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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오진입 예방 어려워 미국은 관제사 부족에 비상
[FOCUS] 공중보다 지상이 더 위험한 비행기
[168호] 2024년 04월 01일 (월) 마르코 에베르스 economyinsight@hani.co.kr

 
비행기 승객이 직면하는 위험은 공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상에도 위험이 존재한다. 충돌사고가 일어날 뻔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특히 미국 공항에서 그렇다. 충돌 위험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항공교통관제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초래한 후과다.


마르코 에베르스 Marco Evers
등 <슈피겔> 기자
 

   
▲ 2024년 1월5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한 일본항공(JAL) 에어버스 A350의 불탄 기체를 관련 기관 공무원들이 제거하고 있다. REUTERS


2023년 전세계 많은 곳에서 고통과 폭력, 위험 사태가 일어났다. 또 다른 한편에선 좋은 소식도 있었다. 항공 승객 40억 명 이상이 수천m 상공을 날아 다른 도시로, 전세계 다른 지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거의 모든 승객이 무사히 다시 목적지에 착륙했다. 상업용 여객기의 경우 단 한 대가 추락했다. 네팔의 프로펠러 비행기였는데 숙련된 기장의 부주의로 승객 72명이 모두 사망한 사고였다.
인류 역사상 비행기보다 더 안전한 교통수단은 없다. 항공교통 종사자들의 두 가지 덕목 때문이다. 첫째, 제조업체·항공사·당국·승무원·항공관제사 등 항공운송에 종사하는 사람은 수십 년 동안 사고 또는 사고가 날 뻔한 경우로부터 많은 교훈을 찾아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둘째, 항공업계는 안전과 관련된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대부분의 경우 불이익을 주지 않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보고하고 명확히 밝히도록 장려해 향후 모든 사람이 실수를 피할 수 있게 해왔다.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시스템 오류
이런 성공적인 공식은 수년 동안 수천, 수만 명의 생명을 보호했다. 1958년 에어버스 통계에 따르면 이륙 100만 회당 사망사고는 12건이었다. 2022년에는 이 수치가 0.01건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제 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비행 중 위험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항공교통량이 증가해 그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는 2040년까지 위험이 두 배로 늘어나리라 예상한다.
이미 잘 알려졌음에도 지금까지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시스템 오류가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벌어지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회의를 열고 긴 해결책 목록을 작성한다. 하지만 이것의 실행이 잘 안 된다는 사실은 모든 종사자가 알고 있다.
우려의 핵심은 공중이 아닌 지상에서의 위험이다. 이륙과 착륙 때 활주로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운항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70년 전부터 그래왔지만 조종사와 항공교통관제사는 무선통신으로 누가 언제 어느 활주로를 사용해도 되고 어떻게 활주로를 비워야 하는지 소통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어둠 속에서도, 비와 안개 속에서도, 모두가 피곤한 상태에서도 항상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수백 명의 사람과 10만ℓ 이상의 연료를 싣고 빠르게 움직이는 거대한 비행체 간의 충돌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2일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사고는 활주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일본에서 가장 붐비는 하네다공항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프로펠러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는 졌고, 미야모토 겐키(39) 기장은 서둘렀다. 전날 일본 서해안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기내에 실은 구호품을 긴급히 수송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야모토는 오후 5시45분 관제사로부터 유도로를 따라 34R 활주로에서 불과 몇m 떨어진 대기 지점 C5로 지상 주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관제사는 간결한 표준 문구를 사용해 기장들에게 그들의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할 바로 다음 차례라고 알려줬다. 승무원들은 관례대로 지시를 반복했다. 이들의 무전 교신을 보면, 바로 이후 재앙이 일어날 것임을 나타내는 신호는 없었다. 하지만 미야모토는 관제탑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정지해야 할 C5를 무시하고 대시8(Dash 8) 프로펠러 비행기를 바로 활주로로 몰았다. 그는 나중에 자신과 승무원들은 그렇게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교통부가 공개한 무선 교신 기록을 보면 그가 그런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시8은 활주로에 멈췄다. 40초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오후 5시47분, 착륙하던 일본항공(JAL)의 에어버스 A350이 해상보안청 비행기 뒷부분에 충돌했다. 150t의 에어버스는 승객 379명을 태운 채 시속 250㎞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기장들은 날이 어두웠고 활주로의 수많은 불빛에 눈이 부셔 대시8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도쿄 활주로 사고의 교훈
두 항공기 모두 화염에 휩싸였다. 대시8의 승무원 5명이 사망했고, 미야모토는 중상을 입고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A350은 불에 타면서 앞바퀴 없이 활주로를 따라 미끄러졌다. 승무원들은 몇 분 동안 위험 상황을 분석해 어떤 비상구를 사용할 수 있고 어떤 비상구를 사용할 수 없는지 알아냈다. 그런 다음 대피하기 시작했다. 모든 어려움에도 모범적으로 대피했다. 모든 승객과 승무원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현대적이고 가벼운 복합 재료로 만들어진 항공기 동체는 완전히 타버리기 전까지 화염을 충분히 견뎌냈다.
도쿄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재의 상업용 민간 항공기는 비행 중보다 지상에서 더 취약한 경우가 많다. 구름 위에서는 산이나 다른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으면 자동화 시스템이 기장에게 경고를 보낸다. 보잉의 구형 737시리즈를 제외한 모든 최신 항공기 모델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조종사의 실수로 비행기가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활주로에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없다. 관련 종사자 가운데 한 명이 실수해 조종석과 관제탑 간의 구두 의사소통이 잘 안되면 곧바로 위험에 빠진다.
모든 비행이 시작되고 완벽하게 끝나야 하는 아스팔트 활주로는 항공교통의 상습 정체 구간이다. 주요 공항의 활주로는 항상 사용되는 곳으로, 엄격하게 감시되는 고도의 보안구역이다. 허가 없이 또는 잘못된 허가로 이 구역에 진입하는 사람은 업계 전문 용어로 ‘활주로 오진입’(Runway Incursion), 줄여서 RI를 저지르는 것이며 이는 매우 위험한 실수다.
2023년 미국 공항에서는 폭발 가능성이 있는 충돌 직전의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이 중에는 미국 유명 항공사의 대형 제트기가 연루된 경우도 꽤 있었다. 이륙하려는 항공기가 막 주행을 시작한 활주로를 다른 항공기가 가로지르거나, 한 항공기는 이륙 허가를 받았는데 다른 항공기가 같은 활주로에 착륙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2023년 2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발생한 사례를 보면, 안개 속에서 두 대의 항공기가 시속 약 250㎞로 30m 정도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런 소름 끼치는 상황에서 아무도 사망하지 않은 것은 완전히 운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활주로 오진입
2024년 2월 미국 보스턴에서도 도쿄에서 발생한 사고와 끔찍할 정도로 유사하게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리어제트(Lear Jet·소형 비즈니스 항공기)는 활주로 시작 지점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승무원은 해당 무선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이를 이륙 허가로 잘못 해석했다. 관제사는 화면에서 이 항공기가 달리는 것을 발견하고 교차 활주로 지점에서 이륙 직전의 여객기와 충돌할 것임을 인지했다. 그는 곧 여객기 승무원들에게 서둘러 이륙을 지시했다. 탈출 작전은 충돌 몇 초 전에 성공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위험한 순간에 두 비행기 사이의 거리는 120m에 불과했다.
리어제트 조종사 중 한 명은 조사관들에게 “우리 둘 다 출발 허가를 받았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조종사 한 명은 경험이 많고 다른 한 명은 경력이 적었는데, 이들은 오류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일은 학자들이 쓰는 용어로 ‘인적 요인’이다. 즉, 사람은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미국 항공 당국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만 해도 가장 위험한 ‘카테고리 A’(충돌 위험)와 ‘카테고리 B’(심각한 충돌 위험)에서 19건의 RI 사고를 기록했으며, 이 중 한 건의 경우 가까스로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RI 현상은 잘 알려져 있어 더욱 놀라운데, 수십 년 전부터 없애려고 했지만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업용 항공기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고도 이런 현상에서 비롯됐다. 1977년 3월27일, 네덜란드항공(KLM) 소속 보잉 747기가 안개가 짙게 낀 테네리페(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중 가장 큰 섬)의 활주로에서 허가 없이 출발했다. 그러나 활주로에는 여전히 팬암 747기가 있었다. 충돌이 일어났고 583명이 사망했다. 이 일을 교훈 삼아 수많은 공항에 지상 레이더가 설치되고 관제사와 기장의 통신이 더욱 균일하고 명확하게 이뤄지고 훈련이 개선됐다. 이 정도면 충분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적어도 모든 곳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 공항들은 이 문제를 잘 통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독일 항공교통 관제센터에 따르면 2022년 약 170만 건의 이착륙 중 심각한 RI 사고는 단 두 건에 불과했고 모두 경미한 사고였다. 좀더 험악한 사건은 2021년 슈투트가르트공항에서 발생했다. 한 항공기가 활주로에 허가 없이 무단으로 진입했고, 이로 인해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추면서 접근하던 다른 항공기는 착륙복행, 즉 다시 상승해야 했다.
프랑크푸르트 관제탑에서는 관제사 한 명이 4개의 활주로 각각에서 교통을 통제하고, 다른 관제사는 유도로를 모니터링한다. 무전기와 함께 가장 중요한 업무 도구인 창문 앞에는 컴퓨터가 관제사들을 지원한다. 안전거리 없이 가속하는 항공기가 레이더에 포착되면 경고음이 울리고 화면에 해당 항공기의 표식이 깜박인다. 어떤 항공기 주변의 안전구역을 다른 항공기가 침범할 때도 마찬가지다. 프랑크푸르트공항 관제사 겸 안전관리자 아마데우스 벨만은 “RI 충돌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공항에서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 늘어나자 그 이유를 주제로 수많은 회의와 위기위원회가 열렸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공항마다 안전설비도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10만 명 이상의 아마추어 비행사가 이착륙을 한다. 교육 수준은 조종석에 앉는 전문 기장에 미치지 못함에도 종종 같은 공항을 이용하고 종종 실수를 한다.
 

   
 

코로나19 후유증
그런가 하면 직업적 항공기 기장들은 업무 중 심한 피로에 시달린다고 오랫동안 불평했다. 여러 시간대에 걸쳐 극도로 힘든 교대근무를 하며 장시간 일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에어캐나다 에어버스 A320 항공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 유도로에 착륙하려 했는데, 어둠이 깔린 그 유도로에는 이미 4대의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기장들의 피로가 오류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현재 미국 항공교통의 가장 큰 단점은 관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관제사가 너무 적다. 2023년 5월 <뉴욕타임스>는 최근 313개 관제소 중 310곳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지상과 공중 모두에서 사고가 날 뻔한 경우는 FAA가 인정한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발생한다. 12개월 동안 약 300건의 사례가 발생했고 이는 모든 관련자에게 보내는 경고신호였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FAA는 남아 있는 관제사들에게 추가 근무를 명령하며 대처하고 있다. 이제 미국 공항에서는 주 6일 근무가 일반화됐다. 많은 관제사가 피로와 탈진을 호소한다. 이 상황에서 실수가 발생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관제사 부족은 코로나19의 후유증 중 하나이기도 하다. 팬데믹 기간에 교육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아예 없어졌다. 이제는 항공교통량이 다시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사이 은퇴한 관제사를 대체하기에는 신규 인력의 유입이 너무 느리게 진행된다. 현재 활동하는 관제사 수는 약 1만700명으로, 10년 전에는 지금보다 약 1천 명이 더 많았다. FAA는 또 다른 관제사 학교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교육에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 Der Spiegel 2024년 제6호
Geisterfahrer auf der Startbahn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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