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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전 빠진 러-우크라 전쟁 2024년 판세 가를 운명의 해
[ISSUE] 우크라이나는 승전국이 될 수 있을까
[168호] 2024년 04월 01일 (월)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으로 접어들었다. 그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서방 의존도가 전례 없이 커졌다. 원조가 한계점에 이르는 2024년은 우크라이나에 가혹한 해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4년 2월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왼쪽부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년을 맞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궁지에 몰렸다.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여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에 빼앗긴 동부 지역 영토를 되찾으려 역공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진전이 없는 건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서부 지역으로 전선을 밀어붙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군사 전문 누리집 워매퍼(War Mapper)에 올라온 전황 지도를 보면 우크라이나가 2023년 10월 국토 50㎢를 탈환하고 12월에 러시아가 다시 32㎢를 점령했다. 간략히 말해 2023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전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4년 1월 초 기준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 국토의 17%를 점령한 상태다. 이 전선은 1년 넘게 변하지 않았다.

치명적인 무기 부족
지금의 교착상태로 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병력과 자원이 먼저 바닥나는 쪽이 전쟁에서 질 확률이 높다. 우크라이나가 소모전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가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지원이 얼마나 오래가느냐에 달렸다. 전쟁자금이 걸린 문제다. 러시아가 전력과 농산물 수출 등 우크라이나 핵심 수입원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몰려 있는 철강 제조 공장 역시 2021~2022년 수출량이 60% 넘게 감소하는 등 전쟁 피해가 크다. 전장에서 쓰는 물품(탄약, 전차 등)을 따져도 우크라이나는 서방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공군력이 다른 한쪽을 압도할 만큼 우세하지 않다. 유럽외교협의회(ECFR) 소속 국방 전문 연구원인 귀스타브 그르셀은 두 나라가 “박격포나 대포, 다연장로켓(MRLS)같이 간접 사격으로 진격하는 적군에 대항하고 반격하는 아군을 지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쪽이 탄약 보유량을 더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변수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해 국내 경제가 받을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러시아가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탄약의 최대치는 250만 발이다. 2023년 러시아가 쏜 탄약은 그보다 훨씬 많은 700만 발이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전쟁을 오래 끌고 갈 여력이 있다. 러시아가 무기 생산 시설을 강화해서만이 아니다. 민간업체는 아직 군수품 생산에 가담하지 않았다.” 타티아나 카스투에바-장 프랑스 외교연구소(IFRI) 러시아·유라시아부장의 설명이다. “러시아가 아직 전시경제 체제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견줘 탄약을 두세 배 적게 쓴다. 전체 소비량의 85%가 외국에서 수입한 탄약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가 활력을 잃었다”는 점이다(독일 킬 경제연구소). 2023년 8~11월 우크라이나 원조 규모는 2022년 같은 기간에 견줘 90% 수준으로 줄었다.
지원 축소 움직임은 대서양 양쪽 대륙에서 모두 나타난다. 미국에서 최근 논의되는 우크라이나 원조안은 상원에서 공화당 반대로 부결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원조안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미국 이민정책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유럽은 2024년 1월 말 500억유로(약 72조5천억원) 규모의 새 재정지원(융자 330억유로, 현금 2027년까지 나눠서 170억유로)을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미국이 서서히 발을 빼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수준에는 못 미친다. 더욱이 미국은 2024년 말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하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더 크게 줄일 수 있다.
“전쟁 초반부터 미국과 유럽의 원조는 각각 군수품과 현금에 집중했다. 유럽은 군수품 보유량이 많지 않아서다.” 프랑스 국방대학교 국방경제부 소속 쥘리앵 말리자르 부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래도 몇몇 나라는 군수품을 대량으로 풀 수 있었다.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과 독일이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는 소련 시절 보유하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었다. 쥘리앵 말리자르는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나토(NATO) 표준에 맞춰 F-16 전투기를 F-35 스텔스 전투기로 교체하려던 참이었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전투기 세대교체가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에 접어들면서 병력과 자원이 먼저 바닥나는 쪽이 전쟁에서 질 확률이 높아졌다. 2024년 3월3일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한 남성이 전쟁 무기를 실은 열차 옆을 지나가고 있다. REUTERS

포탄 생산 애먹는 유럽
프랑스 외교연구소 안보연구센터 소속 레오 페리아페녜 연구원은 이렇게 전망했다. “포탄이 전부 떨어졌다. 지금까지는 보유한 포탄으로 생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생산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려면 지금부턴 생산에 나서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우크라이나 원조는 이제 산업 문제가 됐다. 우려되는 점은 유럽 방위산업이 냉전 이후 상당히 약화했다는 것이다. 2022년과 2023년 유럽이 주문한 무기의 80%가량을 유럽연합 비회원국에서 생산했다.
유럽의 최대 무기 공급처는 미국이다. 프랑스 외교전략연구소(IRIS) 소속 방위전문가 장피에르 모니는 “한국의 유럽 방산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유럽 국가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최근 한국산 전차를 170대 주문했다.
유럽의 방위산업 중에서도 탄약 제조업이 가장 크게 쇠퇴했다. 쥘리앵 말리자르는 “유럽에서 탄약을 구식 무기라고 여긴 탓”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은 냉전 이후 첨단기술 장비 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과적으로 유럽연합은 2024년 봄까지 우크라이나에 포탄 100만 발을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조제프 보렐 유럽 외교안보 담당 대표위원에 따르면 약속한 기한 안에 지원할 수 있는 포탄은 53만 발이 전부다. “목표치의 52%가 조금 넘는다.”
유럽이 연간 최대치로 포탄을 지원해도 우크라이나가 겨우 몇 주간 쓸 수 있는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부르주 근교(프랑스 중부)에서 포탄을 제조하는 프랑스 업체 넥스터(Nexter)는 2025년 포탄 생산량을 두 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쟁이 격화한 지금 상황에서 그 정도로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폭약의 경우 프랑스에서 생산이 아예 멈췄다. 폭약 제조업체 유랑코(Eurenco)가 베르주라크(프랑스 남서부)에서 짓는 공장은 2025년에야 가동할 예정이다.
그뿐이 아니다. 쥘리앵 말리자르는 “유럽연합 역내에서 생산하는 무기의 규격이 제각각인 탓에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며 “우크라이나가 군사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나토 규격의 모델과 옛소련 모델을 같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련의 152㎜ 포탄은 유럽에서 생산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 불가리아가 거의 유일하다(나토 규격은 155㎜다).

수출로 방향 틀기?
레오 페리아페녜는 “프랑스 국방부가 업체에 생산 속도를 높이라고 보챈다. 하지만 업체는 정부가 주문을 많이 넣지 않아서 속도를 올리지 않는 것”이라며 “방위산업에서 초과 공급은 없다. 정부가 유일한 소비자다”라고 설명했다.
생산 단계에만 한계가 있는 건 아니다. 조제프 보렐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탄약을 가장 빠르고 싸게, 효율적으로 늘리는 방법은 제3국에 탄약 수출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일은 유럽연합 회원국만 할 수 있다.”
‘장-조레스 재단’의 르노 벨레 방위연구소장은 “현재 우크라이나 원조는 각국 정부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우리가 전투태세에 들어간 게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우선 공급하라고 기업에 명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만 문제가 아니다. 각국이 무기 생산량을 늘림에 따라 전세계로 무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거래반대유럽네트워크(ENAAT)는 “무기 생산 역량이 좋아지면 무기를 사줄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외국에 수출한 무기가 전쟁과 억압을 부추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위험은 프랑스 방위산업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프랑스 방산업체는 내수 침체 대책으로 수십 년 전부터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지원 축소 움직임을 구체화하자 국내 군수산업을 발전시키려 한다. 어려움이 없지 않다. 귀스타브 그르셀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에 집중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우크라이나가 재정비한 군수공장이 몰려 있는 지역”이라며 “2024년은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장 혹독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월 초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경질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활력이 간절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3월호(제444호)
L’Ukraine peut-elle encore gagner la guerr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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