.co.kr

 

스텔라 샬라몬 Stella Schalamon <차이트> 기자
 

   
▲ 프랑스 칸에서 2023년 6월 열린 ‘칸 광고제’ 행사 기간, 해변가에 스포티파이 로고가 보인다. REUTERS


니콜라스 렙셔, 미셸 레오나드, 치안은 점심으로 치즈 마카로니를 먹고 더티차이라테 컵을 손에 들고 녹음실로 돌아온다. 렙셔와 치안은 다른 음악 프로듀서와 잠깐 전화통화를 한다. 그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루이스 카팔디와 최 베스의 음악을 듣고, 레오나드는 가사를 계속 써내려간다. “가사 다 썼는데 읽어볼까요?” 그는 가사를 시처럼 낭송한다. 치안은 가슴에 손을 얹고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으며 “마치 시를 듣는 것 같다”고 말한다.
렙셔가 오전에 녹음한 데모 파일을 틀었다. 데모 파일을 듣는 세 사람 모두 일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렙셔는 이날 처음 담배를 피웠다. 세 사람이 지금까지 녹음실에서 흥겹게 춤을 추던 비트와 코러스, 멜로디가 갑자기 너무 단조롭고 시끄러우면서도 극단적으로 들렸다. 녹음 데모는 애초에 구상했던 것과 더는 맞지 않았다. 치안은 “루이스 카팔디와 최 베스의 노래를 한번 들었더니, 오전에 녹음한 것이 모두 쓸모없는 것처럼 들렸다”고 씁쓸히 말한다.

리퍼반 페스티벌
렙셔는 치안에게 피아노를 치면서 곡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볼 것을 제안한다. 치안이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화음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지금은 무엇을 연주하든 제대로 된 화음이 나오지 않는다. 분위기도 같이 처진다. 치안은 바닥에 주저앉는다. 치안은 스마트폰을 귀에 바짝 대고 오전에 녹음한 것을 듣는다. 방금까지 기운이 넘치고 기분도 좋았는데, 지금은 바닥에 누워 두 손을 눈에 대고 이마를 주무른다. 렙셔가 씁쓸하게 웃는다. “빌어먹을! 우리가 아까 대체 뭘 녹음했던 거야?” 그는 피아노 건반에서 씁쓸한 음계를 친다.
렙셔와 치안은 다시 시도한다. 오히려 오전보다 더 우울한 곡이 나온다. 치안은 “이전에도 들어본 것 같다”고 말한다. 렙셔는 “이미 있는 노래라는 말이지?”라고 묻는다. 렙셔가 더티차이라테 빨대를 물고 있다. “처음에 완전히 감을 잘못 잡았어. 우리가 만든 것 중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건 가사뿐이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리퍼반 페스티벌(Reeperbahn Festival)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축제가 아니다. 리퍼반 페스티벌에는 매년 신인 아티스트들이 초대된다. 베를린 출신의 코뉘 츠항도 신인으로 리퍼반 페스티벌을 찾았다. 전날 밤 밴드 블루멩가르텐의 콘서트를 놓친 그는 오늘은 자신을 마음이 가는 대로 맡기고, 일단 베르크라는 젊은 가수에 푹 빠져볼 생각이다. 함부르크 항구 옆 한 카페에서 그는 <차이트> 취재진에게 “가수가 되기에 지금만큼 좋은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츠항은 최고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일한다. 스포티파이의 매달 사용자 수는 5억7400만 명에 달하며, 1억 곡 이상의 음원이 올라와 있다. 애플뮤직과 아마존뮤직 등의 글로벌 음악업체들과 함께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음악산업 매출의 70%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제 시디(CD) 판매량은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2006년에 설립된 스포티파이는 음악시장의 권력 구조를 파괴했다. 무명가수나 아티스트도 자신의 노래를 스포티파이에 업로드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스포티파이에 올라온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등장으로 음악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음반 계약이나 음악방송 제작자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 스포티파이가 음악시장을 민주화시킨 셈이다. 적어도 이론상으로 이런 식으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은 무명가수에 별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머리 아프게 검색할 필요 없이 그냥 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시대의 앨범에 해당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도입했다. 플레이리스트는 특정 테마, 분위기, 스타일에 따른 음악큐레이션에 해당한다. 일례로 ‘샤워할 때 부르는 노래’, ‘집중력이 필요할 때’, ‘럭셔리 파티’ 등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알고리듬으로 생성된 플레이리스트도 있고, 사람이 직접 만든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츠항은 독일어권 음악방송 프로듀서팀을 총괄한다. 예전 라디오진행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스포티파이 프로듀서들이 히트곡이 될 노래를 결정한다. 이들은 음악 지식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 사용자들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10년 전 일종의 음악 인공지능(AI)을 개발한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 스타트업은 어떤 트랙을 언제 어디서 가장 많이 듣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스포티파이에 제공하는 ‘트러플 피그’(Truffle Pig)라는 툴을 개발했다. 스포티파이 프로듀서는 트러플 피그의 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많이 클릭되는 ‘오늘의 인기곡’ 플레이리스트에 어떤 노래를 넣을지 결정한다.

스포티파이 데이터도 조작 가능
트러플 피그의 데이터는 전세계 사람들의 취향을 단순 반영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다. 하지만 이 데이터도 조작될 수 있다. 일례로 저스틴 비버는 4년 전 인스타그램에서 팬들에게 수면 중에도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새 싱글 ‘야미’(Yummy)를 반복해 틀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비버는 이렇게 새 싱글 플레이 횟수를 늘려 가장 중요한 플레이리스트에 오르고 싶었던 것이다.
노래가 짧을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듣고, 그래야 조회수가 늘어난다. 그래서 스포티파이의 등장 이후 전반적으로 노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해커들이 미사용 계정에서 30초 이상 노래를 재생해 접속한 것으로 인정받는 형식으로 스포티파이 클릭 횟수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는다. 수많은 노래 사이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책이다. 스포티파이는 이런 조작행위를 보호할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조작행위가 발각되면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스포티파이는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툴을 얼마 전 도입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아티스트는 수익 일부를 스포티파이에 내야 한다. 노래의 대중적 인기는 자금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티스트의 재정 상태가 좋을수록 곡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금력도 히트곡 공식 중 하나다.
이날 마지막으로 옛 방송국 건물로 돌아온 치안은 “에드 시런이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묻는다.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치안에게 순간 영감이 떠올랐다. 렙셔에게 오전에 녹음한 것을 몇 박자 더 빠르게 틀어달라고 한다. 치안은 녹음을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고 발을 쿵쿵거린다. 렙셔가 치안에게 계속해보라고 격려한다. 레오나드가 추임새를 넣는다. 치안은 노래를 부르며 환하게 웃는다.
벌써 오후 6시가 지났다. 렙셔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그는 진작 다음 일정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 오늘의 프로덕션 세션은 끝났다. 노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다시 시도해서 가사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찾아야 한다. 이후에도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까지 한참이 더 걸렸다. 그러고도 하루가 더 걸리고서야 곡의 초안이 나왔다. 손질을 많이 거친 다음 2024년 말에 곡을 발표할 것이다.
아직 곡명이 정해지지 않은 이 곡이 히트작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이 곡의 음, 가사, 음악이 수백만 명의 마음을 감동시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수도 있다.
독일 포르츠하임의 ‘오스테르펠트 컬처하우스’ 콘서트홀에서 퀴퀴한 기계 냄새가 난다. 관객석의 빨간색 접이의자 400개가 관객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래도 오늘 관객석에서 일어나 방방 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객 중에 40살 미만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 공연은 풀스 가든 밴드에게 홈경기나 마찬가지다. 풀스 가든 멤버 대부분이 이곳 출신이다. 풀스 가든은 ‘레몬 트리’ 이후 더 이상 히트곡을 만들지 못했다. 다음 앨범은 실패했고 음반 계약은 취소됐다. 그럼에도 그들은 140곡을 더 발표했다. 이 중 차트 순위에 몇 곡이 올랐고, 풀스 가든은 이후 지속해서 공연을 했다.
풀스 가든의 보컬 피터 프로이덴탈러는 베스파 오토바이를 타고 공연장에 왔다. 멤버들은 미트볼 스파게티를 먹고 화이트와인을 마시며 머리를 빗고 옷을 갈아입고 명상을 했다. 밴드 매니저는 저녁공연의 노래 순서를 무대 바닥에 테이프로 붙였다. 멤버들은 사운드를 확인하면서 몇 곡을 연주했다. ‘레몬 트리’는 공연 목록에 없었다.

레몬 트리 ‘떼창’
멤버들이 무대 공연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넘었다. 그들은 이날 저녁에 예정된 거의 모든 곡을 연주했다. 프로이덴탈러는 마이크에 대고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냐”고 청중에게 묻는다.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프로이덴탈러는 여유롭게 피치카토 주법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이번 곡은 따로 소개가 필요 없다. 공연장에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객들은 자리에 앉아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낸다. 관객들이 떼창을 했기 때문에 프로이덴탈러가 곡의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부분을 직접 부를 필요도 없었다. 곡이 끝나자 청중들은 이날 저녁 가장 크게 박수를 쳤다. 박수는 멈출 줄 모른다. 프로이덴탈러가 “그리고 이제 여러분”이라고 관객들을 부르면서 주위를 환기시킨다. 프로이덴탈러의 옛 침실에서 만들어진 이 곡은 그 자신보다 더 강력하며,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 Die Zeit 2024년 제12호
Wie entsteht ein Hi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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