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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확립하기 위한 프랑스 독립언론의 분투
[FOCUS] 영향력 확대하는 프랑스 독립언론
[168호] 2024년 04월 01일 (월) 마리옹 페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마리옹 페리에 Marion Perr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3년 참여형 협동조합으로 바뀐 독립언론 <뤼89리옹>은 지역 소식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뤼89리옹> 편집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뤼89리옹 누리집


<디스클로즈>(Disclose), <스플란>(Splann), <베르>(Vert), <라데페를랑트>(La Déferlante), <뤼89리옹>(Rue89Lyon), <르크레스투아>(Le Crestois). 생긴 지 얼마 되지 않거나 최근에 새로 단장한 언론매체들이다. 이들 매체는 하나같이 편집의 자유를 외치고 그 자유를 지키려 경제적 균형 찾기를 시도한다. 그렇게 뜨겁게 들끓는다. 형태는 제각각이다. 몇몇은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다른 몇몇은 전통 언론사다. 기부금이나 구독료같이 독자의 넉넉함으로 운영한다. 어떤 때는 독자에게 투자금도 받는다. 협동조합 형태를 한 매체도 있다. 노동자에게 권리를 주고 광고 등 여러 곳에서 수익을 낸다.
<디스클로즈>는 독일 <코렉티프> (Correctiv)와 영국 <탐사보도국> (TBIJ)에서 영감받아 2018년 탄생한 비영리매체이자 무정부기구다. 창간 목표는 정보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무기 판매 행위를 심층 보도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아리안 라브리외 기자는 그 기사로 2023년 9월 구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디스클로즈>는 상근 직원 셋에 스무 명 남짓의 필진을 갖췄다. 회사 경영비는 감세 대상인 개인 기부금(2023년 수익 44만4천유로 중 53%)과 자선단체 후원금에서 얻는다. 광고, 기업재단 기부금, 정부지원금은 일절 받지 않는다. “편집 자유를 지키고자” 내린 결정이다(마티아스 데스탈 <디스클로즈> 편집장).
<디스클로즈>처럼 ‘공익’을 장려하는 매체가 다른 지역에도 있다. 2020년 브르타뉴(북서부) 기자들이 모여 만든 독립 지역언론 <스플란>이다. 실뱅 에르노 공동경영자는 “브르타뉴주에서 농식품 문제를 조사하는 독립 기자들이 압력받는 것”을 보고 창간을 결심했다. 화학농법과 녹조 발생의 연관성에 관한 탐사기사를 쓴 이네스 레로 기자를 두고 한 얘기다. 브르타뉴에서는 녹조 오염으로 몇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회사 수익은 오직 기부금과 기금으로 구성된다. 2024년에는 20만유로(약 2억8800만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언론 <라크루아>와 여론조사기관 캉타르퓌블릭이 한 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54%가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뱅 에르노는 “광고를 싣지 않음으로써 독자와 잠재 취재원에게 우리 매체가 부패할 수 없음을 알린다”고 했다.

구독자가 곧 후원자
젊은 기자 커플이 2020년 만든 환경매체 <베르>도 광고를 전혀 싣지 않는다. 구독자가 낸 후원금이 회사 매출에서 큰 몫(40만유로의 60%)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보조금과 직원 6명이 버는 수업료로 충당한다. <디스클로즈>나 <스팡>처럼 <베르>에서 보도하는 기사는 모두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공동설립자 쥘리에트 케프는 “환경문제가 긴급한 사안이라 많은 사람에게 읽히려 했다”고 말했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대신 구독자에게 꾸준히 후원을 요청한다.
<라데페를랑트>는 언론사와 출판사에서 일했던 여성 넷이 2021년 창간한 페미니스트 계간지다. 구독료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재정 균형을 맞추려면 구독자가 적어도 1만7천 명은 있어야 한다(2023년 12월보다 5500명 많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150만유로다(2023년 매출액은 100만유로). 마리 바르비에 공동설립자는 “2025년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투자해야 했다. 우리 잡지의 경제적 바탕인 구독자에게 의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구독자 756명이 자금 모집에 참여해 총 40만유로가 모였다.
참여형 협동조합(SCOP)에서 회사자본의 대부분은 노동자가 보유한다. 경제 월간지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는 1985년 창간 때 애초 참여형 협동조합 형태를 택했다. 드롬(남동부) 지역 주간지 <르크레스투아>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창간 124돌을 맞이하고 얼마 가지 않아 기자 셋과 경영인 한 사람이 인수했다. 단, 언론활동을 계속하려면 인쇄소 문을 닫고 자금난을 해소해야 했다. 로르메리엠 루비에 신임 경영인은 참여형 협동조합을 “민주성의 필수 불가결 요소”라고 본다. 그룹 에브라(Ebra)가 소유한 지역 매체 <르 도피네 리베레>는 언제부턴가 지역 소식을 덜 다뤘다. 인수 비용은 5만유로어치 참여형 증권을 발행해서 마련했다. 신문사를 지지하는 지역주민이 단체 ‘레자미 뒤 크레스투아’를 꾸리고 신문 판매에 참여한다. 매출액 32만유로에서 60%가량이 구독료와 판매료에서 나온다. 광고료도 25%를 차지한다. 나머지 수익은 법률 공고, 언론 강좌, 보조금에서 낸다.
인터넷매체 <뤼89리옹>은 2023년 참여형 협동조합으로 바뀌었다. 창간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리라”고 마음먹은 젊은 세 기자에게 바통을 넘겼다(피에르 르메를르 직원-협동조합원). 회사는 2022년 무료 열람 방침을 포기했다. 가장 최근 매출액(18만유로)에서 구독료, 광고료, 법률 공고가 각각 28%, 25%, 13%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보조금 등 비정규 수익으로 메운다. 회사 목표는 지역 소식을 심층으로 다루는 것이다. 거기엔 리옹 지역 극우단체 활동도 포함된다. “발언권이 부족한 이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이다.
 

   
▲ 2020년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기자들이 모여 만든 독립 지역언론 <스플란>의 수익은 오직 기부금과 기금으로 구성된다. <스플란>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있다. 스플란 누리집

다양성과 진정성 추구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전통 언론이 다루지 않거나 잘못 다루는 이야기를 올바른 형식에 담아내기. 이들 매체에서 일하는 모두가 공동으로 바라는 일이다. 그런 그들에게 경제적 독립은 진정한 편집의 자유를 뒷받침하는 전제 조건이다. 그들의 소망은 사회학자 장마리 샤롱이 젊은 기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젊은 기자들은 쓸모 있는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 기후변화 같은 주제를 르포, 탐사 등 긴 호흡의 기사 형태로 쓰겠다고 한다.”(장마리 샤롱)
독립언론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까닭은 여러 가지다. <메디아파르> 같은 매체의 성공에서 길이 보였다. 마침 그 기반이 마련됐다. 2020년부터 인터넷매체가 법률 공고를 낼 수 있게 되고, 언론사가 받은 기부금이 세제혜택 대상이 됐다. 문화부는 2016년부터 신생 언론사에 보조금을 줬다. 독립언론의 역동을 매체의 재벌화 추세에 대한 반발로 읽는 시선도 있다. 프랑스에선 최근 뱅상 볼로레가 언론사 지분을 장악하는 등 언론 집중화가 심해졌다. 역사학자 알렉시 레브리에는 “기자와 대중 사이에서 독립언론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 대중의 일부는 독립언론을 위해 주머니를 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 덕에 여러 사업이 빛을 봤다. 경제학자 쥘리아 카제가 대표위원으로 있는 시민단체 ‘앵 부 데 메디아’는 2020년부터 언론사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돕는다. <메디아파르> 공동설립자의 제안으로 2019년 생긴 ‘자유언론을 위한 기금’(FPL)은 후원금을 모아 재정 사정이 어려운 언론사에 전달한다. 지금까지 언론사 27곳에 50만유로를 지원했다. FPL은 <르크레스투아> 자본에도 참여했다.

열악한 재정 구조
2023년 <디스클로즈>는 후원금이 64%나 늘었다. 아리안 라브리외 기자가 구금된 뒤로 후원자가 급격하게 많아졌다. <스플란>은 필진을 5명 늘렸다. 독립 탐사기자를 위한 자리다. <베르>는 뉴스레터 구독자가 7만 명을 돌파했다. 매출도 흑자다. <메디안> 공동설립자 바티스트 테블랭은 “언론이 광고를 안 내보내고 구독자가 없다고 해서 덩치를 키울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언론사의 창간과 성장을 꾸준히 돕는다. “가장 잘 성장하는 언론사는 다양한 공동체를 찾아내 그들을 구독자로 만드는 곳이다.”
그래도 독립언론은 취약하다. 샤를로트 클라브뢸 FPL 최고운영자는 “독립언론이 존립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디스클로즈>는 여러 재단에서 주는 지원금에 크게 의존한다. 지원금이 언제까지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다. <르크레스투아>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면서 매출을 올릴 새 수입원을 찾고 있다. 지금 매출은 10만유로(약 1억44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직원들은 구독자가 지금보다 크게 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전체 주민의 10%가 이미 신문을 사서 보고 있다. 나머지는 구매한 신문을 돌려 읽는다. 게다가 “독립언론은 주요 매체에 견줘 독자가 ‘한정된’ 편이다”(쥘리아 카제).
쥘리아 카제는 변호사 브누아 위에와 함께 펴낸 책 <정보는 공공재다> (L’information est un bien public)에서 ‘언론독립성 보호 규정’을 지키는 언론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중지배 구조 회사이거나, 편집장이 고른 주제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는 회사다. 두 저자는 두 번째 해법으로 “언론독립 교환권”을 제시한다. 국민이 저마다 지지하는 언론사에 교환권을 내고 기사를 보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정보총회’(EGI·2023년 10월부터 2024년 여름까지 언론업 종사자, 연구원, 시민이 디지털 언론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화답으로 FPL이 2023년 가을 ‘독립언론총회’를 열었다. 대회에는 독립언론사 100여 곳이 참여해 ‘정보 자유화’를 비롯해 언론 집중화 대응, 언론 지원 등 59가지 방안이 담긴 목록을 만들었다. 그 안에 정부가 귀감으로 삼을 게 있지 않을까. 정부는 정보총회 끝에 정보권을 위한 행동계획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3월호(제444호)
Médias: les recettes de l’indépendanc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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