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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감소·전기차 전환에 파산, 인력감축, 국외이전
[BUSINESS] 독일 자동차부품 업계 ‘최악의 상황’
[168호] 2024년 04월 01일 (월) 막스 헤글러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자동차업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앞다퉈 일자리를 국외로 이전하거나 감축한다. 독일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막스 헤글러 Max Hägler <차이트> 기자
 

   
▲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업체 보슈는 향후 몇 년에 걸쳐 일자리 3천 개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자동차산업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방증한다. 2023년 9월 ‘뮌헨 오토쇼’에서 공식 개막식 전날 한 참석자가 보슈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보슈 창업주 로베르트 보슈(1861~ 1942)는 과거 독일 슈투트가르트 하이데호프 거리에 자신이 살 빌라를 지었다. 위치나 크기, 내부 공원 등만 봐도 창업주 생전에 보슈의 엄청난 위상을 잘 알 수 있다. 로베르트 보슈 등 발명가들이 독일을 자동차의 나라로 만든 때는 100년 전이었다.
현재 보슈는 냉장고에서 드릴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무엇보다 점화플러그부터 운전보조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명실공히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업체다. 슈바벤 지역 사람들은 겸손을 미덕으로 삼지만, 보슈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은 꾸준히 성장해온 보슈 역사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독일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보슈의 직원은 42만7600명으로, 그중 13만3800명이 독일에서 일한다.
이런 상징적 기업에서 갑작스레 일자리 감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슈테판 하르퉁 보슈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감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은 요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구호다. 하지만 평소 점잖기로 소문난 보슈 CEO가 경쟁력을 외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중소기업은 더 심각
보슈만 유난스럽게 일자리를 감축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독일 기업들의 감원 및 공장 이전 소식이 들려온다. 자동차부품 업계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꼼꼼하게 읽다보면, 독일의 모든 경제문제가 압축된 듯하다. 독일 경제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보슈는 향후 몇 년에 걸쳐 일자리 3천 개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다. 감축 예정인 일자리는 독일에 집중됐고, 이 중 내연기관자동차 관련 일자리도 상당수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많은 기업처럼 일자리 감축은 희망퇴직수당 제공, 고연차 직원의 파트타임 전환, 혹은 공석의 비충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콘티넨탈은 일자리 7천 개 이상을 감축하고 있다.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체트에프(ZF)에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최근 일자리 1만2천 개를 감축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분노한 직원들이 콘스탄츠 호수의 평온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연막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3만2천 명이 일하는 자동차부품 업체 브로제(Brose)는 인건비 10%를 삭감할 계획이다. 2022년 독일 헬라그룹(Hella Group)을 인수한 프랑스의 포르비아(Forvia)는 전기자동차 전환에 따라 그룹 내 일자리 1만 개를 감축할 예정이다. 타이어 제조업체 미슐랭과 굿이어는 독일 내 5개 지점을 폐쇄하고 직원 3천 명 이상을 감원한다.
자동차 대기업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다른 중소기업의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하다. 프로토타입 제작 전문업체 ‘SD오토모티브 솔루션’(SD Automotive Solutions)은 최근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자동차부품 기업 ‘아이젠베르크 하젠클레버 & 존’(Eisenwerk Hasenclever & Sohn)과 라이프치히의 주물업체 ‘HAL 알루미늄구스’(HAL Aluminiumguss)도 파산 신청을 했다. 그나마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자동차 전문 경영컨설팅업체 베릴스(Berylls)는 “2024년에도 자동차부품 업계의 화두는 일자리 감축과 파산”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순탄치 않은 상황에 내몰린 가장 큰 원인은 내연기관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있다. 내연기관자동차의 부품은 전기차보다 네 배나 많다. 그만큼 전기차 생산에 인력이 덜 필요하다. 보훔에 있는 자동차연구센터(Center Automotive Research)의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센터장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큰 도전이며 현재로서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전기차가 “정치권에 버림받았다”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 정부가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전기차를 향한 소비자의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구매보조금 중단은 이미 전기차의 가파른 증가에 대비해 막대한 투자를 해온 기업들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실제 독일 자동차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은 이전보다 감소했다. 이제 매력적인 소형 전기차 모델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온다. 두덴회퍼 센터장은 국제적으로 비교해 높은 에너지 가격, 일부 전통적 제조기업의 소극적 대처 등도 문제점의 원인으로 꼽았다. “자동차부품 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 올라 셸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는 전기차 개발을 위해 독일 부품업체보다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나 구글, 중국 테크 대기업 알리바바나 텐센트와의 협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UTERS

전기차 흐름에 소극적 대처
보슈 등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들과 더불어 자동차산업의 두 번째 심장 같은 존재다. 자동차 부가가치의 3분의 2는 부품업체에서 창출된다. 부품업체들은 도어, 창문 유리, 변속기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 센서, 디젤 분사 펌프, 소프트웨어도 개발한다. 부품업체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항상 자동차 제조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보슈는 폴크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에 깊이 연루됐다. 하지만 1997년 벤츠A 클래스가 출시 당시 급선회 때 차체 안정성을 시험하는 엘크테스트(Elk Test)에서 전복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메르세데스벤츠를 수렁에서 구해준 것은 바로 부품업체가 납품했던 미끄럼 방지 시스템이었다.
따라서 자동차산업의 요충지 독일로서는 베엠베(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등의 완성차업체들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동차부품 업체가 앞으로도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핵심적 질문이다. 또한 독일 자동차산업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도 중요하다.
물론 독일 경제에서 대규모로 일자리가 감축된 적은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세탁기 제조업체 아에게(AEG)는 문 닫을 뻔한 위기를 겪었다. 보훔의 노키아 휴대전화 제조공장은 이미 오래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보슈 역시 수십억달러의 손실로 태양광사업부를 포기하는 등 끊임없이 부침을 겪었다.
이제는 자동차부품 업계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연구예산부터 감축하고 있다. 한 예로 보슈는 미래 기술로 여겨지던 자율주행 분야에서 일자리 약 1천 개를 감축 중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받는 비용 절감 압박은 고스란히 부품업계로 전가된다.
자동차시장의 정체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거의 모든 곳의 상황이 비슷하다. 잠재고객은 점점 줄고 있는데 작아진 파이를 둘러싼 자동차 완성업체들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다. 한편으로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오펠, 폴크스바겐의 구매 담당자들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려 고군분투한다. 동시에 완성차 업체들은 직장평의회의 지시에 따라 이전에는 부품업체에 외주를 주던 작업을 점차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2016년 독일에서 자동차 570만 대가 생산됐는데, 현재는 410만 대에 불과한 자동차 생산량의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그 결과 부품업체들은 확연히 줄어든 수주량을 놓고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몇 년 전 새로 등장한 중국 경쟁업체들이 제시하는 낮은 가격이 점점 표준이 되고 있다. 중국 경쟁업체들은 이제 상당한 매출을 창출하는 배터리셀과 컴퓨터칩 등의 신제품과 서비스까지 납품한다. 독일 부품업체들이 제작하지 않는 것들이다. 두덴회퍼 센터장이 독일 기업의 소극성을 비판하는 분야가 바로 배터리셀과 컴퓨터칩이다.
배터리셀 기술을 상용화한 독일 자동차부품 업체는 전무하다. 콘티넨탈과 보슈는 과거 배터리셀 기술을 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적도 있었다. 두 부품업체는 디지털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독일 부품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20%로 떨어졌고, 중국 경쟁업체들의 점유율은 이미 10%에 이른다.

인건비도 급등
올라 셸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는 최근 <차이트> 인터뷰에서 ‘부품업체 파트너사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독일 부품업체를 단 한 곳도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메르세데스벤츠의 옛 지정 부품업체 보슈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보슈 사이에 공동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따르면 보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내연기관 엔진을 소형 전기모터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었는데, 예정대로 잘 진행되지 않아 2023년 자동차 10만 대 판매가 불발됐다. 두 회사의 로보택시 공동개발도 낮은 성공 가능성으로 중단됐다. 셸레니우스 CEO는 이제 전기차 개발을 위해 미국 기업 엔비디아나 구글, 중국 테크 대기업 알리바바나 텐센트와의 협력을 오히려 선호한다.
전기차 생산 입지로서 독일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다. 헤센주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 루프그룹(Rupf Group)의 공동소유주 이자벨레 키르슈바움루프는 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적임자다. 루프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1억유로(약 1450억원)로, 자동차 헤드라이트 조정봉을 공급한다.
3년 전 킬로와트시(㎾h)당 전기요금은 17센트였는데 지금은 28센트로 크게 올랐다고 키르슈바움루프는 설명한다. 여기에다 완성차업체들의 고도로 자동화된 공장과 달리, 부품업체는 인건비가 총비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인건비가 급등해 부품업체들을 짓누른다고 한다. 금융비용과 재료비, 보험료 모두 올랐으며, 게다가 독일의 법인세 부담은 말할 필요도 없이 점점 치솟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총비용이 너무 올랐다.” 키르슈바움루프는 독일 자동차산업협회 소속으로, 총리실에 정기적으로 상황을 보고한다. “이제 더는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 적잖은 신입직원이, 과거와 달리, 회사에 헌신적이거나 외국인과 비교해 학력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제 독일의 강점만 내세울 수 없게 됐다. 현재 루프그룹은 독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데, 최대 규모의 폴란드 생산기지는 오히려 확충하고 있다.
독일 생산기지를 줄이고 국외 생산기지는 늘리는 것은 적잖은 자동차부품 업체가 채택하는 방식이다. 이는 경제학자들도 열띠게 토론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생산부문은 독일에서 국외로 이전시키고, 대신 독일에서는 개발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일까? 독일은 어차피 숙련된 전문인력난을 겪고 있지 않은가?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25%가 산업부문에서 창출된다. 산업부문의 GDP 비율이 더 낮아도 국가는 좋은 경제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산업부문은 GDP의 17%에 불과하지만, 1인당 소득은 독일보다 훨씬 더 높다.
그러나 상황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부품업체와 개발업체는 기계, 완성차업체, 공장 라인과 가까워야 한다”고 키르슈바움루프는 설명한다. 더는 생산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나라에 경영학자도 더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독일이 생산기지 지위를 앞으로도 유지할지의 질문은 더 많은 것을 내포한다. 예를 들어 기계 작동에는 대학 졸업장이나 직업훈련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직업의 다양성이다.”

보슈도 매출 달성 못해
경고를 하다가, 비용을 절감하고, 더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 혹은 최소한 수익 최적화를 위해 국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 독일 자동차업계 기업인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형이다. 그럼에도 자동차산업의 구성원 대부분은 독일을 생산기지로 유지하기 원한다. 생산이든 기술 개발이든 한번 없어진 것은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보슈는 한때 1천억유로를 목표 매출액으로 설정했지만, 현재는 달성이 불가한 목표가 됐다고 한다.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보슈 경영진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보슈는 성장을 위해 중국 신규 개발센터에 약 10억유로를 쏟아붓는 등 국외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보슈는 독일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보슈는 2030년 말까지 직원 재교육에 4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하르퉁 CEO는 “독일은 훌륭한 생산 입지이다. 다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Die Zeit 2024년 제9호
Bald ausgestorb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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